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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에게 종종 하던 이야기가 있다. 나는 옛날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중학교 때에 이미 유치원 때나 초등학교 저학년 때의 일을 기억하지 못했고 고등학교에 가자 초등학교 때의 일을 거의 기억하지 못했다.
대학교에 와서는 내 인생이 모두 거기에 있는 양 살았고 금새 고등학교 일은 잊혀졌다.
그래도 내 삶에서 가장 진한 시기였다고 생각했던 대학교 때의 일은 기억할 줄 알았는데 내 생각만큼은 기억나지않는다.
나는 아마도 그 이유가 어디선가 보았던 '현재에 충실하라'라는 식의 이야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과거도 미래도 아니고 현재니
과거를 후회말고 미래를 걱정말고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살라는 맥락의 말이었던 것 같다.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내가 바로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그 사람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예전 일에 매달리지 않았고 항상 지금 당장의 일과 바로 앞의 일을 생각하려 했다.
하지만 그 의식이 너무 지나쳤을까.
지나간 일은 그렇게 그저 나를 스쳐지나갔던 것처럼 어디론가 사라져
내가 뒤돌아보았을 때는 파도가 지나간 모래사장마냥 뚜렷한 흔적없는 민무늬만 남기게 되었다.
나는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내가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고 치열하게 살면 그것이 오롯이 나에게 새겨져 남아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나의 기대만큼 치열하지 못했고 그런 나는 단단한 화강암이 아니었다.
과거의 선택들이 모여 현재의 나를 만든다고 하는데
선택의 순간마다 방황하고 우유부단했던 나의 결정들이 모여 결국 또다시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으로만 남게 했다.
나는 오래된 연인과의 설렜던 순간을 잊었고,
오래된 친구와 함께 고민했던 이야기의 깊이를 잊었다.
그것만이 인생에서 전부인 줄 알았던 열정을 잊고
그저 옛날엔 나도 열심히 했었는데 하며 벌써 철이 지나버린 것 같은 냄새를 풍긴다.
최신의 인지심리학에서 학습과 기억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기전은 '인출'이라고 한다.
단기기억을 일정시간이 지난 뒤 '시험' 혹은 '시도' 등으로 꺼내려 할 때 기억이 강화되고 학습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공부를 할 때 반복적으로 책을 보면 공부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공부의 효과는 미미하고 망각을 막을 수 없으며
단지 한 번을 보더라고 본 뒤에 시험을 친다거나 자기 혼자 머릿속으로 방금 본 내용을 떠올려본다던가 하는 식으로
'인출'을 하면 망각하는 것을 줄이게 된다.
나는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면 내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했지만
단순한 하루의 반복은 어떠한 결과물을 만들 수 없었던 것이다.
하루를 돌아보고 지난 일을 생각하고 추억을 끄집어내보고 그걸 사람들과 나누는 '인출'의 과정이 나는 부족했던 것이다.
그저 잠자리에 누워 이불 뻥뻥찰 일들만이 머리 속에 떠올라 그것들을 되뇌이며
결국 잊고 싶은 기억만을 망각하지 않도록 충실히 '인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출'은 떠올리려는 과정이 힘들면 힘들수록
즉, 잘 생각나지 않는 것을 자꾸 생각하려할 수록 그 효과가 크다고 한다.
글을 쓰는 일은 내가 그래도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일이면서
또 힘들기에 선뜻 하고 싶어지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이제는 머리속에서만 떠다니던 것들과
내 옆을 지나쳐가던 것들을 조금씩 기록해보고자 한다.
지금과는 다르게 하루하루를 새길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오늘을 기록하는 남자라고 나의 이름을 지어본다.
출처 | 내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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