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처음으로 소식을 들었을 때,</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그러니까 내가 ytn에서 속보를 봤을 때만 해도,</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금방이라도 다 해결될 것처럼 방송되고 있었다.</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속보를 진행하는 앵커는 세월호의 규모와 구조상황을 말하면서 국민을 안심시키고 있었고, 곧 전원이 구조되었다는 소식이 네이버 메인을 차지했다.</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세상에나. 이 일이 그렇게 심각한 것이었는지를.</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 </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고분고분 듣는 학생들을 남겨두고 먼저 도망쳐버린 선장과,</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아니 그 이전에 수많은 결함을 가진 배를, 시간단축을 위해 무리하게 운행한 운수업체와 선장,</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수많은 인명이 갇힌 여객선이 가라앉고 있지만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우리들의 무력함.</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정부에서는 오락가락, 단순한 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고,</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리고,</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인터넷, sns는 거짓으로 넘쳐났다.</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정치인은 이런 순간에서까지, 정치인이었고.</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아무도 마이크를 잡지 못했다.</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 </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내가 사랑해야 하는 국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 </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무능한 정부, 쇼만을 하는 정치인, 가장 먼저 도망친 책임자들, 거짓으로 가득찬 우리들의 공론장, 멍청한 앵무새에 지나지 않는 언론.</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가장 슬펐다.</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이렇게 개판인 우리 대한민국이 참 죄송합니다, 하고 먼저 나서서 고개숙이는 사람이 없어서,</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내가 다 책임지겠으니 나한테 욕을 해라, 하고서는 나서서 이끌어 줄 사람이 없었다.</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정부는 숨었고, 시민들은 고개를 처박은 정부를 빙 둘러싸고 욕하는 상황만 반복되었다.</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 </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유일하게 책임을 지려고 했던 사람이 그래서 나는, 저리도록 슬프면서 고마운 것이다.</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 </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단원고 교감을 진심으로 존경하고,</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자사 앵커의 실수를 재빨리 사과한 손석희를 존경한다.</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그들 덕에, 좀 더 지저분했을 현재 상황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았나 싶다.</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 </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화살을 누군가가 맞지 않으면, 그화살은 반대편으로 날아가 우리 모두를 향한다.</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상대방에 대한 무의미한 비난만으로 우리는 우리가 갖은 힘을 모두 소진할테다.</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그러니 그 가운데 서서 화살을 맞을 사람이 필요하지 않는가.</p> <p style="margin: 0px; padding: 0px; color: #615652; font-family: 돋움; text-align: justify">서슴없이 그 자리를 택했던 두 사람이 나는 진심으로, 감사하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