오늘 새벽에 모 예능 프로그램 게시판 유저들의
스포일러성 제목 때문에 마찰을 빚으면서 댓글을 통해
운영자님이 원하지 않는 게시판 글은 보이지 않도록 하는
옵션을 고려중이시다고 알게되었습니다.
저는 이에 대해 반대합니다.
먼저, '서로 보면 싸워? 그럼 그냥 서로 마주치지마' 라며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형성을 처음부터 막아버리는 방식은
안그래도 극 이기주의로 치닫는 이 시대에 너무나도 쉽게 발상하게 되는 방법입니다.
보기 싫으면 안보면 되지.
간단하게 분쟁거리를 해소시키는 명안으로 보이지만
결국 이런 해결방식은 우리를 쉽게 가르고 멀어지게 하는 선택입니다.
아무리 온라인상에서 서로 얼굴도 모르는 관계이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를 버튼 하나로 이렇게나 무참하게 끊어버리는 방법은 결국 이기주의를 더욱 극단화 시킬 것입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부대끼면서 한 공간 안에 있고,
얼굴을 붉히며 싸울거 같으면 대화로 조율하며 상대방을 배려하고
좋은 것은 나누고 나쁜 것은 없에는 문화가 더욱 인간적이고
개인주의가 팽배한 이 시대에 더욱 필요한 소통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번째로, 오유는 소위 자신들을 애국보수라 하는 새누리당 지지층과
우민정책에 휩쓸려 정치 논쟁으로부터 눈을 돌려버린 네티즌들이 과반수가 넘는 현 상황에서
몇 안남은 민주주의의 보루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이트입니다.
자극적인 정보에 민감한 젊은 이들과 각박한 삶에 지친 사람들은
이미 오유의 넘치는 시사게시판 관련 글들로 어느정도 정치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보기 싫고 외면하고 싶어도, 결국 베스트나 베오베 게시판에 올라오는
매우 긴박한 사안을 담은 글들로 인해 정치에 관심 없던 이들도 한두번씩 누르게 됩니다.
그로인해 우리가 살고있는 대한민국의 정치기류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를 하게 되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만약 자체 필터링 옵션을 적용하여 연예 혹은 게임 게시판만 읽고 싶은 젊은이들이,
혹은 삶에 찌들어 웃음거리를 찾아 오유를 찾아온 이들이
피곤하다고 정치게시판 글들을 차단시켜버리면 어떤 현상이 발생하게 될까요?
오유는 이제것 지켜왔던 침해받지 않는 대형 웹사이트로서의 순기능을 잃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구심점을 잃게되어 방황하고 결국 무참히 흩어져
일.베와 여당의 횡포 앞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무릎꿇게 될 것입니다.
운영자님, 이 글이 어떻게 전달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부디 이런 우려와 견해가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주시고 자체필터링 방안을 재차 고사해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