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그래 오늘이 그날이구나...<br />너희들과 내가 친구의 연을 끊은 날.<br />그날도 오늘처럼 비가 왔었지.</div> <div> </div> <div>홍대였다.<br />아는 선배가 마침 근처에서 동창회 후<br />2:1로 남아 술먹고 있는데<br />분위기 심심하니 같이 놀자며 날 부른 것이다.</div> <div> </div> <div>'아아...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2:2 미팅인가'</div> <div> </div> <div>나는 뛰쳐나갔다.</div> <div> </div> <div>하지만 내가 간과한 것은<br />1. 그 선배의 나이가 나보다 6살 많다는 것.<br />2. 그리고 동창회였다는 것.<br />3. 그러므로 여자들 역시 나보다 6살이 많다는 건<br />아이큐 50만 넘어도 할 수 있는<br />흔한 귀납적 추론이었으나</div> <div> </div> <div>가끔 남자는 그런 때가 있다.<br />우뇌가 두개골을 가득 점령하는 때가...<br />일 더하기 일은 백만스물둘이라고 답하는 때가...<br />불행히도 그때 내가 그랬다.</div> <div> </div> <div>망연자실한 마음으로 술자리에 참석하니<br />이미 다들 많이 취해있었다.</div> <div><br />문제는..<br />선배는 내게 자꾸 웃겨보라며 개드립을 강요했고<br />누나들은 영계가 왔다며 </div> <div>쉴새없이 나를 볶아댔다는 것이다.</div> <div><br />고통스러웠다.<br />나도 집에선 귀하게 자란 자식인데...</div> <div> </div> <div>그렇게 술이 나인지 내가 술인지 모르는 사람들에게<br />2시간 정도 시달렸을까...<br />갑자기 선배가 피곤하다며 간다고 했다.<br />아아... 드디어 끝이구나.</div> <div> </div> <div>인간이 고통을 견뎌낼 수 있는 건<br />모든 고통에는 결국 끝이 있다는 것을<br />알기 때문이 아니련가.</div> <div> </div> <div>나 역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알았기에<br />선배의 지속적인 개드립 강요와<br />누님들의 짖궂은 섹드립 세례를 견뎌낼 수 있었다.</div> <div> </div> <div>그러나 뒤이어 들려오는 소리는<br />"ㅋㅋㅋ 그럼 너만 가" 였다.</div> <div> </div> <div>움찔했다.<br />나는 기지를 발휘하여 최대한 자연스럽게</div> <div> </div> <div>"아 그럼 저만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div> <div> </div> <div>라며 시치미 + 능청 패시브 스킬로 작별 멘트를 날렸으나<br />누님들의 손 끝과 눈빛은 정확히 선배를 향하고 있었다.</div> <div> </div> <div>그렇게 난 누님들에게 포획당했고<br />상황은 절망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div> <div> </div> <div>선배가 자리를 뜨자 누님들의 농도는 더욱 짙어졌다.</div> <div>한 번은 자기가 호신술을 배웠다며<br />나에게 치한 연기를 해보라는 거였다.</div> <div> </div> <div>존나 어색하게<br />"아가씨.. 돈, 명예, 권력.. 그 중에 뭘 원해?"<br />라며 별 같잖은 멘트로 연기했는데<br />갑자기 내 팔을 잡더니 확 꺾는거다.</div> <div> </div> <div>어찌나 세게 꺾었는지 난 비명을 질렀고<br />술집 내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br />그 술집은 50평도 넘었는데...</div> <div> </div> <div>가끔 페이스북에 여자랑 싸우는 남자가<br />동영상으로 올라오는데 나도 그걸 보며<br />얼마나 못났으면 남자가 여자랑... ㅉㅉㅉ 했었다.</div> <div> </div> <div>하지만 이 사건 이후로는<br />그들도 나와 같았겠거니... 한다.</div> <div> </div> <div>이어서 궁극에는</div> <div> </div> <div>"오늘밤 누가 이 남자를 차지하느냐"<br />를 가지고 둘이 실랑이를 벌이다</div> <div> </div> <div>"니가 보기엔 우리 둘 중에 누가 낫니?"<br />라는 이지선다형 문제로 출제되었다.</div> <div> </div> <div>나는<br />"둘 다 별론데요"<br />라며 제 3의 길을 걷고 싶었으나<br />아쉽게도 내겐 선택권이 없었다.</div> <div> </div> <div>차마 이성적으로 선택을 하기란 불가능한 경우라<br />마음속으로 유치원때나 하던<br />"어느것을 고를까요 알아맞춰 보세요 딩동댕"<br />마법의 주문을 외우며 랜덤으로 K 누님을 찍었다.</div> <div> </div> <div>정말 단 0.0001%의 사심도 없었음을 강조하고 싶다.<br />이것은 운명이 정한 랜덤일 뿐이었다.<br />K 누님이 어떻게 생겼냐면...<br />이게 참 곤란한 문제인데...<br />그래.. 그냥 이외수다.</div> <div> </div> <div>이외수...<br />출생 음력 1946년 8월 15일 (경상남도 함양)<br />가족 배우자 전영자, 아들 이한얼, 이진얼<br />학력 춘천교육대학교 (중퇴)<br />데뷔 1972년 소설 '견습 어린이들'<br />수상 2010년 제6회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 문화 예술 부문</div> <div> </div> <div>역시나 J 누님의 표정이 싸늘히 얼어붙었다.<br />얼굴에 패배의식이 가득했다.<br />난 마음이 약하다.<br />어떻게든 풀어줘야만 했다.<br />그래서 다시 말했다.</div> <div> </div> <div>"K누님이 낳은거 같아요... 아이를..."</div> <div> </div> <div>J 누님이 빵 터지며 의기양양해 했고<br />난 또 K 누님과 J 누님을 번갈아가며 들었다 놨다<br />위태로운 줄다리기를 해야만 했다.</div> <div> </div> <div>다시 2시간이 흘렀을 무렵<br />이 상황을 타개할 묘수가 떠올랐다.<br />다른 남자들을 끌어들여 누님들의 노리개로 앉히고<br />나는 이 자릴 뜬다는 것.<br />다시말해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었다.</div> <div> </div> <div>난 곧바로 누님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div> <div>"제가 영계라고 하시는데.. 그건 사회학적인 영계죠<br />생물학적으로.. 액면가로 보면 누나들보다 나이 많게 볼걸요?<br />제가 진짜 영계들 소개시켜드릴게요."</div> <div> </div> <div>액면가는 자기들보다 많게 볼거란 말에<br />누나들이 간단히 수긍해버렸다.<br />노안이라서 기뻤던 적은 머리털 나고 처음이었다.<br />ㅅㅂ...</div> <div> </div> <div>나는 핸드폰 연락처를 뒤져<br />평소 가장 얄미웠던 두 놈을 추려내었다.<br />먼저 L군에게 전화했다.</div> <div> </div> <div>"여자 소개시켜줄게 빨리나와!"</div> <div> </div> <div>"이쁘냐?"</div> <div> </div> <div>(그래도 질문까지 하는걸 보니 나보단 낫더라..)</div> <div> </div> <div>"한명은 34-24-34고 또 한명은 글래머야!"</div> <div> </div> <div>"야 택시타고 간다! 30분내로 도착!"</div> <div> </div> <div>뚝...</div> <div>뒤이어 Y군에게 연락했고<br />상황은 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br />훗... 남자들이란...</div> <div> </div> <div>곧 놈들이 들어오는데<br />설레이던 표정들이 걸음이 가까워질수록<br />난처한 표정으로 바뀌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저런 표정... 딱 한번 본적이 있다.<br />스타크래프트 하다가 본진에 핵 맞았을 때...</div> <div> </div> <div>녀석들이 앉자마자 나는</div> <div> </div> <div>"후래자 석잔!"</div> <div> </div> <div>이라며 세잔 연속 원샷을 시켰다.</div> <div><br />이것은 그들에 대한 내 마지막 배려였다.<br />맨정신으론 견디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div> <div> </div> <div>누나들은 이미 많이 취해있었고<br />김흥국은 명함도 못내밀 정도로 친구들에게 들이댔다.</div> <div> </div> <div>핑계를 대며 일어날 구실을 만드려는 친구들에게<br />누나들이 L 선배의 친구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br />무서운 L 선배...<br />놈들은 쉽게 체념하더라...</div> <div> </div> <div>다행히 누나들은 뉴페이스의 등장 이후로<br />내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div> <div>기회는 이 때였다.</div> <div> </div> <div>"전 내일 오전에 일이 있어서.."</div> <div> </div> <div>상투적인 구라였지만 문제될 것은 없었다.<br />그러나... 일어나는 내 손목을 Y군이 잡았다.</div> <div><br />아직도 잊을수 없다.</div> <div>그 악력...<br />그리고 슈렉에 나온 장화신은 고양이의 눈망울...</div> <div> </div> <div>난 거기다 대고<br />"하하 짝 없는 사람은 빠져줘야지"<br />라며 매정하게 돌아섰다.</div> <div> </div> <div>거리를 나서니 비가 여전히 추적추적 오고 있었다.</div> <div>이것은...<br />쇼생크 탈출?</div> <div> </div> <div>쇼생크 탈출을 보면 팀로빈스가 극적인 탈옥 후<br />팔을 벌려 온 몸으로 비를 맞는 장면이 있다.<br />영화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데<br />이 순간 비로소 왜 쇼생크 탈출이 명작인지를<br />이해할 수 있었다면... 지나친 오버일까.</div> <div> </div> <div>그런데 곧 두놈이 내 앞길을 막았다.<br />분노에 가득찬 얼굴로 L군이 소리질렀다.</div> <div> </div> <div>"야! 34-24-34라매!!! 34-24-34라매!!!"</div> <div> </div> <div>단전 깊은 곳에서 터져나오는<br />분노의 사자후였다.</div> <div> </div> <div>난 평정심을 잃지 않고 쿨하게 답했다.</div> <div>"응. 머리-가슴-배 ㅋ"<br />.<br />.<br />.<br />(그리고 훗날 다른놈에게 같은 수법으로 당했다)<br />(삶은 인과응보다)</div> <div> </div> <div>이어서 Y군이 항의했다.</div> <div> </div> <div>"야! 글래머라매!!! 글래머라매!!!"</div> <div> </div> <div>"응. 얼굴이.ㅋ"</div> <div> </div> <div>벙찐 표정의 둘에게<br />어깨를 툭툭 쳐주곤 나는 황망히 달아났다.</div> <div> </div> <div>이후로 녀석들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br />가끔 한 다리 건너 생사만 듣고 있을 뿐이다.</div> <div> </div> <div>센치한 밤이다.<br />이 자릴 빌어 사과하고 싶다.</div> <div><br />계산이라도 내가 하고 왔어야 했는데...</div> <div>이대로 나갔다간 벼락이라도 맞을까 싶어<br />퇴근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div> <div> </div> <div>비야...<br />그치거라...</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가끔 맘 먹고 오유에다 글 쓰면</div> <div>맨날 게시판 못 지킨다고 까여왔어여...</div> <div>그래서 맨날 눈물을 머금고 자삭했어여...</div> <div>나름 5년차 오유인인데 막상 글 올리려면 왜그랬나 모르겠어요.</div> <div> </div> <div>근데 이번엔 유머글에다 올리면</div> <div>100% 베오베 간다고 친구가 그래서 다시 올렸어요.</div> <div> </div> <div>며칠전 페북에 썼던 글인데</div> <div>후루룩 스크롤 내리고</div> <div>"요약좀"</div> <div>이러시면 울어버릴거에요.</div> <div> </div> <div>저 실은 베오베에 페티쉬가 있어요.</div> <div>보내주세요.</div> <div> </div> <div>이따가 흥분할게요.</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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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4/03/25 05:48:00 223.62.***.7 제로의영역
405345[2] 2014/03/25 06:22:12 115.40.***.127 새록샐죽
536782[3] 2014/03/25 06:23:52 211.36.***.245 아로로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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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657[10] 2014/03/25 09:24:37 223.62.***.4 시쓰는쭈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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