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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75167
    작성자 : Avalanche
    추천 : 8
    조회수 : 484
    IP : 216.164.***.134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4/12/07 17:02:40
    http://todayhumor.com/?panic_75167 모바일
    잿빛 길을 걷다 - 03
    난 상훈이를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래층은 이미 많은 아이들이 모여있는지 웅성웅성 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 사이로는, 장쌤의 다리에서 흘러나온 것 같은 피가 긴 길을 만들고 있었다.

     

    그 핏자국은 사감실까지 이어져 있었다.

     

     "아아악!! 다리.. 다리!"

     

     "장쌤 좀만 참아봐요 좀만! , 여기 율현고입니다. 여기 지금..."

     

    나와 상훈이는 웅성대고 있는 아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앞쪽에서는, 와이셔츠 대신 하얀 무지티만 입고 있는 세 사람이 보였다.

     

    상훈이는 철진이 옆을 살짝 비집고 들어갔다.

     

     ".. 미친..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 진짜..."

     

    철진이는 패닉상태에 있는지 머리를 움켜쥐고는 멍하니 중얼대고 있었다.

     

     ", 이철진. 얌마. 이철진. ."

     

    상훈이는 철진이의 어깨를 두드리며 철진이를 불렀다.

     

    누군가가 자신의 어깨를 건드리고 있는 느낌을 받자, 철진이는 뒤로 고개를 돌렸다.

     

     ", 박상훈. 깜짝이야..."

     

     ", 도대체 뭔데 지금... 뭔일인데"

     

    철진이는 상훈이 뒤에 서있던 나를 살짝 보곤 머리를 쥐어 뜯으며 말했다.

     

     "너 무슨 쟤랑 쳐 자고 있었냐? 막 뭐 부러지는 소리 나길래 나가보니까 모가지 뿌러진 이상한 아저씨가 피 칠칠 흘리고 있길래 그 사람 사진을 막 찍다가 그 구쌤이 나보고 막.. .... 그러니까..... 아오 왜 아까 좀 나와보지 진짜! 전교생 반이 다 튀어나온 거 같더니만!"

     

    철진이는 갑자기 흥분했는지 목에 핏줄까지 세워가며 화를 내고 있었다.

     

     ", 위층에서 나도 다 봤어. 무슨 사람이 다른 사람 다리를 물어 뜯냐.. 미친..."

     

     "모르겠다 나도. 아 그리고 아까 그 떼어내려고 하는데... 무슨 소새끼 하나랑 줄다리기 하는 줄 알았다니깐? 아까 못봤냐? 구쌤 혼자서도 안돼서 다섯 명이서 달려들어서 뜯어낸 거? 그런데도 입을 안 열길래 장쌤 다리 뜯겨 나갔잖아 아주!"

     

    열불을 토해내고 있던 철진이의 티셔츠에는 검은색 물과 빨간색 피가 여기저기 묻어 있었다.

     

    철진이는 열불을 토하며 우리에게 말을 하다 뭔가 축축한 느낌이 느껴졌는지 티셔츠 쪽을 살펴보려 고개를 내렸다.

     

    그리곤 옷에 묻어버린 피를 슬쩍 발견했는지 손가락으로 마구 문지르기 시작했다.

     

     "아 미친... 옷에 이거 뭐야 진짜... 와이셔츠도 지금 저 미친놈한테 감아놨는데..."

     

    철진이가 손가락을 문지르며 있을 때 즈음, 밖에서는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망할.. 이제 쳐오고 지랄이야...."

     

    급브레이크를 밟았는지, 맹렬히 돌고 있던 타이어가 멈추며 지면을 긁어대는 소리가 요란하게 학교를 울렸다. 끼이익하는 큰 소리와 함께 큰 스키드마크를 남기며 섰을 게 분명하다.

     

    밖에선 덜그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분주히 움직이는 구급대원들이 보였다. 주황색 들것과 함께 메디킷을 든 구급대원들이 계단을 따라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를 들은 구쌤은, 피칠갑이 된 옷을 입은 채로 사감실에서 뛰어나왔다.

     

     "장쌤! 조금만 참아봐요 조금만. 여기 이쪽에 한 명 있습니다 여기요!"

     

    기숙사 안쪽으로 달려들어온 구급대원은 사감실 안으로 달려들어가서는, 고통에 겨워 신음을 내뱉고 있는 장쌤에게 어깨를 빌려주어 장쌤을 부축하며 바깥으로 나왔다.

     

    장쌤의 다리에는 붕대가 칭칭 감겨있었지만, 그 붕대 너머로 보이는 흥건한 피에, 얼마나 장쌤의 상처가 깊은지를 알 수 있었다.

     

    구쌤은 급하게 나가려고 하는 구급대원 한 명의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저기 뒷문쪽에 사람.. 아니아니 그 크게 다친... 환자 하나가 더 있습니다."

     

    환자를 후송하려 뛰어나가던 구급대원은, 구쌤의 부름에 응답하듯 뒤를 돌아보았다.

     

     "선생님 지금 죄송하지만 구급차 안쪽에 자리가 많이 모자랍니다. 아마 다시 와야 할 듯 싶은데 그건 힘들겁니다 아마..."

     

    구급대원은 이마에서 흐르던 땀을 살짝 닦아냈다.

     

     "죄송하지만 지금 저희 쪽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환자가 아니라서 좀 곤란합니다.."

     

    구급 대원은 약간 짜증이 올라왔는지 옆쪽 문에 살짝 기대서서는 말을 이어갔다.

     

     "선생님, 지금 관제센터가 난리가 났습니다. 무슨 여기저기서 이상한 사람이 있네, 뭐네, 누가 물었네 말았네 하면서 지금 완전 불타고 있더라구요. 저희도 아까 주공아파트 단지 쪽에 갔다가 여기로 오는 길입니다."

     

    그는 무언가 번뜩 떠오르는 것이 있는지, 머리 위에 쓰고 있던 모자를 벗고는 한 손으로 구기며 말했다.

     

     "선생님, 혹시 그 뒤쪽에 있다는 그... 환자분.. 아니 그 사람...."

     

    구쌤은 뭔가 떠올랐다는 듯, 구급대원에게 말을 이었다.

     

     "방금 부축 받으면서 나가신 장쌤 다리를 물더라구요. 저하고 학생 네 명이 달려들어서 떼냈는데, 자꾸 달려들려고 하길래, 아이들 와이셔츠를 벗어서 대충 묶어놓은 상태입니다. 믿을 수가 없네요, 목이 부러졌는데도 그렇게...."

     

    구급대원의 얼굴이 한 순간 굳어지는 게 느껴졌다.

     

    그의 얼굴을 봤을 때, 난 그 구급대원의 눈동자가 커지고,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씨발... 알겠습니다."

     

    구급대원은 밖을 보며 소리쳤다.

     

     "! 스트레쳐 하나 더 가져와 빨랑! 구속구나 그런 거랑 같이!"

     

    장쌤을 부축하고 있던 구급대원이 큰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또 그겁니까?"

     

    그 구급대원은 장쌤을 앰뷸런스 뒤쪽으로 부축하며 말했다.

     

     "그래 제기랄... 빨랑! 시간 없어 빨리!"

     

     "! 알겠습니다!"

     

    앰뷸런스 근처에 있던 구급대원은, 들것을 앰뷸런스에서 쭉 빼더니 그대로 기숙사 쪽으로 밀고 들어왔다.

     

    모자를 벗고 있던 구급대원 아저씨는, 구쌤을 돌아보며 말했다.

     

     "뒷문 쪽에 있다 그러셨죠? 도움이 좀 필요합니다 선생님. 좀 도와주십쇼.."

     

    구쌤은 불과 5분 정도 전에 있었던 힘싸움이 기억났는지, 구급대원이 들고 온 스트레쳐를 따라 뒷문 쪽으로 향했다.

     

    그들이 나가는걸 지켜보고 있던 철진이는 뭔가 머뭇거리는 듯 했다.

     

     "에이.. 미치겠네 진짜... 아오! 이게 무슨 개같은 상황이야 진짜!"

     

    그리고 철진이는 구쌤이 간 길을 그대로 따라 뒷문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난 스트레쳐가 만들어낸 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다리를 물어 뜯기고 질질 끌려오며 만들어진 장쌤의 피의 길 위를, 스트레쳐의 바퀴 자국이 길게 그 중간을 끊어 놓고 있었다.

     

    그리고 그쪽에서 이어진 또다른 기다란 피의 길은, 기숙사의 뒷문을 향하고 있었다.

     

    난 너무나도 걱정됐다. 또 궁금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도무지 알 턱이 없었다.

     

    난 그 새로운 두줄기의 작은 길 사이를 따라 기숙사 후문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 셋 하면 올려요. 하나, , !"

     

    내가 뒷문에 다다랐을 때 봤던 모습은, 바닥에 널부러진 와이셔츠와, 네 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그 시체 하나를 뻘뻘대며 옮기고 있는 장면이었다.

     

    구급대원들은 양쪽 다리를 잡고, 구쌤과 철진이는 팔 쪽을 굳게 잡고 있었다.

     

    그렇게 네사람은 그 시체를 마치 능지처참 당하는 죄인처럼 쭉 잡아당기곤 들것 위에 던져버렸다.

     

    외부의 힘에 놀란 것인지, 아니면 그 들것 위에 묶이기 싫다는 발버둥인지, 그 시체는 더욱더 심한 몸부림을 부리고 있었다.

     

    팔과 다리를 잡고 있는 네 사람의 몸이 휘청휘청거릴 정도로, 힘찬 몸부림을 보여주고 있었다.

     

     "야 공진태! 빨리 이 새끼 눌러 빨리!"

     

    왼쪽 다리를 잡고 있던 구급대원은, 그 시체가 들것 위에 놓이자 마자 그 시체위로 몸을 덮어 힘껏 무게를 더해줬다.

     

    그때 오른쪽 다리를 잡고 있던 그 구급대원이, 스트레쳐에 밑에 있던 이상한 하얀 벨트같은 걸 꺼내더니 그 시체를 칭칭 동여매기 시작했다.

     

    한줄 한줄, 몸이 속박될 때마다, 그 시체는 더 심한 몸부림을 쳐 그 벨트를 끊어버리려고 했었다.

     

     "으으... 혼자서 무리.. 인거 같습니다... 이거..."

     

    진태라고 불린 그 구급대원은 힘겹게 그 시체의 몸을 누르고 있었지만, 시체가 몸부림을 한번 칠 때마다, 그의 몸은 허공으로 반쯤은 떠오를 정도로 들썩거리고 있었다.

     

    한명의 힘으로 누르는 건 안될 거 같다는 판단이 섰던걸까, 철진이는 잡고 있던 팔을 놓고는 그 구급대원 옆에서 그 시체를 똑같이 누르기 시작했다.

     

    하반신은 구급대원이, 상반신 쪽에서는 철진이가 온 힘을 다해 시체를 누르고 있었다.

     

    벨트를 차 나가던 구급대원이, 시체의 왼쪽 팔을 묶으려고 하던 그때였다.

     

    벨트를 차려던 그 찰나의 순간에 구급대원은 그 시체의 손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미끄러웠던 구급대원의 손에 잡혀있던 시체의 한쪽 손은, 자신의 손목을 잡아채던 힘이 사라지자 마자 구급대원의 손을 피해서는 멀리 떠나가고 있었다.

     

    그리곤 그 더러운 시체의 손은 상반신을 누르고 있던 철진이의 어깨를 세게 강타했다.

     

    그리곤 뭔가가 잡히는 게 생겼는지, 손을 그대로 오므려 철진이의 어깨를 으스러트려버릴 기세로 잡아 쥐기 시작했다.

     

     "아아! 어깨! 아저씨, 어깨 어깨!"

     

    난 볼 수 있었다. 시체의 더러운 손톱은 철진이의 어깨 쪽을 강하게 움켜쥐고 있는지 옷이 놈의 손 안쪽으로 조금씩 말려들어 갔다.

     

    어찌나 그 손을 세게 쥐고 있었던지, 그 시체의 손은 철진이 어깨 쪽의 살을 파고 들어가고 있었다.

     

    상처를 따라 철진이의 피는 하얀 무지티를 빨갛게 적셔나갔다.

     

    벨트를 놓쳐버린 대원은 황급히 팔을 억지로 잡아 쥐고는 벨트를 묶어버렸다.

     

    양다리와 한쪽 팔이 묶여버린 시체는, 한쪽 팔로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잡아버릴 것처럼 휘두르고 있었다.

     

    철진이는 이제 됐다고 느꼈는지, 시체 위에서 몸을 일으켰지만, 어깨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에 어깨를 감싸쥐었다.

     

     "크으... 거지같이 아프네 진짜.... 아으..."

     

    다리를 붙잡고 있던 구급대원이 마지막 한쪽 팔에 벨트를 채우자, 두 구급대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스트레쳐 위에 묶여있던 그 시체는, 큰 구속 틀에 묶여버린 하나의 모르모트처럼 그 구속을 풀고 탈출하려 몸을 마구 흔들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는 믿을 수 없는 소리가 마구 들려왔다.

     

     "캬욱... ... 으게에...."

     

    도저히 사람이 낼 수 있는 소리라고는 생각 못할 그런.... 마치 짐승이 울부짖는 것 같은 소리가 내 귀를 찔러댔다.

     

     "학생 괜찮아?"

     

    모자를 벗고 있던 구급대원은, 철진이의 어깨를 보곤 말했다.

     

     "... 아프죠.. 왜 안아프겠어요.."

     

    철진이는 피가 나는 어깨를 손으로 붙잡고는 고통에 얼굴을 찌푸리며 입을 뗐다.

     

    어깨로 질질 흐른 피를 본 구쌤은, 철진이를 부축해 안으로 들어왔다.

     

    스트레쳐의 벨트가 모두 다 메진 것을 확인한 구급대원 둘은, 황급히 스트레쳐를 밀며 기숙사를 빠져나갔다.

     

    이 모든 게 불과 15...? 20분 남짓 하는 시간 안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상한 시체가 굴러 떨어지곤, 그 시체가 장쌤을 물고....

     

    앰뷸런스까지 들어오고....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아무것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 어떤 무엇도 상상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할 것만 같았다.

     

     "지금 빨리 자기 사실로 다들 돌아가서 대기할 수 있도록. 철진이는 사감실로 들어가서 있고."

     

    구쌤은 머리에 맺힌 땀을 닦으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철진이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곤 사감실로 들어갔다.

     

     

    난 내 방을 가려 계단을 올라가다 문득 뒤를 돌아봤다.

     

    기숙사 뒷문에서부터 사감실로 이어진 피의 길에, 그 사이사이를 지나간 스트레쳐의 바퀴자국.

     

    진홍색의 커다란 줄기 위에 난 가지처럼, 잔혹한 진홍빛의 수묵화를 그려내고 있었다.

     

    난 그 풍경에 몸을 떨며, 다시 방으로 발길을 옮겼다.
    Avalanche의 꼬릿말입니다
    내 길을 걸어감에 있어
    나의 지식은 나의 창이 되고
    나의 경험은 나의 방패가 되고
    나의 손을 잡아준 사람은 나의 버팀목이 되어
    나의 창과 방패, 그리고 버팀목과 함께 끝까지 걸어가리라.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환하게 웃게 되리라.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되리라.

    필명 Avalanche, 소설쓰고 있슴다.
    관심있으신 분은 보러 오세요.
    보기만 해주셔도 감사합니당.
    '잿빛길을걷다'
    http://novel.bookpal.co.kr/view?bid=4185
    http://novel.naver.com/challenge/list.nhn?novelId=213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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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잿빛 길을 걷다 - 16 Avalanche 14/12/17 16:27 2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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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잿빛 길을 걷다 - 15 [2] Avalanche 14/12/16 14:46 2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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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잿빛 길을 걷다 - 14 Avalanche 14/12/16 14:46 1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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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잿빛 길을 걷다 - 13 Avalanche 14/12/13 16:23 1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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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잿빛 길을 걷다 - 12 Avalanche 14/12/13 16:23 1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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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잿빛 길을 걷다 - 11 [1] Avalanche 14/12/12 16:16 1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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