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정말 친했던 친구가 어느 순간부터 연락두절 됬었는데 수십년이란 시간이 지나 우연히 SNS의 발달로 연락이 닿게되었고, 내가 분가한 지역과 가까이 있는 사실을 알게되어 그 녀석이 혼자 거주하고 있는 동네를 찾아가게 되었다 <br><br><br> <br>동네 술집에서 소주 한잔하며 그동안의 회포를 풀다가 때마침 월드컵 새벽 경기를 기다리는데 지루해서 그 녀석이 사는 단칸방으로 향해 플스로 축구게임을 하며 맥주 한잔 하고 있었다. <br><br><br><br>그러다가 내가 골을 넣음과 동시에 흥분해버려서 맥주캔을 엎어버렸는데 <br><br><br> '시발!! ' <br><br><br>뜬금 없이 소리 지르며 그 녀석이 내 뺨을 후려쳤고 순간 정적이 흘렀다. <br><br><br>나보다 더 당황한 그의 얼굴을 보며 멍때리고 있는데,<br><br><br> '미.. 미안.. 사실은 내가.. 결벽증이 생겨서..' <br>하며 자신이 겪었던 깊고 어두운 이야기를 꺼냈다. <br><br><br><br><br><br>그 친구는 어릴적부터 나에게 종종 부모님의 다툼에 대해 말했었는데, 내가 모르는 사이 그 부부싸움이 날마다 격해져 폭행으로까지 이어지고 이혼하게 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고한다. 그리고 그 어머니는 그 녀석을 데리고 도망치듯 떠났는데, 물론 나를 포함한 모두에게 그런 사정에 대해 말도 못꺼내고 홀연히 가버린것이겠지<br><br><br><br>그런데 이혼하게 되면서 어머니의 행동이 이상해졌다고 한다. 평소 강제적이던 집안일에대해 혐오를 느껴서 인지 빨래나 설거지, 청소같은 위생적인 일에 관심 자체를 끄게 되어 집이 쓰레기장처럼 되어갔고 그 녀석은 그때부터 집안일을 어쩔 수 없이 도맡아하는 과정속에서 깔끔함이 몸에 익게 되었다고한다. <br><br><br><br>그것은 성장과정에서 결벽증이라는 병적 행위까지 이르게 되었다. 냉장고의 음료수나 냉동 따위를 진열할 때 꼭 상표가 보이게 분류하였고, 액자가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심장이 터질만큼 신경을 쓸 정도 였으니까 <br><br><br> 그런데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지만 대게 그런 사람들이 직장에서 일하는데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상사에게 신임받는 사원이라는 사실을. 책상이며 각종 문서자료, 포트폴리오 할 것 없이 뭐든 눈에 보이는 것은 정말 칼같이 정리하고 분류했으니까 그럴 만도 했다 <br><br><br>그랬기때문에, 그 당사자는 남들보다 깔끔함이 지나치다고 해서 그것을 문제삼을 생각도 안하지 않나 추측해본다 <br><br><br>그러던 어느 날 그 회사 부장의 추천하에 수도권의 직속상위 업체인 기업에서 특채의 기회가 주어졌고, 그 녀석은 그 제의를 거절 할 이유가 없었다고 하며 곧바로 짐을 싸 회사 주위의 잠깐 머물 집을 찾고 있었다고 한다<br><br><br> 하지만 어딜 가도 지방에 살아와서 그런지 수도권의 집 값에 대해 새삼 실감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br><br><br> 그래서 좀더 외곽으로... 외곽으로... 나가다보니, 서울지역에서 조금 벗어나지만 그래도 나름 접근성이 용이한 지역에 정착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산동네 같은 곳이긴 했지만, 조그마한 마트며 각종 시설에 있어선 없는 것 빼곤 다 있는 그런 동네였다고 한다 <br><br><br>그곳을 발판으로 열심히 일해 더 돈을 벌고 제대로 된 집을 살 계획의 전초전으로 비록 허름하지만 내부는 나름 깔끔한 곳을 택하여 이곳에서 꿈을 펼치리라 다짐 했었는데 <br><br><br>그 곳에서 그 결벽증 증세가 .. 정점을 찍게 되는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정말 말도 안되는 사건이... <br><br><br><br><br><br><br> 어느 날 , 유난히 덥던 새벽에 그 녀석은 새로운 회사 동료들과 술한잔 후 택시를 타고 집에 갔다고한다. 도착하자마자 하루종일 땀과 먼지에 찌든 몸을 박박씻고 취한상태로 청소는 하고 잘거라고, 깨끗이 소독한 걸레를 들고 단칸방 가장 위인 장롱 위부터 먼지를 닦기 시작하는데 그 이유는 바닥부터 닦으면 위를 닦을때 먼지가 다시 내려온다나 뭐라나.. <br><br><br><br>그런데 문제는 장롱위로 하루이틀사이에 쌓인 먼지위에 찍힌 의문의 손바닥 자국을 발견 했을 때 부터 였다고 한다. <br><br><br>딱 그 시점이후로 출근했다가 밤늦게 귀가하면 평범한 사람들은 절대 모르는 것들이지만, 화장품의 방향이 왼쪽으로 15도정도 돌아가있다던지 TV위 먼지가 살짝 쓸려가 있다던지, 평평히 펴논 이불이 조금 접혀있다던지 그런 것들을 인지하고서는 누가 이 방에 침입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br><br><br>더욱 문제는 그게 하루만 그런것이 아니라, 그 다음날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br><br><br>그런데 상식적으로 말이나 되는가? 가령 도둑이 물건을 훔치는 동시에 흔적을 안남길 요량으로 서랍을 열었다가 다시 닫는 그런 과정이라고 해도, 훔친 물건도 없었을 뿐더러 누가 그렇게 결벽증세가 있는 그 녀석만이 겨우 알아볼정도로 디테일하게 원위치 시켜놓냔 말이다. 더더욱이 하루도 아닌 이틀씩이나,.. <br><br><br><br>어쨌든 그 이후 아침에 출근하기전에 카메라로 그런 물건들을 하나씩 찍고, 퇴근을 한후 다시 찍어서 둘을 비교하며 봤는데, 정말 미묘하게 물건들이 흐트러져있었다. ' 이건 확실하다..! ' 그 친구는 자기 물건들을 누군가 고의적으로 손을 댄것이라 확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신고한다한들, 현실적으로 범인이 잡힐 그런 물증이 아니기때문에 한참을 고민하다가 생각한것. 그것은 잠복이였다. <br><br><br><br>하루 휴가를 내고 그날 아침에 깔끔하게 잘 다려진 양복을 입고 30분정도 구두를 닦은 후 집밖에나와 회사가는 척 하며, 평소에는 자물쇠로 잠궈놓는 후문으로 빙 돌아 다시 집으로 들어가 장롱안에서 잠복했다고 한다. <br><br><br>그 얘기를 듣는데, 속으로 결벽증세가 심각하면 이정도 집착으로 나아갈수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br><br><br><br>그렇게 4시간이나 흘렀나, 오후 1시 점심때쯤이었다고 한다. 슬슬 배고파지기 시작하고 장롱안에 쭈그려서 확실하지도 않는 범인을 잡을거라 이러고 있는 자신이 점점 한심하다고 생각이들때 즈음.... <br><br><br><br> 철커덕 - <br>누군가 아무렇지도 않게 잠궈놓은 대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왔다고 한다. 흠짓 놀라며 급상승하는 심박수가 귓가에 울리는 것을 느끼며, 장롱 문 틈사이에 얼굴을 좀 더 가까이 붙여 지켜보았다.<br><br><br> ' 세상에 ..' <br><br><br> 지저분한 머리가 너무 길어서 무릎까지 닿을 정도였다고.. 그 친구는 ' 이세상과는 괴리감이 느껴지는 여자였다 '며 소름이 왕창 돋은 팔을 보여주고는 이야기를 계속이어갔다<br><br><br> 그 여자는 성큼, 성큼 걸어오더니 방한가운데 서서 바닥을 보고 가만히 ...말그대로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더란다. 패닉에 빠진 그 녀석은 문틈 사이로 식은 땀을 흘리며 뭐하는건가..지켜보고있었는데, 그 년이 십분이 지나고 삼십분이 지나도 마찬가지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더란다 <br><br><br><br> 긴 머리카락을 앞으로 늘어뜨려 바닥만 보고 있던 그 여자. 정확히 오후 2시 뻐꾹이시계가 울릴때 드디어 조금씩 몸을 양옆으로 움직이더란다.. 친구는 이상황이 너무나 말도안되고 무서워서 어찌할바를 모르고있는데 그 여자는 어느순간 갑자기, 고개를 떨군 상태로 기이한 소리를 내며 몸을 미친듯이 양옆으로 흔들었다<br><br><br> '아아.. '<br><br> 그러자 그 기나긴 머리카락이 양옆으로 휘휘 날리며 TV위 먼지가 슬쩍쓸리고 화장품을 건들더란다<br><br><br> '끼이이이- 끌끌- ' <br><br><br><br> 아뿔싸, 그 친구가 여태 자기가 인지했던 물건들의 그 작은 움직임이.. 저 더러운 머리카락으로 인해 되었다고 생각하니 엄청난 소름이 등골을 타고 돋았고, 역겨워서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br><br><br>동시에 조그마한 단칸방 전체가 그 여자의 머리카락으로 휘날릴때 얼굴을 보게 되었는데, 눈을 위로 뒤집어까고 히죽히죽웃는 모습이 마치 귀신을 눈앞에서 보는 느낌이였다고 한다 <br><br><br><br> 그 와중에 장롱안에서 무릎이 너무저려 자세를 고쳐잡느라 살짝움직일때 장롱문을 살짝건드렸는데, 그 여자가 고개를 휙 돌리더니 위로 올라갔던 동공이 천천히 내려오며 자신의 눈과 마주쳤다고 한다<br><br><br><br> 등뒤로 흐르는 식은땀과 흐려지는 정신줄... 더욱이 충격인 것은,<br><br><br><br> 그 여자는 장롱안에 숨어있는 친구를 발견하고 이내 아무렇지도 않듯, 친구의 침대쪽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이불을 양 손 집게손가락으로 꼬깃꼬깃거리며 아주 미세하게 흐트렸고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그대로 달려 도망갔다고 한다 <br><br><br> 마치 그 친구 자신의 결벽증세를 겨냥하고 일부러 장난치는 것 처럼,<br><br> <br>그 녀석은 장롱에서 빠져나와 풀린 다리를 부여잡고 한동안 멍하니 천장만 바라봤다고...... <br><br><br><br><br><br><br> 후에 신고는 했지만 잡힐 턱이 없었고, 바로 그 집을 처분하고 나왔다고한다. 열쇠는 어떻게 생긴건지, 자기자신의 증세는 어떻게 알았는지, 목적이 무엇인지, 정체가 무엇인지, 아니면 애초에 자기가 정신이 나갔었던건 아닌건지...... 그 날 이후 수 년이 지난 지금도 아무것도 모르지만, 너무나도 뜬금없고 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br><br><br><br><br><br><br><br> 실화 <br><br><br><br><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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