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고 즐거운 글 읽으며 머리를 식히러 온 공간에
남자든 여자든 서로를 싸잡아 비아냥대는 글에 웃거나 화내지도도 못하고 컴퓨터를 끄는 일이 늘어간다.
이런 글들을 보면,
나이는 벌써 20대 후반을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아직 대학생 신분을 놓지 않고 있는 나로서는 사회가 어떤 곳인지 어렵고 무섭기만 하다.

학교에서나 아르바이트를 할 때, 얼마 전 실습 나갔을 때도 이래저래 생각이 많았다.
겨우 컴퓨터 모니터와 프린터와 본체의 선을 연결하는 것 뿐이었는데 여자가 뭘 제대로 하겠냐며 이런 건 남자가 해야지 하며 나를 물러서게 했던 일.
커피는 여자가 타야 맛있다며 다른 일을 하고 있는 나를 불러 갑작스레 커피를 타게 만들었던 일.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려 이동 중에 여자 아이들은 덥다며 사무실로 돌아가고 남자 아이들만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게 했던 일.
별로 무겁지 않은 짐을 들고 나가는 데 남들의 눈을 의식해 남학생들이 반 강제로 짐을 들어주었던 일.
남자아이들은 덜렁대서 이런 일은 잘 하지 못한다며 씻어온 컵을 다시 여학생들이 씻어오게 했던 일.
학교에서 엠티라도 가는 날이면 무거운 짐들은 물론 남학생들 차지에, 이런 날이 아니면 언제 요리를 해보겠냐며 요리와 뒷정리까지 남학생들의 차지였던 일.

남자의 일과 여자의 일이라는 것에 대하여 구분이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한 부분도 있고 스스로 그렇게 만든 부분도 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흔히들 말하는 '남자의 일'을 하고 있다가 일을 빼앗겨보기도 하고 '여자의 일'을 하고 있는 남자의 일을 빼앗은 적도 있다.
어찌보면 배려이니까 고마워서, 혹은 귀찮으니까 이런저런 핑계로 모른척 미루기도 웃어넘기기도 했다.
가끔 오유에서 본 글들이 생각나 고마운 배려에도 나를 무시하냐며 예민하게 굴었던 적도 있고,
힘든 일이 싫고 귀찮아서 스스로가 여성임을 이용했던 적도 있다.

많이 노력해야겠다.
나만이 아니라 함께 노력해야겠다.
이야기도 나누어보고 생각도 나누어야겠다.

그냥, 아침부터 이래저래 생각이 많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