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유머 - 잿빛 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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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75303

작성자 : Avalan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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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216.16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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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 2014/12/13 16: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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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길을 걷다 - 12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우리가 침매터널 쪽을 나오자마자 봤던 풍경은, 잿빛으로 뒤덮인 세계에서 볼 수 있었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색깔을 가득 가진 풍경이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푸른 바다 위에 놓인 회색의 콘크리트 다리의 초입에서, 우리는 안도와 승리의 환호를 질렀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지옥을 빠져 나온 후, 우리는 탁 트인 넓은 공간으로 나와 한걸음씩 걷기 시작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평소의 이 시간대 같으면 적어도 차가 십수대는 다니고 있을법 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하지만, 우리가 다리 위를 거닐며 본것은 버려지고 뒤집힌 차들이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주인을 잃은 채, 덩그러니 놓여있는 자동차들은 차마저 버리고 뛰어야 할수 밖에 없었던 급박한 상황을 보여주는 증거물인것 같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완전히 뒤집혀버린 차도 있었고, 대충 세봐도 다섯대는 부딪혀 반쯤은 찌그러진 차들도 볼 수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문이 열린채로 버려진 차들도 대다수였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우리는 혹시나 이 긴 다리를 건너게 해줄 버려진 차가 있을까, 사냥감을 찾아다니듯 하나하나 확인하며 지나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정말 친절한 사람이 있다면 열쇠도 꽂아놓고 버려놨을 수도 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앞쪽에 있던 2012년형 소렌토로 발길을 돌렸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차문이 열린채로 버려져있던 베이지색 소렌토는, 차 주인이 정말 다급하게 몸을 피했다는걸 보여주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안쪽에서는 무엇인지 모를 끈적한 액체가 잔뜩 묻어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놈들이 안쪽에 타있던 건지, 혹은 안에 타있던 주인이 놈들중 하나로 변한건지는 알 수 없지만, 굉장히 높은 점도를 가진 갈색 액체가 가득 차량 시트에 붙어있는걸로 봐서는, 절대로 손을 대서는 안될 차라고 생각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열려있던 차 문을 닫고는, 또다시 하얀 선을 따라서 걷기 시작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너 이 다리 몇미터짜리 다린지 아냐?"</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하얀선에 발을 맞춰 걸으며 나에게 물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침매터널 180미터, 다리길이만 해도 8.2킬로미터."</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상훈이 뒤를 따라걸으며 말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얼굴이 확 구겨지는 듯 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미친 그걸 언제 걸어가. 빨리 차 찾아봐야겠다 진짜."</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하얀선을 따라 걷던 발길을 주변으로 돌려 또다른 차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우린 적당한 차를 하나는 찾아봐야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8.2킬로미터를 전부 걸어갈수도 없을 분더러, 이렇게 부피있는 가방을 메고 가는건 우릴 잡아주쇼 하고 광고하고 다니는거랑 다를게 없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물론 차량엔진소리 자체가 큰 소음을 만들어내 놈들을 끌어올게 뻔하지만, 차 없이 거가대교를 건너고, 옥포까지 넘어가는건 무리가 있을것이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야, 우리 이왕 타고갈거면 RV 쪽으로 찾아보는게 낫지 않을까?"</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주변을 둘러보며 차를 찾고있던 상훈이에게 소리쳤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내가 골똘히 생각하는 동안, 상훈이는 벌써 내 수십미터 앞쪽에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내가 소리치는걸 듣고는, 옆에 있던 그랜져 보닛 위쪽에 엉덩이를 걸치곤 나에게 소리쳤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야! 안돼! 큰차는 피해서 찾아! 너무 눈에 띄는거도 안좋아!"</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나를 보고 크게 소리치곤, 보닛 위에서 내려와 조수석 앞에 서서는 안쪽을 지켜보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리고는, 그랜져 차문을 잡고는 힘껏 잡아당겼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잠금이 해제되있던지, 차문은 아무런 저항도 없이 활짝 자신의 안을 보여주며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아무런 제약도 없이 깔끔하게 열리는 차문을 보곤 씨익 웃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랜져라 조금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없는것보단 나을것이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한달음에 상훈이에게 달려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내가 상훈이 근처로 갔을땐, 상훈이는 차 안쪽으로 머리를 넣고 안쪽을 살펴보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이야... 이거 안도 깨끗하고.... 안에 청소한지 얼마 안됐는지 깔끔하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안쪽 시트쪽을 살짝 매만져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반대쪽으로 돌아가 운전석쪽의 문을 열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문을 열자마자, 난 아주 상쾌한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아마도 차 주인이, 감염사태가 터지기 전에 큰맘 먹고 새 방향제를 장만 했나보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곧 쓸모가 없어졌지만.....</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를 뒤져봤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혹시나 이 사이에 열쇠를 버려놓고 도망갔을 수도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버려진 휴지들 틈바구니 속에 손을 넣어 뒤적거려 보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아래쪽에서 딱딱한 느낌이 느껴졌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모양이 직사각형 비스무리한걸 보니 스마트키인것 같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구겨진 휴지들을 손으로 헤집어보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한층 한층 휴지들이 벗겨질때 마다, 그 아래에 있는 검은색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반쯤 헤집어진 휴지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선 그 검은색 물체를 집어 올렸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은색 열쇠고리에 걸려있는 스마트키였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스마트키를 손에 쥐곤, 뒷좌석에서 머리를 박고 열쇠를 찾고있던 상훈이의 머리를 살짝 두드렸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무언가가 자신의 머리를 툭툭 치고있다는 느낌을 받은 상훈이는, 머리를 들고는 나를 보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리곤, 내 손가락 사이에서 달랑대며 빛을 내고있는 스마트 키를 보곤, 씨익하고 웃음을 보여주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우린 넓은 바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달리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사장교를 이어주고 있는 하얀색 철골들이 아주 빠른 속도로 우리를 지나치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중간중간을 이어주는 다리, 그리고 터널을 지나 우리는 거제도로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차를 찾고 나서는, 일사천리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거가대교를 횡단하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10분정도를 달렸을까, 우린 우리의 왼쪽으로 거제방면 거가대교 톨게이트가 지나가는 걸 볼 수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거제로 들어왔다는 걸 넌지시 우리에게 알려주고있는 파란색 톨게이트였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도 그걸 봤는지, 나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다왔다. 거제다. 우리 집이라고.."</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우린 희망에 차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드디어 집에 돌아왔다는, 드디어 고향에 돌아왔다는 기쁨에 우리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액셀을 더욱 세게 밟아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콘크리트 길을 따라 가며 우리는 주변의 풍경을 둘러보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우리가 기숙사에서 봤던 그 지옥같은 풍경이 여기도 펼쳐진게 아닐까 내심 걱정되기 시작했다.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만약 우리 집 주변마저 지옥이 되어버렸을수도 있다는 걱정이 머리속을 메우기 시작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초조함에 창문을 열고는 머리를 쓸어넘겼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만약 집 문을 딱 열고 들어갔는데, 온 집안이 피범벅이고, 부모님 방안에는, 부모님이 아닌 괴물이 자리잡고 있다면.....</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불안한 마음을 떨치려 상훈이에게 말을 걸려 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내가 상훈이쪽으로 고개를 돌렸을때, 난 볼수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양손으로 핸들을 꾹 잡고서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앞을 응시하고 있는 상훈이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겉으로는 날 잡아주고,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고 있었지만, 그 자신은 얼마나 흔들리고 있었을까.</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초조하게 핸들을 톡톡 두드리며 운전을 하고 있는 상훈이를 보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무언가가 불안한지, 상훈이는 앞쪽과 옆쪽을 번갈아 보며 액셀을 밟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조차도, 고향에 돌아왔다는 안도감과 함께, 자신의 보금자리가 부서졌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우린 그렇게 콘크리트 길을 따라 계속 달렸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거가대교쪽으로 이어진 길은, 송정이라는 곳쪽에서 끝이 났는데, 거기서 언덕 하나만 넘어간다면, 바로 모든 옥포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장소가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더군다나, 상훈이는 무엇이 불안한지 올라서다 시피 액셀을 밟아대서, 차 엔진은 굉음을 내며 바퀴를 굴려대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원형 인터체인지 길을 따라서 돌아 내려온 후, 우리는 그 언덕을 향해 차를 몰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우리의 시야에서, 점점 하늘은 좁아지고, 우리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고층 아파트들부터 보이기 시작했고, 산 위에 있는 아파트들도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우리는 기대감과 걱정감이 뒤섞인 상태로 언덕을 넘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우리가 언덕을 넘자마자, 차는 급정거를 할 수 밖에 없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창백해진 얼굴로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우리가 몰던 차는 아주 긴 스키드 마크를 남기며 언덕의 중간쯤에 멈춰섰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좌절감에 젖은 눈으로 옥포를 보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나조차도, 커져가는 걱정에 조금이라도 진정을 시켜보려 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눈을 감았다 떠보기도 하고, 머리를 조금씩 쓸어 넘겨보기도 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하지만, 옥포 군데군데에서 피어나고 있는 검은연기들과, 당장 바로 앞에 보이는 아파트의 한쪽 벽이 완전히 그을려 있는 풍경은, 불안감을 더욱 키워주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다시 액셀을 밟아서는 차를 굴려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우리가 옥포 위쪽에 있는 큰 길가에 들어섰을때는, 온 마을 군데군데에서 나오는 놈들을 볼 수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중간쯤에 왔을땐, 또다른 차량의 바리케이트 때문에 차를 멈춰야만 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완전히 굳은 얼굴로 모자를 쓰곤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김경현, 빨리 내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나에게 무심한 한마디를 던지곤, 뒷좌석에 던져놨던 가방을 꺼내어 메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나도 옆에 두었던 모자를 챙겨 쓰곤, 바로 차에서 몸을 날리듯 내리곤, 가방을 꺼내 메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입술에 피가날정도로 깨물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불안한지, 내가 느끼는 불안감 그 이상의 불안감의 원천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상훈이는 내가 침매터널 안에서 느꼈던 불안감과 공포를 느끼고 있는듯 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여기쯤이면 우리 집까지 두골목정도 가면 되니까, 빨리가자. 빨리...."</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바람막이의 지퍼를 올려 옷을 여미곤, 앞쪽으로 발길을 옮겼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야, 박상훈. 천천히좀....."</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차속에서 열쇠를 끄집어 내곤, 상훈이의 뒤를 따라 달리다시피 하며 걸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주변에서 그르렁대는 소리가 울려오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아마 차 소리를 들은 놈들이 그 소리의 진원지로 점점 진주하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옆쪽 골목에서 저음의 그라울링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왼쪽에 있던 골목쪽에서 파란색 작업복을 입은 한놈이 걸어나오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도끼를 한번 손위에서 굴리더니, 걸어오는 속도를 그대로 실어 도끼를 찍어버렸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의 도끼질에, 놈의 목은 그대로 허공에 떠올라 검은색 피를 흩뿌리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머리가 분리된 본체는, 비틀거리며 선 자세를 유지 하고 있다, 스르르 중심이 무너지며 바닥으로 무너지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마치 눈이 뒤집힌듯, 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 다급한 마음은, 점점 우리를 몰아치고 있었고, 우리는 불과 300미터 정도 남은 집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우리가 골목길에서 몸을 돌려, 우리 집이 한눈에 보이는곳에 도달했을때, 우린 아파트 중간쯤에서 생긴 그을음을 볼 수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이미 한번 불이 났다가 사그러 들었는지, 연기는 나고 있지 않았지만, 그 그을음 뒤에 숨어있을 이야기는 뻔했기 때문에, 우리는 걱정을 등에 업고 집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div>

Avalanche의 꼬릿말입니다

내 길을 걸어감에 있어
나의 지식은 나의 창이 되고
나의 경험은 나의 방패가 되고
나의 손을 잡아준 사람은 나의 버팀목이 되어
나의 창과 방패, 그리고 버팀목과 함께 끝까지 걸어가리라.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환하게 웃게 되리라.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되리라.

필명 Avalanche, 소설쓰고 있슴다.
관심있으신 분은 보러 오세요.
보기만 해주셔도 감사합니당.
'잿빛길을걷다'
http://novel.bookpal.co.kr/view?bid=4185
http://novel.naver.com/challenge/list.nhn?novelId=213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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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4/12/13 22:55:27 182.215.***.78 안나프로이드 531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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