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font color="#ff0000">abrosia 단식</font></b></div> <div><b><font color="#ff0000">tarriance 지연, 연기(延期); 단기 체류.</font></b></div> <div><b><font color="#ff0000">quercetum 참나무숲, 떡갈나무숲.</font></b></div> <div><br></div> <div><br></div> <div>사내가 드넓은 떡갈나무 숲에 닿는 데에는 꼬박 3년이 걸렸다.</div> <div><br></div> <div>그 어떤 나라의 지배도 받지 않는 곳. 어쩌면 저승의 일부에 속할지도 모르는 땅.</div> <div><br></div> <div>라이크레티아의 숲이라 불리는 그곳은 테트교의 성지이자 온 세상을 악귀의 손으로부터 구하는 유일한 보루였다.</div> <div><br></div> <div>그 곳의 모습은 여느 숲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 년 내내 짙은 안개가 끼어있고, 숲의 테두리를 넘어서면 떡갈나무라곤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빼면.</div> <div><br></div> <div>사내는 그 숲에 다가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사내의 목적은 그곳에서 잠시 머무는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숲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테트교의 사제에게 ‘잠시 머물다 갈 생각이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사내는 길을 떠난 이후 줄곧 두 다리에게 걷는 것을 맡겨 두고, 머리로는 라이크레티아의 숲에서 해야 할 일들을 수도 없이 예행연습했다.</div> <div><br></div> <div>그럼에도 숲의 입구로 통하는 진창길에 발을 들일 때는 두려운 마음이 생겼다. 이제 몇 발짝만 더 가면 그토록 그리던 소녀를 만날 수 있음에도.</div> <div><br></div> <div>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그는 자기 심장이 그토록 요동치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두려움 때문인지, 아니면 그녀와의 재회에 대한 기쁨 때문인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었다.</div> <div><br></div> <div>사내가 두근거림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도 그의 두 다리는 성실히 주인의 명령을 따랐다. 인기척이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가 되어서야, 사내는 생각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div> <div><br></div> <div>질척거리는 길이 나있는 것을 빼면 그곳을 숲의 입구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건물도, 하다못해 조촐한 움막 하나도 없었다. 그런 입구의 양쪽에 꾀죄죄한 망토와 후드를 뒤집어 쓴 사제들이 서 있었다.</div> <div><br></div> <div>턱 끝만 간신히 보일 정도로 후드를 눌러쓴 탓에, 사내는 그들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어쩌면 사람이 아닐 수도 있었다. 사내는 멈추지 않는 두근거림이 두려움으로 말미암은 것임을 인정했다.</div> <div><br></div> <div>사내가 그들 앞으로 조금 다가가자 그 중 한 명이 천천히 손을 들었다. 손을 덮고도 한참을 남은 긴 소매가 허공에서 축 늘어졌다. 사내는 그들의 심기를 거스를 생각이 없었다. 기특하게도, 그의 두 다리는 주인의 마음을 알아챘는지 사제가 손을 다 들어올리기도 전에 그 자리에서 멈췄다.</div> <div><br></div> <div>“어떻게 오셨습니까...”</div> <div><br></div> <div>사제의 목소리는 물에 축인 지푸라기마냥 생기가 없었다. 망자들에게 문지기를 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사내의 등골이 서늘해졌다.</div> <div><br></div> <div>“자, 자, 자...”</div> <div><br></div> <div>그 동안 수천, 수만 번을 되뇌었던 말이 차마 입 밖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어쩌면 그들의 등 뒤에 펼쳐진 것은 사랑하는 그녀가 기다리는 낙원이 아니라 저승으로 이어지는 길일지도 몰랐다. 숨이 울대뼈에 걸려 컥, 하는 소리를 내고 나서야 사내는 가까스로 준비했던 말을 꺼낼 수 있었다.</div> <div><br></div> <div>“자, 잠시 머물다 갈 생각입니다...”</div> <div><br></div> <div>사제의 팔이 스르르 제자리를 찾았다. 사내에게는 확신이 없었다. 숲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필요한 암호는 그것이 전부일 터였다. 노잣돈의 대부분을 털어 산 정보였다.</div> <div><br></div> <div>그러나 사제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사내의 기대를 단번에 꺾어버렸다.</div> <div><br></div> <div>“성녀께서는 지금 단식 중이십니다. 당분간은 방문자가 필요치 않습니다...”</div> <div><br></div> <div>순간 사내의 가슴 밑바닥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 그 곱디고운 소녀를 멋대로 데려간 것도 모자라, 허울 좋은 성녀라는 이름을 붙인 파렴치한들을 당장이라도 쓰러트리고 싶었다. 그러나 당장의 울분을 토해낸 대가가 크다는 것을, 사내는 잘 알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그들의 심기를 건드렸다간 1년 뒤는커녕 영영 숲에 발을 들이지 못할 것이다.</div> <div><br></div> <div>“단 한명... 단 한명도 안 됩니까...?”</div> <div>“돌아가십시오.”</div> <div><br></div> <div>사제는 단호히 거절했다. </div> <div><br></div> <div>1년, 고작 1년이다. 1년만 참으면 그녀를 만날 수 있다. 사내는 조금 더 합리적이고 확실한 방향으로 행동하려 했다.</div> <div><br></div> <div>그러나 1년이다. 자그마치 1년. 그 안에 교단이 새로운 성녀를 데리고 온다면 그는 더 이상 그녀를 만날 수 없다.</div> <div><br></div> <div>그 윤기 흐르는 머리칼을, 외꺼풀임에도 시원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던 눈을. 귓불을 스치던 차갑고 가는 손가락을. 그와 함께 있을 때면 아름다운 호를 그리던 새빨간 입술을...</div> <div><br></div> <div>“정말로 안 됩니까?”</div> <div>“돌아가십시오.”</div> <div><br></div> <div>여전히 돌아오는 것은 절제된 거절뿐이었다. 그 어떤 부정적인 감정도 싣지 않은.</div> <div><br></div> <div>사내는 어깨에 메고 있던 낡은 가죽가방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제대로 걷기도 힘든 진창. 게다가 조금 경사져 있다. 사내는 3년을 쉬지 않고 걸어온 자신에게 남은 체력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며 숨을 가다듬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사제들이 체념하는 것으로 여기도록 크게 심호흡을 한 후, 질척이는 땅을 박찼다. 형편없는 빠르기였지만 사제들은 그를 잡을 수 없었다. 그가 맹렬히 숲을 향해 달려감에도 사제들은 그저 몸을 돌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div> <div><br></div> <div>신발에 달라붙은 진흙 탓에 다리가 무거웠다. 남은 힘을 과대평가했다. 당장이라도 고꾸라질 것 같은 사내의 시야에 유령같은 모습의 사제가 스르르 나타났다. 사제는 사내를 붙잡으려 팔을 뻗었다. 그러나 다리의 힘이 풀린 사내가 무릎을 꿇는 게 더 빨랐다. 운 좋게 사제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사내는 몸을 일으켜 이를 악물고 달렸다.</div> <div><br></div> <div>그러나 체력의 한계는 금세 찾아왔다. 그가 쥐어짜낼 수 있는 숨은 그리 많지 않았다. 사내의 머릿속에, 얼마 남지 않은 숨결을 더 값진 곳에 써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사내는 목이 찢어져라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div> <div><br></div> <div>“--!!! 나야! 내가 왔어! --! 널 만나러! 왔다고!”</div> <div><br></div> <div>마지막 숨이 터져나가는 것과 동시에 사내의 발이 진창에 미끄러졌다. 사내는 꼴사납게 진흙탕 위를 굴렀다. 그는 혀끝에 감도는 씁쓸한 흙 맛을 느끼곤, 몸을 일으킬 기미도 없이 실성한 듯 어깨를 들썩였다.</div> <div><br></div> <div>‘그녀를 만날 때는 깨끗한 옷을 입기로 했었는데...’</div> <div><br></div> <div>사내의 웃음은 곧 울음으로 바뀌었다. 그의 눈에서 흐른 눈물이 뺨에 묻은 진흙을 조금 씻어냈다. 잠시 후 사제들이 스르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은 정말로 유령과 다름없었지만 사내에게 그 따위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div> <div><br></div> <div>사내는 마지막으로 그녀의 이름을 크게 소리쳐 불렀다.</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더 이상 그녀를 만날 수 없다는 슬픔과, 그녀에게 자신이 왔다는 것을 알릴 수 있었다는 기쁨이 빠르게 교차했다. 그가 내는 소리는 더 이상 웃음이나 울음으로 부르기 어려운 것이었다. 다만 그의 눈에서는 멈추지 않고 눈물이 흘러내렸다.</div> <div><br></div> <div>그의 곁을 둘러싼 사제들이 그를 일으키려 손을 뻗었다.</div> <div><br></div> <div>[키이이이--]</div> <div><br></div> <div>그때, 고요함을 잡아 찢는 귀곡성이 떡갈나무 사이를 헤집고 사내와 사제들을 향해 달려들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strike>워밍업 끝! 이제 원고하러...</strike></div> <div><strike>원고가 5천 자인데 워밍업으로 3천 자를 써버리는 체력 낭비...</strike></div>
장르소설가
'이력서의 경력란에 마왕이라고 적을 수 있게 되었다.' 연재 중.
북큐브 : <a href="http://www.bookcube.com/storycube/premium/serial_split_list.asp?serial_num=se1914">http://www.bookcube.com/storycube/premium/serial_split_list.asp?serial_num=se1914</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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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 <a href="http://www.joara.com/literature/view/book_intro.html?book_code=1082663">http://www.joara.com/literature/view/book_intro.html?book_code=1082663</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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