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그년 그여자
출처 - 판
작성자 - 공포소설
- 후송 중이던 차량이 사고가 나서 여성범죄자들이 탈옥을,
기분 전환을 위해서는 뉴스보다 아무래도 음악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라디오를 끄고 CD플레이어를 켰다.
- 마치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날이야
마치 어제까지 나쁜 꿈을 꾼 듯 말이야
‘나쁜 꿈을 꾼 듯? 그렇겠지’
“끼이익-”
도로 한가운데 사람이 서있어 급히 차를 세웠다. 인적이 드믄 도로라 속도를 내며 달리고 있었는데,
다행히 브레이크를 일찍 밟아 누구처럼 사람을 치지는 않았다.
- 길고 슬픈 꿈에서 눈을 떠
나는 노래를 끄고 앞을 살폈다. 그 사람은 미동도 하지 않고 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차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차 앞에는 여자 하나가 위에 속옷만 입은 채 서있었다.
‘미친년인가?’
무시하고 돌아가려는데 그 여자가 말했다.
“아가씨, 저 좀 도와주세요.”
그 여자는 나를 향해 다짜고짜 도와달라는 말을 했다. 보아하니 나쁜 짓을 당한 모양이었다.
내가 걸치고 있던 외투를 벗어 건네자 그녀는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내게는 좀 작았던 외투가 왠지
그 여자에게 꼭 맞았다.
“저 좀 태워주세요.”
“태워드리죠.”
나는 그 여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살짝 웃어보였다.
#2
그녀의 인생에 있어, 두 손가락 안에 꼽히는 최악의 상황이다. 금방이라도 터질듯 한 울음을 꾹 참아내며
운전대를 잡고 있는 그녀였지만, 룸미러로 힐끔힐끔 보이는 시퍼런 칼날에 다시금 정신이 아찔해져
손아귀에 힘이 풀린다.
“덜커덩”
과속방지턱에 걸려 차체가 조금 흔들리자 칼날이 그녀의 목에 살짝 닿았다. 베이지 않고 살짝 닿기만 해서
아프지는 않을 거지만 그 끔찍한 촉감에 놀란 그녀의 입에서 작은 비명이 흘러나온다.
“꺄아”
“시끄러!! 죽고 싶어?!!”
그 작은 비명소리가 거슬렸는지 뒷좌석에 앉아, 그녀의 목을 겨누던 그년이 성질을 낸다.
그년의 살기어린 협박에 입은 어떻게든 틀어막았지만 흐르는 눈물은 그녀도 어쩔 수가 없다.
볼을 타고 흐르던 눈물이 이윽고 그년의 칼날에 뚝 떨어졌다. 그러자 그년이 칼날을 눕혀 그녀의 볼에
대며 칼에 묻은 눈물을 닦아냈다. 그녀가 흐느끼자 그년이 말했다.
“왜? 무섭니?”
그녀는 울음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룸미러로 보이는 그년의 눈빛이 너무 무서워 도저히 울 수가 없었다.
언제라도 죽일 수 있다는 눈빛. 정말이지 누구 말대로 그녀에게는 욕도 안 나오는 상황이다.
불과 조금 전까지도 이런 상황이 펼쳐질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던 그녀다.
그녀는 그저 남자친구랑 저수지 가는 길에 여자 하나를 태워준 것뿐인데.
시커먼 풀숲, 빛이라고는 자동차 라이트만이 존재하는, 사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곳에 다다르자
그년이 소리친다.
“야, 세워! 차 세우라고!”
그년의 말대로 차를 세운 그녀는 본능적으로 말했다. 살려달라고.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일단 내려”
내리는 동안에도 그년은 그녀를 향해 칼날을 휘저으며 겁을 줬다. 겁을 먹은 그녀는 사시나무 떨듯이
벌벌 떨었고, 그년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좋아한다. 아마 즐기는 모양이다.
“옷부터 벗자, 빨리 벗어”
차에서 내리자마자 그년은 다짜고짜 그녀에게 옷을 벗으라고 한다.
“내가 벗겨줘? 빨리 안 벗어?”
그년이 칼을 들이밀자 그녀는 울먹이며 옷을 벗는다.
“목숨만 살려주세요. 뭐든 할게요.”
그녀는 옷을 벗는 동안에도 살려달라는 말만 반복한다. 하지만 잔혹한 그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그녀가 옷을 다 벗자 그년은 옷을 주섬주섬 챙기는가 싶더니 이내, 그녀의 새하얀 몸뚱이에 칼을 찔러
넣는다.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그 끔찍한 고통이 그녀의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피가 콸콸 쏟아지는
복부를 부여잡은 그녀의 모습은 충분히 고통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그년에게는 뭔가 부족한 모양이다.
그년은 뭔가 아쉽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칼을 쥔 손잡이를 있는 힘껏 비튼다. 그러자 그녀의 입에서
비명대신 검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한바탕 살인을 저지르고 나자 그년의 표정이 가뿐해보인다. 필시 경찰에 붙잡혀있을 때,
오랫동안 참았던 게 분명하다.
그년은 피를 거의 쏟아낸 그녀의 시체를 싣기 위해 자동차트렁크 문을 열었다.
“이게 뭐야?”
트렁크 안의 그것을 보고 그년이 중얼거렸다.
#4
“뒷자리에 타시려고요?”
나는 은근슬쩍 뒷좌석으로 향하는 그 여자의 행동에서 얄팍한 꼼수를 알아챘다.
그녀의 바지 뒷주머니에 보이는 신문뭉치가 결정적인 단서였다.
“예?”
내 물음에 그 여자가 당황했다.
“그거 내가 자주 써먹는 방법인데”
“아!!”
난 당황하는 그 여자를 향해 아까 했던 대로 칼을 냅다 꽂아 넣었다.
그 여자에게 건네준 외투가 붉게 물들었다. 외투는 아까웠지만 이렇게 안 했다면 내가 먼저
당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어차피 이 외투도 원래 내 것이 아니었으니까.
나는 그 여자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 여자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솔직히 아까보다는 재미가 없었다.
그 여자가 사망한 것을 확인한 나는 자동차트렁크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아, 시체 3개는 무린데”
#1
- 마치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날이야
마치 어제까지 나쁜 꿈을 꾼 듯 말이야
“쿵!!!!”
그녀의 인생에 있어 두 손가락 안에 꼽히는 최악의 상황이다. 운전을 하다가 음악에 취해 무심코 눈을
감아버렸고, 그것은 곧 끔찍한 사고로 이어졌다. 길가에 기다리고 있던 남자친구의 몸통이 공중으로 붕
떴다가 도로 한복판에 추락한다. 이 모든 장면이 그녀의 눈에는 슬로우 비디오처럼 보인다.
그녀는 차에서 뛰쳐나왔다. 하지만 나와서 확인해봤자 죽은 남자친구는 살아나지 않는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그런지 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리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트렁크는 텅 비어있다.
더러운 생각.
그녀는 그 더러운 생각을 곧장 행동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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