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대통령이 졸속 의약분업을 하기 전까지, 심사평가원이 설립되기 전까지만 해도 사실 의사는 비보험 진료를 하지 않고도 먹고 살만했다고들 하지요.
덕분에 그 당시까지만 해도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통칭 '메이저'라 불리는, 사람 생명과 직결된 과들이 인기였죠.
그리고 의약분업 이후 10년이 거의 다 되어가는 2009년 현재 벌어지는 일들은?
10년전에만 해도 마이너라 불리며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지 않아 그다지 인기가 없던 피부과,성형외과들의 비보험 진료들이 의약분업과 심사평가원에 의해 만신창이가 된 의료시스템 덕분에 새로운 수입원으로 자리잡게 되었지요.
대형병원에서는 순수하게 보험수가로만 수술방을 운영할경우 생기는 만성적자 때문에 최신 시술기계 최신 시술법등을 이용해서 비보험 수술로 유도하는 경우도 많이 생겼구요. 그리고 장례식장등의 부대사업에 더욱더 열을 올리게 되었고, 또한 최대한 병상수를 늘리면서 입원비와 식비등을 통해서 적자를 메꾸려는 노력을 하게 되었지요. 병원밥 먹어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그게 8천원이나 하는 밥으로 보이던가요.
거기에 더불어 심사평가원의 무차별적 삭감까지 뒤따르니 병원으로서는 그저 속으로 삭일수밖에 없는상황.
삭감기준도 모호해서 도무지 알 길이 없으니 심사평가원에서 근무하다 온 간호사들에게 연봉 1억씩 줘가면서 융숭한 대접까지 해가며 삭감 안당할 방법을 찾기위해서 기를 쓰지요.
만약 심사평가원이 확실한 기준을 두고 공시를 해놓았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그랬다가는 당장 심사평가원의 책임이 되니 그 책임은 지기 싫다 이거지요.
의대에서 6년간 열심히 공부하는거 인정해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의사가 생명과 직결된 분야가 아닌 미용성형같은 다른 분야로 발을 넓히지 않고도 의사의 본분을 다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하루 20~30명 환자만 보고도 의원 운영이 된다면 환자 한명당 삼십분씩 붙들고 있지 않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현재는 하루 60명, 많으면 100명은 봐야 의원이 유지된다고들 하지요. 적으면 8시간 많으면 12시간동안 환자 100명을 본다면 환자 한명당 시간 배분을 어떻게 해야할지는 알아서들 생각해주세요.
보험수가가 적용이 되는 수술을 하고서도 병원이 적자가 안난다면 보험수술을 마다할 종합병원이 얼마나 될까요? 현재는 보험 적용 수술은 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지요. 극단적인 예로는 15만원하는 수지접합수술이 있겠군요. 이러한 수술에 대해서 보험공단이 적자만 제대로 메꿔줘도 과연 이걸 안하려는 병원이 있을까요? 참고로 이 수술 하는데 수지접합 전문의 혼자 달랑 들어가는것도 아니고 보조 스텝에 간호사에 마취과 의사에 뭐에 뭐에... 15만원가지고 인건비는 커녕 수술방 전기료랑 약값이나 제대로 나올라나 모르겠어요.
항상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의료개방을 하면 되는거 아니냐 그러면 필리핀 의사들이 싼값이 한국에 올거다'
라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나타나지요.
근데, 필리핀은 미국식 민영보험으로 의료시스템이 굴러간다는건 아시려나 모르겠어요. 물론 한국보다 수가도 좋지요. 하다못해 인도조차도 한국보다 5배쯤 수가가 높지요.
근데 이사람들이 오면 또 일은 일대로 힘들게 고생하거든요. 말안통하지 밀려오는 환자는 많지.
필리핀애들 영어 잘하지요. 인도? 영어 잘하지요. 다들 영국가서 의사합니다. 한국 안와요. 올거 같아요?
얘네 영국가면 전문의가 아니라 일반의들도 하루 20~30명 환자 보면서 연봉 1억씩 받아가면서 공무원 마인드로 잘들 살아가는데. 보험도 다 해주겠다 퇴직후 연금까지 챙겨주겠다. 절대로 한국 안온단 말입니다.
아 근데 영국의사들은 어디가고 필리핀,인도,중국 이런의사들이 영국 보건소를 채우냐구요? 어디가긴요 죄다 돈 많이 주는 미국으로 도망갔지요. 특히 그 동네도 흉부외과는 도저히 답이 안나오는지 미국으로 도망가대요? 아니면 자기나라에서 진료비 엄청나게 비싼 개인병원 열던가. 영국의 의료시스템은 무료지만 개인병원은 그 시스템에서 벗어나 있거든요. 암 수술 기다리다 죽느니 엄청 비싼돈내고 그러한 개인병원에서 진료받는 사람들 많아요.
아 이야기가 옆으로 샜군요.
어쨌든 비인기과가 엉망이 되어버린 지금 해결책은 의료개혁밖에 없다는거죠. 근데 그렇다고해서 민영화를 하겠다는건 그냥 환자고 의사고 다 같이 뒤져버리고 재벌 보험회사만 실컷 배불려주자는거죠.
어떻게 개혁을 해야할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국민들이 알아줬으면 하는건 정부와 기자가 합심해서 의사들을 까대는것에 넘어가지 말아달라는것,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분명 문제가 있고 이미 그 부작용들이 여러군데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 이정도만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약사들 때문에 이꼴이 났다는 얘기도 이젠 지쳐서 하기 싫어요.
과거 높은 항생제 사용률로 인한 각종 내성균의 출현이 약잘짓는다는 '유명약국'이 원인이었다는 이야기, 의약분업 이전 각종 암의 높은 치사율이 이상있으면 약국가는 습관때문에 병을 방치해뒀다가 일어난 일이라는 이야기, 그리고 이런일들 때문에 결국 의약분업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이런거는 그냥 지나가는 이야기라고 해둘게요. 약사가 잘못한 일 수습하려다 결국 의사랑 국민들만 피해를 봤다는 이야기는 뭐 그냥 지나가는 바람이 한 이야기라고 해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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