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유머 - 잿빛 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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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75131

작성자 : CarpeDiem!★

추천 : 5

IP : 216.16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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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 2014/12/06 15:44:15

http://todayhumor.com/?panic_7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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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길을 걷다 - 01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외롭단 생각을 애써 떨치며 노란색 선을 밟으며 걸은 지 두 시간 반째였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하염없이 국도변을 걷고 있던 도중, 버려진 원두막을 하나 발견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주변을 스윽 둘러보니, 아무런 인기척도, 아무런 시체도 없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시체 썩는 냄새도 나지 않았다. 그 흔한 날파리 하나조차 보이지 않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한쪽 손에 들고 있던 크로우바를 살짝 지면에 내리 찍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혹시나 무엇인가가 있다면, 쇠막대와 바닥이 부딪혀 내는 소리에 반응해서 가래끓는 그르렁 소리를 낼 것이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혹시 모른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 쇠소리를 듣고 생전에 대장장이계통 일이나 제철소 계통 일을 하던 놈들이라면, 아마 생전의 그리움 때문에 이 소리를 듣고 찾아올지도 모른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크로우바를 들어 바닥을 대여섯번 정도 내리찍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잿빛 길의 적막을 깰 것만 같은 쇳소리가 주변으로 울려 퍼졌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고요한 적막을 찢으며 퍼져나간 소리는, 주변의 산세에 다시 튕겨 나와 나에게로 다시 돌아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캉... 캉.... 캉....</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내 귀로 다시 돌아온 소리는 많이 옅어져 있었지만, 혹시나 주변에 놈들이 있다면 그 놈들을 깨우기 충분할 정도였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내심 걱정되어 크로우바를 손에 꽉 쥐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을 보니, 아마도 이 주변은 안전한 모양이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혹시 모를 불청객에 발소리를 죽이며 조용히 원두막으로 걸어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원두막에 놓여있던 평상의 바닥은, 말라 비틀어진 핏자국에 검게 물들어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이 주변에 아직도 무언가가 남아있는 걸까?</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크로우바를 더욱 꽉 틀어쥐며 주변을 경계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혹시나 주변에 남은 시체들이 있으면 어떡할까, 그 놈들이 나를 덮쳐버리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걱정이 되어, 손에 잡은 크로우바의 끝이 가늘게 떨려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하지만, 아까 쇳소리에 반응이 없던 것을 생각하며, 이내 내가 했던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피식 웃으며 가방을 평상 위에 내려놓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아까부터 오른쪽 발이 굉장히 쓰라렸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잠시 신발을 벗어 안쪽을 살펴봤다.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신발 안쪽에는 아무것도 없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혹시나 발바닥인가 싶어 양말을 살펴보니 양말의 엄지발가락쪽이 샛노랗게 변해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당황해서 양말을 벗어보니 엄지발가락 밑에 있던 물집이 터져 진물이 약간 흐르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살이 살짝 벗겨져서는 맨 살에 그대로 양말이 닿았던 건지, 약간 쓰라렸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아마 가까운 시내나 도시에 도착하면, 약국을 먼저 찾아봐야 할 것 같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이렇게 멀리까지 걸어왔고 이렇게 오래 살아 남았는데, 그것도 나 혼자 이렇게 살아남았는데</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고깟 세균감염 때문에 죽을 수는 없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까졌던 살을 다시 밀어 올려 상처를 대충 덮고 다시 양말을 신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아직도 약간 쓰라린 감이 남아 있지만, 한 시간이나 한 시간 반 정도는 더 걸을 수 있을 것이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다시 트래킹화를 신고 신발끈을 고쳐 멨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신발끈을 고쳐 메고는 평상에 힘을 풀고 앉으니, 졸음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괜히 앉았나 싶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지금 같은 상황에 졸음이 온다는 것은, '긴장이 풀렸다'는 소리와 다를 것이 없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당장 무엇이 나올지도 모른 상황에서 긴장을 푼다는 것은 '나 여기서 그냥 뼈를 묻어버리고 싶다.' 는 소리와 다를 것 없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지금 상황에 맞게 바꾸자면 '아 여기서 걸어다니는 미끼와 걸어다니는 밥이 되고싶다.' 로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또다시 웃음이 슬쩍 터져 나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삭막해진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나마 간단한 생각에 터져버린걸 보니 아직 내가 완전히 죽어버린 것은 아닌 듯 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혹시나 여기 더 남아있다간 내가 완전히 죽어버릴 것만 같아 바지를 탁탁 털고 일어서려 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하지만, 마음과 정 반대인 내 몸은 내가 생각하는 것을 개의치 않는 듯 나를 향해 피곤하다는 신호를 보내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종아리부근이 꽉 조이듯 뻐근했고, 누군가가 발목부근을 바늘로 찔러대는 듯 시큰거리는 느낌이 다리를 타고 올라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두 시간을 내리 걸었으니 이런 피로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잠깐 동안은 괜찮겠다 싶어, 난 손목시계의 타이머를 10분 정도로 맞춰놨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시계의 타이머가 돌아가는 동안은 쉴 수 있을 것이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잠시 몸의 힘을 빼고, 하늘을 올려다 봤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약간 흐린 날씨에, 먹구름이 낀 하늘에는 한 점의 빛 조차 찾아 볼 수 없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혹시나 구름 사이로 빛 한줄기라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하늘을 뚫어지게 쳐다봤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 어떤 빛 하나조차 찾을 수 없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저 먹구름만 잔뜩 낀 채, 반쯤 흐릿하고 어두컴컴한 하늘만 내 눈앞을 메웠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문득 저 어두운 하늘을 보면서 생각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저렇게 어두워진 건 언제부터일까.'</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아니, '이렇게 내 주변이 어두워진 건 언제부터일까' 라고 되뇌이며 다시 기억을 되짚어보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기숙학교에 다니고 있던 고등학생이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와 이제 고3이다, 지옥 같은 일년이 시작되겠다 하는 생각에 침울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더군다나 애들 사이에선 내가 아웃사이더였기에, 기댈 사람 하나 없이 외롭게 기숙사 방에서 지내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죽을 것같이 힘들고, 괴로워도 난 그저 속으로만 그 고난들과 역겨움을 삼켰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삼켜왔고, 삼켰고, 고3내내 삼킬 것 같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나마 손을 내밀어준 아이들도, 호의라기 보단 필요에 의해서 손을 내밀었던 거 같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처음에는 굉장한 호의를 가지고 '나 이거 좀 가르쳐줘.' 라는 말을 하며 내게 다가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리곤 내가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도와주거나 해준 후에는 아주 냉정하게 한마디만 내뱉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엉 땡큐.'</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라는 말을 한마디를 하고는 또다시 나를 멀리하고, 없는 사람인척 무시하기 시작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물론 고맙다는 말을 해주긴 했지만, 그들이 내 도움을 받은 후에 나를 대하는 것은 마치 교실 바닥에서 이리저리 쓸려 다니는 먼지 한 톨을 보는 듯 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소위 말하는 먹고 튀는 먹튀에 가까웠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내가 바란 것은 대가가 아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저 필요할 때만 와서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받아가는 것이 아닌, '괜찮아?' 라는 한마디를 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 '니 잘못 아니야.' 라는 말을 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기도 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하지만 내가 다른 아이들에게 받았던 눈길은, 괴리감과 어색함으로 가득 찬 두 눈이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마치 교실 한구석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타르덩어리들을 보는 듯, 내 주변 사람들, 주변 아이들은 날 성가신 존재처럼 여기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자연스레 난 그런 취급에 반발하듯 아이들과 조금씩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그렇게 아이들과 점점 멀어졌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툭 까놓고 말하면 초등학교 때부터, 선생님들이랑 가까워져서 선생님들의 총애를 받다 보니 자연스레 아이들은 나에게 질투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질투심이 원인이 되어 아이들이랑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리고 그 거리감이 점점 쌓이니, 나중에 나 자신을 다시 돌아봤을 때 애들과 나완 아주 길고 큰, 그리고 두꺼운 벽이 생겨버리고 말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언제 한번 부숴보려고 노력을 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이깟 벽이 뭐라고 나를 가로막느냐는 생각에 한번만 그 벽을 뛰어넘어보려 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하지만 내가 그 벽을 뛰어넘자마자 받았던 눈길은, 벽을 넘어온 불법 이민자를 바라보던 국경관리국 감시인들의 눈길이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마치 존재해선 안될 그 사람을 본 듯 나를 이리저리 밀어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너무나 오랜 시간동안 그런 취급을 받아와서 그런지 난 익숙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그렇게 벽을 넘거나 깨는 시도를 그만두고, 나 혼자에게 얽매여 살기 시작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아이들에게 상처를 받거나, 괴리감을 느낄 때마다 난 나를 그들에게서 멀찍이 떨어져서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곤 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이렇게 혼자서 방에 누워 음악을 듣던지, 생각에 잠기던지 하는 일이 말이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일요일 날마다, 난 혼자 방에 틀어박혀 음악을 틀어 놓곤 침대 위에서 잠을 청하곤 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조금이라도 불안감이나 우울감을 떨쳐보려고 시작해본 일이 언젠가부터 익숙해지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특히나 그 일요일은, 모든 게 시작된 그 일요일은 왠지 모르게 그런 느낌이 더 들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마음속 한켠에서 피어오른 이유모를 불안감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또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듯한 느낌이 들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아이팟을 켜 MOT 의Ghost를 재생시켜 책상 위에 던져뒀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MOT의 보컬, 이이언의 목소리가 방을 채우고, 난 그의 우울한 목소리와 우울한 음악을 귀에 채우며 침대로 몸을 던졌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 가사 하나하나가 나에게 꽂히는 것만 같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렇게 난 조용히 눈을 감으며 잠을 청하려 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잠깐이라도 그 먹먹함을 잊어보고 싶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때였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바깥에서 누군가가 문을 세차게 두드렸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쾅쾅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살짝 흔들렸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야, 경현아. 문 좀 열어봐 문 좀. 대박 특종, 대박특종!"</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고요함을 깨는 소리가 들려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나의 시간을 방해한 방해꾼에 기분이 상해, 반쯤 찌푸린 얼굴로 문을 열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하.. 나... 또 얼굴 썩어있네. 야, 들어가봐. 얼른 얼른."</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문 앞에 서있던 사람은 그나마 나와 죽이 잘 맞는 놈, 상훈이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내가 뭐라 말하기 전에 문을 힘차게 밀며 내 방안으로 들어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마침 난 2인 1실이었던 기숙사 방을 남학생 인원이 홀수인 문제로 나 혼자 쓰고 있던 터라, 상훈이가 들어오자마자 방은 '2인 1실' 이라는 원래 의미를 되찾은 듯 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아 또 왜...."</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어휴 히키코모리같은놈... 야 이거 읽어봐라."</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한숨을 쉬며 말하곤, 겨드랑이에 끼고 있던 파일을 나에게 건네주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반투명한 파일 너머로 보이는 것은 신문 스크랩들이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귀퉁이가 너저분하게 잘려나간 회색 종이들과 검은 글자들은 파일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그 파일 외에 자기 손에 들고있던 회색 종이를 펴서 내 눈앞에 보여주며 말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영안실에서 사라진 환자. 행방은?' 신기하지 않냐? 이건 뭔가가 있는거라니깐..."</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오컬트한것, 미스테리한것에 엄청난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상훈이를 알아왔던 때부터 나에게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있게 지켜보는 그런걸 많이 보여줬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잠깐 상훈이에 대해 말해보자면, 나와 상훈이는 같은 동네에 살아왔다. 같은 아파트 인데다가, 바로 앞쪽 집에서 살고 있던 우리는 하루가 멀다하고 시간을 보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서로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오락실도 자주 들렀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피씨방을 가는 건 일상이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서로 마음을 열게 되고, 서로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알게 됐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가 차마 남들에게 이야기 하지 못하던 취미는, 바로 미스테리 한걸 찾아 다니는 것이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UFO에 관련된 이야기, 귀신, 좀비 등등등 상훈이는 미스테리한 이야기만 싹싹 골라 자기 블로그에 스크랩하고, 글을 뽑아 읽곤 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다른 사람들은 상훈이보고 괴짜라고 부르곤 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취미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그런 상훈이를 또라이라고 자주 불렀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런걸 찾아 뭘 하겠냐, 그런 거 증명 가능하냐며 상훈이를 마구 놀려대곤 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럴 때마다 상훈이는 '온 세상 증오는 다 빨아먹게 생긴 놈이, 사돈남말 하시네.' 라며 받아치곤 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우리는 그렇게 같은 초등학교, 같은 중학교를 나왔고</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똑같이 입학시험을 치곤,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우린 서로 너무 많은걸 알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너무도 많은걸.....</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소위 말해서 상대방 집에 팬티 개수가 몇 개인지, 몸 어디에 점이 박혀있는지 까지 알 정도로 많은 걸 알고 있었고, 그만큼 절친이기도 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근데 이게 이번만 있던 게 아니란 말이지. 갑자기 환자가 사라지는 일은 다반사였고, 과한 폭력성을 보이던 사람도 있었고 말이야... 그것도 여기 주변에서 말야!"</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입에 침을 튀겨가며 내게 말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비슷한 패턴의 사건들이 많았는지, 상훈이는 또 같은 패턴에 흥분해있는 듯 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마치 자기가 조사해오던 것이 증명되기 직전인양, 눈은 '호기심의 충족' 으로 가득 차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그때 그 뭐라 했더라... 배스 솔트?"</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문득 상훈이가 저번에 말해줬던 인간 좀비 사태랑 관련된 마약이 문득 기억나 읊어보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말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에이, 그건 루머가 좀 있었잖아. 이건 그거랑은 조금 다르다니깐."</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내 품에 있던 파일을 집고는, 그 안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이런 게 한두 번이 아니야. 한 두달정도는 계속 그런 비슷한 일이 생겨왔다니깐. 갑자기 멀쩡하던 사람이 두통을 호소하고 나서 갑자기 난폭하게 변해버렸다든가... 또 취객인줄 알아서 도와주려 했더니 갑자기 행인 목을 조르려 했다든가... 또 뭐가 있었지...? 아 그래 이거. 이거 한번 읽어봐."</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파일의 중간쯤에서, 한 기사를 꺼낸 상훈이는, 나에게 쥐어주곤 다시 파일을 뒤적거렸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가 쥐어준 기사에는, 짙게 모자이크 처리 된 길바닥과 함께 헤드라인이 크게 적혀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저번 달에 있던 일이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한 남성이 과한 폭력성을 보이길래, 지구대 순경이 투입돼서 진압을 하려고 했지만, 그 남성이 그대로 순경 목을 물어버렸다고 했다. 길바닥이 피투성이가 되고, 주변은 아수라장이 되었다고 한다. 다른 순경이 그 남성에게 수 차례 경고를 했지만, 그를 무시하고 접근했다. 위협 차원으로 발사한 공포탄의 총성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그 남성에게 당황한 경찰은 결국 실탄을 발포를 해버렸고, 그 자리에서 그 난동을 부리던 남성은 바로 사살당했다. 목을 물린 순경은 병원으로 후송됐다고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 순경의 시체마저도 사라져버린 것이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에이.. 못 찾겠다. 그니까 뭐가 이상해. 이거 자꾸 시체도 사라지고.. 막 그런 다니깐? 야 이거 혹시...."</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좀비라고 말할 거면 그만 해라. 야 그런 게 어디 있냐?"</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상훈이의 말에 피식 웃고는 스크랩을 다시 돌려줬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야, 김경현, 진짜라니깐! 이거 봐 이거. 지금 이게 한두 번이 아니잖아. 여러 번이야 여러 번!"</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어이가 없다는 듯 나를 쳐다보며 신문 스크랩을 흔들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내가 읽었던 기사들이 내 눈 바로 앞에서 팔랑대며 내 얼굴을 때려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곤 침대에서 일어났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야, 한발 양보해서 좀비가 있다고 치자. 근데 뭐 어떡하라고? 지금 당장 우리 눈앞에 나타난거도 아니잖아. 우리한테 영향 제대로 주지도 못할거 같구만 뭘그래..."</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베란다로 나가는 창문 앞에 서서 잠금을 풀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하도 오래 문을 닫아놔서 그런지, 공기가 탁한 거 같아 문을 열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기숙사 바로 뒤쪽은 산이라, 아주 상쾌한 공기가 방을 향해 밀려들어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쩝 하는 소리를 내곤 말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나도 모르지. 다 죽이던지, 아니면 도망가던지."</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파일을 침대 위에 던져놓곤 나를 따라 베란다로 나왔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바깥의 산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내 옆에 선 상훈이는 신선한 공기를 폐에 밀어 넣으려는 듯 숨을 크게 들이쉬곤 말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만약이지만, 진짜 그 좀비 뭔가 하는 그게 맞으면, 또 우리 바로 앞에 나타나면 넌 어떡할 거냐?"</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곰곰히 생각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만약 그런 일이,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정말로 일어난다면....?</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무엇부터 해야 할까?</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바로 학교를 탈출해서 가족에게 가야 할까?</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아니면 일단 여기서 살아남는 게 먼저일까...?</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자조적인 웃음을 살짝 지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글쎄 말이다. 너라면 내가 어떻게 할거 같냐?"</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는 내 말을 듣고는 피식 웃고 대답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넌 그냥 그래도 방에 틀어 박힐 거 같은데?"</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나를 너무나도 잘 아는 상훈이었기에, 한치의 고민도 없이 나를 까대는 상훈이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부정하고 싶었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걸 봐서는 히키코모리처럼 방에 틀어박혀버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난 아무 말 없이 바깥을 바라봤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이때까지 본적도, 듣지도 못한 것에 공포를 느껴 또 나 스스로를 가두어버릴것이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문득 궁금해졌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야, 그 니가 좀비소설 이런 거 엄청 읽어봤잖아. 궁금해서 그런데, 좀비들은 어떻게 움직일까?"</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문득 든 생각에 상훈이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글쎄 말이다. 내가 본 게 한두 개여야 말이지. 막 절뚝절뚝대면서 올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그 영화 28일 후, 28주 후처럼 막 뛰어올 수도 있고. 모르지."</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흠.. 만약인데... 절뚝절뚝대면서 온다면 다리 부러진 사람 같겠다. 그치?"</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그렇게 말하고 상훈이를 쳐다봤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의 눈은 산자락에 꽂혀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마치 생전 보지 못했던 거장의 작품을 본 것처럼, 혹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물체를 본 것처럼 얼어붙은 얼굴로 산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리곤 무언가를 가리키려는 듯 손을 천천히 들어올리며 말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저기 있는 저 사람처럼.....?"</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상훈이의 손 끝은 기숙사 뒤쪽에 있던 산자락 중간쯤에 멈춰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난 상훈이의 손 끝을 따라 가보았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손끝을 떠나 산 쪽으로 점점 눈길을 옮겼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그리고 난 볼 수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수풀 사이에서는, 파란색 물체가 계단 쪽을 향해 서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 </div> <div class="MsoNormal" style="margin:0cm 0cm 0pt;">잘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이고 있는 듯, 그 파란색 물체는 힘겹게 절뚝거리며 오솔길 계단을 향해 걸어 나오고 있었다.</div>

CarpeDiem!의 꼬릿말입니다

내 길을 걸어감에 있어
나의 지식은 나의 창이 되고
나의 경험은 나의 방패가 되고
나의 손을 잡아준 사람은 나의 버팀목이 되어
나의 창과 방패, 그리고 버팀목과 함께 끝까지 걸어가리라.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환하게 웃게 되리라.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되리라.

필명 Avalanche, 소설쓰고 있슴다.
관심있으신 분은 보러 오세요.
보기만 해주셔도 감사합니당.
'잿빛길을걷다'
http://novel.bookpal.co.kr/view?bid=4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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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4/12/06 20:01:49 39.7.***.116 환상괴담 218909
[2] 2014/12/06 21:52:52 110.70.***.228 비내리는오후 388306
[3] 2014/12/07 20:28:54 211.171.***.98 6LITER 203229
[4] 2014/12/07 22:34:03 218.235.***.15 코알리 195446
[5] 2014/12/08 10:42:02 182.209.***.150 치이냥 577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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