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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art_2195
    작성자 : 8비트
    추천 : 0
    조회수 : 658
    IP : 175.117.***.10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1/12/13 21:56:09
    http://todayhumor.com/?art_2195 모바일
    [자작소설] 버스안에서
    민준은 집을 나오며 이어폰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이어폰에서 울리는 음악이 그를 세상으로부터 단절시켰다. 민준은 하나의 감각을 단절시킨 그 감각이 좋았다. 그가 원하지 않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어오지 않는 것이 좋았고, 자신이 걸어가는 길이 자신만의 길 같아서 좋았다. 음악으로 단절된 세상에 만족했다. 

    그는 학교에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좋아하는 자리인 왼쪽 앞바퀴에 앉았다. 버스에 실려 흔들리는 느낌은 박자를 맞추며 길거리를 걷는 느낌과는 또 달랐다. 버스의 흔들림과 어울리는 음악을 골라서 재생시켰다. 
    민준은 버스 안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심각한 표정으로 목적지에 닿기를 기다렸다. 사람들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대화를 나눴다. 어떤 사람들은 민준과 마찬가지로 음악을 들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옆에 함께 앉은 사람들과 재잘거렸다. 무심히 고개를 돌리다가 누군가가 민준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녀는 와인색의 니트티에, 노란색과 갈색이 교차된 스커트와 유행을 살짝 지난 듯 한 니삭스를 신었다. 민준은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면서, 그녀의 다리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가 일어난 자리에 짐을 들고 버스에 탄 아주머니가 앉으면서 그에게 고맙다고 눈인사했다. 그는 무작정 그녀에게 걸어갔다. 

    '말을 걸어보고 싶다' 

    민준이 그녀를 본 순간 그녀와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어떤 목소리를 가지고 있을지 궁금했다.

    '어떤 말을 하지?' 
    '그녀는 어떤 사람일까' 

    그는 그녀에게 걸어가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버스 뒤쪽 출입문 쪽에 서있는 그녀에게 다가서자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보였다. 그녀의 입술은 약간 고집스러워 보였다. 목선에서 어깨선으로 이어지는 선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는 점점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민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민준과 그녀는 눈이 마주쳤다. 경계심보다, 호기심이 더  짙은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그 눈을 보자 민준은 겁이 났다. 그녀의 눈이 자신을 향해 경멸에 찬 눈으로 본다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내릴 때를 지났지만, 민준은 내리지 못했다. 그녀의 곁에 서서 계속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 갈래로 질끈 묶은 그녀의 머리에, 살며시 가려진 그녀의 뒷목은 서늘한 아름다움을 지녔다. 길이가 닿지 않아 몇 가닥 내려온 애기 머리와 그 밑으로 난 솜털들이 그를 숨 막히게 했다. 

    '말을 걸어볼까?' 

    그는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예전에 인기 있던 CF에서처럼 '저 이번에 내려요'라고 해볼까? 아니면 시간 괜찮으시면 커피 한잔 하시겠어요? 아아, 이건 요새 고등학생들도 안하겠다. 무작정 마음에 든다고 만나보지 않겠냐고 해볼까? 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녀 주위를 맴돌았다. 그의 귀에 달라 붙어있는 이어폰들은 그를 비웃듯이 웅얼거렸다.

    민준은 그녀의 옷에 붙은 실밥을 발견했다. 왼쪽 어깨위에 하얀색의 먼지뭉치였다. 그것이 무엇인지 중요하지 않았다. 민준은 그 실밥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우선 이것을 떼는 거야 그러면 그녀는 돌아보겠지? 그러면 자연스럽게 인사 하는 거야, 아니지 인사하는 게 이상하잖아. 그냥 뭐가 붙어 있네요. 라고 말할까? 아니야 그러면 그냥 먼지를 떼어내고 돌아설지 몰라. 인기가 좋으신가봐요. 하면서 먼지를 떼어낼까. 그러면 그녀가 웃을꺼야 그러면 저도 들러붙고 싶어요 라고 할까? 아니 그건 변태같잖아. 그냥 나를 돌아보면,웃는 게 예쁘시네요 라고 할까? 그러자 그러면 다음 대화도 이어질거야. 그리고는 대화를 계속하다가 무작정 그녀가 내리는 곳에 따라 내리는 거야 당신하고 이야기하고 싶어서 따라왔다고 하자 그래 그렇게 하자' 

    썩 마음에 드는 계획은 아니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자고 결심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어께에 손을 가져갔다. 

    '이제 그녀가 돌아 볼거고, 그러면 나는 준비한 말을 하면 된다. 그녀가 웃는다면 성공이다. 정말 웃을까? 분명 안 웃으면 어떻게 하지. 아니 웃을 거다. 그랬으면 좋겠다‘

    민준은 그녀의 옷에 붙은 먼지를 조심스레 떼어냈다. 그녀가 돌아보지 않는다. 

    그녀는 돌아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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