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span style="font-family:'함초롬바탕';"></span> </div> <div> </div> <div>정말 지우고 싶은, 지금도 끈임없이 절 괴롭히는 </div> <div>그때 이야기를 들려드릴까합니다.</div> <div> </div> <div>오늘 같이 비오는 날이면 그날 일이 </div> <div>악몽처럼 되살아나네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몇 년전 휴가철을 맞아 </div> <div>오래간만에 서울에서 내려온 친구와 </div> <div> </div> <div>아무런 계획 없이 무작정 여행을</div> <div>떠난 적 있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div> <div>그날따라 비가 어찌나 내리는지...</div> <div> </div> <div>아무리 무계획이라지만 </div> <div>기상청이라도 확인했어야 했는데...</div> <div> </div> <div>  </div> <div>어쨌든 이놈이 운전을 도맡아하고 있는 상황에서 </div> <div>억수같이 내리는 장대비에,</div> <div> </div> <div>시야가 잘 보이지 않았는지 </div> <div>오늘은 더 이상 운전하기 위험하니까,</div> <div>아무데나 숙소잡고 소주나 한잔하자며</div> <div>바로 다음 IC에서 고속도로를 내려오게 되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그렇게 도달한 곳은 아주 한적한 마을이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날은 이미 어둑어둑해졌고 </div> <div>저와 친구는 비상등을 켠 채로</div> <div> </div> <div>술을 살만한 편의점과 </div> <div>오늘 묵을 숙소를 찾아 헤맸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역시나 워낙에 인적 드물고 </div> <div>유동량이 적은 곳이라 그런지 </div> <div> </div> <div>마을이 끝날 때 까지도 마땅한 숙소가 없어 </div> <div>고민을 하던 찰나에,</div> <div>  </div> <div>  </div> <div>뜻밖에 텅 빈 도로 한복판에서 </div> <div>허름한 모텔 한 채만이 </div> <div>덩그러니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그땐 기쁜 마음에 그곳까지 </div> <div>한달음에 달려가 근처에 주차를 시켰지요 </div> <div> </div> <div>그런데, 가까이서 봤더니 </div> <div>매정하게도 간판불은 꺼져있었습니다. </div> <div> </div> <div>한숨이 나왔죠. </div> <div>  </div> <div>  </div> <div>날은 점점 어두워지는데 그 반대로 </div> <div>제 눈앞의 고생길은 아주 훤히 보이더군요.</div> <div>  </div> <div>  </div> <div>친구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는지</div> <div>갑자기 차에서 내리더니</div> <div> </div> <div>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빗속을 뚫고 </div> <div>모텔 입구 방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고, </div> <div>  </div> <div>이내 곧 제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div> <div>  </div> <div>.</div> <div>.</div> <div>.</div> <div>  </div> <div>기다리는 동안 폰만 만지작거리다가 </div> <div>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div> <div> </div> <div> </div> <div>글쎄, 이놈이 벌써 30분이 넘도록 오지 않고 있는 겁니다.</div> <div>  </div> <div>  </div> <div>전화를 해봤지만 녀석이 급하게 뛰어나가느라 </div> <div>휴대폰을 차에 나두고 간 것을,</div> <div> </div> <div>곧바로 깨닫고는 점점 불안함이 엄습해오기 시작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비가 엄청나게 내렸기에 </div> <div>혹시 사고라도 나지 않았을까, 하구요</div> <div>  </div> <div>  </div> <div>그래서 직접 가보기로 결심했고, </div> <div>주차한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div> <div>입구까지 달려가는데도 완전히 쫄딱 젖어버렸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멀리서도 확실히 허름해 보였는데</div> <div>가까이서 보니 더욱 가관이더군요.</div> <div>  </div> <div>  </div> <div>정문도 유리문이 아니라 축축히 젖어버린 나무로 되어있고, </div> <div>쇠 손잡이는 녹이 슬어 손으로 잡으면</div> <div>그대로 묻어날 것만 같은.., 그런 비주얼이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이러한 생각도 잠시, </div> <div>문고리를 돌리자마자 끼익-거리며 열리기 시작했고,</div> <div> </div> <div>겨우 앞이 보일만큼의 어두운 조명만이 </div> <div>천장에서 꿈뻑거리고 있는 복도풍경이 펼쳐졌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계세요 - ”</div> <div>  </div> <div>  </div> <div>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러 <br>얼굴을 잔뜩 찡그리고</div> <div>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는데, </div> <div> </div> <div>갑자기 왼팔을 누가 덥석- 잡는거에요</div> <div> </div> <div>  </div> <div>긴장하고 있던 탓에 짧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div> <div>손의 출처를 따라가 보니</div> <div> </div> <div>  </div> <div>어두워서 보지 못했는데 왼쪽 벽에 </div> <div>조그맣게 창문이 뚫려있고,</div> <div> </div> <div>머리 벗겨지신 분이 1평 남짓도 안돼 보이는 방 안에 </div> <div>스탠드만 켜놓은 채로 계셨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젊은 청년이 뭘 그리 놀래 - ” 하시면서요</div> <div>  </div> <div>  </div> <div>그래서 간판 불도 꺼져있어서 영업안하는 줄 알았다고 하니까,</div> <div> </div> <div>후미진 곳이라 장사가 워낙 되지 않으니 </div> <div>전기세 아끼려 그런다면서..,</div> <div>  </div> <div>  </div> <div>그러면서 곧바로, </div> <div>아까 들어온 청년 찾느냐고 그쪽에서 먼저 물어보시는 겁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그래서 그렇다고 하니 402호에 벌써 방을 잡고 들어갔다고...</div> <div>처음에는 어이가 없었는데 한편으로는, </div> <div> </div> <div>무언가 미심쩍기도 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어쩔 수 없이 투덜대며</div> <div>어두운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서부터는,</div> <div> </div> <div>오히려 말도 안 되는 상황과 분위기에 </div> <div>알 수 없는 두려운 감정까지 들더군요.</div> <div>  </div> <div>  </div> <div>그리고 그러한 감정의 끝은 방에 도착했을 때입니다.</div> <div>  </div> <div>  </div> <div>복도에서 402호만이 활짝 열려있었고, </div> <div> </div> <div>그 녀석은 온데간데 없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아니, 정확히는 그녀석의 신발 한짝 만이 방안에 나뒹굴고 있었습니다.</div> <div>  </div> <div>그러면서 동시에 제 머릿속을 스치는 것은</div> <div>좁은창문 틈 사이로 나를 올려다보던 아저씨의</div> <div>  </div> <div>그 게슴츠레한 눈빛.</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나는 함정에 빠졌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아니나 다를까 저 멀리 계단아래서 </div> <div>발자국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div> <div>  </div> <div>아주 천천히, </div> <div>  </div> <div>  </div> <div>숨죽여 올라오는 소리였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그것을 인지했을 때는 정신이 아득해지며 </div> <div>현기증이 일어날 정도였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이제는 생존에 위협까지 받으며 </div> <div>급하게 이리저리 둘러보는데,</div> <div> </div> <div>구석에 1층에서는 보지 못했던 </div> <div>엘리베이터가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딱히 상황판단을 할 겨를 없이 저 사람을 피해 </div> <div>내가 더 빨리 내려가야만 한다는 생각으로</div> <div>엘리베이터로 발소리를 최대한 죽이며 내달렸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마침 4층에 와있었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자마자 </div> <div>1층을 누른 뒤 닫힘 버튼을 연타했습니다. </div> <div> </div> <div>그리고 끼이익- 소음을 내며 닫히는 문 틈사이로 </div> <div>  </div> <div>  </div> <div>어느새 다 올라온 아저씨의 실루엣과 함께 </div> <div>양손에는 무엇인가 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굉장한 소음을 내며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소리를 뚫고 </div> <div> </div> <div>쿠당탕 거리며 계단을 따라 내려오는</div> <div>그 남자의 거친 발소리도 함께 들렸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빗물인지 식은땀인지 모를 뜨거운 액체가 눈앞을 가리기 시작했고,</div> <div>저는 애꿎은 발만 동동 구르며 </div> <div> </div> <div>엘리베이터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렸습니다.</div> <div>  </div> <div>3</div> <div>.</div> <div>.</div> <div>2</div> <div>.</div> <div>.</div> <div>  </div> <div>1 !</div> <div>  </div> <div>문이 열리자마자 먼저 도착해 앞에 서있는</div> <div>그 아저씨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그리고 그의 양손에는 모텔수건이 들려있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모 . 텔 . 수 . 건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아니 청년, 뭐 땀시 그러는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div> <div>엘리베이터에 급하게 타는 것보고 나도 놀래서 같이 뛰어내려 왔잖애”</div> <div>  </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실은 이랬습니다.</div> <div>  </div> <div>친구는 사실 차에서부터 응아-가 마렵다고... 징징댔었는데</div> <div>  </div> <div>갑자기 모텔쪽으로 달려간 것도 곧 쌀 것 같아서였다고요...</div> <div>  </div> <div>  </div> <div>신발도 제대로 벗지 못하고 화장실에서 </div> <div>큰일을 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막상 변기에 앉아 한건하고 보니 그제서야 제 생각이 났는데 </div> <div>전화를 하려해도 폰은 나두고 왔고, 변비까지 있었더라는 ....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아... 그 주인장님이요?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div> <div>비에 쫄딱 젖은 모습을 보고는 </div> <div> </div> <div>수건을 더 가져다 주실려고 그랬던 것이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정말 지우고 싶던 인생 역대 급 쪽팔림이었습니다. ^,^* 앙</div> <div> </div> <div>물론 당시에는 아주 자연스럽게 대처했었지만요ㅎ</div> <div> </div> <div>  </div> <div>어느덧 납량특집의 계절인 여름이 왔네요 </div> <div> </div> <div>하 , 하 , 공게 흥하길바랍니다-</div> <div> </div> <div> <br></div> <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