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잊고살다, 일하다가, 가끔 뜨거운 마음으로 뒤돌아보게된다.</P> <P></P> <P></P> <P>고모.</P> <P></P> <P>고모는 날 위한다. 항상.</P> <P></P> <P>주말에 가끔 내려가는 날 위해 주머니에, 아니면 자기 전용창고에 먹을걸 재워둔다.</P> <P></P> <P>세속의 사람들과는 생각이 많이 달라서 음식의 유효기간을 좀 헷갈리는데, 특히 감귤을 받을때 썩거나 곪아 있을때가 많다.</P> <P></P> <P>내 이름을 김준성이라고 부른적이 평생 단한번도 없다.</P> <P></P> <P>'준성아' 고모에게 내 이름은 '준성아'다.</P> <P></P> <P>날 자꾸 업으려 한다. 유치원때까지 그녀의 등에 업혀 살던 경험때문인지, 그녀는 '나'라는 짐을 기꺼워 하며 업으려 한다. 내가 어른이 되어서도.</P> <P></P> <P>고모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 </P> <P></P> <P>할아버지께 내 메론바 뺏어먹었다고 일렀다가 고모가 목침으로 얻어 맞은 적이 있다. 그런데도 날 원망하지 않는다. 그만큼 아이스크림이 좋은건가. </P> <P></P> <P>우연히 내 주머니나 가방에 껌이라도 있어서 고모에게 주는날은 기념일이다. 그녀에게 그건 보상이아니다. 선물, '준성아'가 주는 진심이다. 이왕이면 후라보노가 좋겠지만.</P> <P></P> <P>우리집 장롱 한켠엔 십여년은 족히 넘었을 만한 신문으로 만든 딱지도 있고, 바로 오늘 만든 따끈따끈한 신상 딱지도 있다.</P> <P></P> <P>친구들과 딱지치기를 할땐 당연 고모의 딱지다. 수제품이고, 내가 인정하는 유일한 딱지 장인이다.</P> <P></P> <P>오늘도 역시 만화를 보고있는 고모.</P> <P></P> <P>내가 만화를 때고 나서도, 고모는 줄곧 만화 본방을 사수한다. 같이 두손으로 무릎을 끌어 안고 시간가는줄 모르고 보았던 그 시절이 그리운지 만화를 보면서도 날 끌어서 앉게 만든다. 알았어. 오늘은 같이 볼께.</P> <P></P> <P>고모가 아무리 봐도 물을 먹지 않길래, 미행을 했다. 하루종일 쫒아다닌끝에 부엌 구석에 있는 금빛 양동이에 담긴 물을 먹는걸 포착했다. 고귀한 물인줄 알고, 나도 그때부터 몰래 그물만 먹었다. 사실 빗물고인거였지만.</P> <P></P> <P>몸이 불편할때부턴 잘 기억이 안나. 고모.</P> <P></P> <P>믿기 힘들었나봐.</P> <P></P> <P>일어나지 않는 고모가, 만화를 보지 못하는 딱지를 못접는 고모가 미웠어.</P> <P></P> <P>고모. 나 지금 멀리, 더멀리 가고있어.</P> <P></P> <P>어디까지 가야할진 모르겠지만, 앞으로 더 가야할것 같아.</P> <P></P> <P>사랑해 고모. </P> <P></P> <P>너무 늦었네.</P> <P></P> <P>김준기 말대로 다음세상이란게 있으면 내 딸로 태어나.</P> <P></P> <P>그땐 내가 업어줄께.</P> <P> </P> <P> </P> <P>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