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소식을 들었을 때,

그러니까 내가 ytn에서 속보를 봤을 때만 해도,

금방이라도 다 해결될 것처럼 방송되고 있었다.

속보를 진행하는 앵커는 세월호의 규모와 구조상황을 말하면서 국민을 안심시키고 있었고, 곧 전원이 구조되었다는 소식이 네이버 메인을 차지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세상에나. 이 일이 그렇게 심각한 것이었는지를.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고분고분 듣는 학생들을 남겨두고 먼저 도망쳐버린 선장과,

아니 그 이전에 수많은 결함을 가진 배를, 시간단축을 위해 무리하게 운행한 운수업체와 선장,

수많은 인명이 갇힌 여객선이 가라앉고 있지만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우리들의 무력함.

정부에서는 오락가락, 단순한 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리고,

인터넷, sns는 거짓으로 넘쳐났다.

정치인은 이런 순간에서까지, 정치인이었고.

아무도 마이크를 잡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내가 사랑해야 하는 국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무능한 정부, 쇼만을 하는 정치인, 가장 먼저 도망친 책임자들, 거짓으로 가득찬 우리들의 공론장, 멍청한 앵무새에 지나지 않는 언론.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가장 슬펐다.

이렇게 개판인 우리 대한민국이 참 죄송합니다, 하고 먼저 나서서 고개숙이는 사람이 없어서,

내가 다 책임지겠으니 나한테 욕을 해라, 하고서는 나서서 이끌어 줄 사람이 없었다.

정부는 숨었고, 시민들은 고개를 처박은 정부를 빙 둘러싸고 욕하는 상황만 반복되었다.

유일하게 책임을 지려고 했던 사람이 그래서 나는, 저리도록 슬프면서 고마운 것이다.

단원고 교감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자사 앵커의 실수를 재빨리 사과한 손석희를 존경한다.

그들 덕에, 좀 더 지저분했을 현재 상황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았나 싶다.

화살을 누군가가 맞지 않으면, 그화살은 반대편으로 날아가 우리 모두를 향한다.

상대방에 대한 무의미한 비난만으로 우리는 우리가 갖은 힘을 모두 소진할테다.

그러니 그 가운데 서서 화살을 맞을 사람이 필요하지 않는가.

서슴없이 그 자리를 택했던 두 사람이 나는 진심으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