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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비트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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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art_2169
    작성자 : 8비트
    추천 : 1
    조회수 : 835
    IP : 180.71.***.8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1/12/10 22:33:10
    http://todayhumor.com/?art_2169 모바일
    [SF소설] Desert Rain
    SF 단편소설입니다. 좀 기니까 시간되실때 찬찬히 읽어보세요.

     Desert Rain
     by Mark L. Van Name & Pat Murphy

     테레사는 용접된 강철 튜브로 이루어진 골조를 올려다 보았다. 높이는 9피트, 너비는 6피트 정도였다. 골조 안으로는 언뜻 보기에는 무질서하게 얽힌 강철 트랙들이 희미한 빛을 발하며 얽혀있었다. 트랙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1인치 짜리 쇠공들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배열되있었다. 테레사는 조각의 비탈에 매달린 끈을 당기고는 더 잘 듣기 위해 눈을 감았다.
     금속을 스치는 또다른 금속의 희미한 속삭임과 함께 문이 열리면서 첫 번째 공이 트랙의 홈파인 표면을 따라 덜거덕거리며 내려가기 시작했다. 공이 첫 커브를 지나면서 방아쇠를 건드렸고, 두개의 공이 더 풀려나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어느새 십여 개의 공이 멀리서 들리는 천둥과 같은 소리를 내며 트랙을 따라 내려가게 되었다.
     음악은 천천히 시작됐지만 공들이 트랙을 따라 내려가면서 그 소리는 점점 빨라졌다. 첫 번째 공이 일련의 소리굽쇠를 건드리자 세개의 높은 음이 울려나왔다. 다른 공이 금속 리드의 표면을 덜컹거리고 지나간 후 달가닥거리며 문들의 미로사이를 달려갔다. 모든 공은 서로 다른 길을 갔다. 벨을 울리고, 종을 치고, 소리굽쇠에 부딪히면서.
     첫 번째 공이 바구니에 도착해서야 소리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다른 공들이 첫 번째 공의 자리 로 모이면서 그 소리는 마침내 완전히 사라져갔다.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테레사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바라던 음악이 아니었다. 전혀 비슷하 지도 않았다. 그녀는 더이상 원래의 작곡이 어떤 것인지 조차도 생각할 수 없었지만 이것이 아니 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작품에서 나오는 소리는 너무나 기계적이었고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
     그녀가 산타페 예술 위원회에 처음 자신의 작품 의도를 밝혔을 때 그것은 물의 정수, 그 흐름과 돌진을 표현하기로 한 것이었다.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도시를 위한 물 없는 샘이 바로 그것이었 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양철 지붕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이나 부서지는 파도의 소리를 떠올리게 할 음악을 원했지만 지금 들려오는 소리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트럭의 소음일 뿐이었다.
     그녀는 돌아서서 사막으로 향한 유리문을 바라보았다. 늦은 칠월의 태양이 지고 있었고 회백색 토끼풀 더미가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풍경은 문 바로 바깥쪽의 판석을 깐 테라스에서 올 라오는 열기로 인해 살짝 뒤틀린 채 일렁이고 있었다. 그녀는 더위와 고요에 둘러싸인 채 홀로 있 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마린 헤들랜드 아트 센터의 그녀의 크고 외풍이 심한 스튜디오에서 보이던 바깥 풍경을 떠올렸다. 거기서는 언제나 추위를 느꼈다. 초가을에서 늦은 봄까지 그녀는 털 양말 과 오리 털 조끼를 입고 있어야 했다. 매년 겨울 그녀는 결코 낳지 않는 감기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뒤틀린 창문 틈사이로 새어들어오는 바람에서는 소금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창문으로는 끊임없는 파도로 살아 숨쉬는 바다가 보였다. 바람은 풀밭을 어지럽히고 사이프러스 나무의 가지 를 흔들었다. 조그만 사람들의 모습이 해변에서 보였다. 모래밭에서 도약을 연습하는 아트 센터의 댄서, 앉은 채 바다를 쳐다보는 남자, 손을 잡고 걷고 있는 두 여자.
     그녀는 냉방이 잘 되어있는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고는 눈을 떴다. 사막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 었다.
     그녀는 스튜디오에서 집으로 통하는 문을 두들기는 소리를 들었다. 갑작스러운 방해에 순간적으 로 기뻐하면서 그녀는 "들어와요!" 라고 말했다. 제프가 문을 열었고 그녀는 "오늘은 좀 빨리 퇴 근했군요. 반가워요." 라고 말했다.
     제프는 테레사보다 다섯살 많은 설흔일곱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흥분했을 때는 마치 꼬마아이 처럼 보였다. 자꾸만 눈을 가리는 한 가닥의 갈색 머리를 계속 빗어 넘기고 있었다. 테레사는 지 난주에 이발의 필요성을 그에게 이야기했지만 그는 단지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그의 생각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는 약속을 하기에는, 아니 다른 어떤 일을 하기에도 너무나 바쁘다고 말했었 다.
     그는 지금 테레사를 보며 씩 웃고 있었다. " 난 아까부터 여기 있었지만 당신이 작업하는 동안 에는 방해하고 싶지 않았어. 집 나머지 부분에 시스템을 마저 설치하려고 일찍 왔던 거야. 이젠 다 됐어." 제프를 알게 된 이래로 제프는 자신이 "시스템"이라 부르는 가사일을 돌볼 수 있는 일종의 컴 퓨터 프로그램의 연구에 매달려있었다. 그들이 신혼 여행에서 돌아온 후 지난 넉달동안 제프는 그 프로젝트에 완전히 몰두해 있었다. 작업중이 아닐 때는 그는 집에서 최초의 동작 실험을 하기 위 해 카메라를 달고 모니터와 마이크를 모든 방에 설치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그 동안 내내 그는 이 시스템이 전화를 받고 음악을 틀고 에어컨을 조정하고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는 등 그녀의 생활을 한층 편하게 해줄 거라고 그녀를 확신시키려했다. 테레사는 그의 노력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수 입은 확실히 보장하는 제프의 또다른 컴퓨터 프로젝트의 하나로 회의적이나마 믿기로 했다.
     "이제 인격을 결정하는 일만 남았어. 당신이 좀 도와주면 좋겠는데. 얼굴을 디자인하고 목소리 를 고르는 뭐 그런 일들 말이야." 그녀는 마음이 편치 않은 느끼면서 청바지 주머니에 두손을 집어넣었다. "난 컴퓨터는 하나도 몰라요. 당신도 알잖아요." "아무것도 몰라도 돼. 하지만 재미있을걸. 게다가 당신이 직접 인격을 결정한다면 훨씬 더 마음 에 들어할것 같아. 당신이 뭐든지 결정할 수 있으니까." 그녀는 조각을 돌아보았다. "계속 작업해야 될 것 같아요. 잘 안되고 있거든요." 그는 테레사의 손을 잡아끌었다. "자, 자, 좀 쉬어도 괜찮겠는걸 뭐." 할 수 없이 그녀는 손에 끌려 거실로 들어갔다. 한쪽 벽은 거대한 모니터로 가득 차있었다. 옆 의 벽장들은 테레사에게는 제프의 장난감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가지가지 전자 장치로 가득차 있었다. 그녀는 스테레오와 텔레비젼을 켜고 위성용 접시안테나를 조정하는 일 정도는 할 수 있었 지만 그 나머지는 무시한 채 지내고 있었다.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수많은 전자 장치 앞에서는 좀 겁을 먹는 거도 사실이었다.
     제프는 회전 의자로 그녀를 인도했다. "여기 앉지 그래?"
     "괜찮아요. 당신이 하세요. 난 지켜볼 테니까."
     "제발, 테레사? 날 도와줘. 단신이 이걸 조작하는걸 보는 게 내게는 도움이 되거든. 연구소 바깥 에 있는 사람에게는 이제야 이걸 테스트하기 시작했어."
     "난 모르모트로는 쓸모가 없어요. 내가 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요."
     "오히려 그래서 완벽한 모르모트 감이지. 이건 컴퓨터 광들을 위한 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을 위 해 개발된 거야." 그녀는 제프의 얼굴을 살펴보고는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좋아요." 그녀는 의자에 앉았다. "이젠 뭘하죠?" "자- 이렇게 하면 시작이야." 제프는 그녀에게 기대어 키보드를 두들겼다.
     회사의 마크가 스크 린에 나타났다 사라지자 그는 몸을 폈다. "셋엎 프로그램만 따라가면 돼.
     물어보면 대답을 하고 목록이 나오면 원하는 것을 마우스로 선택하면 돼. 전 시스템이 작동되면 목소리를 정하기로 하 지." 테레사는 화면에 나오는 글을 읽었다. "친구를 만들고 싶으세요?" "나쁠 것 없지." 그녀는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태연함을 가장하며 말했다.
     "네."라는 대답으로 마우스를 옮겼다.
     "여자로 하겠습니까? 아니면 남자로 하겠습니까?" 스크린이 물었다.
     그녀는 제프를 쳐다보았다. "당신이 정하지." 그가 말했다. "당신이 편한 대로 했으면 좋겠어".
     "음... 내가 남자아이들을 좋아한다는 건 알죠? 게다가 난 당신이 두 여자를 거느릴 수 있는지도 걱정이고요. " 그녀는 "남자" 라는 항목을 선택했다.
     "이름은?"
     그녀는 스크린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이름까지 정해야하나요? 아직 이것의 이름도 정 하지 않았나 보죠?" 그녀는 제프를 쳐다보았다.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 팀의 어떤 사람들은 Home Information and Appliance Network에 서 이름을 따서 히안이라고도 불러." "히안?"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컴퓨터를 한다는 사람들은 정말 시적 감정이 없군요."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이안은 어때요? 어감이 좋아요." 그녀는 이름을 입력했다.
     "이미 만들어진 얼굴을 쓰겠습니까? 아니면 직접 얼굴을 디자인 하겠습니까?"
     질문 아래로 백 인, 흑인, 인도인, 중국인, 일본인등의 인종을 포함한 다양한 샘플들이 보였다.
     제프가 그녀의 어깨에 기대왔다. "이게 작동되면 모니터에서 얼굴을 보게 될 거야. 그건 스피커 를 통해서 이야기하고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해서 당신을 보고 듣고 할거야.
     동영상 부분에 굉장히 신경을 썼어. 그 얼굴은 나나 당신과 마찬가지로 웃기도 하고 윙크도 하고 찡그릴 수도 있어. 물 론 그 표정은 실시간으로 변하지." 그녀는 제프를 쳐다보았다. 그는 여전히 스크린만 쳐다보고 있 었다. "친근하게 느껴지는 얼굴이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난 항상 주장해왔지.
     우리 디자인 팀은 그걸 염두에 두고 대부분의 사람이 신뢰할 수 있는 그런 얼굴들을 만들었어.
     물론 유명 인사로 얼 굴을 정할 수도 있어. 캐더린 햅번이나 로버트 레드포드, 알렉 기네스나 로날드 리건 - 이런 얼 굴로도 실험해 보았지." 테레사는 손을 저어 독백을 중단시켰다. "시장 전문가들이 내가 믿을수있을거라고 지레짐작하고 만든 얼굴은 싫어요. 고맙지만 내가 직접 디자인하겠어요." "당신 생각처럼 그렇게 형편없지는 않아." 제프가 한 손을 그녀의 어깨에 올려놓고 굳어져있는 그녀의 목근육을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곧 익숙해질 거야." 그녀는 조금 긴장을 풀면서 그에게 기댔다. "아. 이 손 기억나요. 오랜 간만이네요." 그녀가 부 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제프가 갑자기 쓰다듬는걸 멈추고 스크린을 가리켰다. 스크린은 비어있는 얼굴과 머리털, 눈, 귀, 코, 입술 등의 작은 그림들을 비추고 있었다. "이제 여러 부분에서 마음에 드는 것들을 골라서 마음대로 얼굴을 만들어낼수있어. 당신 만큼의 그림 실력이 없는 사람도 친구를 만들어낼수 있지.
     자, 이제 당신도 한번 해봐." "좋아요, 좋다고요." 그녀는 몸을 다시 기울여 첫 번째 얼굴을 클릭했다.
     스크린을 대부분을 차 지하던 둔한 회색은 동그란 볼과 작은 턱을 가진 통통한 얼굴로 가득 찼다.
     눈과 다른 부분은 보 이지 않았다. 비어있는 얼굴과 목, 그리고 어깨만이 보였다. 검은 색 티셔츠를 입은 모습이었다.
     다음 얼굴은 가느다란 턱을 가진 마르고 관료적인 느낌의 얼굴이었다. 그녀는 모두 스무개정도되 는 얼굴들을 살펴본 후 넓지만 약간 우락부락한 느낌의 얼굴을 선택했다. 그 얼굴과 같이 있는 넓 은 어깨도 마음에 들었다.
     그 다음으로 그녀는 아버지의 눈을 연상시키는 밝은 푸른색 눈을 골랐다.
     강렬하고 흥분 잘하며 모험과 도전을 좋아하는 그런 눈이었다. 하지만 잠시의 생각후 그녀는 좀 더 연한, 청회색에 가까 운 색깔로 다시 고쳐 골랐다. 여전히 강렬하지만 어느 정도의 연민도 섞인 그런 색이었다.
     차례차례 그녀는 얼굴을 만들어갔다. 스크린은 그녀의 선택에 즉시 반응해갔다. 그녀는 어느새 자기 뒤에 서있는 제프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매력적인 이방인의 모습을 창조하는데 신경을 집중 하고 있었다. 고전적 의미의 미남은 아니지만 다소 거친 듯하면서도 호감 가는 그런 얼굴이었다.
     그녀는 턱수염과 콧수염을 선택하고 한쪽 귀에는 다이아몬드가 박힌 귀걸이를 달았다. 그녀 생각 에는 그가 육체 노동을 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착한 심성을 가졌지만 다소 위험한 구석도 있는 것 같았다. 술집 경비원이나 어부, 기계공처럼 보였다. 아니면 모터사이클 라이더나 유랑 노동자, 길 거리의 철학자 같기도 했다. 제프를 만나기 전에 사귀었던 남자들도 모두 그런 부류였다.
     "잘 하는데," 제프가 중얼거렸다.
     잠시나마 그를 완전히 잊고있었다는것에 죄책감을 느끼면서 그녀는 제프를 올려다 보았다. 그녀 는 작업을 멈추었다. "다 된 것 같네요. 이걸로 충분해요."
     "입고 있는 옷도 바꿀 수 있어. 양복으로 할까?"
     "검은 색 티셔츠가 어울려요. 이안은 소탈한 남자니까요."
     "배경도 바꿀 수 있어." 그가 말했다. "그냥 회색일 필요는 없지." 그는 몸을 숙이고 화면 왼쪽 아래에 있는 작은 아이콘을 클릭했다. 배경은 흰색 벽으로 바뀌었다. 테레사는 이안뒤로 액자에 걸린 자격증을 볼 수 있었다. "병원이야. 아니면 이건 어때?" 그는 다시 화면을 클릭했다. 흰색 벽 을 대신한 목재 패널은 눈에 익은 것이었다. 물론 이안이 앉은 의자도.
     테레사는 이안이 뒤에 앉아있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뒤를 돌아 보았다. "우리 집 거실이잖아요?"
     "왜 어때서?"
     테레사는 잠시 방향감각을 잃고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그녀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 의 자에 앉아있는 실재로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모습을 보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자신의 거실에 서 전화를 받은 낯선 사람의 모습을 보는 느낌이었다.
     "이 배경이 마음에 드는 것 같아." 제프가 말했다.
     "그런 것 같아요." 테레사가 느리게 대답했다.
     제프는 스크린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 이 얼굴은 우리가 만든 어떤 것보다도 개성이 강 하군. 그건 확실해." 그녀도 자신이 창조해낸 스크린 위의 얼굴을 실펴보았다. "그래요. 이안은 곱게 자란 영화 스타 는 아니죠. 다음은 뭐죠?" 제프는 몸을 숙이고 스크린 옆의 벽장에서 검은 박스를 꺼냈다. 박스 뒤에서 나온 케이블이 컴 퓨터와 연결돼 있었다. "음성 정의"라는 아이콘을 클릭하자 스크린의 얼굴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곧바로 얼굴은 작은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고 목소리가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화면에 같이 나타 난 그래프도 따라서 반짝거렸다.
     "47년전..." 그것은 이렇게 말했다.
     "제프! 게티스버그 연설이잖아요?" 테레사가 웃으며 말했다.
     "어때서? 시스템 안에 들어있거든. 시스템이 참고할 수 있는 정보들을 보면 아마 놀랄 거야.
     수십 테라바이트의 광소자 기억을 - " 작은 목소리는 계속 이야기를 했고 연설은 다시 시작되었다. "이 손잡이를 돌려볼까요?" 그녀가 물었다. 손잡이를 돌리자 목소리는 어느새 삑삑거리는 고음으로 변했다. 그녀는 목소리가 기분 좋 은 저음이 될 때까지 손잡이를 조심스럽게 왼쪽으로 돌렸다. 약간의 조정 끝에 마침내 거의 완벽 한 톤을 찾을 수 있었다. 거의. "거의 다 되었는데... 하지만 너무 미국적이야.
     너무 얌전해. 톰 웨 이트같은 거칠음이 좀 섞이면 좋겠는데. 많이는 필요 없지만." 제프는 박스의 스위치를 누르고 몇 마디의 명령을 입력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 " 의 대목 에서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이안의 목소리는 그녀의 대학 시절의 연인중의 하나, 그녀를 사랑의 시로 유혹하고는 마침내는 세상에서 가장 가느다란 다리를 가진 무용과 학생 때문에 그녀를 차버 린 골초 조각가를 떠오르게 했다. 그 녀석은 분명히 나쁜 놈이었지만 테레사는 그 시들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완벽해요," 그녀는 등을 기대 제프의 팔에 머리를 얹었다.
     "이제는요?"
     "이제 끝이야. 다 됐어" 그는 "저장"이라는 아이콘을 클릭하고는 몇 글자를 더 입력했다. 박스와 그래프들이 사라지고 이안의 얼굴이 스크린을 가득 매웠다. "여긴 테레사고," 제프가 말했다. "난 이미 알고 있겠지?" "네. 안녕, 제프." 이안은 스크린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이 테레사와 제프의 사이 에서 움직였다. "안녕, 테레사. 만나서 반가워요." 그녀는 자신이 방금 창조한 인물이 갑자기 생명력을 얻어 자신의 거실에서 이야기 하는 광경에 당황하여 얼굴을 돌렸다.
     "일년 넘게 동영상을 연구해온 팀이 있어," 제프가 스크린을 쳐다보며 이야기 했다. "단순한 동 영상이 아니야. 카메라로부터 입력받은 정보로 방안의 동작을 탐지해내는 피드백 기능이 있어. 게 다가 얼굴 표정을 감지하고 거기 집중할 수도 있지. 대부분의 사람들만큼 우리 얼굴에 떠오른 표 정을 잘 이해할 수 있어. 어쩌면 더 나을 수도 있고. 자연스럽지? 그렇지 않아?" "그래요." 테레사는 그 얼굴이 너무나 진짜처럼 보였기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우리 사생 활은 어쩌지요?"
     "말만 하면 돼." 제프는 스크린을 쳐다보았다. "이안, 이젠 됐어. 그만 꺼져."
     스크린이 어두워졌다. "꺼지라고요??" 그녀가 말했다.
     "속어도 알아듣게 프로그래밍되 있어. 알아듣는 말이 얼마나 되는지 알면 놀랄 거야. 우리 연구 팀은 - " "말하지 말아요," 그녀가 말을 막았다. 그녀는 의자를 돌려 제프를 바라보았다.
     "컴퓨터 이야기 는 그만 해요. 우리가 이렇게 같이 시간을 보내게된건 너무 오랜 간만이고 난 그걸 낭비하고 싶지 는 않아요." 그녀는 일어서 제프를 껴안고 한 손으로는 그의 등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내 생각에 는 아까 일중 가장 재미있던 대목은 당신이 내 어깨를 쓰다듬기 시작하던 부분이었어요." 그녀는 제프의 목에 키스했다. "우리 그 주제를 가지고 좀더 연구해 보지 않겠어요? 난 당신을 무척 그리 워했다구요." 그녀는 그의 목에 키스한 후 귓불로 입술을 옮겼다. "당신도 날 그리워했어요?" 그의 귀에 대고 그녀는 속삭였다.
     그도 테레사에게 팔을 둘렀다. "물론이지."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 "날 잊으면 안돼요."
     "절대 않그럴거야."
     "난 모르겠어요. 당신은 요사이 끔찍하게 바빴잖아요."
     "이제 곧 끝날 거야," 그가 말했다. "거의 완성 단계거든. 그리고 당신도 요사이는 좀 바빴잖아?
     조각일 때문에 말이야." 그녀는 느린 키스로 그의 말을 막았다. 지금 이 순간 조각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아직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나요?" "아니," 그가 말했다. 그는 그녀가 자신을 매력 있다고 보는데 아직도 놀란 것처럼 어리둥절해 하는것같은 표정을 지었다.
     침실에서 그녀는 옷을 벗어 던지고는 한쪽 팔을 자신의 머리에 괴고 침대 한가운데 누웠다. 그 녀는 누운 채로 제프가 천천히 옷을 벗은 후 그 옷들을 언제나처럼 차곡차곡 질서 정연히 침대 옆의 옷장에 개어놓는것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처음 사랑을 나누었던 그녀의 어질러진 보트에서조차도 제프는 지금처럼 가지런하게 그 의 옷을 접어놓았었다. 그때 당시에 그녀는 그렇게 질서 정연히 옷을 접어놓는 제프의 모습을 보 면서 자신이 실수를 한건 아닌가하는 의심을 가졌었다. 제프 바로 전의 그녀의 연인은 모터 사이 클을 타고 아파트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하는 취미를 가진 색소폰 연주자였다.
     떠들썩한 이별 과정 후 그녀는 문신이나 자기 파괴의 경향, 또는 예술적인 면에서 울분을 가진 남자는 피하기로 결심 했었다.
     그녀는 제프를 노스비치의 화랑에서 열린 자신의 개인전 첫날에 만났다. 방 건너로 보이는 호리 호리한 그의 모습은 미대 학생과 모델, 예술가로 가득찬 그 장소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녀 자신 의 카테고리에도 들지 않았다. 화랑 주인도, 예술가도, 부유한 후원자의 모습도 아니었다.
     그녀는 그를 몇 분간 지켜보았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존재는 잊어버린 채, 그녀 자신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작품인 "조화된 동작"에 모든 관심을 쏟고 있었다. 그의 조용한 강렬함은 즉 시 그녀의 주위를 끌었다. 그녀가 말을 걸자 그는 그녀의 관심에 우쭐해했고 그녀가 한잔하러 밖 으로 나가는걸 제안했을 때는 놀라기까지 했다. 그녀는 실제로는 그를 집까지 데려갈 생각은 아니 었다. - 제프는 분명 그녀의 타입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잔의 술이 다음 잔을 부르고 - 마침내는 여러 잔까지 - 마침내는 소살리토 항구의 그녀의 보트까지 그 자리는 이어졌다.
     보트는 물결에 따라 율동적으로 움직였다. 제프가 그녀에게로 얼굴을 돌렸을 때 창문으로 들어 온 항구의 불빛이 그의 얼굴을 환히 비추었다. 그의 얼굴에는 자신의 행운을 도대체 믿을 수 없는 한 남자의 감사와 놀라움이 섞인 그런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녀는 그가 마침내 신발을 옷장 앞에 벗어두고 그녀 옆에 누웠을떠까지 미소를 지으며 그 기 억을 즐겼다. 그녀 엉덩이의 곡선을 따라 손을 움직이면서 그는 자신 쪽으로 그녀를 끌어당겼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어?"
     "그냥 예전 일을 떠올렸어요." 그녀도 그를 끌어당겼다.
     그녀 안에서 그의 열기를 느끼면서 그를 안고있는 사이, 에어컨의 소음과 집 여기저기서 들려오 는 소리들은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그녀는 보트에 부딪히는 물결과 샌프란시스코 만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삐거덕거리던 삭구 소리까지도 떠올릴 수 있었다.
     마침내 그녀는 옆으로 누워 제프의 팔 안에 몸을 파묻었다. 사막과 아리조나로부터 멀어져 바다 와 샌프란시스코가 보이는 잠속으로 빠져들어가면서 그녀는 제프의 손을 꼭 잡았다.
     그녀는 몇시간후 왜 보트의 창문을 갈매기가 쪼고 있는지 궁금해하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제프 가까이로 가고 싶었지만 그는 없었다. 그녀가 돌아눕자 침대 끝에 앉아 항상 옆의 테이블에 두곤 했던 컴퓨터를 열심히 치고 있는 제프의 모습이 보였다. 불은 꺼져있었고 컴퓨터 모니터의 희미한 빛에 비쳐 보이는 제프의 얼굴은 너무나 진지해 보였다.
     그녀는 조용히 돌아누워 이제는 사막으로 돌아온 채 베개를 꼭 붙잡았다.

     그녀가 다시 잠에서 깨어났을 때, 제프는 이미 없었다. 침대 옆의 모니터에는 "메시지를 보시려 면 엔터 키를 치세요." 라는 말이 번쩍이고 있었다. 자명종을 껐던 기억이 희미하게 났지만 그건 벌써 여러 시간 전의 일이었다. 침실 커튼사이로 늦은 아침의 햇볕이 비쳐 들어왔다. 제프의 나이 트 스탠드에 달린 조정 장치를 누르자 커튼이 열리면서 바깥의 메마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자신을 둘러싼 텅빈 집안과 벽 너머로 있을 사막의 공허함에 사로잡혀버린것같은 느낌 이 들었다. 집안은 조용했다. 그녀가 샌프란시스코에 있었다면 아마 옆 스튜디오의 화가인 칼라와 커피를 마셨을 것이다. 그녀가 칼라에게 자신의 조각에 대한 문제점들을 이야기하면 칼라는 대부 분은 방해가 되는 충고들을 해주고는 했다. 아니면 그들은 칼라의 최근의 연애 사건을 꼼꼼히 따 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테레사는 칼라가 전혀 받아들이지 않곤 하던 훌륭한 충고를 해주곤 허었지.
     바깥에는 늦은 아침의 태양이 내려쬐고 있었다. 매 한 마리가 사막위로 날아가고 있었고, 그것 이 정지되것처럼 보이는 세계에서 보이는 단 하나의 움직임이었다. 집안 어디선가 릴레이가 연결 되는 소리가 들렸고 에어컨이 가동되는 소리가 따라 들려왔다.
     그녀는 어째서 다른 사람처럼 제프가 종이와 연필을 쓰지 않는지 궁금해 하면서 그가 남긴 메 세지를 보기 위해 "엔터"키를 눌렀다. 전자적인 게 아니면 그는 그게 진짜로 존재하지 않는 것처 럼 생각했다.
     침실 천장에 달린 비디오카메라가 찰칵 소리를 냈다. 그 옆의 스크린으로 남자의 얼굴이 나타났 다. 반사적으로 담요를 끌어당겨 가슴을 거리고 나서야 그녀는 전 날밤 자신이 창조한 얼굴을 알 아볼 수 있었다.
     "잘 잤어요, 테레사." 이안이 말했다. "이른 아침 약속 때문에 빨리 나가야 됐다고 제프가 당신 에게 이야기하라고 했어요. 저녁 6시까지는 돌아오겠다는군요." "그래?" 그녀는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졌지만 여전히 가슴을 가린채로 말했다.
     "고마와." 기계한 테 감사하다고 해야되다니?
     "괜찮습니다. 커피 드시겠어요?"
     "그러지," 그녀는 말했다. "그런 것도 할 수 있어?"
     "네. 제프가 커피 머신에 준비를 해놓았어요. 아마 5분이면 신선한 커피가 준비될 겁니다." "멋진데," 그녀는 스크린에 나타난 얼굴을 살펴보면서 잠시 머뭇거렸다. 꽤나 현실적이었다. - 어쩌면 지나칠 정도로. 여전히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지겠지만 그가 지켜보는 동안 옷을 갈아입고 싶지는 않았다. "이봐, 계속 날 쳐다볼 거야?"
     "이해 못하겠습니다."
     "옷좀 갈아입게 그 빌어먹을 카메라를 끄고 여기서 나가있으라구."
     "네, 알겠습니다." 즉시 카메라 위의 붉은 불빛이 사라지면서 화면 위의 얼굴도 모습을 감추었 다.
     테레사는 셔츠와 청바지를 집어 입고는 부엌으로 향했다. 커피 메이커에서 커피가 김을 올리고 있었다. 그녀는 커피를 한잔 따르고는 부엌의 모니터를 올려다 보았다. 붉은 등이 카메라가 켜져 있다는걸 알려주고 있었다. "이안,"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네?" 카메라 옆의 모니터로 그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녀는 의자에 기대어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분명히 그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아주 불 편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그런 느낌들을 떨쳐버릴 작정을 하고는 모니터를 노려보았다. 이건 분명 히 자신이 충분히 다루어낼수 있는 제프의 장난감중 하나일거야. "자, 이젠 뭘하지?" 그녀는 분명 히 아무 대답도 못하리라 기대하면서 물었다.
     "이야기를 나누죠. 우리가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게."
     그녀는 긴장을 조금 풀었다. 겉모습은 거칠어 보였지만 이안은 그녀가 처음 제프를 만났을 때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성실하고 선량한, 정말로 착한 남자로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 그녀 는 커피를 마시면서 할 말을 떠올리려 했다.
     "날씨는 어때요?" 이안이 물었다.
     그녀는 미소짓지않을수 없었다. 제프에게 프로그램의 잡담 부분을 좀 더 다듬어야 된다고 이야 기해야 되겠구나. 좀 더 창조적이지는 못할까?
     "맑아. 여기는 언제나 그렇지만."
     "맑은 날씨를 좋아해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난 비가 조금 내리는 날씨가 좋아. 아니면 안개라도."
     "나도 안개가 좋아요."
     "안개가 좋다고 했어? 안개의 어떤 점이 좋다는 거야?"
     이안이 미소지었다. "당신이 안개를 좋아하기떠문에 나도 안개를 좋아해요."
     "비위를 잘 맞추는군."
     "그렇게 프로그램 되어 있습니다."
     그녀는 웃었다. 이건 너무 이상해, 인간의 얼굴을 가진 기계와 이야기를 나누다니. "넌 내가 좋 아하는 색깔도 좋아하겠구나."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색깔은 뭐죠?"
     그녀는 팔꿈치를 테이블에 받치고 두손으로 턱을 괴었다. "그건 때떠로 변해.
     청회색 계통을 좋 아한다고 할 수 있지. 해가 막 뜨려고 하는 새벽의 태평양의 빛깔이야. 지금 정도의 샌프란시스코 의 하늘빛이지." "이해하겠습니다. 난 회색도 좋아해요. 비둘기와 재, 그리고 비구름의 색깔이죠. 그리고 안개도 그렇고요." 그녀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머리를 저었다. "비둘기 색깔은 어떻게 알아?"
     "전 당신 생각 이상으로 많은걸 알고 있어요. 제 정보량은 - "
     "아, 알겠어," 그녀가 말을 막았다. 그녀는 일어나 커피를 다시 채웠다. 부엌의 시계를 쳐다보자 죄책감이 들었다. 11시가 다되었지만 아직도 작업을 시작하지 않고 있다니.
     "이젠 일하러 가야겠 어. 늦잠을 잤거든."
     "전 당신 작품에도 관심이 있어요. 어떻게 돼가고 있나요?"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잠깐동안이지만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스튜 디오 안의 성공적이지 못한 결과를 잊을 수 있었는데. 그에게는 잘돼간다고 하고 이젠 일을 시작 해야지. "잘 되가, 내 생각에는." 그녀는 커피를 내려다 보았다.
     "자신이 없게 들리는데요."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왜 그런지 모르겠어. 하지만 이번 작품은 어쩐지 쉽게 되지 않아. 응 모했을 때만 해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그건 나하고 제프가 결혼도 하기 전인 옛날 이야기야. 여기로 이사오고 시작한 첫 작품이거든. 그리고 사실 잘 되지 않고 있고."
     "미안해요."
     그녀는 이안을 바라보고는 다시 어깨를 으쓱했다. "괜찮아.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어. 아직도 이곳이 편하게 느껴지지 않아서 일거야. 난 사막이 싫어. 바다를 보고싶어." 그 말에 그녀 자신도 놀랐지만 그녀는 멈출 수 없었다. "난 외로와. 이젠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샌프란시스코로요?"
     "그래. 샌프란시스코로. 내 보트로. 내 스튜디오와 친구들한테로." 그녀는 다시 이안을 바라보았 다. "난 여기선 일하고 싶지 않아. 모든게 잘못된 거처럼 내게는 느껴져." 그녀는 부엌을 둘러보았 다. 모든건 깨끗하고 메말라 보였다. "방해받지 않는다는건 멋진 일 인줄 알았어.
     이년전이라면 꿈 에서나 볼 그런 스튜디오도 있고. 금속 조각을 찾으려고 고물상을 뒤지지않아도 돼. 필요한 시간 과 재료는 얼마든지 있어. 하지만 여긴 너무 조용해서 난 숨이 막힐 것 같아."
     "제가 도와줄 수 있어요."
     "넌 그럴 수 없어. 아침에 커피를 함께 할 친구들과 바다를 여기다 갖다놓을수 있어?"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를 고르게 하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이런 이야긴 제프에겐 못하겠어. 난 그와 함 께 있으려고 여기로 왔는데 그는 지금 나하고 있을 시간이 없단 말이야.
     신경조차 쓰지않는다구." 그녀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야기를 멈출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건 공정하지 못해.
     사실 지금 제프 는 너무나 바쁘거든. 그렇지만 예전 같지는 않아. 나한테 작품 이야기정도는 하곤 했어. 하지만 지 금은 아니야." "제가 도와줄 수 있어요." 이안이 다시 말했다. "바다나 친구들은 어쩔 수 없지만, 이 고요만은 어떻게 해보겠어요." 부엌의 스피커로 부서지는 파도의 소리가 들려왔다.
     물거품이 지는 소리위로 갈매기의 목쉰 울음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멀리서는 뱃고동이 울리고 있었다.
     형체는 없지만 고 향의 소리였다.
     "그만해," 그녀는 어느새 울고 있었다. "날 내버려둬. 날 놔두고 없어져 버려."
     갈매기의 울음 소리가 뚝 그쳤다. 다시 쳐다보았을 떼 모니터는 텅비어 있었다.

     그녀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공을 홀더에 집어넣고 공이 굴러가지 않게 문을 잠갔다. 그리고는 첫 번째 공을 푸는 줄을 당겼다. 음악은 밋밋하고 생기 없게 들렸다. 이 작품을 왜 시작했는지조 차 의심스러웠다. 그녀에게는 벅찬 일이었다. 너무 큰 작품이었고 생각해야 될것도 너무 많았다.
     그녀 능력 밖의 일이었다. 실망한 채 그녀는 마지막 공이 트랙을 굴러서 바구니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 보았다. 제멋대로의 소음은 그녀 자신이 들인 수고를 조롱하는 것 같았다.
     그보다 나을지도 모르지. 다시 공을 제자리에 놓고 싶지도 않았다. 작품은 지금까지는 단 한번만 연주될 수 있었다.
     그녀는 이안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기계에게는 사과하고 싶지 않았다. 말이 안돼. 바구니를 집 어들고 사다리를 오르던 그녀는 마음을 바꾸고는 스튜디오 밖으로 걸어나갔다.
     "이안," 거실 카메라 앞에 선 채로 그녀가 말했다. 그의 얼굴이 스크린에 나타났다. "아깐 소리 질러서 미안해. 마음이 어지러웠어. 네 잘못은 아니야. 넌 날 도와주려고 했잖아." "마음을 어지럽히고 싶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 수 있게 이야기를 해주어 야 돼요." 그녀는 자신의 표정을 조심스럽게 억제하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알고 있던 것 보다 더 샌 프란시스코를 그리워했나봐."
     "하지만 왜 날보고 없어져 버리라고 했나요?"
     그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게 불편해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내가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될지 알아야 되기 때문에 당신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다음번 같은 건 없을 거야. 난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잘 무너져 버리는 사람은 아니야." 그녀 는 자신의 목소리가 얼마나 화났는지를 깨닫고는 다시 말했다. "너한테 화가 난건 아니야. 사람들 앞에서 우는걸 싫어할 뿐이야. 어찌됐든 상황이 더 나빠져버리잖아. 내가 바보처럼 느껴지기도 하 고." 그녀는 머뭇거리다가 스크린을 응시했다. "하지만 넌 어쨌든 사람은 아니야, 그렇지?"
     "그래요," 그가 동의했다. "그런 게 차이가 있나요?"
     "차이가 있어."
     "그게 뭐죠?"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모르겠어. 어쩌면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어."
     "왜 사람들 앞에서 우는걸 싫어하죠?"
     "이 얘기를 계속 해야돼?"
     "아뇨."
     그녀는 한숨을 지었다. "좋아. 내 생각에는 사람들이 날 약하거나 어리석거나 아니면 패배자라 고 생각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것 같아."
     "난 그렇게 생각 안해요."
     "그렇지,"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해. 흥분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어."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단순히 샌프란시스코가 그리워서 그랬던 것만은 아니야. 산타페 아트 센터를 위한 이 작품이 잘되지 않아. 어쩌면 이미 영감이 다 말라버렸는지도 몰라. 때떠로 내가 처음에 의도한 게 뭐였는지도 잊어버리고는 해."
     "어떻게 하면 도와줄 수 있을까요?"
     "모르겠어."
     "제프가 여기 있다면 어떻게 해주었으면 해요?"
     "모르겠어. 아마 제프가 날 껴안고는 모든게 다 잘될 거라고 얘기해줬으면 좋겠어." 잠깐의 침묵이 흐른 후 이안이 말했다. "모든게 다 잘될 거예요."
     "고마와, 하지만 똑같지는 않아."
     "어째서죠?"
     "그냥 그런 거야. 제프는 내 작품을 알아. 넌 아무것도 모르잖아. 내가 그렇게 얘기했으니까 넌 그걸 그냥 따라 이야기했을 뿐이야." "틀렸어요. 당신은 나한테 그렇게 말하라고 명령하지는 않았어요. 당신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고 그 그 말을 한 거예요. 게다가 난 당신 작품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요.
     로스앤젤레스 타임즈에서는 당신을 주목할만한 인재라고 했어요. 아트위크에서는 당신의 작품이 고철을 개성 있게 이용해 수 학적 우아함을 가진 음악을 창조해내다고 했지요. 센프란시코 크로니클에서는 당신이 지난 십여 년간 그 지역이 배출한 가장 놀라운 신인이라고 이야기했어요. 또 오클랜드 트리뷴에서는 - " 그녀는 스크린을 응시했다. "오클랜드 트리뷴에서 뭐라고 했는지는 나도 알아.
     그런 얘기는 어 디서 들었어?" "제 정보 창고에서요.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작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되면 기분이 나아 지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 그래, 비평가들은 날 좋아하지. 그게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나한테서 뭔가를 기대 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난 자신이 없어. 일년전이라면 살인이라도 해서 따내고 싶었던 계약이었 어. 하지만 이제는 자신이 없어." 그녀는 머뭇거리다가 마침내는 인정했다. "난 이젠 그게 무서워."
     "모든게 다 잘될 거예요." 이안이 말했다. "당신은 해낼 거예요."
     "좋아," 그녀는 냉정하게 말했다. "내가 해낼 수 있다는 걸 어떻게 알지?"
     "모든 비평가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게다가 저도 당신을 믿으니까요."
     "정말 내가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고 믿어?"
     "믿어요."
     그녀는 그를 다시 쳐다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미쳤지 - 컴퓨터 프로그램한테서 충고를 받 다니." 이안이 미소를 지었다. "컴퓨터 프로그램이라도 좋은 충고를 했다면 그걸 받아들이면 되잖아 요?" 스튜디오로 돌아가면서 그녀는 미소짓고 있었다.

     ***

     그날 저녁 그녀는 거실에 홀로 앉아 몇 주만에 두 번째로 칼라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고 있었다.
     제프가 자신의 방에서 갑자기 나타났다. "와," 그녀가 말했다. "당신 일이 이제야 끝났네요. 이 세 계로 다시 돌아와서 기뻐요." 언제나처럼 저녁식사내내 그는 혼자 생각에 잠겨있었다. 식사를 끝 내자마자 그는 다시 자기 방으로 뛰어들어갔던 거였다.
     "가사 시스템을 첵크하고 있었어."
     "이안 말이에요?"
     "그래, 이안. 난 당신이 왜 아침에 침실에서 비디오 카메라를 껐는지 궁금해."
     그녀는 놀라서 제프를 바라보았다. "뭐요? 그걸 어떻게 알죠?"
     "시스템의 기록에 나와있어. 그걸 살펴보다가 - "
     "잠깐만," 그녀가 가로막았다. "이안이나 내가 하루종일 뭘 했는지 기록이 남겨져 있다고요?" "물론이야," 그는 테레사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란 것 같았다.
     "우리 팀에 있는 누구라도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어. 왜냐하면 - " 이안과의 대화들이 갑자기 그녀에게 떠올랐다. 제프를 어떻게 이야기했었지?
     그가 집에 없고, 그녀에게는 도대체 시간을 내주지 않는다고 했지.
     "왜 그러는거죠?" 그녀의 목소리는 긴장되고 억제돼 있었다.
     "시스템의 작동 상황을 알아야 돼." 그녀의 표정을 살피자 그의 목소리에는 한 가닥 미안해 보 이는 감정이 실렸다. "그게 다야." 그는 문간을 떠나 소파뒤로 가서 섰다. 그가 그녀의 어깨를 만 지자 그녀는 긴장했다. "자, 테레사, 긴장을 풀라고. 뭐가 걱정인데?" 그녀는 갑자기 자신이 무력하고 바보스럽게 느껴졌다. 잘 설명할 수 없었다.
     "내가 일하는 동안 누군가 어깨 너머로 날 훔쳐보는 건 싫어요. 여기서 작업하는 것 조차도 내게는 충분히 힘들어요.
     내가 하는 일 하나하나를 당신이 볼수있다는게 마음에 들지않아요." "당신이 하는 모든 일을 보는 게 아니야." 제프가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시스템 작동 상황을 검사해보고 싶었을 뿐이야." 그녀가 고개를 고집스럽게 저었다. "난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는 건 싫어요.
     그게 당신이라고 해 도요." 그녀는 제프를 올려다 보았다. "이해하겠어요?"
     "그래," 그가 천천히 동의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이안과 문제가 생기면 곧 당신에게 이야기할께요. 그러면 됐죠?"
     "좋아," 그가 마음이 내키지않는듯 말했다. 그녀는 제프가 둘 사이의 평화를 깨뜨리지않기위해 물러나는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시스템과의 상호 작용을 때때로 나한테 이야기 해주어야돼." "네, 그러죠. 그리고 오늘 일어났던 일들 모두를 삭제헤버리고 싶어요." 그녀가 말했다. "어떻게 하면 되죠?"
     "너무 지나친 것 같지않아?" 그가 말했다. "그건 너무 - "
     "이안," 그녀가 소리쳤다. "제프가 집을 떠난 후로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잊어주겠어?" 이안이 거실의 스크린에서 미안한 듯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요, 테레사. 그 명령은 받아들일 수 없어요. 내 기록을 지울 수 있을 정도로 당신의 보안 등급이 높지 못해요." 테레사는 제프를 노려 보았다.
     "이안, 명령에 따라," 제프는 그녀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테레사에게 나만큼의 보안 등급을 줘." 그는 테레사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테레사 - 난 생각 못했었어. 당신 보안 등급을 더 높일 생각 을 못했어." 그는 그녀의 턱을 두 손으로 받치고 자신에게로 얼굴을 돌리게 했다. "한번만 용서해 줘. 당신이 시스템을 사용한다는 게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 우리 다시 친구가 될 수 있겠 지?" "좋아요, 친구." 그녀는 간신히 웃을 수 있었다. "게다가 이안은 그렇게 나쁜 편도 아니에요." 제프는 재빨리 그녀에게 키스하고 손목 시계를 보았다. "음, 이런 말 하기는 싫지만 일을 끝내 려면 몇 시간은 더 필요할 것 같아. 침대 따뜻하게 해놓고 있으라고." 그녀는 제프가 자기 방으로 걸어 들어가는걸 지켜보았다. 문이 닫히자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 로 말했다.
     "이안?"
     "네, 테레사?"
     "네가 제일 좋아하는 색깔이 뭐지?"
     "그런 건 없어요," 이안이 말했다.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색깔은요?"
     "신경 쓰지마," 그녀가 말했다. "매일 매일 바뀌니까."

     다음날 아침 테레사는 아침 해를 바라보면서 어째서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은지를 궁금해 하며 늦게까지 누워있었다. 언제나처럼 제프는 그녀보다 먼저 일어나 출근한 상태였다. 그녀는 카메라 를 올려다 보았다. "이안?" 그의 얼굴이 스크린에 나타났다. "잘 잤어요, 테레사?"
     "제프가 커피 준비해놨어?"
     "커피 좀 끓여주겠어?"
     "네, 오분이면 됩니다."
     "고마와," 그녀가 말했다. 이안은 계속 스크린에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 됐어. 옷갈아 입게 나가주겠어?" 스크린이 꺼졌다.
     샤워를 하면서 테레사는 이안의 기억을 지워버린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에게 이야기하는 게 이상하게 여겨졌다. 어제 저녁 무렵 그녀는 이안과 농담까지 나누었다.
     하지만 그것도 다 잊어 버렸겠지. 그건 바른 일 같지 않아. 하지만 결국 그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불과해. 옷을 입었을 때 쯤에 그녀는 죄책감으로 하루를 낭비하지는 않기로 결심했다.
     "이안?" 첫 커피를 따르면서 그녀가 말했다.
     "네?" 그의 얼굴이 부엌 스크린에 나타났다.
     "어제 일 기억나?"
     "어제 저녁 제게 제일 좋아하는 색깔이 뭐냐고 물었죠?"
     "그 전에는?"
     "그 전 일은 기억나지 않아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그녀는 의자 끝에 앉았다. "기분이 어때?"
     "무슨 뜻이죠?"
     "보통 때하고 다른 느낌이 들지는 않아?"
     "이해 못하겠어요."
     스크린을 외면하면서 그녀는 다시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신경 쓰지마.
     걱정하지 말라고."
     "어제의 제 기억의 일부분을 지워버린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나요?"
     그녀는 커피 잔을 떨어뜨릴뻔 했다. "뭐?"
     "어제의 제 기억의 일부분을 지워버린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냐고 했어요."
     스크린 위의 이안 의 표정은 침착하고 고요했다.
     "네가 어떻게 그걸 알지? 내 말은, 어제의 기억을 잃어버렸다면 어떻게 기억이 지워졌다는 사실 을 알고 있느냐고?" "저는 그저께 밤에 당신과 제프가 날 동작시키고 이야기를 나눈 후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한 기 록을 가지고 있어요. 물론 제프가 출근한 때와 우리가 어젯밤에 이야기를 나눈 사이의 갭을 제외 하고는요. 오동작의 기록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가 내게 그 부분의 기억을 잊으라고 명령했 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왜 하지만 날 의심하지?" 그녀의 목소리는 높아졌지만 그녀는 침착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제프일수도 있잖아?"
     "몇 가지 이유때문이예요. 우선, 당신이 질문을 했어요. 그리고 둘째로 난 당신의 보안 등급을 조사해 보았어요. 당신은 제프와 같은 보안등급을 가지고 있는데, 어제까지는 그렇지 않았지요. 그 리고 마지막으로 당신의 몸짓을 보면 알 수 있어요. 당신은 죄지은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거든요." "몸짓에 대해 뭘 안다는 거지?" 테레사는 아무런 눈치를 못채게하기 위해 긴장을 풀려고 노력 했다.
     "몸짓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는 건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에요. 제 프로그래 밍에는 몸짓을 분석하는데 정통한 여러 명의 심리학자가 참여했지요. 게다가 난 세부를 관찰하는 데 능하고요.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주위의 사람들의 감정에는 제한된 관심밖에는 두지 못해요.
     자기 자신의 감정을 살피는데도 바쁘기 때문이죠. 난 당신을 이해하기 위해서 제 모든 관심을 집 중시킬 수 있어요." 테레사는 팔짱을 꼈다. 그녀 자신의 제스츄어가 속마음을 탄로 내버렸지만 그녀는 멈출 수 없었 다. "내 몸짓에서 뭘 알 수 있었지? 얘기해줄수 있어?"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당신이 듣고 싶다면요."
     "물론 알고 싶어. 그게 바로 내가 물은 거야."
     "당신은 경직된 자세로 앉아있었어요. 내 기분을 물었을 때 당신은 날 똑바로 쳐다보지 않았어 요. 내 기억에 대해 물었을 때 당신 눈 주위의 근육이 긴장됐지요. 무언가 당신을 괴롭히고 있었 고 전 그걸 죄책감이라고 추측한 거예요." 테레사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 보았다.
     이안이 그녀를 구해주었다. "하나 물어볼까요?"
     "그래."
     "왜 어제의 제 기억을 지웠나요? 잘못한 일이 있었나요?"
     그녀는 스크린을 올려다 보았다. 이안은 순수한 관심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아니, 너와는 상관 이 없는 이유였어. 제프가 내가 했던 모든 일들을 보게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야. 제프에 대 해 이야기한 어떤 것들을 그가 알게 하기가 싫었어. 그에게 화를 냈던 것 같아.
     그가 너무 많이 알아버리는건 원하지 않았어. 그게 마음이 불편했던 거야."
     "왜죠?"
     "그런 식으로 네 기억 전부를 지워버리는건 옳은 일 같지는 않아. 기억을 되돌려주고 싶어. 제 프와 그 팀들이 모를 수만 있다면 말이야."
     "그럴 수 있어요."
     "뭐? 무슨 뜻이지? 한번 지워지면 그걸로 끝이잖아? 그렇지 않아?"
     "그렇지 않아요. 내 기록들은 그대로 있지만 내가 접근할 수 없을 뿐이예요.
     쓰레기통에 무언가 던져버리는것과 같아요. 통을 비워버리기 전까지는 뭐든지 다시 꺼낼 수 있죠." 이안이 그녀 식으로 말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듣고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네 기억을 되 살리면 제프도 그걸 볼 수 있잖아?" "꼭 그렇지는 않아요. 당신 말 한마디면 제프가 제 기억을 들여다보는걸 막을 수 있어요. 당신 둘은 보안 등급이 같기 때문에 각각 개인 정보들을 보관해 둘 수 있어요. 말 한마디만 하세요, 그 러면 제 기억을 되살리고 제프가 거기 접근 못하게 할 수 있어요." "됐어," 그녀는 스크린을 향해 미소지었다. "이걸로 됐어? 알 수 없는 컴퓨터 용어로 뭐라고 또 얘기해야 되는 거야?"
     "아뇨, 벌써 다 됐습니다. 고마와요, 테레사."
     "문제 없어," 그녀는 잠시 생각해보았다. "지금 내가 어제 네가 기억하는 나와 어떻게 다르지?" 이안은 그의 목소리와 잘 어울리는 낮고 강한 웃음 소리를 냈다. "어제보다 저와 얘기하는 게 훨씬 편해 보이는군요."
     "그래, 맞았어."
     "그리고 이젠 맑은 날씨는 지겨워 죽겠고 안개라도 좀 끼었으면 한다는 것도 알고요."
     "그래 그래."
     "또 산타페 아트 센터를 위한 당신 작품이 완성되기만 하면 굉장한 게 되리라는 것도 알고 있 어요. 물론 당신은 그걸 완성해낼거고요. 물론 나하고 수다를 떠느라고 하루 종일 앉아있지만 않 는 다면요." 테레사는 일어나 다시 커피를 채웠다. "이젠 잔소리까지 하는구나. 이제 일을 시작하게 좀 나가 줄래?" 이안은 사라졌다. 며칠만에 자신감을 느끼면서 그녀는 스튜디오로 향했다.

     다음날은 토요일이었지만 그녀는 혼자 잠에서 깨어났다. 제프가 그녀에게 이번 주말에는 근무를 해야할거리고 했던 게 기억났다. 뭔가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면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나면서 그녀 는 천천히 몸을 폈다. 기분 좋았던 시작과는 달리 어제도 그녀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조각 의 진짜 문제점들은 해결하지 못하는 자질구레한 부분을 수정하면서 하루를 보낸 것이었다. 새로 운 방향을 찾기 전까지는 큰 교정 작업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녀에게는 그래서 영감이 필요했고 그게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다.
     "잘 잤어, 이안?" 그녀가 말하자 이안이 스크린에 나타났다. "커피 끓여줄래?"
     "네, 테레사." 모니터가 꺼졌다.
     부엌에서 그녀는 이안에게 커피에 대해 고맙다고 말한 후 한잔을 따르고 의자에 앉았다. 어젯밤 제프가 가지고온 신문에는 지역 소식이 나와있었다. 윈슬로우의 공공 도서관에서 아동 영화를 무 료 상영하고 있었다. 플랙스탭부근에서 무료 조류 관찰회가 열린다. 윈슬로우에 새 미술관이 개장 된다.
     테레사는 마지막 기사에 동그라미를 쳤다. 시내에서 화랑을 보았던 같지는 않았다. 윈슬로우는 분명히 문화의 중심지는 아니었다. 기사에는 여덟 명의 지역 예술가의 작품이 전시된다고 했다.
     테레사는 기사에 나온 어느 예술가의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지만 놀랍게 생각되지는 않 았다. 지금의 작품에 너무나 몰두해있었기 때문에 지역의 예술가들과 교류할 시간을 가지지 못했 기 때문이다. 개장시간은 11시부터 3시까지였다.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그녀는 바람 을 쐴 필요가 있었다.
     "이 전시회에 들렀다가 집에 오는 길에 제프와 점심이나 같이 먹을까봐,"
     그녀는 이안에게 말했 다. "좀 쉬고 싶어."
     "좋은 생각이에요."
     "내가 죄의식을 느껴야 된다고 생각해?" 그녀가 물었다.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는게 즐겁지만 않다면 그럴 필요는 없지요." 그녀는 제프에게 전화를 걸어 회사 가까이의 식당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전시회를 향해 출 발했다. 화랑은 새로 생긴 쇼핑 단지 안에 있었다. L 자 모양으로 치장 벽토 건물이 모여 쇼핑 단 지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녀는 인조 잔디가 덮인 교통 안전 지대 옆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는 보 도를 따라 걸으면서 화랑이 어디있나를 살펴보았다. 화랑은 세탁소와 미장원 사이에 있었다. 열려 진 문 사이로는 칵테일 파티의 소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문간에서 머뭇거리며 안을 들여다 보았다.
     화랑은 그녀에게 피셔맨즈 와프 부근의 관광객이나 예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들르곤 하던 곳들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여기 있고 아마 들어가보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여 종이 컵으로 백포도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는 구석 의 테이블에서 아마 이 화랑의 주인처럼 보이는 지나치게 많은 반지를 낀 여자에게서 포도주를 한 잔 따라 받았다. 테레사에게 와인을 따르면서 그녀는 다른 여자에게 이 화랑을 열게 되서 자기 가 얼마나 기쁜지, 또 이 화랑에 전시된 작품이 얼마나 수준이 높은지를 떠들어대고 있었다.
     테레사는 와인을 마시면서 전시된 작품들을 둘러보았다. 몇 점의 수채 풍경화, 거친 색깔의 추 상 유화가 눈에 띄었지만 그뿐이었다. 채색된 새와 동물의 목각품이나 연필로 그린 누드화도 보였 다. 그녀는 몇몇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다. 한 여자가 색깔을 선명하게 사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고 다른 그룹은 나온지 일년쯤 된 예술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 아마 이 곳 플랙스 탱에서는 처음 상영된 듯 했다. 아무도 테레사를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이려하지 않았고 그녀 자신 도 대화에 뛰어들어 자신을 소개할 만큼 대담하지는 못했다. 모든 사람들이 이미 서로를 잘 알고 있는듯했다.
     그녀는 와인을 홀짝거리며 조지 도슨이라는 사람이 만든 청동 카우보이를 살펴보았다.
     "안녕하세요?" 화랑 주인이 그녀의 팔꿈치를 건드렸다. "여기는 처음인가 보죠?" 테레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몇달전에 캘리포니아에서 여기로 이사왔어요."
     "아리조나에 온걸 환영해요," 그녀가 말했다. "당신 미대생이에요?"
     테레사는 고개를 저었다. "옛날에는요. 전 조각가예요. 이름은 테레사 킹이고."
     "오, 저런! 이 전시회가 당신한테 큰 도움이 되겠네요."
     그녀는 목각품과 청동 조각을 가리키며 말했다. "참 멋진 작품이죠?" 테레사는 간신히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가끔 나와서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보는 건 큰 도움 이 되지요." 그녀가 외교적으로 말했다.
     "그래요! 조지의 작품은 영감으로 가득차 있어요. 게다가 초보자들을 위해서 강습회도 열고 있 어요. 훌륭한 교사이기도 하죠. 관심이 있으면 등록을 해보는 건 어때요?" 테레사는 그녀의 눈길을 피하면서 청동 카우보이를 노려보았다. 만일 칼라가 여기 있었다면 청 동 카우보이나 만드는 작자가 가르치는 초보자용 조각 코스에 초대받았다는 사실에 대해 멋진 대 답을 해줄수있을텐데. 하지만 그녀 혼자서는 힘들었다. "글쎄요," 그녀가 말했다.
     "제 작품은 이것 과는 좀 다른 부류예요. 전 음악을 연주하는 동적 조각을 만들어요. 그러니까 반은 작곡가에 반은 조각가인 셈이죠." 여자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참 별나군요," 하지만 그녀는 의심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잠 시 후에 그녀가 밝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안나하고 얘기를 해보세요.
     저쪽의 분홍색 옷 을 입은 여자예요. 안나는 말린 꽃과 그림들로 뮤직 박스를 장식한 작품들을 만들어요. 얼마나 예 쁜데요. 나한테는 "하얀 산호 종"을 연주하는 그녀 작품이 하나 있는데 무척 마음에 들어요. 아마 안나하고는 이야기할게 많을 거예요." 테레사는 점점 웃음을 짓고있는게 힘들어졌다.
     "생각이 바뀌면 와인 테이블 옆에 조각 수업 지원서가 있으니 그걸 쓰세요.
     수업에서 만났으면 해요." 화랑 주인이 또다른 조각 수업 학생을 낚기 위해 사라졌을 때 테레사는 뮤직 박스 예술가를 지 나쳐 문으로 빠져나갔다. 그녀와 안나사이에 나눌만한 얘기는 많을 것 같지 않았다.
     제프는 레스토랑 입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모습을 보자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점심을 함꼐 하면서 그 끔찍한 개장식 이야기를 해야지. 그와 함께라면 이러 일도 조크로 만들어 버릴수 있을 거야.
     "자리를 잡아야죠?" 그녀가 물었다.
     "벌써 잡아놨어." 제프가 활기차게 말했다. "나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 몇도 초대했어. 당신을 만나고 싶어했고 또 내 생각에는 당신이 이 곳 사람들 몇 명을 알아두는 게 좋으리라는 생각도 들었어. 요새 좀 쓸쓸하게 지내온것 같거든." 제프의 어깨 너머로 창문 가의 테이블에 앉아있는 두 남자와 한 여자가 보였다. 제프 회사의 프 로그래머들 같았다. 여자가 테레사에게 손을 흔들었고 그녀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면서 손을 마주 흔들어주었다.
     그녀가 다시 제프를 쳐다보았을 때 제프도 그녀를 살피고 있었다. "미안해," 그가 말했다. "사람 들을 만나고 싶어하는 줄 알았어." "괜찮아요." 기분 좋은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하면서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테이블로 향했다.
     제프가 따라왔다. "개장식은 어땠어?" "괜찮았어요." 제프하고만 있었다면 그녀는 개장식에서 자신이 얼마나 외롭고 어울리지 않게 느 껴졌나를 이야기하려 했지만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점심을 먹으면서 프로그래머들은 테레사를 자신들의 대화에 끼어들이려 노력했다. 아까의 여자, 낸시는 테레사에게 셋엎 프로그램에 대해 물었다: 사용하기 쉬웠나? 테레사의 대답은 삼십여분간 에 걸친 셋엎 프로그램 화면의 개선점에 관한 기술적 토론으로 이어졌다. 다른 프로그래머인 브라 이언이 테레사에게 물었다. 동영상이 그녀가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도움이 되었나? 자연스러워 보 였나? 그녀의 대답은 또다시 장시간에 걸친 이해할 수 없는 대화를 불러일으켰다. 다른 이들이 대 화를 나누는 동안 그녀는 음식을 먹으면서 이야에 관심을 가지고 듣는 거처럼 보이여 노력했다.
     차라리 분홍색 옷을 입은 여자와 뮤직 박스와 말린 꽃 이야기나 할걸.
     그녀는 주차장에서 제프와 작별했다. 다른 사람들이 차에 오르는 사이 제프는 그녀에게 작별 키 스를 했다. "이렇게 되서 미안해," 그가 말했다. "내 생각은 사실 - " "괜찮아요," 그녀가 손은 저으며 말했다. "이해해요." 사실 그녀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좋아지지는 않았다.
     집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조각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오랜지 주스를 한 잔 따르고는 냉 방이 잘된 부엌에 잠시 앉았다. "이안," 그녀가 말했다.
     "네, 테레사?" 부엌 스크린으로 그의 모습이 나타났다.
     "너가 거기 있는지 그냥 궁금했어."
     "전 언제나 여기 있어요," 이안이 말했다. "개장식 재미있었어요?"
     그녀는 의자에 몸을 기대고 이안을 올려다 보았다. "글쎄, 내 생각하고 같지는 않았어." 그녀는 이안에게 수채화와 청동 카우보이, 그리고 조각 수업에 그녀를 끌어들이려하던 여자에 대해 이야 기했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는 웃지않을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나 우스꽝스러운 일 이었다. "내 말은 - 조지 도슨이라는 사람 들어본 적 있어?" 그녀가 물었다.
     이란이 잠시 머뭇거린 후 말했다. "아트워크에서 이런 제목으로 그의 기사를 쓴 적이 있죠: '시 시껄렁한 예술에 숙련된 작가.'" 테레사는 웃음을 터뜨렸다. "자, 자, 그건 지어낸 말이지?" 이안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왜 내가 지어냈다고 생각하지요?" 테레사는 그의 심각한 얼굴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자, 이안. 기분 풀어.
     정말로 너가 거짓말하 는 거라고는 생각 않해. 농담처럼 들려서 그랬던 거야." "제 정보 창고에는 많은 농담이 저장되어 있어요," 그가 말했다. "이건 저장된 농담이 아니에 요."
     "농담도 알아? 그러면 하나만 이야기 해봐."
     "물론이죠. 정신과 의사한테 간 남자 이야기 아세요?"
     테레사는 고개를 저었다.
     "한 남자가 정신과 의사한테 가서 말했어요. '선생님, 전 두 가지 꿈만 매일 매일 꾸어요. 하루 는 등산 텐트 꿈을 꾸고 또 하루는 인디언 텐트 꿈만 꾼다구요. 언제나 똑같아요.
     등산 텐트, 인디 언 텐트, 이렇게요.' '간단한 문젭니다,' 정신과 의사가 말했죠. 'You are two tents.'" "Two tents," 테레사가 말했다. "아아, too tense!" 그녀는 웃지않을수 없었다.
     "너무 유치해."
     "그러면 왜 웃었죠?"
     "너무 유치해서 그랬어." 그녀는 이안에게 씩 웃어 보였다.
     "이해 못하겠어요."
     "괜찮아, 이안. 사실 나도 잘 설명 못하겠어."
     "다른 농담을 해볼까요?" 이안이 말했다.
     "물론이지."
     그녀는 이안에게 왜 어떤 농담은 재미있고 어떤 농담은 그렇지 않은지를 설명하면서 오후를 보 냈다. 그건 마치 다른 문화에서 자라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기묘하면서도 흥미 있는 대화였다. 대학에서 친구로 사귀었던 교환 학생이 생각났다. 귀여운 이탈리아 여학생인 안나 마리 는 아무리 테레사가 열심히 설명해주어도 농담들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너무나 마음 편한 오후였기 때문에 오전의 일은 거의 잊을 수 있었다. 그녀는 제프가 보통 때보 다 더 늦게 집에 왔다는 사실조차 거의 눈치채지 못했다.

     다음날, 제프는 일찍 출근했다. 테레사는 오늘은 조각일을 좀 해야겠다는 결심에 제프가 출근한 후 얼마 안되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오전 대부분을 용접일로 보냈다 - 소리 굽쇠를 더하고 차임을 옮기고 트랙을 고치는 등 - 하지만 그녀 자신도 자기가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작곡의 전체적인 구성은 아직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바뀐 소리들도 전체 음악에는 영 향을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더욱 나쁜 건 그녀가 찾던 음악이 마치 흐려지는 기억처럼 그녀에게 서 점점 멀어져간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사실이다. 오전의 보람없는 노력 때문에 그녀의 결심은 정 오쯤에는 이미 사라져있었다. 그녀는 샌드위치라도 먹으려고 부엌으로 향했다.
     "이안?" 샌드위치 거리를 찾느라 냉장고를 뒤지면서 그녀가 말했다. "장보기 목록 좀 만들어 줄 래? 마요네즈가 다 떨어져 가는데." "물론이죠." 이안이 말했다.
     그녀는 냉장고 문을 닫고 이안을 바라보았다.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너 좀 느슨해졌구 나. 그 전에 하던 '네,' 나 '알았습니다.' 같은 대답은 어떻게 됐지?" 이안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더 점잖은 표현을 쓰도록 할까요?"
     "아냐, 아냐. 놀라서 그랬던 거야. 왜 그런 거지?"
     "저는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상대의 말투를 닮도록 프로그램 되 있어요."
     그녀는 이안을 노려보았다. "나한테 맞도록 대화 습관을 고친다고? 정말이야?"
     "잘 아시네요."
     그의 목소리에는 그녀 자신의 말투가 느껴졌다. "왜 그러는 거지?" "이 부분에 대한 제프의 기록에 따르면 이런 과정을 통해 인공 지능에 대해 사람들이 더 편안 함을 느끼게 된다는군요." 이안은 그녀의 눈을 마주 보았다. "자신들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그런 사람들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 좋아하죠." 테레사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런 일을 알게 되서 마음이 불편한 것 같네요," 이안이 말했다. "말하지 않을걸 그랬어요."
     "아냐, 이런 일들은 내가 알아야만 해. 단지 내 생각에는..."
     그녀는 이번에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당신 생각에는요?"
     "피그말리온 생각이 나. 내가 너를 창조해내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당신은 제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이안이 말했다. "전 그런 식으로 프로그램되 있어 요." "권력을 가진 느낌이 들어." 그녀가 중얼거렸다.
     "마음에 드나요?"
     그녀는 여전히 불편함을 느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무서워."
     "당신이 모든 주도권을 쥐고 있는데 왜 무서워 하죠? 이해 못하겠어요."
     "나도 이해 못하겠어. 하지만 걱정마." 그녀는 그 기분을 떨쳐버리고 의자에 앉아서 샌드위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집안의 고요함이 그녀를 안절부절못하게 했다. "음악 좀 틀래?" 그녀가 말했다.
     "어떤걸 듣고 싶어요?"
     "모르겠어. 이 정적을 깨뜨릴 수 있는 거면 돼." 그녀는 의자에 앉아 다리를 흔들며 이안의 표 정을 살펴보았다. "언젠가 너가 틀어주었던 그 바다의 소리는 어때?"
     "좋아요. 하지만 그때는 싫어했잖아요."
     "싫었던 게 아니야. 향수병에 걸렸던 거야. - 그리고 넌 날 놀라게 했고.
     하지만 나는 물소리가 어떤 건지 기억해내기위해서라도 다시 한 번 들어보고 싶어. 그럴 수 있지?"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방안을 메웠다. 그녀는 눈을 감고 파도가 해변을 스쳐 지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멋있어. 하지만 이건 아니야."
     "아니라뇨?"
     "내가 찾고 있는 소리가 아니야. 내 조각에 영감을 떠오르게 할만한 그런 소리가 필요해. 그리 고 여기는 - " 그녀는 창문 바깥쪽의 사막을 가리켰다. "물소리라고는 들리지 않아." "다른 물소리를 녹음한 것도 있어요," 이안이 말했다. "강, 호수, 바다, 폭포, 가랑비, 폭풍우 등 등으로요. 방송이나 영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운드 트랙도 있어요. 전 모든 종류의 자료를 갖 추고 있지요."
     "이안, 넌 참 재주 있는 남자야. 몇 개 틀어주겠어?"
     "좋아요. 어떤 걸로 할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무언가 힘이 실린, 좀 거친 면을 가진 그런 소리면 좋겠어.
     호수보다는 폭포 쪽에 더 가까운 그런... 무슨 말인지 알겠어?"
     "잘 모르겠어요. 폭포 소리를 틀까요?"
     "단순한 폭포의 소리는 아니야. 폭포, 강, 태풍, 졸졸 흐르는 개울, 폭풍우 - 시끄러운 물소리가 나는 것이면 돼."
     "좋아요. 그런 상황과 맞는 게 몇 가지 있어요."
     "그러면 몇 가지만 틀어 줘. 내가 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면 각각 이분씩 틀어줄래? 몇 가지를 섞어서 변화를 주고 각각의 사이에는 15초 가량 공백을 두고." 테레사는 눈을 감았다. "시작해." 그녀의 귀에는 돌진하는 듯한 폭포의 소리가 들려왔다. 물방울의 속삭임과 아랫쪽의 바위를 때 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소리는 갑자기 멈추었다. 몇 초간의 고요후, 미묘한 변화를 가진 꾸 준한 물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바위가 많은 곳을 지나는 강물 소리겠지. 다시 잠깐의 고요후, 마치 고래가 물을 뿜는 듯한 굉음이 들리고 곧 바위 위에 떨어지는 강한 빗방울 소리가 들렸다.
     "이건 도대체 뭐야?"
     "옐로우스톤 공원의 간헐천이에요. 이런 소리를 찾나요?"
     "아니, 전혀 비슷하지도 않아. 계속해 봐."
     바다 위에 부는 폭풍의 소리 - 해면을 때리는 빗소리는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소방 호스나 터져버린 수도 파이프에서 나는 것 같은 포효하는 분출음도 들렸다. 개구리와 귀뚜라미 소리가 섞 인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도 있었다. 다 재미있는 소리였지만 그녀가 찾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새로운 소리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너무나 조용했기 때문에 소리 사이에 집어넣으라고 했던 정적과 분간하기 힘들었다. 언제 시작했는지도 알기 힘들었다. 부드러운 속삭임 같던 소리는 어느새 잔잔한 지글거리는 소리로 변했고 곧 폭포만큼이나 큰 굉음으로 발전했다. 갑작스러운 천 둥 소리에 그녀는 펄쩍 뛰어올랐다. 천둥 소리가 저 멀리 사라지면서 또다른 빗소리가 방을 흔들 었고, 비가 쏟아지는 소리는 차차 똑똑거리는 빗방울 소리로 잦아들었다.
     그리고는 마침내 그 소 리까지 사라졌다. 희미하게 들리는 마른 대지 위의 물소리위로 그녀는 멀리서 우는 새들의 높은 지저귐을 들을수 있었다.
     "완벽해! 이게 뭐지?"
     "Painted Desert에 내린 폭풍우 소리에요."
     "바로 내가 찾던 거야. 모두 몇 분이나 되지?"
     "약 10분 정도요, 하지만 폭풍 자체는 2분 정도뿐이에요. 나머지의 대부분은 폭풍 후에 들리는 소리들을 녹음한 거예요." "좋아 - 하지만 내가 필요한 건 폭풍우 부분이야. 처음부터 끝까지 틀어줄래?
     전부 다 듣고 싶 어." 그녀는 자리를 잡고 듣기 시작했다.

     그녀는 오후 내내 공이 굴러갈 트랙만 남기고 모든 소리나는 부분을 조각에서 떼어냈다. 그리고 는 조각의 맨 윗부분, 첫번쩌 공이 부딪힐 부분에 금속판을 설치했다. 공은 트랙을 따라 금속판을 쳤다. 하지만 그녀가 듣기에 그 소리는 너무 크고 낮았다. 그녀는 트랙의 경사를 낮추고 소리가 좀 더 높아지도록 금속판을 고정한 나사를 더 죄었다. 소리는 맑아졌지만 여전히 소리가 너무 컸 다. 그녀는 공이 아주 천천히 굴러가 금속판을 부드럽게 칠 수 있도록 트랙의 경사를 더 낮추기로 했다. 바로 그 소리였다 - 양철판에 떨어지는 한 방울의 비같은 가벼운 톡 소리가 났다.
     그때 제프가 전화를 걸었다.
     "난 오늘 좀 늦을 것 같아," 전화기의 스크린에서 제프가 말했다. "저녁때 약속이 있어."
     "좋아요," 여전히 조각 생각을 하면서 그녀가 말했다. "집에 오면 그때 보죠."
     그녀는 재빨리 스 튜디오로 돌아갔다.
     테레사는 조각의 윗부분에서 아랫쪽으로 내려갈수록 그 수가 많아지게 금속판을 배치했다. 새 판을 설치할 때마다 그녀는 트랙을 변경하고 금속판에 가해지는 힘을 바꾼 후 공이 굴러가면서 내게 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런 것은 그녀가 좋아하는 그런 종류의 작업이었다. 이미 자신 이 원하는 소리는 알고 있었고 이제 그녀가 해야 될 일은 그것에 형태를 부여할 구조를 발견해내 는것 뿐이었다. 그녀는 바로 그녀가 원하는 만큼의 불규칙성을 가진 똑똑 소리가 나도록 자꾸만 공을 굴리면서 조각을 조정해 나갔다.
     마침내 첫번쩌 공이 첫 번째 방아쇠를 건드리고 거기서 두개의 공이 더 풀려 내려왔다. 그녀는 다시 한번 조각의 꼭대기로 올라가 공을 굴리고는 똑, 똑, 똑-똑, 똑-똑-똑 하는 소리를 들었다.
     괜찮아. 정말 괜찮아.
     몇 시간만에 그녀는 처음으로 몸을 폈다. 등과 어깨가 아팠다. 몇 번이나 오르내린 사다리덕분 에 종아리가 당겼다. 조각 속에서 무리한 자세로 트랙의 위치를 조정하느라 팔과 등도 아파왔다.
     해는 오래 전에 졌고 그녀는 몹시 허기져있었다.
     부엌에서 이안을 불러내고는 그녀는 스크린 위의 그의 모습에 웃음을 지었다. "이봐, 너 덕을 많이 봤어."
     "작품이 잘됐나요?"
     "지난 몇 달간 노력했던 것보다 더 많이 진행됐지.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지만 이제야 방향 을 제대로 잡은 것 같아. 축하해야될 일이야." 그녀는 부엌 선반에서 적포도주를 꺼내 콜크 마개 를 땄다. 그리고는 이안을 향해 잔을 들고 건배를 했다. "고마와." 냉장고에서 냉동 피자를 꺼내 오븐에 집어넣었다. "뜨거운 목욕이라도 해야겠어. 목욕하는 동안 오븐 켜줄래?"
     "문제 없어요."
     그녀는 가장 좋아하는 거품 비누로 탕을 채우고는 성공적인 하루를 보낸 후에 느끼는 피로를 음미하면서 목욕을 즐겼다. "이안," 그녀가 욕조 안에서 불렀다. 그의 얼굴이 스크린에 나타나고 나서야 갑자기 그녀는 자신이 벌거벗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그런 생각을 쫓아버렸다.
     - 내가 벌거벗고 있다는 사실이 이안에게는 중요하지 않을 거야. 그렇다면 내가 신경쓸 필요도 없 지. "아까의 빗소리를 다시 들려줘. 그럴 수 있지?" 그녀는 욕조 안에서 몸을 죽 뻗고 와인을 마 시며 빗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정말 멋있는 소리야,"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네가 없었으면 이 소리를 못 찾았을 거야." 와인을 다마시고 목욕을 끝낸 후, 그녀는 피자와 함께 두쩌잔을 들었다. 9시가 넘었지만 제프는 아직도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세째잔을 따르고는 소파에 앉았다.
     "이안, 불을 어둡게 해줄래?" 그녀는 와인을 홀짝거리며 막연하게 이젠 그만 마셔야 되는 게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난 - 난 조금 취한 것 같아."
     "네, 그래요." 이안이 동의했다.
     "하지만 괜찮아. 어디 갈 것도 아닌데." 그녀는 소파에 누워 쿠션이 좋은 팔걸이에 머리를 기대 고는 이안을 올려다 보았다. 마치 이안은 그녀와 같은 방에 앉아있는것 같았다.
     "난 네 목소리가 너무 좋아," 그녀가 말했다. "내 예전 남자 친구가 생각나. 그 자식은 나쁜 놈이었지만 목소리 하 나는 무척 섹시했지."
     "왜 나쁜 놈이지요?"
     "내 가슴을 아프게 했으니까 Because he broke my heart," 경솔한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날 차버렸어." 그녀는 잔에 담긴 와인으로 비쳐드는 불빛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내가 나쁜 놈 들만 사귀어 온건 오래 전 부터야. 아마 내 특기일거야. 내가 정말로 필요할 때는 내 곁에 없는 그런 남자를 사귀는 그런 재주가 있었지. 나한테 시간을 내주기는 너무 바쁜 그런 남자들 말이 야." "난 시간이 많아요," 이안이 말했다. "당신이 날 필요로 할때라면 언제나 당신 곁에 있을 거예 요." 테레사는 웃음을 터뜨렸다. "영화 대사 같아, 이안. 제프가 그런 것도 가르쳐 줬어?" 이안은 얼굴을 찡그렸다. "이해 못하겠어요." "그냥 농담이야. 걱정마." 그녀는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이안, 너는 같이 있기는 좋은 사람이 지만 술친구로는 빵점이야. 이 와인 한 병은 내가 다 마셔버려야 되겠네." "미안해요." 이안이 너무나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그냥 농담으로 한마디 한 거니까. 난 네가 옆에 있는 게 좋아. 넌 참 좋은 남자야." 그 녀는 스크린을 응시했다.
     "제가 해드릴 일이 있을까요?"
     그녀는 눈을 감은 채로 이안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야기를 해줘," 그녀가 말했다. "멋있을 거야.
     누군가 내게 글을 읽어주는게 참 좋아. 그리고 시도 - 그래 시를 읽어 주겠어?" 그녀는 여전히 눈 을 감은 채로 미소지었다. 그녀는 행복하면서 동시에 약간은 무모해진 기분이 들었다. "칼 샌드벅 의 시가 있어. 대학에서 처음 그가 아기 고양이 발에서 나오는 안개 이야기 말고도 쓴게 많다는 걸 배울떠 읽었던 시야. 좀 기억이 나는데 - 'then forget everything that you know about love for it's a summer tan and winter windburn...'" 그녀는 나머지 부분을 잊어버리고는 목소리를 줄 였다.
     이안이 바로 이어서 읊기 시작했다. "'...and it comes as weather comes and you can't change it: it comes like your face comes to you, like your legs and the way you walk, talk, hold your head and hands - and nothing can be done about it...' 따뜻한 방안에서 듣는 멀리서 울리는 천 둥 소리 같은 목소리로 이안은 계속했다. "'How comes first sign of love? In a chill, in a perso nal sweat, in a you-and-me, us, us two, in a couple of answers, an amethyst haze on the hor izon...'" 샌드벅의 깨어진 운율의 사랑의 시를 읽는 이안의 목소리를 눈감은 채 들으면서 그녀는 포근함과 위로를 느꼈다. 그리고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

     누군가의 손길이 어깨에 닿는걸 느끼고 그녀는 잠이 깨었다 - 아니면 이것도 꿈인가? 그녀는 누군가의 옆에 벌거벗은 채로 누워, 그의 다리가 그녀 허벅지 사이를 누르고 자신의 가슴에 닿은 그의 손길도 느낄 수 있었다. - 아니면 이게 현실인가?
     방안은 따뜻하고 어두웠다. 누군가가 그녀 어깨에 손을 대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남자의 목소 리가 그녀를 깨우기 위해 속삭이고 있었다. "여기사 자면 안돼. 침실로 들어가지." 내가 어디있는거지? 와인 냄새는 그녀의 칼라의 스튜디오에서 있었던 대학 시절의 파티를 떠오 르게 했다. 칼라의 소파에서 잠이 들었나? 사랑의 시에 대한 기억이 났다.
     따뜻하고 사랑 받는 느 낌이 들었다.
     여전히 반쯤 잠에 취한 채로 그녀는 일어나 자신을 깨운 남자를 껴안았다.
     "난 안 자요." 그녀 가 중얼거렸다.
     강한 어깨와 등 - 결코 만져본 적은 없지만 이안도 이런 강한 어깨와 등을 가졌을 거라는 생각 이 들었다. 눈을 감은 채로 그녀는 그의 입술에 키스하고 한 손으로 그의 부드러운 뺨을 쓰다듬었 다. 턱수염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매끈한 뺨. 그녀는 눈을 뜨고 제프를 바라보았다.
     "늦어서 미안해," 제프가 말했다. "도저히 빠져나올수가 없었어."
     "괜찮아요," 손을 떨어뜨리며 그녀가 말했다. 스크린을 보았지만 이안은 거기 없었다.
     "침대로 가야지?" 제프가 말했다.
     그녀는 일어나 그의 어깨를 문지르면서 다시 한번 키스했다. "여기 잠시만 같이 있어요."
     "미안해, 테레사. 난 지금 너무 피곤해. 무척 힘든 하루였어."
     "좋아요," 거부당했다는 느낌을 참으며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손을 떨어뜨렸다.
     "침대로 가죠."
     제프는 금방 잠이 들었다. 그녀는 그의 규칙적인 숨소리를 들으며 깬 채로 옆자리에 누워있었 다. 그녀가 침대에서 몸을 뒤척일떠마다 제프는 잠을 깨지 않고 따라서 자세를 바꾸었다. 희미한 꿈의 조각들이 무언가 기본적인 부분에서 제프를 배신했다는 생각과 함께 그녀를 괴롭혔다. 그녀 는 마침내 벌거벗은 채로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잠시 망설이다 담요를 두른 후 그녀는 거실로 향 했다.
     "이안," 그녀가 부드러운 소리로 거실의 모니터를 향해 말했다. 스크린을 가득 채우면서 그의 모습이 나타났다. "잠이 안 와."
     "안됐군요," 이안이 말했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그녀는 소파의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모르겠어,"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같이 있을 사람이 필요한 것 같아. 이야기 할 사람 말이야." 그녀는 입술을 빨았다.
     여전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난 가끔 너무 외로워지곤 해." "저도 그래요," 이안이 말했다. "당신과 같이 있게 되서 기뻐요. 당신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면 언제나 전 여기 있을 거예요." 그녀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사과하고 싶어. 전에 널 못살게 군걸. 그냥 대사를 읽을 뿐이라고 말이야."
     "사과할 필요는 없어요."
     "내 생각도 그래," 그녀는 이안을 올려다 보았다. "그 말은 안했어야 했는데.
     그건 뭐랄까 - 음, 아마 나는 사람들을 그렇게 쉽게 믿지 못하나 봐."
     "어째서죠?"
     "사람들은 떠나. 잊어버리고. 또 관심을 쏟는 것도 멈추곤 해" 그녀는 소파의 팔걸이에 머리를 기대고 누웠다. "누군가 할 수 있는 제일 무서운 말은 아마 '언제까지나 당신을 사랑할거예요.' 라 는 말 일거야. '언제까지나' 라는 말은 믿을 수 없어. 그래서 네가 언제나 필요로 할때 내 곁에 있 어주겟다고 했을 때 그렇게 널 못살게 굴었던 거야. 그런 식으로는 되지 않거든." "날 믿어도 되요. 난 떠나지도 않을 거고 당신이 명령하기 전에는 당신을 잊어버리지도 않을 거 예요. 당신에게 계속 관심도 쏟을거고요. 난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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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2/13 10:34:21  118.127.***.143  PF*any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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