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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어떻게 살았나. 천천히 되돌아봤다.
죽기 직전에야 깨달은 진실...
여태 내가 살아옴에 있어, 실수라는게 있었나.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었나.
미친듯이 떠올려봤다.
이 세상은 철저한 자본주의 세상. 돈은 곧 권력.
돈을 얻기 위해 거래회사 고위급 간부에 뇌물을 줬다거나, 회사자금을 횡령했다거나,
라이벌을 모함해 제거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올라오게 된 '제일그룹' 회장이라는 이 자리.
이 자리가 이토록 허무하게 느껴지다니.. 정말 미칠노릇이다.
산소호흡기가 내입을 가로막고 있다. 나의 생명이 박마지를 향해 달려가는 이순간.
가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고 있다.
비록 허상이지만, 그래도 '인간'의 탈을 쓰고 있는 지금의 나로써는,
그들이 무척이나 걱정되는건 어쩔수가 없다. 죽기 직전에야 알게되는 진실.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지만, 산소호흡기가 없더라도 내가 진실을 발설할 수는 없겠지만
왜 이들에게 그토록 진실을 말해주고 싶은지.. 미련이 생기는건지.. 하아
점점. 몸속을 가득 메우고 있던 지독한 고통이 서서히 사라져가며 눈이 천천히 감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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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빅, 7월 26일 4011 BC 206번 방금 깨어났습니다]
차갑고 딱딱한 기계음이 들려왔다. 눈을 뜨기 전까지는 지독한 어둠이였다가 눈을 뜬 직후
갑작스레 환한 빛이 내 눈을 향해 뿜어졌다. 잠시 시야를 잃고 두눈을 찔끔 감아버렸을때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4011 BC 206번 눈을 떠라"
후.. 그래.. 난 4011 BC 206 이지..
제길.. 도대체가 믿을 수 없는 진실뿐이다. 죽기 직전까지 모르고 있다가 이제서야 알게되니
도대체가 이 상황을 인지할 수가 없었다.
반투명한 유리캡슐 속 내 모습. 그 어떤 장치도 달려있지 않았지만 이상한 액체 속에서
숨쉬는 거나 말하는것에 그 어떠한 제약도 없다. 하아 전자업체에서 회장자리 까지 올라선 나였지만
이런 기술따윈 듣도보도, 상상치도 못한..
아.. 훗, 내세 에 와서도 그딴걸 생각하고 있다니.
"4011 BC 206 맞나?"
어느세 다가왔을까, 아까전 들려오던 중저음 목소리의 사람이 어느세 캡슐앞에 와있었다.
온통 붉은색으로 떡칠을 한듯한 옷을 입은 백인남성. 그의 손에는 A4 용지 크기의 투명 플라스틱이
들려 있었는데, 시시각각 화면이 바뀌며 부가 설명글이 떠오르고 있었는데..
내가 살아왔던 삶을 되돌아 보는듯 보였다.
"예. 맞습니다. 4011 구역 BC 혈통 206번 입니다."
"흠. 그래.. 자네 문제가 좀 많구만. 뭐 폭행따위는 수도 셀 수 없이 많고,
뇌물수수, 비자금, 그리고 함께 일했던 동료를 모함해 자살에 이르게 한데다.. 흠
여비서 추행, 간통도 두번이나 했구만. 자 모두 인정하는가?"
제길.. 죽기전에 생각해놓은것보다 더욱더 세세한 잘못들이 백인남자의 의해 낱낱히 말해졌다.
의외로 저지른 범죄가 너무 많다. 이러면 실격 할 수도 있을터였다.
"예.. 맞.. 맞습니다."
"흠.. 이런 이 정도면 소각처리 되는데 말야"
[삐빅, 7월 26일 341 AF 16번 방금 깨어났습니다]
응? 또 누군가가 깨어났다는 소리. 하지만 그딴것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소..소각 처리라니?
생소한 단어다. 소각처리는 어떻게 되는거지? 아무튼 저 백인녀석 표정을 보아하니
무척이나 안좋은것만은 분명하다. 단어자체도 마음에 안들고...
"제.. 제가 사회에 공헌했던 점들은 가산처리 되지 않습니까?"
어떻게 해서는 합격을 해야만했기에 황급히 말을 꺼냈다. 재산이 많았던 만큼 기부도 많이 했건만
그런건 가산점 처리해줘야 되지 않나? 싶어 꺼낸 말인데 백인남자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응? 아.. 하하하하하!! 큰일날뻔 했구만. 선행점수들은 모두 누락을 시켰었구만. 미안하네. 하하
흠 보자. 분단된 국가를 통일시키고, 통일이후 경제안정에 큰 도움을 줬구만.
불우한 이들에게 기부도 많이했고. 하하하"
제길.. 말을 꺼내지 않았더라면 영락없이 그 '소각' 이라는것을 당했을것이 아닌가.
자기가 큰 실수라도 저질렀다는 듯 이마를 손바닥으로 내려치며 너털웃음을 터트리는 녀석이
무척이나 얄밉게 보였다. 하지만 꼭 그런 감정을 표현할 필요까지는 없지.
"예.. 지금이라도 알아주셔서. 가..감사합니다. 그 정도면 합.. 격 할 수 있을까요?"
"하하 이정도면 당연히 통과일세. 캡슐을 열어줄테니 나오게나"
[삐빅, 7월 26일 레드 2016 CF 66 번방금 깨어났습니다]
기계음이 또 들려왔다. 캡슐이 열리는 동안 누가 깨어났을까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데 내가 나온
반투명색의 캡슐이 아닌 전체가 피빛처럼 새빨간 캡슐이 눈에 띄였다.
"응? 레드 캡슐이구만?"
레드? 아. 기계음이 나와 내 다음 사람과는 달리 '레드'라는 표현을 하기는 했는데..
그게.. 뭐 어떻단 말이지?
"레드가 무엇입니까?"
궁금한것은 못참는 나였기에 백인남자에게 바로 물어보았다.
그러자 백인남자는 무엇이 그렇게 즐거운지 연신 실실대며 말했다.
"하하. 따라와봐라!"
붉은색의 캡슐. 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캡슐덕에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조차 없었는데
남자가 버튼을 하나 누르자 붉은색이 서서히 옅어지면서 캡슐 안의 상황이 눈에 보였다.
맨 처음본것은 나와 똑같은 황인족의 남자였는데..
내가 죽기전 모든 진실을 알게 된 것과는 달리 이 남자는 그런것도 모른채 비명횡사라도 했는지
대체 무슨상황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남철, 4011 BC 206. 자네와 똑같은 시기에서 시험을 쳤으니 잘 알꺼야?"
저..정남철?
맙소사.. 30명이나 강간 살해한.. 그 미치광이 살인마란.. 말인가?
"제.. 제가 생.. 생각.. 하는게.. 마..맞습니까?"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고 말았다. 정남철이라니. 이놈도 시험생 이였단 말인가?
"그래. 맞네. 이런놈은 확인하는 수고조차 덜어주게끔 자동 소각 처리 되도록 [레드]로 표시되지"
소각??
합격은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고,
실격은 부적격으로 노동력만 착취당하며 평생을 노예로 살게 되는 것인것은 알지만..
대체 소각은 뭐란 말인가. 내가 생각하는 그 단어가 맞을까. 다시금 남자에게
물어보려 했을때였다. 갑작스레 기계음이 들려온것은..
[레드 2016 CF 66 자동소각]
[5초전]
[4초전]
[3초전]
[2초전]
[1초전]
으.. 으.. 으아... 으허허... 허헉?!
캡슐속의 남자. 정남철?.. 아.. 아니.. 2016 CF 66 은..
액체속에서 몸이 서서히 하나씩 분리되며.. 녹아버리고 있었다.
고통속에 몸부림치면서 엄청난 고함을 처대며 말이다.
"으.. 이.. 이이거?"
내가 쳐다본 붉은옷의 백인남자는 실성한 사람마냥 실실 웃고 있었다.
[6216년. 7월 26일]
시민라이센스
합격 3명
: 4011 BC 206
: 628 CG 1189
: 2326 BB 3
실격 608명
: 2118 VQ 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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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각 92명
: 2016 CF 66
: ..........
: ..........
- 끝 -
출처
웃대 - 지라리여라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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