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겠지만, 추억의 명작인 골든타임에 대한 글이 올라왔었고, <div>거기에 작가의 마지막 한마디에 대해 사람들의 반대가 극심하더군요.</div> <div>물론 드라마 끝에 굳이 이성민씨를 '완장 찬 돼지'라고 비난한 최희라 작가에 대한 반감을 이해합니다.</div> <div>그렇지만, 저는 작가가 그런 말을 한 배경에는 동의합니다.</div> <div>자신의 배우를 모욕한 거 자체는 물론 당연히 잘못되었죠.</div> <div>그렇지만 배우의 연기에 대해 비판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div> <div><br></div> <div>일단 최희라 작가는 이성민씨의 연기력을 비판한 게 아닙니다.</div> <div>다들 아시다시피 이성민씨는 골든타임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보이면서,</div> <div>뛰어난 배우임을 입증했죠.</div> <div>최희라 작가는 이성민씨의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게 아니라,</div> <div>자신의 배역을 넘었다고 비판한 겁니다.(사실 멘트는 비난에 더 가까웠죠.)</div> <div><br></div> <div>여기서 최희라 작가에 대해 말하자면,</div> <div>이성민씨가 뛰어난 배우이듯이, 최희라 작가도 매우 뛰어난 작가입니다.</div> <div>골든타임 말고는 잘 모르시겠지만, 개과천선이라고 또 드라마가 있습니다.</div> <div>법학 드라마인데, 김명민씨라는 나쁜 변호사가 기억을 잃고, 착한 일을 하는 내용이죠.</div> <div>이 드라마 역시 매우 수작입니다.</div> <div>여러 가지 트러블로 조기종영했지만(시청률도 안 나오고, 결말도 엉망이었죠)</div> <div>조기 종영 전의 시나리오를 보면 찬탄이 나올 정도입니다.</div> <div>그리고 작가주의를 완벽히 지키는 작가이기도 하죠.</div> <div><br></div> <div>물론 쪽대본으로도 이름이 높지만,</div> <div>우리나라에서 쪽대본 안 쓰는 작가가 몇이나 될까요?</div> <div>사전제작도 안되고, 중간 중간 ppl이나 시청자 의견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 우리나라에서 쪽대본 안 쓰는 작가는 없습니다.</div> <div>김수현 작가급 되는 사람 아니면 불가능하죠.</div> <div>김수현 작가의 경우는 미리 써놓고, 감독은 그대로 따라가지만,</div> <div>우리나라에서는 감독과의 의견 조율도 있고, 분량을 늘리기도 합니다.</div> <div>제가 제일 좋아하는 박경철 작가야말로 쪽대본 중의 쪽대본으로 이름이 높으니까요(펀치, 황금의 제국, 추격자 작가입니다.)</div> <div><br></div> <div>따라서 우리나라의 드라마 환경과 연결시키자면,</div> <div>작가의 쪽대본은 이해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배우에는 또다른 하중이 전해지죠. </div> <div>바로 작가의 의도를 최대한 이해할 것입니다.</div> <div>얼핏보면 작가가 할 일을 배우가 대신 짊어지는 것 같지만,</div> <div>사실 그렇지가 않습니다.</div> <div>외국의 경우 사전제작을 합니다(그래놓고 개봉을 안하기도 하죠)</div> <div>그리고 보조작가들이 잔뜩 달라 붙고, 연출자와 여러 시간 상의를 하죠.</div> <div>따라서 오랜 시간 +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해주는 보조작가들 + 연출자와의 상의가 되는 셈이죠.</div> <div>반대로 우리나라 작가는 </div> <div>짧은 시간 + 몇몇의 작가 개인의 새끼 작가들 + 급박한 연출자와의 상의 + ppl 억지로 끌어넣기.</div> <div>등등을 수행해야 합니다.</div> <div>작가가 짧은 시간에 그렇게 할 수가 없으니, 당연히 짐을 나눠가져야 하는 겁니다.</div> <div><br></div> <div>본래 목적으로 돌아가서,</div> <div>골든타임의 시놉시스는 원래 이선균의 성장을 다룬 드라마입니다.</div> <div>시놉시스에도 나오고, 시나리오 초반부에도 나오고, 드라마 초반에서도 명확합니다.</div> <div>긴 시간을 들여서 이선균이 어떤 사람인지를 매우 집중적으로 설명합니다.</div> <div>한의학에서 ct만 찍고, 외국 의학 미드를 번역하면서 여유롭게 삽니다.</div> <div>사고가 나도 법이 무섭다며 건드리지 않고, 살릴 수 있는 어린 소녀를 자신의 멍청함으로 죽입니다.</div> <div>그리고 각성하죠.</div> <div>모든 사람들이 그 장면을 보면서 이 드라마는 단순한 의학드라마가 아닌, 이선균의 성장드라마라고 인식했을 겁니다.</div> <div>그런데 마지막 장면을 보시죠.</div> <div>의학드라마는 굉장히 많고, 다들 시청률이 좋습니다만,</div> <div>하얀거탑이 뛰어난 이유는 단순한 의학드라마가 아닌, 의국의 정치를 다룬 색다른 드라마이기 때문입니다.</div> <div>약간의 설정 변경과 드라마 배우들의 능력에 기대는 드라마가 아니라, 시나리오 자체가 멋지기 때문이죠.</div> <div>그런데 저는 후반부의 골든타임에서 다른 의학드라마와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div> <div>그럼에도 후반부의 골든타임은 매우 뛰어난 의학드라마지만, 특색이 사라져 버렸어요.</div> <div>이선균의 성장이 사라짐과 동시에 말입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그 원인은 분명 이성민씨의 독주입니다.</div> <div>드라마 미생처럼 애초에 오과장이 큰 역할을 가지고 있었다면 상관없습니다만,</div> <div>(사실 미생도 오과장님의 롤이 너무 크게 되었죠. 웹툰 미생은 장그래의 미생이지만, 드라마 미생은 오과장님의 미생입니다)</div> <div>골든타임에서 이성민씨의 롤은 이선균의 성장을 돕는 조력자입니다.</div> <div>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이선균씨가 오히려 이성민씨를 부르는 사람이 되었습니다.</div> <div>주제와 주인공이 무너졌습니다.</div> <div>정도전에서 이성계가 더 빛났어도, 정도전의 조재현씨는 빛을 발했고,</div> <div>추격자에서 박근형씨가 더 빛났어도, 드라마 주제는 여전히 남아있었지만,</div> <div>골든타임은 둘 다 무너졌습니다.</div> <div>그리고 여기서 가장 속상했을 사람은 당연히 작가입니다.</div> <div><br></div> <div>w에서 강철이 자기 멋대로 행동할 때, 만화작가는 괴로워 합니다.</div> <div>주인공이 멋대로 행동해도 괴로운데, 조역이 주인공을 다 무너뜨리면 더 괴롭겠죠.</div> <div>단적으로 배우가 극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행동하는 겁니다.</div> <div>축구로 치자면 공격수가 작전대로 패스를 하는 게 아니라 골을 넣은 거고,</div> <div>야구로 치자면 타자가 작전대로 번트를 대는 게 아니라 홈런을 쳐 버린 겁니다.</div> <div>설령 결과가 좋았다고 해도 감독입장에서는 그 선수를 좋게 볼 수가 없을 겁니다.</div> <div><br></div> <div>위에도 밝혔듯이 자기의 배우에게 '완장 찬 돼지'라는 말은 분명 모욕입니다.</div> <div>그것만으로도 작가는 까여야죠.</div> <div>그렇지만 까여야 하는 이유는 이성민씨가 연기를 잘해서가 아닙니다.</div> <div>애초에 최희라 작가는 이성민씨의 연기력을 문제 삼은 게 아니라,</div> <div>연기의 방향을 문제삼은 거니까요.</div> <div><br></div> <div><br></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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