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공계 한국인 석학들 실리콘밸리 기적 들려줘"
국내 우수 학생 사이에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동문들이 해결사로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을 주축으로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KAIST 동문 모임 `KAIST 아메리카`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이공계 진학을 준비 중인 중ㆍ고교 학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온라인 멘토링(후견인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KAIST 아메리카` 간사 임진우 씨(32ㆍ스탠퍼드대 박사과정)는 13일 "한국 경제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해온 이공계통이 최근 한국에서 기피 현상을 빚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며 "이공계 출신 KAIST 동문들이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온라인 멘토링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에게 이공계 출신 선배들이 지금 어떻게 멋진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주겠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현재 미국에서 활동 중인 KAIST 동문 중 7명을 필진으로 위촉해 과학과 공학을 공부하거나 관심을 보이고 있는 학생들에게 향후 진로를 설정하고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주는 `카멘토`(kamento.net/)라는 블로그를 개설했다.
필진으로는 애플 임원 출신 김태성 씨를 비롯해 바이오메디컬 관련 벤처회사 수석 연구원 김현진 씨,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박사 후 과정 양세영 연구원, 주피터 네트워크 스태프 엔지니어 오관석 씨, 실리콘밸리 인근 풋힐 칼리지 수학과 이영희 교수 등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참가했다.
블로그는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에 들어갔다.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반도체회사 `유비모스테크놀로지`를 창업해 운영하고 있는 주동혁 박사가 실리콘밸리 역사와 주요 인물을 소개하는 `실리콘밸리 반세기의 기술혁명-세상을 바꾼 과학 기술자들과 그들의 기업`을 연재하고 있다.
또 김현진 씨는 자신을 소개하는 글에서 "대학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학과 프로젝트 때문에 밤을 새우면서 보낸 시간"이라며 "좋은 추억도 되고, 무엇인가 해냈을 때의 희열을 잊을 수 없어 지금도 언젠가는 된다는 생각으로 끈기 있게 나를 연구에 몰두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영희 풋힐칼리지 교수는 "중학교 때 수학의 논리성이 갖는 아름다움을 맞본 후 수학을 공부하고 젊은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일을 통해 꿈을 심어주는 일을 천직으로 생각하게 됐으며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008년 6월 실리콘밸리에 소재한 암벡스(AmBex) 벤처그룹 이종문 회장(KAIST 명예석좌교수) 지원으로 설립된 `KAIST 아메리카`에는 11일 현재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KAIST 동문 498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회원 63%는 학계, 37%는 기업에서 활동 중이다.
이 단체는 회원이 가입할 때 학적 정보를 통해 KAIST 동문임을 인증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어 국내외 기업이 인재 네트워크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임진우 간사는 덧붙였다.
이처럼 미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 과학자들이 고국 이공계 미래를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은 그만큼 현재 한국 우수 학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특히 우수 학생 이공계 기피 현상은 자연계열 학생들이 서울대 공대보다 지방대 의대를 더 선호하는 데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서울대가 커트라인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진학 지도를 하다 보면 서울대 공대 학과보다 충북대 원광대 관동대 등 지방대 의예과 합격 표준점수 커트라인이 더 높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국내 최상위권 대학 공대에 합격해 놓고도 의예과 또는 한의예과를 가기 위해 재수를 선택하는 학생도 늘어나고 있다. 표준점수를 5~7점 정도만 더 올리면 원하는 의대에 진학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만 해도 자연계열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았던 서울대 공대가 의예과에 밀리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다.
이 소장은 "외환위기 때 이공계열 인재들이 무더기로 직장에서 해고당한 이후 학생들은 직업 안정성이 높은 의예과에 몰리기 시작했고 그 경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공계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이공계 종사자로서 삶의 이정표를 제시하는 블로그 개설은 시의적절하다는 평가다.
[김민구 기자 /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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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노력들이 한국 이공계의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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