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br></div> <div>우리는 연애 초창기의 커플들이 그러하듯이 서로가 아니면 안될 것 처럼 열정적으로 사랑했다.</div> <div>꽃은 시들기 직전에 가장화려하게 핀다고 했던가, 우리의 연애는 막 꽃이 활짝피기 시작한 그 어딘가에서 진행 중이었다.</div> <div><br></div> <div>아직 복학하기 전 방학동안 나는 데이트 비용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div> <div>그렇게 모은 돈으로 그녀에게 선물도 사주고 같이 놀러다니는데 전부 지출했다.</div> <div>어느날 그녀에게 학생신분으로는 고가의 팔찌를 선물한적이 있었다.</div> <div><br></div> <div>"아니 이거 너무 비싼거아니야?"</div> <div><br></div> <div>"아냐 별로 안비싸. 잘어울리네~이쁘다."</div> <div><br></div> <div>"이쁘긴한데...너한테 너무 부담되는 것 같은데..."</div> <div><br></div> <div>"괜찮아 괜찮아~ 니가 몰라서 그러는데 내가 의외로 돈이 많아."</div> <div><br></div> <div>그녀는 걱정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지만, 그 당시의 나에게 금액은 얼마가 되었든 중요치 않았다.</div> <div>그저 내가 그녀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음에 감사했다.</div> <div>나는 아직 어렸었고, 선물을 사주는 것이 그녀에게 잘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div> <div>그것은 내 착각이었다.</div> <div><br></div> <div>그 후 몇일의 시간이 지났다.</div> <div>그녀와 데이트를 하기위해 그녀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으로 끝나는 시간 맞춰갔다.</div> <div>사실 나는 밤에 술집 서빙아르바이트를 해서 아침이 다 되어서야 퇴근하는데, 그녀는 예식장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했고 보통 3시쯤에 끝났다.</div> <div>새벽에 들어와 씻고 4시간정도 자고 일어나서 씻고 준비하고 그녀의 일터로 향하는데, 피곤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러나 그 피로는 그녀와 얼굴을 마주함과 동시에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span></div> <div>그녀도 나를 발견하곤 활짝 웃어 주었다.</div> <div><br></div> <div>"오래 기다렸어? 춥지?"</div> <div><br></div> <div>"아냐 방금 도착했어. 오늘 많이 힘들었어?"</div> <div><br></div> <div>"나 오늘 하객이 번호물어봤는데 남자친구 있다고했어 칭찬해줘."</div> <div><br></div> <div>"그래그래 이쁘다."</div> <div><br></div> <div>"여기 로비에 들어와서 좀만 기다려 금방 옷갈아입고 나올게."</div> <div><br></div> <div>"천천히 나와 괜찮으니까"</div> <div><br></div> <div>"응 알겠어~"</div> <div><br></div> <div>얼마 후 옷을 갈아입은 그녀가 미소를 띄우며 잰걸음으로 다가왔다.</div> <div><br></div> <div>"배고프지? 우리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 누나가 일당받은걸로 쏜다."</div> <div><br></div> <div>"누나는 누가 누나야 생일은 내가 더 빠른데. 오빠라고해봐."</div> <div><br></div> <div>"이씨...어쨋든 맛있는거 먹장~"</div> <div><br></div> <div>"그래 그래 근데 나 이태원 처음와봐."</div> <div><br></div> <div>"아 그래? 그러면 또 누나가 구경을 시켜줘야겠네~"</div> <div><br></div> <div>"아까도 말했지만 누나는 누가.."</div> <div><br></div> <div>그녀의 표정을 본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div> <div>그녀는 한마디만 더 하면 평생 말을 못하게 해주겠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있었다.</div> <div><br></div> <div>그녀의 손에 이끌려 한 태국식 음식점에 들어갔고 밥을 먹었다.</div> <div>잠을 못잔 탓이었는지 따듯한 곳에 앉아있고 밥을먹은 탓인지 식당에 있는 내내 하품을 햇다.</div> <div><br></div> <div>"우리 같이 있는게 지루해..?"</div> <div><br></div> <div>"아니야 지루하다니 왜 그렇게 생각해?"</div> <div><br></div> <div>"아니 아까부터 표정도 안좋고 하품만 몇번을 한줄 알아? 그러다 하마 되겠다."</div> <div><br></div> <div>"미안... 잠을 많이 못자서 피곤한가봐."</div> <div><br></div> <div>"그렇구나.. 그래도 가리고라도 하지 그렇게 정면에서 나보라는 듯이 하품하니."</div> <div><br></div> <div>"미안해.."</div> <div><br></div> <div>"아냐 됬어. 내가 너무 민감하게 굴었지 미안해."</div> <div><br></div> <div>그렇게 살짝 어두워진 분위기를 전환하려고 밥을 먹고 산책을 하기로 했다.</div> <div>그러나 한번 터져 나오기 시작한 하품은 참는다고 안나오는게 아니었다.</div> <div>결국 그녀는 슬픈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div> <div><br></div> <div>"미안해 너 피곤한데 괜히 나오게했어."</div> <div><br></div> <div>"아니야 괜히 나오게하다니...."</div> <div><br></div> <div>"근데 너 나 만나면서 엄청 자주 그랬어. 같이 앉아서 얘기할때도 밥먹을때도 술마실때에도 산책할때도 항상 지루한 표정으로 하품했어."</div> <div><br></div> <div>"내가 그랬다고?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div> <div><br></div> <div>"응 니가 그랬어. 항상. 그리고 니가 나한테 뭘 얼마나 잘해줬는데? 솔직히 지금이 군대에서 전화하던 때보다 훨씬 못하고있는건 알고있어?"</div> <div><br></div> <div>"군대에 있을 때는 만나지도 못했는데 뭘 잘하고 말고 할게 뭐가있어? 그리고 내가 맨날 선물도 사주고"</div> <div><br></div> <div>"선물? 누가 사달랬어? 니가 좋아서 사준거잖아. 내가 그거 사주면 좋겠다고 한마디라고 한적있어? 내가 무슨 꽃뱀이야? 남자꼬셔서 선물이나 받고 좋아하게?"</div> <div><br></div> <div>"아니 말이 왜 또 그쪽으로 가는데?"</div> <div><br></div> <div>"넌 항상 그런식이야. 솔직히 우리 사귄지 이제 겨우 2달짼데 벌써부터 다투기 싫어서 참고 넘어갔었어. 근데 너는 그냥 선물로 떼우면 되겠지 그 생각부터 고쳐. 내가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그냥 선물만 갖다 바치면 내가 좋아할 줄 알았니?"</div> <div><br></div> <div>할 말이 없었다. 사실 그녀가 하는 말이 다 맞았다.</div> <div>예전에 전화할 때에는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녀가 좋아하는것 싫어하는것 하나하나 다 수첩에 기록했었다.</div> <div>그런데 지금은 그녀가 내여자라는 것에 안일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div> <div>솔직히 선물도 그녀를 위한게 아닌 나를 위한 것 이었던게 맞다.</div> <div><br></div> <div>"나는 그냥 나한테 좀더 신경써주고 내 말에 귀기울여주길 원했어. 그게 그렇게 어렵니?"</div> <div><br></div> <div>"미안해."</div> <div><br></div> <div>"미안하긴 뭐가 미안한데 뭐가 미안한지는 알긴 하니?"</div> <div><br></div> <div>"그냥 내가 너무 나 편한데로만 생각하고 나는 너한테 잘해주고 있다고 착각했어. 미안해."</div> <div><br></div> <div>"알았으면 됬어. 앞으로 잘하면 되지."</div> <div><br></div> <div>"그래."</div> <div><br></div> <div>싸움이라기 보다 일방적인 타박에 가까웠지만 그것이 우리의 첫 다툼이었다.</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