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이하 경어 생략.</div> <div><br></div> <div>나는 올해 서른 초반의 평범한 남자다.</div> <div>어쩌면 평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div> <div>대다수의 관점에서 보자면 ‘나는 이제 연애를 하지 않을 것이오!’라고 선언하는 남자는 어디 한군데가 망가졌거나 괜한 허세를 부리는 것으로 여겨질 테니.</div> <div><br></div> <div>나는 그리 많지 않은 수의 연애를 경험했다.</div> <div>조금 분위기가 좋았던 것을 빼고 ‘연애’라고 불릴 수 있는 것들만 꼽아보자면, 아직도 손가락 다섯 개를 채 접지 못하는 숫자다.</div> <div><br></div> <div>그 연애들을 겪고, 실패하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나 역시 상처를 받으면서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연애를 하지 않을 작정이다.</div> <div><br></div> <div>그러나 보통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는 과정 전에 연애를 시작하고 만다.</div> <div>사실상 자신의 본질에 대해 파악하기 전에 찾아오는 연애감정을 거부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div> <div><br></div> <div>그것은 이성이 지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까.</div> <div>가슴 한켠에서 깜부기불처럼 겨우 목숨을 부지하다가,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을 주는 사람이 나타나면 다시 캠프파이어처럼 타오른다.</div> <div><br></div> <div>다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지 못한 채 이어나가는 연애는 결국 화형대의 불길처럼 스스로를 불태울 뿐이다.</div> <div><br></div> <div>상대방의 행동 하나에, 말 하나에, 표정 하나에 상처받고 아무런 근거 없이 결론을 내린 후 찬란했던 사랑을 쓰레기통에 처박는다.</div> <div><br></div> <div>연락을 자주 하지 않는다거나.</div> <div>자기를 두고 이성친구와 술자리를 가진다거나.</div> <div>자꾸 자기 지갑에서만 돈이 나간다거나.</div> <div><br></div> <div>대다수의 경우 ‘상대방이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고통 받는다.</div> <div>그런 사소한 문제들이 우리를 괴롭게 한다면, 그건 무언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신호다.</div> <div><br></div> <div>내가 몇 번의 연애를 거치면서 자신에 대해 깨달은 것은, 내가 굉장히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점이다.</div> <div>아니, 이기적인 사람이라기보다는 박애주의자가 아니라는 표현이 더 옳겠다.</div> <div><br></div> <div>자, 그렇다면 나만 그럴까?</div> <div>나는 그 질문에 대해 아주 조심스럽게 ‘아니오.’라고 답하고 싶다.</div> <div><br></div> <div>우리는 고통 받지 않는 연애를 꿈꾼다.</div> <div>마치 지그소 퍼즐의 인접한 두 조각처럼.</div> <div><br></div> <div>굳이 이리저리 재지 않아도 철컥하고 맞붙어버리는 그런 연애 말이다.</div> <div>굳이 서로의 살을 깎아가면서 피를 흘리지 않아도 되는 그런 연애 말이다.</div> <div><br></div> <div>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어떤 모양의 퍼즐인지 잘 알고 있어야만 한다.</div> <div>그리고 만약 섣불리 시작한 연애 중 상대방을 내 모양에 맞추거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가 찾아와 너무 고통스럽다면 과감하게 다른 조각을 찾을 줄도 알아야 한다.</div> <div>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나, 그리고 당신이니까.</div> <div><br></div> <div>만약 당신의 지금 연애가 피를 흘려가면서도 유지해야 할 만큼 가치있는 것이라면, 나는 그것을 존중할 것이다.</div> <div>그러나 당신이 고통스러운 연애를 끝내고 스스로에 대해 이해할 시간을 가지려 한다면, 나는 그것을 응원할 것이다.</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나, 그리고 당신.</span></div> <div> <div>우리는 박애주의자가 될 필요가 없다.</div> <div>우리는 맞지 않는 옷 때문에 고통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