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본 건, 단 한번. 5집 콘서트때였다. 그 외에는 말한번 나눠본 적 없는 사이다. <div>나는 당신의 시디를 몇 장 가지고 있고, 당신이 진행하던 라디오를 자주 들었다. </div> <div>앞날의 막막함에 대해 술김에 적은 내 글을, 당신이 방송에서 읽고는 답을 해준 적이 한번 있었다.</div> <div>한쪽 뇌리에 선명한 그 날의 대답이 지금 내 머릿속을 얼핏얼핏 스친다.</div> <div><br></div> <div>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지 못하고, 겉돌기 일수 였던 사춘기시절.</div> <div>내밀한 마음을 들키기 싫어서, 사람들에게 공격적으로 대하던 그때에</div> <div>당신의 방송을 만났다.</div> <div>그 속에서 당신은 재미있고, 실없고, 진지하고, 유쾌하고, 현명하고, 이기적이고 매력적이었으며</div> <div>나는 어느 순간부터 당신의 말투를 따라하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말하는 방식을 훔치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을 따라하고, </div> <div>논리를, 철학을, 엿들으며 걸음마 하듯 배웠다.</div> <div>나의 언어의 절반은 당신에게서 왔다.</div> <div><br></div> <div>당신의 말을 배움으로써</div> <div>사람들에게 공격적이던 말투도 잦아들고, 좋은 친구들도 만들게 되었다.</div> <div>당신을 따라 책도 읽고, </div> <div>세상을 겪고,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나이를 먹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당신의 말이 항상 옳은 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되었지만.</span></div> <div>그렇다고 당신이 싫어지진 않았다.</div> <div>이제와 생각해보면 고마움이 더 크다.</div> <div><br></div> <div>당신이 만든 음악</div> <div>당신이 나오는 방송 </div> <div>당신의 말</div> <div>당신의 책</div> <div>들을, 전부는 아니지만 챙겨보았고.</div> <div>이전만큼은 아니여도.</div> <div>당신을 따라가고 있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누군가는 비웃겠지만, 당신은 나의 친구이자 식구였다.</span></div> <div>따라가고 싶은, 큰형 같은 존재였다.</div> <div>언제까지나 내가 도저히 따라가지 못할 성취를 이룩하면서 </div> <div>앞서있기를 원했다.</div> <div>창작자로서, 인간으로서.</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저, 당신이 밉다.</span></div> <div>나는 당신마저 잃어야 하는가.</div> <div><br></div> <div>나는 신해철이라는, 내 친구를 이렇게 일찍 잃어야 하는가.</div> <div>내 앞에, 더 오래, 다가가야 할 목표로 있어주길 원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div>모르겠다. </div> <div>그저, 서글프고 황망하다.</div></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