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frame width="560" height="315" src="https://www.youtube.com/embed/icS4IYfRsXA" frameborder="0"></iframe><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너와의 첫 만남은 온라인이었다. <div><span style="font-size:9pt;">이십대의 막바지에 몰린 같은 나이의 직장인들을 만나고 싶어 내가 먼저 익명방을 만들었고,</span></div> <div>바로는 아니고, 조금 늦게 너가 들어 왔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서른명이 넘는 친구들 중 네가 유독 빛나는 아이인 걸 그땐 몰랐다.</span></div> <div><br></div> <div><br></div> <div>너와의 두번 째 만남은 가까운 대학교 앞 스타벅스였다.</div> <div>근처에 주차를 하지 못해 뺑글뺑글 돌다 어렵사리 차를 대고 난 후</div> <div>느긋하게 카페에 도착 했을 때, 너는 뒤돌아 앉아 있었다.</div> <div>불러 세웠을 때, 피곤한 표정으로 날 응시하던 첫 모습을 기억한다.</div> <div>그게 내딴엔 잠시 기분이 상했는지, 심지어 기다리게 만들고도 내가 커피를 사지도 않았다.</div> <div>이럴 줄 알았으면, 손사래를 치며 내가 냈을 텐데.</div> <div><br></div> <div>처음 보는 사이인데다가, 온라인에서도 거의 말을 나누지 않았기에</div> <div>그냥 어떻게 생겼는지 얼굴만 보자고 생각하고 나간 자리였지만</div> <div>앉자 마자 부터 스타벅스의 영업 시간이 끝날 때 까지 단 5초도 쉬지 않고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div> <div>방금의 피곤한 표정은 온데간데 없고 단 한 순간도 반짝이지 않을 때가 없었다.</div> <div>핀트가 나가는 대화 주제를 던지더라도 살짝 생각하다 기묘하게 이야기를 이어주는 너를 보며</div> <div>앞으로 내가 이 아이를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게 되었다.</div> <div>왜 첫 만남에 너의 가정사를 알게 되었는지, 나의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div> <div>중요한 건 너와 나의 대화가 잘 맞다는 사실이었으니깐.</div> <div><br></div> <div><br></div> <div>한 동안은 그저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div> <div>꽤 가까이에 사는 데도 불구하고, 너는 바빴고, 나도 약간은 바빴던 것 같아 만나지 않았다.</div> <div>그리고 너를 좋아하는 것 같은 한 아이가 있어, 내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고 그대로 지내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어느 날, 와글와글한 단톡방에서 놀다 보니</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어쩌다 너를 좋아하는 아이와 나, 그리고 너가 심야 영화를 우리 동네에서 보기로 했다.</span></div> <div>얼마 전 개봉한 한 사람에 대한 다큐 영화였는데, 되도록이면 이걸 보고 싶다고 했다.</div> <div>그래서 너가 오유를 한다는 사실도 알았고,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div> <div>너가 가운데에 앉았고, 내가 오른쪽에 앉고, 다른 친구는 왼쪽에 앉았는데, 사실 너랑만 같이 있는 것 같아 좋았다.</div> <div>중간에 귓속말을 하며 들리는 너의 속삭이는 <span style="font-size:9pt;">예쁜 </span><span style="font-size:9pt;">목소리도 좋았고,</span></div> <div>훌쩍 거리며 영화에 집중하는 너의 모습도 너무나 예뻤다.</div> <div>내가 더 많이 운 건 물론 비밀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이후에도 너를 만나긴 했지만, 단 둘이 만난 적은 없었다.</div> <div>방 친구들과 함께 단체로 여행도 가고, 밤새 술을 마시러 가기도 했지만 같이 놀러 가서도 크게 마주칠 일은 없었다.</div> <div>물론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너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잠깐 너 자랑을 하자면,</div> <div><br></div> <div><br></div> <div>너의 직장이나 연봉, 사는 곳, 외국어 실력, 부모형제 관계보다는..</div> <div>내가 너를 보는 좋은 요소들은 다음과 같았다.</div> <div><br></div> <div>너의 눈은 참 단추처럼 생겼다.</div> <div>너는 글쎄, 그게 뭐냐고, 단추처럼 생긴게 뭐냐고 물었지만</div> <div>그냥 단추처럼 눈이 생겼다. 라고 밖엔 얘기하지 않았다.</div> <div>그 생각은 지금도 똑같다. 너는 참 단추같은 눈을 하고 있다.</div> <div><br></div> <div>너는 약속 장소에 늦은 것 같으면 항상 뛰어 오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div> <div>앞머리가 날리든 말든 신경쓰지 않고 열심히 뛰어 온다.</div> <div>지금은 초여름이야. 뛰지 않아도 돼. 그래도 열심히 뛴다.</div> <div>그 모습이 왜 그렇게 좋았는지 모르겠다.</div> <div><br></div> <div>너는 항상 정성 들여서 카톡을 보내줬다.</div> <div>단 한 번의 불성실함도 보이지 않고, 예쁘고 고운 말을 썼다.</div> <div>물론 극한의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나지막히 짧고 거친 말을 내뱉었다지만</div> <div>그 모습 조차 상상하니 웃음이 나왔다.</div> <div><br></div> <div>맥주 한 잔을 마시면 쫑알쫑알 말이 많아진다. 그리고 어이 없이도 말투로만 살짝 애교를 부렸다.</div> <div>전혀 생각치도 않아서 적잖이 당황 했던 것도 있다. 근데 그게 싫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div> <div>이 아이는 나를 정말 자기 사람으로 생각하는구나. 느껴져 너를 배웅하고 돌아가는 길 내내 미소 지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생각이 깊어 매사에 진중하던 너의 모습이 가장 좋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서로 안 지 한 달이 넘은 상태에서 이젠 누구든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너가 전날 단톡에 떡볶이를 먹고 싶다고 쓴 걸 보고 좋아하지도 않는 떡볶이를 함께 먹자는 이유로 너희 회사 앞으로 한 번,</span></div> <div>나는 일이 끝났는데 너는 야근을 한다는 이유로 너희 회사 앞으로 또 한 번 갔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각각 열 한시와 열 두시가 꼬박 되어 너는 집에 들어갔다.</div> <div>아마, 너를 알게 된 두 달 중 가장 즐거웠던 시간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주말엔 다른 친구들과 너와 내가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div> <div>술을 좀 마셨고, 큰 실수는 아니지만 이전의 찝찝했던 문제와 겹쳐 너는 나를 카톡으로 갑작스레 나무랐다.</div> <div>이미 술이 깼고, 정신 차리고 전화를 했다. 그리고 난 너를 좋아한다고 어려운 말로 고백했다.</div> <div>그리고 완곡하게 거절 당했다. 너가 싫어하는 담배를 네 대 쯤 연속으로 피고 어지럽게 침대에 몸을 뉘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 상태로 데면데면하게 이틀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월요일 오후에 너에게 카톡이 왔다.</div> <div>뭐가 그렇게 미안한지 미안함에 미안함이란 표현과 이모티콘은 모두 담아 저녁에 만나자고 했다.</div> <div>내 말마따나 다시 보지 않으려면 안 나와도 된다고 했다. 부리나케 상사의 '요즘 애들은~' 비꼼을 들으며 퇴근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렇게 만난 너는.. 갈 수록 나에게 예쁘게 보여졌다. 싸이메라가 필요 없었다.</span></div> <div><br></div> <div>첫 번째 문제에 대해 심도 높은 토론이 오갔고, 이내 두 번째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침을 꼴딱 삼켰다.</div> <div>너는..</div> <div><br></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이후 너와 나는 매일 같이 많은 연락을 하고, 대화를 나누고, 심지어 하루 종일의 데이트를 하기도 했다.</span></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렇게 일주일이 지났고,</div> <div>우린 완전히 남이 되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스물 아홉 살을 먹고 이 옷이 나을지 저 옷이 나을지 삼십분을 고를 줄은 상상도 못했다.</span></div> <div>더불어 면접 때 필살기로 샀던 비비크림을 덕지덕지 바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도 그 날 너가 멋있었다고 했으니 그걸로 괜찮은 것 같다.</div> <div><br></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스스로 반성하지 않는다. </span><span style="font-size:9pt;">마지막 카페에서 쓸 데 없이 나의 장래 이야기를 던져 너가 진심어린 조언을 하게 만들어 준 것만 빼면.</span></div> <div>그 시간은 더 즐겁고 진지한 이야기를 했을 수 있었을거다. <span style="font-size:9pt;">아참, 그리고 너가 잠깐 들어갔을 때 평소 안먹던 약을 많이 먹어 잠깐 졸았던 걸 걸린 것도.</span></div> <div>근데 괜찮은 거 맞냐고 조심스레 백 번은 더 물어봐서 그게 더 미안했다.</div> <div>나 그렇게 아픈 사람 아닌데, 너가 그렇게 오해 했을까봐 끝나버린 지금도 걱정된다.</div> <div><br></div> <div><br></div> <div> <div><span style="font-size:9pt;">사실, 이건 별 다를게 없다. 누구나 하나 쯤은 가지고 있는 사랑 이야기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예전의 치열했던 사랑 처럼 눈물이 난 것도 아니고, 잠을 못 잔 것도 아니고, 일을 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span></div> <div>그러나, 이렇게 누군가에 대한 글을 쓴 적은 없다.</div></div> <div><br></div> <div><br></div> <div>너의 웃는 얼굴을 다시 보고 싶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