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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1102237
    작성자 : 필라이어
    추천 : 28
    조회수 : 3095
    IP : 182.210.***.55
    댓글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8/01 08:18:46
    원글작성시간 : 2015/07/24 00:56:14
    http://todayhumor.com/?humorbest_1102237 모바일
    비가와서 써보는 연애이야기1


    2차정기휴가를 나왔던 어느 여름날이었다.
    하늘은 비구름으로 덮여 남아있는 군생활처럼 어둡기만 했다.

    휴가를 나온날 고등학교때부터 알고 지낸 여자아이의 생일이라 만나게 되었다.

    "연락좀해 이새끼야"

    "너한테 전화할 돈으로 맛다시를 하나 더 사먹겟다."

    이 말을 들은 친구는 정색하며 등짝을 쳤고
    나는 무슨 여자애가 손이 맵기가 캡사이신같냐며
    합의를 기대하고 있는거라면 꿈에서 깨는게 좋을거라고 했다.

    사실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으나 고등학교 때 친구랑 같은반이라
    같이 놀다보니 친해졌는데 나중에 대학교에 진학해보니 같은과였고
    여자애는 남자친구가 있었으며 그래서 연애상담을 해주다보니
    가까워지게 되었다.


    "짜식, 어쨋든 내 생일 맞춰서 휴가나왔으니까 내가 밥이라도 사줄게. 뭐 먹고 싶어?"

    " 뭘 잘못먹었냐? 내가 니 생일이 언젠줄 알고 맞춰나와 그냥 나오고싶어서 나왔는데"

    친구는 내 등짝에 캡사이신을 한번 더 선물했다.
    마치 산낙지처럼 고통에 몸부림치는 나를 잡아끌고 친구가 들어간곳은 작은 파스타집이었다.

    친구는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보며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자기가 먹고싶은 메뉴들로 주문을 마치고는
    나를 보고 말했다.

    "그래서 군대생활은 할만하냐?"

    "너한테 안맞을수 있다는 점에서는 살만한 곳이더라"

    "흐흐 이게 덜 맞았나 보네~?"

    또다시 내 등짝에 캡사이신을 뿌릴까 싶어 화제를 돌렸다.
    사실 그래도 군대있을 때 편지도 써주고 과자같은 것도 택배로 보내줬던게 고마워서
    준비했던 생일선물을 꺼내 내밀었다.

    "됬고 이거나 받아."

    "뭐야 뭐야?? 이게 뭔데?"

    "뭐긴 뭐야 생일선물이지."

    "헐 대박 감동 완전 기대도 안했는데 언제 준비했데?? 이거 지금 풀어봐도돼??"

    "그러시든지"

    선물은 그냥 악세서리점에서 구매한 팔찌였다.
    어느새 손목에 차고 이쁘다며 고맙다고 하는 그녀에게
    나는 니 손목에 메달려 있어야하는 팔찌가 불쌍하다고 말했고
    친구는 욕을 8비트로 나에게 선물했다.

    식사를 마치고 친구와 나는 공원산책을 하려고했으나
    비가 오는 바람에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자리에 앉은 친구는 나를 쳐다보며 밥은 자신이 제공했으니
    어서가서 커피를 사오지 않으면 캡사이신 맛을 보게 해줄것이라는 눈빛을 보냈다.

    친구는 커피를 사서 자리로 돌아와 앉는 나를 보며 말했다.

    "야 사실 너한테 보여줄 사람이 있어."

    "누군데"

    "이따 오면 알려줄게"

    말을 마친 친구는 뭔가 꿍꿍이가 있는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걸 본 나는 혹시나 나를 중국인 브로커에게 넘겨 내 장기를 탈탈 털어 먹으려는 수작이냐며
    아까 사준 밥이 내 최후의 만찬은 아닐까 걱정했고,
    그런 나에게 친구는 담배는 안피지? 라며 나의 건강에 대해 물었다. 

    진심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했지만 혹시 모르니
    언제쯤 도망을 치는게 좋을까 기회를 엿보던 도중
    그 친구는 창밖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마치 복날을 맞이한 닭처럼 떨던 나는 걱정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창밖에서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쪽을
    정확히는 친구를 향해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한 여자가 있었다.




    필라이어의 꼬릿말입니다
    우리집은 3마리의 개를 키우고 있다.

    옥상이 있는 집이라 옥상에서 사냥개 포인터 한마리와 그냥 잡견한마리

    집안에서 시추,말티즈 믹스견 한마리를 키우는데

    잡견에 대한 이야기이다.

    내가 아직 어렸던 12살

    태어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던 녀석의 어미를 집어갔다며

    아버지가 얻어오셨다.

    눈도 안뜬 새끼라 어떻게 해야할지몰라 분유를 타서 먹였고

    원래 동물이라면 질색하던 엄마도 관심을 갖고 신경쓰기 시작하셧다.

    녀석이 처음 눈을 뜨던날 

    뭔지모를 감정이 안에서  솟아났다.

    처음으로 이름을 부르면 달려와주었을 때

    처음으로 내가하는 말대로 행동했을 때

    처음으로 내 손을 물었을 때

    녀석이 커가면서 처음으로 하는 행동들에 감동받고

    아기를 키운다면 아마 비슷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지금은 14년차 할머니가 되어

    예전엔 아무렇지 않게 했던 행동들에

    겁내는 모습을 볼 때 마다 코끝이 찡해온다.

    최근에는 백내장으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지

    옥상 문만 열면 집으로 내려오던 녀석이

    계단을 내려오길 무서워 한다.

    그렇게 좋아하는 집에도 내려오지 못할 정도로 아픈 녀석을 보고

    눈물이 났다.

    영원히 같이 살수 없다는 건 알지만 

    가끔은 녀석이 곁을 떠날거라는 생각에 두렵다.


    나는 아직 3마리의 개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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