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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0836
    작성자 : 후우쨩
    추천 : 0
    조회수 : 1095
    IP : 108.162.***.78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5/06/16 20:52:12
    http://todayhumor.com/?panic_80836 모바일
    소나기
    대학교 1학년여름이었다.

    학교에서 집까지 가는 버스는 늦게까지 있었던데다 그당시에는 집에 항상 늦게 가는 습관이 들어버렸던 터라

    그날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동아리방에 늦게까지 앉아서 혼자 여러가지 상상을 하다가 슬슬 나가지 않으면 위험하겠다 싶어 일어난 시간이 
    열시 이십분 즈음이었다.

    근처에는 고등학교도 있었기 때문에 야자가끝난 고등학생들이 지나간 거리를 따라걸어가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그렇게 버스를 기다리면서 동아리방에서 하던 생각을 이어서 하다보니 예전에 아는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미확인생명체 UMA 라고 불리는 생명들은 인간의 관측에 의해 태어나는것일까 아니면 먼저 태어나 있던 상태에서 관측되는것일까

    그당시에는 그거 완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이야기 아닌가 아니 애초에 그런 생명체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거잖아 하고 잘모르겠다는 식으로 넘어갔지만

    혼자서 생각에 잠겨있을때는 여러가지 쓸모없는 생각조차도 떠올려서 혼자서 망상해버리기 때문에 버스를 기다리는동안 시간을 때울만한 생각거리로는 충분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지만

    결국 버스가 올때까지 맞는답이건 틀린 답이건간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어찌됐건 버스는 내가 내릴곳에 도착했고 버스에서 내려 집을향해 걷고있는도중에 하늘에선 서늘한 여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집까지는 아직 거리가 있었고 오전에 나가기전에 일기예보에서 새벽즈음에 전국적으로 소나기가 있을 예정이라고 이야기 하던 아나운서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소나기인가 하는 생각으로 근처 큰 놀이터 정자에 앉아 문자도 전화도 오지 않은 핸드폰을 괜스레 만지작 거리며 서늘한 기운을 주는 이 비가 언제 그치려나 하는생각과 
    어느쪽이 먼저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고있을때였다.

    아무도 없었을 공원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나처럼 소나기를 피해 놀이터로 들어온 사람인가 싶어 확인해보니 
    여름에 걸맞는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단정한 외모의 여자아이가 내가있던 정자 반대쪽으로 가서 앉았다.

    비를 피하는 사람은 단둘
    뭐 그런건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것은 내가 연락을 기다리는 사람에게서 연락이 오는가 오지 않는가 인것이다.

    후두둑 떨어지는 소나기가 내린지,연락을 기다린지 벌써 이십분가량쯤 지났을까 싶을때부터 비가 그쳐가기 시작했다.

    슬슬 일어날때인가 싶어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던 차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나는 소나기를 피해 정자에 앉아있었고 그상태로 연락도 오지않는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면서 시간이 꽤나 지났을텐데

    갑작스런 소나기를 만난 나도 머리카락이 살짝 젖어있었는데 나보다 늦게 정자에 나타난 소녀는 머리카락조차 단정했던게 떠올랐다.
    분명히 이상하다.

    한차례 내린 소나기의 탓인가 아니면 이상한 느낌을 알아차린 나 스스로 서늘해진것인가.

    등뒤에는 아무런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히 쏟아지는 소나기 속에서도 걷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던 그 소녀가 있어야 할 내 뒤쪽의 정자에는 아무런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하다. 소나기의 소리에 묻혔어야할 발소리가 들린것도. 머리카락도 젖지 않았던 소녀도 새벽으로 넘어가는 이시간에..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있던 소녀도.

    뒤를 돌아보기 두려워졌다.
    거기에 있어야만 할 소녀가 없다면..

    무서운 기분이 든 나는 아직 채 그치지 않은 소나기 사이를 빠른걸음으로 걷기시작했다.

    출구다 공원의 출구로 가는거다.

    재빠르게 앞으로 달려나가 출구를 빠져나왔을때 나는 비로소 그 이상한, 결계처럼 느껴지던 공원의 경계를 넘어선 기분이 들어 힐끗 앉아있던 정자를 바라보았다.

    역시나 아무것도 없다.

    내가 깨닫지 못했던 사이에 그 소녀는 분명 나보다 먼저 들어간거다 그래야만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며 쉬지않고 집까지 달려간 결과
    중간에 소나기는 다행히도 멈춰 많이 젖지는 않았고 그대로 대충 몸을 씻고 침대에 누워 아까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어째서 젖지 않았던거지
    어째서 소나기 소리 사이로 발소리가 들렸던거지

    그냥 잘못본것이다.
    그냥 소나기 소리에 집중하다보니 발소리도 잘 들렸을 뿐이다.
    같은 생각을하면서 잠이 들것같은 기분이 들때쯤

    한가지 더 이상한점을 깨달았다.
    출구

    공원의 입구와 출구는 분명 내가 볼수있는 내 정면에 있었다
    즉 내가 보지못한채 공원을 나갈수는 없는것.

    그 소녀는..

    그제서야 그 소녀를 만나기 전까지 했던 생각이 다시금 떠오르기 시작했다.

    인식에의한 존재인가,존재에 의한 인식인가

    아마도 그 소녀가 내 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진것은 
    출처
    후우쨩의 꼬릿말입니다
    0B51qg60UGIHONGkzel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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