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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18_Hellcat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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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27646
    작성자 : R18
    추천 : 4
    조회수 : 296
    IP : 221.155.***.4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7/02/07 01:21:00
    http://todayhumor.com/?readers_27646 모바일
    무작위 단어 글짓기(6)
    abrosia 단식
    tarriance 지연, 연기(延期); 단기 체류.
    quercetum 참나무숲, 떡갈나무숲.


    사내가 드넓은 떡갈나무 숲에 닿는 데에는 꼬박 3년이 걸렸다.

    그 어떤 나라의 지배도 받지 않는 곳. 어쩌면 저승의 일부에 속할지도 모르는 땅.

    라이크레티아의 숲이라 불리는 그곳은 테트교의 성지이자 온 세상을 악귀의 손으로부터 구하는 유일한 보루였다.

    그 곳의 모습은 여느 숲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 년 내내 짙은 안개가 끼어있고, 숲의 테두리를 넘어서면 떡갈나무라곤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빼면.

    사내는 그 숲에 다가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사내의 목적은 그곳에서 잠시 머무는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숲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테트교의 사제에게 ‘잠시 머물다 갈 생각이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사내는 길을 떠난 이후 줄곧 두 다리에게 걷는 것을 맡겨 두고, 머리로는 라이크레티아의 숲에서 해야 할 일들을 수도 없이 예행연습했다.

    그럼에도 숲의 입구로 통하는 진창길에 발을 들일 때는 두려운 마음이 생겼다. 이제 몇 발짝만 더 가면 그토록 그리던 소녀를 만날 수 있음에도.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그는 자기 심장이 그토록 요동치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두려움 때문인지, 아니면 그녀와의 재회에 대한 기쁨 때문인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었다.

    사내가 두근거림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도 그의 두 다리는 성실히 주인의 명령을 따랐다. 인기척이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가 되어서야, 사내는 생각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질척거리는 길이 나있는 것을 빼면 그곳을 숲의 입구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건물도, 하다못해 조촐한 움막 하나도 없었다. 그런 입구의 양쪽에 꾀죄죄한 망토와 후드를 뒤집어 쓴 사제들이 서 있었다.

    턱 끝만 간신히 보일 정도로 후드를 눌러쓴 탓에, 사내는 그들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어쩌면 사람이 아닐 수도 있었다. 사내는 멈추지 않는 두근거림이 두려움으로 말미암은 것임을 인정했다.

    사내가 그들 앞으로 조금 다가가자 그 중 한 명이 천천히 손을 들었다. 손을 덮고도 한참을 남은 긴 소매가 허공에서 축 늘어졌다. 사내는 그들의 심기를 거스를 생각이 없었다. 기특하게도, 그의 두 다리는 주인의 마음을 알아챘는지 사제가 손을 다 들어올리기도 전에 그 자리에서 멈췄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사제의 목소리는 물에 축인 지푸라기마냥 생기가 없었다. 망자들에게 문지기를 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사내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자, 자, 자...”

    그 동안 수천, 수만 번을 되뇌었던 말이 차마 입 밖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어쩌면 그들의 등 뒤에 펼쳐진 것은 사랑하는 그녀가 기다리는 낙원이 아니라 저승으로 이어지는 길일지도 몰랐다. 숨이 울대뼈에 걸려 컥, 하는 소리를 내고 나서야 사내는 가까스로 준비했던 말을 꺼낼 수 있었다.

    “자, 잠시 머물다 갈 생각입니다...”

    사제의 팔이 스르르 제자리를 찾았다. 사내에게는 확신이 없었다. 숲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필요한 암호는 그것이 전부일 터였다. 노잣돈의 대부분을 털어 산 정보였다.

    그러나 사제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사내의 기대를 단번에 꺾어버렸다.

    “성녀께서는 지금 단식 중이십니다. 당분간은 방문자가 필요치 않습니다...”

    순간 사내의 가슴 밑바닥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 그 곱디고운 소녀를 멋대로 데려간 것도 모자라, 허울 좋은 성녀라는 이름을 붙인 파렴치한들을 당장이라도 쓰러트리고 싶었다. 그러나 당장의 울분을 토해낸 대가가 크다는 것을, 사내는 잘 알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그들의 심기를 건드렸다간 1년 뒤는커녕 영영 숲에 발을 들이지 못할 것이다.

    “단 한명... 단 한명도 안 됩니까...?”
    “돌아가십시오.”

    사제는 단호히 거절했다. 

    1년, 고작 1년이다. 1년만 참으면 그녀를 만날 수 있다. 사내는 조금 더 합리적이고 확실한 방향으로 행동하려 했다.

    그러나 1년이다. 자그마치 1년. 그 안에 교단이 새로운 성녀를 데리고 온다면 그는 더 이상 그녀를 만날 수 없다.

    그 윤기 흐르는 머리칼을, 외꺼풀임에도 시원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던 눈을. 귓불을 스치던 차갑고 가는 손가락을. 그와 함께 있을 때면 아름다운 호를 그리던 새빨간 입술을...

    “정말로 안 됩니까?”
    “돌아가십시오.”

    여전히 돌아오는 것은 절제된 거절뿐이었다. 그 어떤 부정적인 감정도 싣지 않은.

    사내는 어깨에 메고 있던 낡은 가죽가방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제대로 걷기도 힘든 진창. 게다가 조금 경사져 있다. 사내는 3년을 쉬지 않고 걸어온 자신에게 남은 체력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며 숨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사제들이 체념하는 것으로 여기도록 크게 심호흡을 한 후, 질척이는 땅을 박찼다. 형편없는 빠르기였지만 사제들은 그를 잡을 수 없었다. 그가 맹렬히 숲을 향해 달려감에도 사제들은 그저 몸을 돌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신발에 달라붙은 진흙 탓에 다리가 무거웠다. 남은 힘을 과대평가했다. 당장이라도 고꾸라질 것 같은 사내의 시야에 유령같은 모습의 사제가 스르르 나타났다. 사제는 사내를 붙잡으려 팔을 뻗었다. 그러나 다리의 힘이 풀린 사내가 무릎을 꿇는 게 더 빨랐다. 운 좋게 사제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사내는 몸을 일으켜 이를 악물고 달렸다.

    그러나 체력의 한계는 금세 찾아왔다. 그가 쥐어짜낼 수 있는 숨은 그리 많지 않았다. 사내의 머릿속에, 얼마 남지 않은 숨결을 더 값진 곳에 써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사내는 목이 찢어져라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 나야! 내가 왔어! --! 널 만나러! 왔다고!”

    마지막 숨이 터져나가는 것과 동시에 사내의 발이 진창에 미끄러졌다. 사내는 꼴사납게 진흙탕 위를 굴렀다. 그는 혀끝에 감도는 씁쓸한 흙 맛을 느끼곤, 몸을 일으킬 기미도 없이 실성한 듯 어깨를 들썩였다.

    ‘그녀를 만날 때는 깨끗한 옷을 입기로 했었는데...’

    사내의 웃음은 곧 울음으로 바뀌었다. 그의 눈에서 흐른 눈물이 뺨에 묻은 진흙을 조금 씻어냈다. 잠시 후 사제들이 스르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은 정말로 유령과 다름없었지만 사내에게 그 따위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사내는 마지막으로 그녀의 이름을 크게 소리쳐 불렀다.

    “--!!!!”

    더 이상 그녀를 만날 수 없다는 슬픔과, 그녀에게 자신이 왔다는 것을 알릴 수 있었다는 기쁨이 빠르게 교차했다. 그가 내는 소리는 더 이상 웃음이나 울음으로 부르기 어려운 것이었다. 다만 그의 눈에서는 멈추지 않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의 곁을 둘러싼 사제들이 그를 일으키려 손을 뻗었다.

    [키이이이--]

    그때, 고요함을 잡아 찢는 귀곡성이 떡갈나무 사이를 헤집고 사내와 사제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워밍업 끝! 이제 원고하러...
    원고가 5천 자인데 워밍업으로 3천 자를 써버리는 체력 낭비...
    R18의 꼬릿말입니다
    장르소설가
    '이력서의 경력란에 마왕이라고 적을 수 있게 되었다.' 연재 중.

    북큐브 : http://www.bookcube.com/storycube/premium/serial_split_list.asp?serial_num=se1914
    문피아 : http://novel.munpia.com/53480
    조아라 : http://www.joara.com/literature/view/book_intro.html?book_code=1082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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