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유머 - 잿빛 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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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75167

작성자 : Avalanche★

추천 : 8

IP : 216.164.***.134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4/12/07 17: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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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길을 걷다 - 03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상훈이를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아래층은 이미 많은 아이들이 모여있는지 웅성웅성 대는 소리가 들려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아이들 사이로는, 장쌤의 다리에서 흘러나온 것 같은 피가 긴 길을 만들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 핏자국은 사감실까지 이어져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아아악!! 다리.. 다리!"</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장쌤 좀만 참아봐요 좀만! 예, 여기 율현고입니다. 여기 지금..."</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나와 상훈이는 웅성대고 있는 아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앞쪽에서는, 와이셔츠 대신 하얀 무지티만 입고 있는 세 사람이 보였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철진이 옆을 살짝 비집고 들어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야.. 미친..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 진짜..."</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철진이는 패닉상태에 있는지 머리를 움켜쥐고는 멍하니 중얼대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야, 이철진. 얌마. 이철진. 야."</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철진이의 어깨를 두드리며 철진이를 불렀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누군가가 자신의 어깨를 건드리고 있는 느낌을 받자, 철진이는 뒤로 고개를 돌렸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아, 박상훈. 깜짝이야..."</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야, 도대체 뭔데 지금... 뭔일인데"</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철진이는 상훈이 뒤에 서있던 나를 살짝 보곤 머리를 쥐어 뜯으며 말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너 무슨 쟤랑 쳐 자고 있었냐? 막 뭐 부러지는 소리 나길래 나가보니까 모가지 뿌러진 이상한 아저씨가 피 칠칠 흘리고 있길래 그 사람 사진을 막 찍다가 그 구쌤이 나보고 막.. 그.... 그러니까..... 아오 왜 아까 좀 나와보지 진짜! 전교생 반이 다 튀어나온 거 같더니만!"</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철진이는 갑자기 흥분했는지 목에 핏줄까지 세워가며 화를 내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야, 위층에서 나도 다 봤어. 무슨 사람이 다른 사람 다리를 물어 뜯냐.. 미친..."</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모르겠다 나도. 아 그리고 아까 그 떼어내려고 하는데... 무슨 소새끼 하나랑 줄다리기 하는 줄 알았다니깐? 아까 못봤냐? 구쌤 혼자서도 안돼서 다섯 명이서 달려들어서 뜯어낸 거? 그런데도 입을 안 열길래 장쌤 다리 뜯겨 나갔잖아 아주!"</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열불을 토해내고 있던 철진이의 티셔츠에는 검은색 물과 빨간색 피가 여기저기 묻어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철진이는 열불을 토하며 우리에게 말을 하다 뭔가 축축한 느낌이 느껴졌는지 티셔츠 쪽을 살펴보려 고개를 내렸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리곤 옷에 묻어버린 피를 슬쩍 발견했는지 손가락으로 마구 문지르기 시작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아 미친... 옷에 이거 뭐야 진짜... 와이셔츠도 지금 저 미친놈한테 감아놨는데..."</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철진이가 손가락을 문지르며 있을 때 즈음, 밖에서는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망할.. 이제 쳐오고 지랄이야...."</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급브레이크를 밟았는지, 맹렬히 돌고 있던 타이어가 멈추며 지면을 긁어대는 소리가 요란하게 학교를 울렸다. 끼이익하는 큰 소리와 함께 큰 스키드마크를 남기며 섰을 게 분명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밖에선 덜그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분주히 움직이는 구급대원들이 보였다. 주황색 들것과 함께 메디킷을 든 구급대원들이 계단을 따라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를 들은 구쌤은, 피칠갑이 된 옷을 입은 채로 사감실에서 뛰어나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장쌤! 조금만 참아봐요 조금만. 여기 이쪽에 한 명 있습니다 여기요!"</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기숙사 안쪽으로 달려들어온 구급대원은 사감실 안으로 달려들어가서는, 고통에 겨워 신음을 내뱉고 있는 장쌤에게 어깨를 빌려주어 장쌤을 부축하며 바깥으로 나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장쌤의 다리에는 붕대가 칭칭 감겨있었지만, 그 붕대 너머로 보이는 흥건한 피에, 얼마나 장쌤의 상처가 깊은지를 알 수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구쌤은 급하게 나가려고 하는 구급대원 한 명의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저기 뒷문쪽에 사람.. 아니아니 그 크게 다친... 환자 하나가 더 있습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환자를 후송하려 뛰어나가던 구급대원은, 구쌤의 부름에 응답하듯 뒤를 돌아보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선생님 지금 죄송하지만 구급차 안쪽에 자리가 많이 모자랍니다. 아마 다시 와야 할 듯 싶은데 그건 힘들겁니다 아마..."</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구급대원은 이마에서 흐르던 땀을 살짝 닦아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죄송하지만 지금 저희 쪽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환자가 아니라서 좀 곤란합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구급 대원은 약간 짜증이 올라왔는지 옆쪽 문에 살짝 기대서서는 말을 이어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선생님, 지금 관제센터가 난리가 났습니다. 무슨 여기저기서 이상한 사람이 있네, 뭐네, 누가 물었네 말았네 하면서 지금 완전 불타고 있더라구요. 저희도 아까 주공아파트 단지 쪽에 갔다가 여기로 오는 길입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는 무언가 번뜩 떠오르는 것이 있는지, 머리 위에 쓰고 있던 모자를 벗고는 한 손으로 구기며 말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선생님, 혹시 그 뒤쪽에 있다는 그... 환자분.. 아니 그 사람...."</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구쌤은 뭔가 떠올랐다는 듯, 구급대원에게 말을 이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방금 부축 받으면서 나가신 장쌤 다리를 물더라구요. 저하고 학생 네 명이 달려들어서 떼냈는데, 자꾸 달려들려고 하길래, 아이들 와이셔츠를 벗어서 대충 묶어놓은 상태입니다. 믿을 수가 없네요, 목이 부러졌는데도 그렇게...."</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구급대원의 얼굴이 한 순간 굳어지는 게 느껴졌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의 얼굴을 봤을 때, 난 그 구급대원의 눈동자가 커지고,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이런 씨발... 알겠습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구급대원은 밖을 보며 소리쳤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야! 스트레쳐 하나 더 가져와 빨랑! 구속구나 그런 거랑 같이!"</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장쌤을 부축하고 있던 구급대원이 큰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또 그겁니까?"</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 구급대원은 장쌤을 앰뷸런스 뒤쪽으로 부축하며 말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그래 제기랄... 빨랑! 시간 없어 빨리!"</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네! 알겠습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앰뷸런스 근처에 있던 구급대원은, 들것을 앰뷸런스에서 쭉 빼더니 그대로 기숙사 쪽으로 밀고 들어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모자를 벗고 있던 구급대원 아저씨는, 구쌤을 돌아보며 말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뒷문 쪽에 있다 그러셨죠? 도움이 좀 필요합니다 선생님. 좀 도와주십쇼.."</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구쌤은 불과 5분 정도 전에 있었던 힘싸움이 기억났는지, 구급대원이 들고 온 스트레쳐를 따라 뒷문 쪽으로 향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들이 나가는걸 지켜보고 있던 철진이는 뭔가 머뭇거리는 듯 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에이.. 미치겠네 진짜... 아오! 이게 무슨 개같은 상황이야 진짜!"</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리고 철진이는 구쌤이 간 길을 그대로 따라 뒷문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스트레쳐가 만들어낸 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다리를 물어 뜯기고 질질 끌려오며 만들어진 장쌤의 피의 길 위를, 스트레쳐의 바퀴 자국이 길게 그 중간을 끊어 놓고 있었다.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리고 그쪽에서 이어진 또다른 기다란 피의 길은, 기숙사의 뒷문을 향하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너무나도 걱정됐다. 또 궁금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도무지 알 턱이 없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그 새로운 두줄기의 작은 길 사이를 따라 기숙사 후문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자, 셋 하면 올려요. 하나, 둘, 셋!"</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내가 뒷문에 다다랐을 때 봤던 모습은, 바닥에 널부러진 와이셔츠와, 네 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그 시체 하나를 뻘뻘대며 옮기고 있는 장면이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구급대원들은 양쪽 다리를 잡고, 구쌤과 철진이는 팔 쪽을 굳게 잡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렇게 네사람은 그 시체를 마치 능지처참 당하는 죄인처럼 쭉 잡아당기곤 들것 위에 던져버렸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외부의 힘에 놀란 것인지, 아니면 그 들것 위에 묶이기 싫다는 발버둥인지, 그 시체는 더욱더 심한 몸부림을 부리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팔과 다리를 잡고 있는 네 사람의 몸이 휘청휘청거릴 정도로, 힘찬 몸부림을 보여주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야 공진태! 빨리 이 새끼 눌러 빨리!"</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왼쪽 다리를 잡고 있던 구급대원은, 그 시체가 들것 위에 놓이자 마자 그 시체위로 몸을 덮어 힘껏 무게를 더해줬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때 오른쪽 다리를 잡고 있던 그 구급대원이, 스트레쳐에 밑에 있던 이상한 하얀 벨트같은 걸 꺼내더니 그 시체를 칭칭 동여매기 시작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한줄 한줄, 몸이 속박될 때마다, 그 시체는 더 심한 몸부림을 쳐 그 벨트를 끊어버리려고 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으으... 혼자서 무리.. 인거 같습니다... 이거..."</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진태라고 불린 그 구급대원은 힘겹게 그 시체의 몸을 누르고 있었지만, 시체가 몸부림을 한번 칠 때마다, 그의 몸은 허공으로 반쯤은 떠오를 정도로 들썩거리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한명의 힘으로 누르는 건 안될 거 같다는 판단이 섰던걸까, 철진이는 잡고 있던 팔을 놓고는 그 구급대원 옆에서 그 시체를 똑같이 누르기 시작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하반신은 구급대원이, 상반신 쪽에서는 철진이가 온 힘을 다해 시체를 누르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벨트를 차 나가던 구급대원이, 시체의 왼쪽 팔을 묶으려고 하던 그때였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벨트를 차려던 그 찰나의 순간에 구급대원은 그 시체의 손을 놓쳐버리고 말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미끄러웠던 구급대원의 손에 잡혀있던 시체의 한쪽 손은, 자신의 손목을 잡아채던 힘이 사라지자 마자 구급대원의 손을 피해서는 멀리 떠나가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리곤 그 더러운 시체의 손은 상반신을 누르고 있던 철진이의 어깨를 세게 강타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리곤 뭔가가 잡히는 게 생겼는지, 손을 그대로 오므려 철진이의 어깨를 으스러트려버릴 기세로 잡아 쥐기 시작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아아! 어깨! 아저씨, 어깨 어깨!"</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볼 수 있었다. 시체의 더러운 손톱은 철진이의 어깨 쪽을 강하게 움켜쥐고 있는지 옷이 놈의 손 안쪽으로 조금씩 말려들어 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어찌나 그 손을 세게 쥐고 있었던지, 그 시체의 손은 철진이 어깨 쪽의 살을 파고 들어가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처를 따라 철진이의 피는 하얀 무지티를 빨갛게 적셔나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벨트를 놓쳐버린 대원은 황급히 팔을 억지로 잡아 쥐고는 벨트를 묶어버렸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양다리와 한쪽 팔이 묶여버린 시체는, 한쪽 팔로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잡아버릴 것처럼 휘두르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철진이는 이제 됐다고 느꼈는지, 시체 위에서 몸을 일으켰지만, 어깨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에 어깨를 감싸쥐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크으... 거지같이 아프네 진짜.... 아으..."</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다리를 붙잡고 있던 구급대원이 마지막 한쪽 팔에 벨트를 채우자, 두 구급대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스트레쳐 위에 묶여있던 그 시체는, 큰 구속 틀에 묶여버린 하나의 모르모트처럼 그 구속을 풀고 탈출하려 몸을 마구 흔들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의 입에서는 믿을 수 없는 소리가 마구 들려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캬욱... 우... 으게에...."</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도저히 사람이 낼 수 있는 소리라고는 생각 못할 그런.... 마치 짐승이 울부짖는 것 같은 소리가 내 귀를 찔러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학생 괜찮아?"</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모자를 벗고 있던 구급대원은, 철진이의 어깨를 보곤 말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아... 아프죠.. 왜 안아프겠어요.."</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철진이는 피가 나는 어깨를 손으로 붙잡고는 고통에 얼굴을 찌푸리며 입을 뗐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어깨로 질질 흐른 피를 본 구쌤은, 철진이를 부축해 안으로 들어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스트레쳐의 벨트가 모두 다 메진 것을 확인한 구급대원 둘은, 황급히 스트레쳐를 밀며 기숙사를 빠져나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이 모든 게 불과 15분...? 20분 남짓 하는 시간 안에 벌어진 일이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이상한 시체가 굴러 떨어지곤, 그 시체가 장쌤을 물고....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앰뷸런스까지 들어오고....</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아무것도 예상하지 못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 어떤 무엇도 상상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할 것만 같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지금 빨리 자기 사실로 다들 돌아가서 대기할 수 있도록. 철진이는 사감실로 들어가서 있고."</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구쌤은 머리에 맺힌 땀을 닦으며 아이들에게 말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철진이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곤 사감실로 들어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내 방을 가려 계단을 올라가다 문득 뒤를 돌아봤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기숙사 뒷문에서부터 사감실로 이어진 피의 길에, 그 사이사이를 지나간 스트레쳐의 바퀴자국.</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진홍색의 커다란 줄기 위에 난 가지처럼, 잔혹한 진홍빛의 수묵화를 그려내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그 풍경에 몸을 떨며, 다시 방으로 발길을 옮겼다.</div>

Avalanche의 꼬릿말입니다

내 길을 걸어감에 있어
나의 지식은 나의 창이 되고
나의 경험은 나의 방패가 되고
나의 손을 잡아준 사람은 나의 버팀목이 되어
나의 창과 방패, 그리고 버팀목과 함께 끝까지 걸어가리라.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환하게 웃게 되리라.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되리라.

필명 Avalanche, 소설쓰고 있슴다.
관심있으신 분은 보러 오세요.
보기만 해주셔도 감사합니당.
'잿빛길을걷다'
http://novel.bookpal.co.kr/view?bid=4185
http://novel.naver.com/challenge/list.nhn?novelId=213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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