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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오올리이쓑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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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342472
    작성자 : 계피가좋아
    추천 : 13
    조회수 : 8020
    IP : 121.140.***.167
    댓글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03/28 11:03:05
    원글작성시간 : 2011/03/26 01:48:57
    http://todayhumor.com/?humorbest_342472 모바일
    브금주의]실연 후엔 머리를 자르세요.
    <EMBED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height=230 width=250 src=http://cfs.tistory.com/custom/blog/61/611338/skin/images/agalv12a.swf flashvars=MP3Address=http://cfile27.uf.tistory.com/media/192A27274C5E310307BF31>








    어둠 속을 뛰고 있다. 가쁜 숨소리가 어둠속에 울려 퍼지고 있다. 공포감에 마음이 더 조급해 진다. 어둠의 저만치에 불빛이 세어 나오는 곳이 보인다. 그곳을 향해 뛰어갔다. 그리고......



    짧은 뱅 스타일의 머리를 한 여자가 나타난다. 무서우리만큼 새하얀 피부...... 짙은 아이세도우(eyeshadow)를 한 큰 눈에 심장이 얼어붙는 듯이 오그라들었다.



    그 여자의 붉은 입술이 싸늘한 미소를 띠우며 움직인다.











    ‘휴...... 꿈이구나...... 또 그 여자가 나왔네......’



    잠에서 깬 민지애는 시계를 보았다. 새벽 1시 30분. 긴 소파에서 TV를 보다 잠이 들었나보았다. 기분 나쁜 꿈...... 벌써 며칠 째 같은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다시 쉽게 잠이 올 것 같지 않아서, 민지애는 술병을 찾기 시작했다.



    한 시간쯤 후.

    민지애는 무릎을 감싸고 앉아 있었다.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파스텔 톤의 영상들이 민지애의 얼굴을 비추고 있을 뿐, 방 안은 조명 없이 어두웠다. TV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민지애에게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민지애의 볼을 타고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눈물을 훔치며 민지애는 쓰라린 숨을 토해냈다. 근처 바닥을 더듬어 유리잔을 집어 들었다. 얼음은 이미 다 녹아버린 언더락을 단숨에 들이켰다. 뜨거운 기운이 목을 타고 들어가 전신으로 퍼졌다.







    민지애는 한 손으로 입을 막고 화장실로 황급히 가서 토해내기 시작했다. 한참을 구역질을 하고는 그대로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다시 눈물이 왈칵 나오기 시작했다.



    ‘바보야! 그만 울어...... 그만 슬퍼하라고! 그딴 놈 이젠 그만...... 그만 잊으면 안 되겠어? 이 바보 멍충아!’



    민지애는 속으로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되씹고 있었다.



    한 달째 민지애는 실연의 아픔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그를 못 잊을 만큼 빠져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3년 넘게 사랑 했었고, 미래까지 생각 한, 바보 같던 자기 자신에 대한 자책감이 더 크다고 할까...... 그것도 아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민지애 혼자 너덜너덜하게 사랑이라고 믿고 싶었던 3년의 시간 이었던 것 같다.



    그놈의 이름은 하동민...... 큰 병원의 원장을 아버지로 둔, 정말 부모 잘 만난 덕에 평생 부유함이 보장된 그런 놈이었다. 돈을 흥청망청 써댔고, 여자관계도 복잡했다. 하동민이 바람피우다 민지애에게 들키는 것은 보통이고, 이름과 전화번호까지 외울 정도로 민지애의 속을 뒤집어 놓았던 여자들이 대여섯 명이나 될 정도였다. 그래도 민지애는 참고 기다리면 하동민의 마음이 잡힐 것이라고 믿었다. 또 하동민 역시 민지애 만한 여자는 없다고, 정말 사랑 하는 사람은 하나뿐 이라고..... 무릎 꿇어가며 말해왔었다. 4번도 넘게 산부인과에 가서 수술 시킬 때마다 한 말이지만......



    그렇게 하동민을 사랑하려고 애써왔던 민지애는 결국 한 달 전, 하동민에게 차이고 만 것이다. 하동민보다 10살이나 어린...... 이제 막 20살이 된, 여자와 약혼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여자는 신인 모델이라고 했다. 그 때 민지애는 하동민을 붙잡고 제발 헤어지라고 애걸복걸 난리를 쳤었다. 하동민은 폭력까지 써가며 민지애를 내동댕이쳤고, 그동안 수시로 찾아가 인사 드렸던 하동민의 부모들마저도, 민지애를 외면했다.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더니, 그들이 그러했다.



    ‘그래, 이젠 정말 지워버리자...... 더러운 놈 뭐가 아쉽다고...... 그래, 난 그놈 배경을 사랑했었던 건지도 몰라. 내가 그런 놈을 사랑했을 리가......’



    민지애는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되뇌었다.



    “그런데...... 그런데......왜? 왜, 계속 가슴이 아프지? 도대체 왜?”



    민지애는 가슴을 주먹으로 치면서 소릴 질렀다. 그리고는 다시 무릎을 감싸 안고 아프게 울기 시작했다.













    민지애는 차를 주차 시키자마자, 엘리베이터로 달려갔다. 엘리베이터는 상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시계는 오전 9시 51분. 아직 잘하면 시간 안에 들어 갈 수 있다. 민지애는 비상구 계단을 뛰어 오르기 시작했다. 백에서 대본을 꺼내 읽으려 하다가, 다시 뛰는 것에 집중을 했다.







    6층에 다다르자, 심장이 터질 듯이 숨이 차올랐다. 7월의 한 복판, 거기에 계단을 뛰어 올라오니, 땀에 얼굴이 범벅이 되었다.



    ‘이런...... 다시 메이크업 할 시간이 될까? 어? 그런데...... 지금 이 상황...... 전에 꿈을 꾼 적 같은데? 나 참, 지금 그런 생각 할 때가 아니잖아!’



    재빨리 숨을 고른 후 [ON AIR]라고 불이 들어와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가 문을 열었다.



    ‘아......! 늦었다......’



    민지애는 스탠드형 메인 카메라 뒤에 얼어붙은 듯이 서있었고, 무대 밑에서 분주히 움직이던 스탭들도 일제히 동작을 멈추고 민지애를 쳐다보았다. 불과 1, 2초 사이였지만, 민지애는 그들의 눈동자 하나하나를 볼 수가 있었다. 그렇게 정지 화면 같이 멈췄었던 스탭들은 다시 자기들의 임무를 위해 재빠른 몸짓을 이어갔다. 그런 그들의 뒤로 험악한 얼굴로 쏘아보는 총감독의 얼굴이 들어왔다. 총감독은 민지애에게 나가 있으라는 손짓을 한 후 무대를 올려다보았다. 민지애는 그제야 무대를 볼 수 있었다. 원래는 같이 진행해야 하는데, 선배 혼자서 진땀을 빼며, 상품을 홍보하고 있었다.



    ‘이런...... 선배한테 미안해서 어떡하지......? 가만...... 지금 이 장면...... 이것도 꿈에서 봤던 것인데...... 뭐지? 이게 데쟈뷰(deja vu)인가?’



    그렇게 어쩔 줄 몰라 하는 민지애를 끌고 밖으로 나온 것은 회사 친구인 김리나였다.



    “지애야, 너 또 술 마셨던 거야? 그래도 그렇지, 방송 펑크 내면 어떻게 해?! 지금 감독님 진짜 열 받었다구......”



    김리나는 마치 자기가 펑크를 낸 듯이 발을 동동 거리며 말했다.



    “하아...... 나도 정말...... 미치겠어...... 나 아마도 짤리겠지? 그냥 사직서를 써야겠어.”



    “뭐? 어머, 안 돼! 지애야, 감독님한테 잘 말해봐. 그런 생각 하지 말고, 응? 넌 그래도 우리 홈쇼핑 간판급이니까, 아마 그러시진 않을 거야......”



    김리나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민지애의 팔에 매달렸다. 오히려 민지애가 그런 김리나를 복도 의자까지 끌어 같이 앉았다.







    민지애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오늘은 정말 대형 사고를 친 것이다. 민지애는 C홈쇼핑의 쇼핑호스트다. 27살에 간판급의 쇼핑호스트가 되기란 정말 힘들었다. 잇몸에서 피가 고여 나와, 하얀색의 볼펜을 타고 흐르는 것 도 모를 정도로 밤새 발음 교정을 했었고, 아이템을 확실히 인지하기 위해, 동대문 의류매장을 수십 번 돌아다니다가, 발목 인대가 늘어나 병원 신세도 지는 등, 정말 이 위치에 서기 까지 얼마나 힘들었었던가. 민지애는 어제 술을 마신 것이 너무나 후회가 됐다.



    ‘하지만...... 안 그러면, 죽을 만큼 괴로운데...... 눈만 감아도 오만가지가 다 떠올라서 가슴이 저며 오는데...... 고작 하동민 이란 쓰레기 때문에......’



    민지애는 다시 코가 시큰 해저서 백에서 손수건을 찾았다. 김리나는 예상이나 한 듯이 얼른 자기 백에서 티슈를 꺼내 민지애에게 건넸다. 민지애는 울지는 않을 테니 걱정 말라고 애써 미소를 보이며 티슈를 받았다. 그래도 이렇게 신경 써주는 친구가 민지애는 고마웠다.



    김리나는 입사 동기로 의류 팀의 쇼핑호스트이다. 나이도 같고, 같이 고생한 지라, 절친했다. 그래서 민지애의 자초지정을 잘 알고 있다. 늘 그런 녀석하고는 헤어지라고 말해줬던 김리나였다. 민지애는 괜스레 김리나에게 미안하기도하고 창피하기도 했다. 그런 표정을 읽었는지 김리나가 입을 열었다.



    “내가 감독님에게 대충 얘기는 했었어. 지애가 요즘 많이 힘들어 한다고...... 내가 이따가도 잘 애기 해 볼 테니까......”



    “아니, 리나야 괜찮아. 내가 말 해야지. 내 행동이니까, 내가 책임 져야지.”



    “책임? 뭐, 어떻게 책임질 건데? 목표 매출 안 나오면 네가 다 사려구?”



    복도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큰, 굵은 목소리에 민지애와 김리나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새 총감독이 곁에 와있었던 것이다. 총감독은 대본콘티를 둘둘 말아 쥐고선, 민지애의 어깨를 쿡쿡 찌르면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민지애씨, 프로가 뭐 이레? 이 바닥에서 사라지고 싶어? 정신 차려! 하루가 멀다 하고 들이미는 지원자가 수두 룩이야! A급 호스트?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고! 무슨 말이지 알아?!”



    민지애는 입술을 한번 질끈 문 뒤에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달리 변명 하지도 않겠어요. 어떤 조치든, 징계든 받겠습니다......”



    감독은 안경을 한 손으로 벗어 쥐고선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다른 손으로 얼굴을 쓰러 문질렀다. 며칠 집에도 못 들어갔었는지, 수염이 턱과 목 위 부분까지 덥수룩했다. 40대 중반 이라고 하기엔 흰 수염이 꽤 많이 눈에 들어왔다.



    “조치? 그래 받아야지. 생각 같아선 그냥 확 짜르고 싶은데, 그놈의 정이 무섭네. 한 달간 메인에서 빠져. 그리고 경위서 제출하고. 알았어?”



    “네? 저, 정말 경위서로 끝나는 건가요? 위에서 아무 말 없었나요?”



    “내가 알아서 다 보고 했다. 이 웬수 덩어리야. 또 이러면 알지? 그 땐 나한테 죽는 거야!”



    “아...... 정말 감사해요, 감독님.”



    “감사는 무슨...... 민지애씨, 나이 거꾸로 먹었어? 아니, 사랑 안 해본 사람도 있나? 한두 살 먹은 애들도 아니고...... 적당히 해. 꼴사나워. 이런...... 시간이 벌써...... 난 들어간다.”



    손목시계를 힐긋 본 감독은 육중한 몸을 달려, 황급히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휴......”



    민지애가 한 숨을 쉬자, 김리나가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거봐! 내가 뭐랬니? 아무튼 잘 넘어갔다. 그치? 하하. 얼~ 역시 A급 간판은 다른데?”



    “에이급은 무슨......”



    민지애의 표정은 그리 다행이다 싶은 것도 아닌 듯이 어두웠다. 김리나는 팔짱을 낀 채로 민지애를 끌고 가면서 말했다.



    “에휴...... 정말 괴로운가 보구나. 안되겠다. 오늘부터 내가 특별관리 해 주겠어.”



    “응? 특별?”



    “응! 매일 시간을 내서 같이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사먹고 그래 줄 테다. 어때? 고맙지? 히히.”



    “아, 아니...... 됐어. 너 남자친구도 만나야지. 괜히 그러지 마......”



    “어허, 내 호의를 무시한다는 것이야? 죽을래? 괜찮아. 어차피 울 오빠도 요즘 바빠서 나 만나지도 못해. 아! 오늘은 우선 헤어샵(Hair shop)부터 가자. 기분전환에는 머리 스타일 바꾸는 것 만한 것도 없다 잔아.”



    “뭐...... 그래, 그럼......”



    “좋았어! 그담에는 밥을 먹고, 쇼핑하고, 영화보고...... 가만, 쇼핑? 아 맞다! 나 오늘 동대문 가서 시장조사 해야 하는 구나...... 거참, 하필이면......”



    “됐어...... 오늘은 그냥......”



    “아! 그러면, 같이 가자. 어차피 메인에서 빠지라고 했으니까, 내일 방송도 없잖아? 나야 모 일주일에 한번인 것이고. 아예 늦게 만나서 밤새 놀자고. 알았지?”



    “그, 그래도...... 난......”



    “어허, 죽는다니까, 내말대로 해. 명령이다! 히히.”



    별로 내키지 않아 하는 민지애를 붙잡고 김리나는 계속 조르고 있었다. 민지애는 김리나가 하는 말들도 꿈속에서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차에 시동을 막 걸려고 할 때 걸려온 김리나의 전화였다. 민지애는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차 시트에 몸을 푹 기댔다.



    ‘하아......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람...... 귀찮다......’



    민지애는 온 몸에 힘이 빠지고 머리까지 멍해 졌다. 그냥 집으로 들어가서 술이나 마시는 게 낳을 듯싶었다. 민지애는 핸드폰을 들었다가 결국 다시 내려놓았다. 그래도 친구가 저렇게 챙겨 주려고 하는데, 그냥 관두자고 하기에는 미안했다.



    ‘오늘만...... 오늘만 응해 주자.......’



    그렇게 맘을 먹은 민지애는 차에서 내렸다. 집 앞 주차장 이였지만, 다시 집에 들어가기는 내키지 않았다. 민지애는 그냥 걷기 시작했다. 한 여름의 밤공기는 끈적거리는 듯이 기분 나빴다.



    ‘열대야구나...... 그러고 보니, 그동안 날씨 같은 것도 잘 느끼지 못 했었네......’



    눈물이 울컥 올라왔다. 또,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 옛일들이 머릿속을 휘젓기 시작한 것이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자, 회사에서의 감독의 말들이 떠오르기 시작 했다.







    ‘정...... 내가 괴로운 것이 정 때문인가? 분명히 사랑이라고 생각 할 순 없고, 그건 하동민에 대한 정? 미운 정? 아냐, 아냐...... 그 놈한테 정이란 표현도 쓰기 싫어...... 그럼 뭐지? 난 왜 그렇게 그 놈한테 매달렸었지? 아마도...... 난 이런 이별의 아픔 자체를 겪기 싫었던 것일까? 그냥 괴로워도 실연당했다는 말을 듣기 싫어서? 아...... 답답해....... 답답해!’



    민지애는 가슴을 주먹으로 세게 치기 시작했다.







    한숨을 길게 쉰 뒤, 민지애는 고개를 들었다. 앞은 깜깜했다.



    ‘응? 여긴 어디지?’



    너무 생각에 잠겨 걷다보니, 어디로 왔는지, 잘 분간이 안됐다. 그래도 분명 집 근처의 곳일 터인데, 낯선 거리...... 게다가 이 칠흑 같은 어둠은...... 갑자기 오싹한 기운과 함께 공포감이 밀려 왔다. 민지애는 뛰기 시작했다. 이 어둠을 빨리 벗어나야했다. 얼마쯤 뛰자, 앞에 불빛이 세어 나오는 곳이 보였다. 민지애는 그곳을 향해 뛰었다.



    ‘꿈! 마저! 이 어둠 속의 길. 이 기분 나쁜 무서움. 이건 확실해! 꿈에서 봤어!’



    민지애는 더욱 빨리 달렸다. 저 불빛이 나오는 곳...... 꿈처럼 그 곳을 향해 가야 할 것 같았다.



    한참을 달려, 란 간판이 눈에 들어오자, 민지애는 뛰는 것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그리고는 그 곳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어 헤어? A-헤어? 뭐지? 미용실인가?’



    걸음을 멈춘 민지애는 뒤를 돌아다보았다. 무서우리만큼 고요하고, 불빛하나 없이 어두웠다. 앞을 보았지만, 마찬가지이었다. 그렇다고 그 미용실 같은 곳으로 선 듯 들어가기가 두려웠다. 아니다. 들어가면 오히려 더 큰 무서운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았다. 민지애는 다시 뒤돌아 어둠 속으로 내달렸다.



    ‘꿈이면 빨리 깨자. 빨리!’



    민지애는 이를 악물고 뛰었다. 그러자, 갑자기 그 어둠 속은 어떤 공간 안으로 바뀌었다. 온통 붉은 장미가 그려진 곳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소녀가 진한 눈 화장을 한 듯 어려보이면서도 순진무구한 표정의, 바로 꿈에서 봤던 여자가 서 있었다.

















    “아! 후우...... 꿈이구나......”



    민지애는 상반신만 일으킨 채, 거친 숨을 쉬었다. 옷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역시 늘 그러던 것처럼 소파에서 TV를 보다가 잠이 들었던 것이다. 시계는 새벽 1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매일 같은 꿈을 꾸다니...... 이건 정말 이상하잖아? 더구나 이번에는 너무 생생했어. 무서울 정도로......’



    무서움 때문인지, 땀에 젖은 옷 때문인지, 민지애는 소름이 돋아 몸을 떨었다. 잠시 이마를 짚고 있던 민지애는 술병을 찾기 시작했다. 또다시 하동민과 옛 기억들이 가슴 속에서 똘똘 뭉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이상한 꿈들도 다 그 때문이리라 여겨졌다.







    엘리베이터 는 상층으로 향하고 있었다. 민지애는 다시 또, 계단을 뛰어 오르기 시작했다. 머릿속은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이, 이럴 수가! 어제 하고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잖아! 아니, 꿈하고 똑같은 것인가? 서, 설마......,



    이마의 땀을 연신 훔치고 스튜디오 문을 열었다.



    ‘아! 늦었다......’



    이미 방송은 시작되었다. 총감독이 메인 카메라 뒤의 민지애를 째려보았다. 민지애는 소름이 돋았다.



    ‘똑같아...... 이게 어떻게 된거지?’



    민지애는 갑자기 현기증이 나서 비틀 거렸다. 그런 민지애를 김리나가 부축하며 밖으로 끌고 나왔다.



    “지애야, 너 또 술 마셨던 거야?”



    김리나의 걱정스러운 말...... 역시 똑같다. 그리고 곧 의자에 같이 앉는 것까지...... 민지애는 꿈과 현실을 비교해 보기 시작했다. 이번 꿈은 너무 생생해서 모든 것이 기억나고 있었다. 곧 감독이 나와서 소리를 지를 것이라 예상 된다.



    “책임? 뭐, 어떻게 책임질 건데?”



    역시 이번에도...... 도대체 자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설마...... 이것도 꿈? 아니면 현실?



    “...... 적당히 해. 꼴사나워. 이런...... 시간이 벌써...... 난 들어간다.”



    감독은 꿈과 토시하나 안 틀리게 말 한 뒤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 안되겠다. 오늘부터 내가 특별관리 해 주겠어.”



    그 뒤에 김리나의 말과 행동도 똑같다. 민지애는 정신을 가다듬었다. 정말 자기가 기억하는 꿈과 똑같은지 어디 한번 계속 가보기로 맘을 먹었다.







    민지애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차 시트에 몸을 기댔다. 지금 까지는 어제 꿈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었다. 민지애는 꿈을 다시 곰곰이 떠올려 보았다. 이다음부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하고......



    “아! 그 길! 어둠 속의 길! 그리고 미용실! 거기서 꿈은 끝나고 말았지?!”



    민지애는 차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그 길을 찾아 나섰다. 정확히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란 미용실을 찾으면 될 듯 했다. 꿈과 똑같이 일어나는 현실이라...... 무섭기도 하고 흥분도 되었다. 오늘 하루 종일 민지애는 모든 피가 거꾸로 솟는 듯 극도로 예민해져있었다.



    ‘이상하다...... 왜 그 미용실을 못 찾겠지? 역시...... 거기부터는 꿈인가?’



    30분 넘게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녔지만, 란 간판은 보이지가 않았다. 민지애는 시계를 보았다.



    ‘그냥 꿈이었군...... 그냥 리나나 만나러 가야겠다.’



    민지애가 시계를 보며, 대충 김리나와 약속한 장소까지의 거리를 가늠해 보다가 고개를 들었을 때였다. 민지애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 뻔하였다.



    “이, 이건! 바로 그 길!”



    어느새 민지애는 그 어둠 속의 길에 들어와 있었다. 꿈하고 똑같은 어둠속의 길에...... 실제로 이 어둠은 꿈속보다 더 칠흑 같았다. 민지애의 발끝마저 보이지가 않을 정도였다. 공포감과 두려움, 흥분,...... 민지애는 어찌 할 바를 몰랐다. 너무 무서운 나머지,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사방을 살폈다. 불빛! 저 멀리 불빛이 보였다. 민지애는 그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라고 쓰인 곳에 민지애는 멈춰 섰다. 꿈하고 똑같다. 그리고 그 꿈의 마지막인 곳. 그러나 이 안으로 들어가기는 무서웠다. 발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들어가기가 왜 이리 무섭지? 꿈처럼 다시 돌아갈까? 아...... 그러다가 다시 잠에 서 깨는 거라면? 아, 복잡해...... 도대체 뭐가 현실이고, 꿈이지? 이것도 꿈이면 그게 더 미칠 것 같아. 들어 가보자.’



    민지애는 심호흡을 한 뒤 주먹을 꽉 쥐고선 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여, 여기는......”



    민지애는 다시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장미가 그려진 벽지...... 역시 꿈속에서 본 장소였다. 하지만, 이곳이 어떤 곳인지는 확 와 닿는 것이 없었다. 큰 타원형의 거울과 그 앞의 의자 하나...... 천장에는 부자연스러운 고급 샹들리에...... 그리고, 말린 꽃잎들이 가득 담긴 커다란 유리 볼(bowl)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뭐지? 난 왜 여기를 미용실 이라고 생각했었지? 미용실이라고 하기엔 너무 이상한데...... 게다가 저 벽지 하며...... 너무 화려한 게 오히려 촌스럽다......’



    민지애는 방송에서 인테리어물을 해 봐서인지, 이 와중에도 직업적인 호기심이 발동 되고 있었다.



    “훗...... 이번에도 꼼꼼히 살펴보고 있네요? 아직도 안 깨어났나요?”



    민지애는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몸을 움찔 하였다. 어느새 한 여자가 자기 앞에 서 있었던 것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여자는 바로 꿈에서 본 란 여자였다.



    ‘이번에도라고? 안 깨어났다? 무슨 말이지? 이것도 꿈?’



    흥분과 혼란스러움으로 민지애는 숨을 거칠게 쉬고 있었다. 그러자 루씨는 손에 쥐고 있던 커피가 담긴 머그컵을 입으로 가져가 홀짝 마신 뒤에,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궁금한 게 많은 것 같네요? 제 이름이 루씨인 것은 기억나나요? 일단 여기 앉아서 얘기를 나누도록 해요.”



    “아...... 네......”



    민지애는 루씨가 권하는 의자에 앉았다. 루씨도 짙은 고동색의 작은 티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않았다. 민지애는 좀 전에도 티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루씨는 가늘고 긴 손가락을 깍지를 끼면서 민지애를 쳐다보았다.



    루씨의 커다란 눈...... 그 눈은 사람을 빨아들일 듯이 매혹적이었다. 민지애는 그렇게 멍하게 루씨를 보다가 눈을 깜빡이며, 정신을 차렸다. 아무래도 루씨는 민지애가 입을 먼저 열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여기에 온 적이 있나요?”



    “후훗...... 민지애씨는 여기서 머리를 자르고 가셨죠.”



    민지애는 등까지 내려오는 자기의 머리 길이를 생각했다.



    ‘머리를 잘랐다고? 전혀 그런 것 같지 않는데...... 그래도 여기가 미용실은 맞긴 맞나 보군......’



    민지애는 루씨가 자기 이름을 알고 있는 것도 이상했다. 정말 자기가 기억 못하는 것일까?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민지애는 다시 묻기 시작했다.



    “저는 단골 Shop이 있어요. 이런 동네 미용실에서 했다니...... 아닐 텐데요?”



    “잘 기억해 보세요. 그날 민지애씨는 슬픔에 가득한 얼굴로 여기에 찾아오셨죠. 얼굴에 라고 딱 표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말씀 드렸잖아요. 머리를 과감하게 잘라보세요! 그런 슬픈 기억 따윈 싹 사라 질 겁니다. 라고요. 호호.”



    “제가 실연당했다고요? 뭐...... 그건 사실 이에요. 하지만...... 머리를 자른다고 슬픔이 사라진다고 전 생각 하지 않아요. 그리고 머리를 자른 기억도 안 나네요.”



    “이런...... 맞아요. 그날도 처음에 똑같이 말씀하셨죠. 그래도 헤어진 사람 잊는 데는 머리 자르는 것만 한 것도 없어요. 우선 기분부터 확 전환 되고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실연 후에 머리를 자르는 거 아니겠어요? 호호.”



    “하...... 정말 그랬으면 좋겠군요. 정말...... 그렇게 간단히 지울 수 있다면...... 그런데, 제 생각에는 오히려 더 가슴만 아플 것 같아요.



    머리를 잘라도 난 그대로이잖아요...... 세상도 그대로...... 그 남자와의 기억도 그대로...... 과연 머리를 잘라도...... ......”



    민지애는 말을 잇다가 감정이 북받쳐 목이 메워왔다. 어느새 뜨거워진 눈에선 눈물이 고여 있었다. 루씨는 하얀 실크 손수건을 민지애에게 건넸다.



    “...... 고, 고마워요. 갑자기 눈물이......”



    “혹시 머리카락의 수명에 대해 아세요?”



    손수건을 눈 밑에 데며 울음을 삼키던 민지애는 뜻밖의 질문에 고개를 들었다.



    “네? 머리카락요?”



    “인간의 머리카락은 수명이 짧게는 3년에서 5년까지 라고 하더군요. 수명이 다한 머리카락이 머리에서 빠진다고 보면 된데요. 뭐...... 다른 많은 요인에 의해 머리가 빠지기도 하지만, 원래 수명은 그렇데요. 참, 재밌지 않아요? 호호.”



    “네...... 그런데 그게 뭐가......?”



    “그리고 그 머리카락 한 가닥에는 인간의 모든 DNA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거예요. 놀라운 것은 머리카락 주인이 현재 주로 어떤 음식물들을 섭취하고 있는 지도 머리카락에 다 나타 난데요. 그래서 약물 검사 할 때 머리카락만을 가지고 판별했다는 뉴스가 TV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와! 정말 신기하죠? 인간들은 정말 나날이 과학을 발전시키고 있어요. 곧 멀지 않아, 머리카락 한 가닥만으로 유전자정보를 뽑아내서 복제 인간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바로 인간들이 신이라고 여기는 창조주와 같은 경지에 오르는 거예요.



    후훗...... 그러면 인간들을 창조한, 이 어떻게 나올지 정말 기대 되요.”



    “네에......”



    민지애는 무슨 강의를 듣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을 하고 있었다. 루씨는 약간 머쓱해 하더니, 바로 말을 이어갔다.



    “호호, 미안해요. 이야기가 너무 딴 데로 갔네요. 아무튼 인간의 모든 DNA를 가진 그 머리카락이...... 자기의 모체인, 인간의 모든 슬픔과 기쁨도 다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에요. 머리카락의 수명으로 봐선 길게는 5년 전쯤의 정보까지겠죠?



    너무 어렵게 말했나요? 즉, 머리카락들이 민지애씨의 실연의 아픔을 무겁게 담고 있다는 거지요.



    그러니, 그런 머리카락들을 잘라내면 아픔도 그만큼 덜어지지 않겠어요? 호호.”



    “아...... 네......”



    민지애는 무언가 이상한 논리 같았지만, 꽤 설득력 있게 들렸다. 실연당한 사람이라면 루씨의 말에 혹 할 것도 같았다. 민지애는 웃음을 띠면서 말했다.



    “음...... 마음을 움직이는데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네요. 쇼핑호스트를 하셔도 잘하실 것 같아요.”



    “호호. 홈쇼핑요? 에이, 제가 어떻게요...... 민지애씨야 말로 대단하더라고요. 방송을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구매를 신청하고 있지 모에요? 히힛.



    요즘 민지애씨 팬이 돼서요, 방송을 매일 보다 보니, 정말 홈쇼핑에 중독 됐어요. 아! 이 커피도...... 이건 민지애씨가 방송 한 것은 아니지만요...... 홈쇼핑 보고 바로 질렀지 모에요...... 하하.



    악마들도 한 번에 수많은 인간들을 현혹 시키지 못하는데...... 라는 멘트가 나오면, 햐! 정말 홈쇼핑은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된다니까요. 호호.”



    “그, 그래요? 후후...... 제 팬이셨다니...... 감사해요.”



    민지애는 루씨가 자기는 인간이 아닌 냥, 이란 표현을 참 많이 쓴다고 생각했다. 이 유머러스한 사람에게 머리를 정말 맡겨 보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루씨의 뱅 스타일의머리...... 유명 여가수가 하고 나와 요즘 한창 유행 하고 있는 스타일이었다. 이왕 자른 다면, 저렇게 하고 싶었다.



    “좋아요! 결정 했어요. 제 머리도 잘라주세요. 저...... 루씨라고 했죠? 루씨가 하고 있는 스타일로 했으면 하는데......”



    “민지애씨는 머리를 잘랐다니까요. 저처럼 짧은 뱅 으로 해드렸어요. 얼굴이 작으셔서 그런지 너무 예쁘게 잘 어울리더라고요.”



    “네? 아......!”



    민지애는 누가 머리를 한 대 친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맞다! 루씨는 내가 전에 와서 머리를 잘랐다고 말했었지? 하지만...... 난 기억을 못하고...... 내가 치매라도 걸린 것인가? 아냐, 말도 안 돼! 저렇게 짧게 깎았다면, 내가 기억을 못 한다 쳐도, 지금 내 머리 길이를 볼 때......’



    민지애는 다시 혼돈스러워졌다. 앞, 뒤 연결이 도무지 안 되는 것이었다. 민지애는 표정을 다시 굳게 다잡고, 루씨에게 물었다.



    “머리를 잘랐었다고요? 거짓말 하지 말고, 좀 제대로 말해 주세요. 이 머리 길이를 봐요. 전 절대 머리를 자른 적이 없어요.”



    “자, TV를 보세요. 지금 민지애씨가 나올 시간이거든요?”



    루씨는 리모컨으로 TV를 켰다. 아까는 안보이던 대형 벽걸이형 TV가 미용실 안쪽 벽에서 화면을 밝히고 있었다.



    “어? 저건...... 나?!”



    민지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떨리는 손으로 화면을 가리켰다. TV에서 바로 자기 자신, 민지애가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민지애는 정말 루씨의 헤어스타일로 환하게 웃으면서 열심히 상품을 홍보 하고 있었다.







    목소리...... 바로 민지애, 아니, 자기 자신의 목소리가 맞았다. 민지애는 사방 벽이 빙글빙글 도는 듯이 현기증 심하게 일었다. 비틀 거리며 한 손으로 테이블을 짚었다.



    “뭐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루씨...... 제발...... 말 즘 해 주세요...... 제발!”



    루씨는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네요...... 기억이 날 법도 한데 말이죠. 자, 보시다시피 TV에 나오고 있는 민지애가 민지애입니다. 생방송이니까, 민지애는 당연히 지금 방송중 이겠죠? 아시겠어요? 당신은 민지애가 아니에요.”



    “나, 나는 민지애가 아니라고? 그럼 나는 뭐지? 나는 죽은 영혼이라도 된다는 거예요?”



    “호호호. 아뇨. 당신은 민지애의 들의 집합체에요. 뭐...... 영혼의 조각은 아니고...... 잔재 정도? 아니, 영혼이란 것 하고는 전혀 비슷하다고도 말 할 수 없겠네요.”



    “말도 안 돼! 헛소리야! 모두 다 헛소리! 너야말로 미친 거 아냐? 난, 난! 이렇게 존재 하고 있잖아! 보라고!”



    “흐음...... 저기 거울을 한 번 보세요.”



    “거, 거울? 어? 아니, 이럴 수가!”



    민지애는 거울 보았다. 거울에는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루씨만이 비쳐지고 있었다. 부르르 떨리고 있는 자기의 양손을 보았다. 자기의 두 손은 또렷이 보인다. 그리고 다시 거울을 보았다. 거울 속에는 자기의 모습이 전혀 비치고 있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도 거울은 민지애를 보여주지 않았다. 민지애는 덜덜 떨면서 루씨에게 말했다.



    “하하...... 이건 무슨 조작이지? 왜 나한테 이러는 거지? 저 가짜하고 무슨 꿍꿍인 거야?”



    “휴...... 당신은 말이죠...... 민지애에게서 잘려 나간 머리카락이에요.”



    “뭐? 머, 머리...... 카, 카락?”



    “자...... 잘 생각해 봐요. 당신의 기억은 어디까지이죠? 아마도 매일 똑같이 반복 되는 일상을 경험 하고 있을 거예요. 맞죠? 그건 꿈일 것이라 생각 했지만, 꿈이 아니에요.



    당신은 잘려나가기 전, 후쯤의 기억. 바로 기억 속에서 뱅글뱅글 돌고 있는 거예요.”



    “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제대로 말해 봐요......”



    “민지애씨는 실연의 슬픔에 굉장히 고통스러워했어요. 그건 당신도 잘 알거에요. 그렇게 가슴을 아파하던 중에 여기를 와서 나를 만나게 됐어요.



    그래서 아까 제가 말 한 것처럼 그 모든 아픔과, 슬픔과, 기억하고 싶지 않은 모든 것들을 머리카락들에 담아 잘라버린 겁니다.



    그런데...... 그 아픔과 슬픔들이 너무 크고 강한 나머지, 하나의 에너지 덩어리가 되어 잘리기 전의 모체인 민지애가 되려고...... 아니, 민지애인 마냥 남게 된 것이에요.



    잘리기 전만의 기억을 가진...... 즉, 실연의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민지애로 말이죠.



    한(恨)이 맺혀진 사념체(思念體). 그게 바로 당신의 정체입니다.”



    “아......!”



    민지애는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거울 앞의 의자에 앉아 있는 민지애...... 바로 자기의 모체와 루씨의 희미한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기억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민지애가 문 밖으로 나가자, 루씨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주저앉아 있는 민지애를 향해 고개 돌렸다. 그러면서 그 희미한 영상은 사라져 갔다.



    민지애는 테이블 쪽에 서있는 루씨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들며, 힘없이 말했다.



    “나, 난...... 잘려나간 머리카락...... 민지애가 아닌...... 아니,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니......”



    “이제야 깨어났군요. 휴...... 당신은 지금이 한 여름이라고 믿고 있죠? 벌써 10월 달이 다 지나가고 있다고요.....



    다른 사념체들은 보통 길어야 일주일 안에 각성 하던데...... 원래 민지애씨가 좀 둔한 편이었나? 방송 보면 눈치도 빠르고 똑똑한 거 같은데......”



    “그렇구나...... 나에게서 잘려진....... 민지애에게서 버림받게 된 기억들...... 그래...... 그런 거구나......”



    민지애는 초점을 잃은 표정으로 웅얼거리고 있었다. 루씨는 다시 의자 앉아 커피를 홀짝 거리며 말했다.



    “훗...... 그래도 깨어나서 다행이에요. 영영 안 깨어나는 줄 알고 조바심이 일던 참이었거든요. 영혼도 아니니 내가 어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 이예요.”



    민지애는 잠시 멍하게 있다가 입을 굳게 다물고 일어나 루씨에게 다가가 말했다.



    “난......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죠? 그냥...... 그냥 계속 잠들면 안 되나요?”



    “다시 잠든 다고요? 그럴 수는 없어요. 잠이 드는 것이 아니고, 다시 잘리긴 전, 후의 기억을 반복 하는 것이겠죠. 실연의 아픔에서 허덕이는 날을 계속 반복 하는 것이에요. 끝도 없이 영원히...... 무한의 시간대로요.”



    민지애는 비틀거리며 테이블 의자에 앉았다. 매일...... 아니다, 무한의 반복을 하는 고통스런 시간 속에 갇히게 된다니...... 그건 지옥보다 더하다고 민지애는 생각했다.



    “차라리 날 죽여주세요. 그냥 사라지게 해 주세요...... 그런 슬픈 기억 속에서 영원히...... 그렇게 살 수는 없어요......차라리......”



    “안타깝게도 저는 당신을 사라지게 할 수도 없답니다. 당신은 인간도, 영혼도 아니라고 제가 몇 번이나 말 했잖아요.”



    민지애는 고개를 숙여 부르르 떨다가 테이블을 치면서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말도 안 돼! 그럼 뭘 어떻게 하라는 거지? 내가 왜 존재 하는 거지? 루씨, 당신이 날 잘랐으니까 알 거 아냐?!”



    루씨는 어느새 테이블 위에 놓인 금색의 얇은 담배 케이스에서 담배를 꺼낸 후, 작은 청동 촛대 위에서 타고 있는 촛불에 불을 붙였다. 길게 연기 내뿜으면서 민지애에게 건조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혹시 저를 원망하는 건가요? 그건 아니죠. 당신이 존재 할 수 있게 한 그 남자...... 하동민을 원망해야죠.”



    “뭐, 뭐라고?”



    “한(恨)을 풀기 위해선 한을 품게 한 장본인이 사라지면 되는 겁니다.”



    “하동민이...... 날 존재 하게 했다?”



    “네, 맞아요. 방법은 하나입니다. 그를 만나서 죽이세요. 그러면 당신은 한을 풀고 사라지게 됩니다.”



    루씨는 말을 끝내며 담배를 하이힐로 밟아 짖니 겼다. 그리고는 다리를 고쳐 꼬아 앉으며 말을 이었다. 루씨에게서 좀 전의 밝은 표정과 말투는 이제 찾아 볼 수 없었다.



    “선택을 하세요. 하동민을 죽이던지, 영원히 고통의 시간에서 갇혀 있던지 말이죠.”



    민지애는 다시 의자에 힘없이 앉았다. 하동민...... 정말 생각만 해도 치를 떨었지만, 그를 죽여야 한다니......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악몽에 갇히게 된다....... 민지애는 가슴 속에서 하동민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뜨겁게 뭉쳐지고 있었다. 민지애는 결심한 듯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면서 말했다.



    “내가...... 죽일 수 있을까요? 사념체인 내가 어떤 방법으로......?”



    “후훗...... 걱정하지 마세요. 그를 만나게 되면 자연히 알 수 있을 겁니다. 그가 어디에 있는지도 벌써 몸으로 느껴지고 있을 걸요?”



    민지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믿을 수...... 아니 믿기 싫은 악몽을 끝내야만 했다.



    '하동민...... 하동민을 죽이면 이게 악몽인지, 아닌지를 알겠지.......'



    민지애는 문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멈춰 섰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루씨에게 물었다.



    “그런데...... 당신의 정체는 뭐죠? 악마?”



    루씨는 뜻밖의 질문이라는 표정을 짓다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호호...... 글쌔요...... 뭐...... 맞는다고 할 수도 있네요. 인간들이 우리를 표현하는 것은 다양해서요. 저 역시 단일 존재도 아니니까요. 당신처럼 말이죠.”



    민지애는 고개를 숙이고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 나가면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악마든, 신이든, 뭐든...... 난 그저 머리카락 일뿐인데...... 뭐, 상관없잖아......”













    불 꺼진 하동민의 침실. 민지애는 자고 있는 하동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엎드려 고개만 돌려 자고 있는 하동민은 숨을 내 쉴 때 마다, 역한 술 냄새가 났다.



    “난 매일 고통스럽게 보내고 있는데...... 속 편히 잘 자고 있구나......”



    민지애는 하동민을 보자, 기운이 쭉 빠졌다. 자기 혼자만 슬퍼하고, 괴로워했었던 것에 허탈감이 든 것이다. 물론 이 인간이 조금이나 그런 걸 가졌을 리는 없지만...... 하동민은 뒤척이더니, 엎드린 채로 눈도 감은 채, 입만 열었다.



    “응......? 누구야? 누가 온 거야?”



    “내목소리...... 잊었어......?”



    “응? ...... 지애? 지애야? 키킥...... 당연 기억하지. 근대 이 시간에 왜 온 거야? 그렇게 날 보고 싶었어?”



    “...... 착각하지 마. 네가 나한테 한 짓을 몰라? 내가 널 보고 싶을 것 같아?”



    “에이...... 거짓말 마. 너도 내가 그리웠지? 다 알아. 키킥킥...... 나도 널 늘 그리워했어. 우리 다시 잘 지내볼까?”



    “뭐라고?”



    “아...... 오해 하지는 마. 나 한 달 뒤면 결혼해. 우리 그냥 친구로...... 쿨하게, 오케이?”



    “너...... 정말......”



    “키키킥...... 내가 늘 말했었지? 너 만한 사람 없다고...... 정말이더라고. 너 만한 사람이 없어. 특히 잠자리에선......크크크.



    안 그래도 조만간에 내가 전화 하려고 했었어. 근대 이렇게 오다니, 재밌네? 키킥. 넌 날 벗어 날 수 없다니까. 앞으로도 쭉...... 영원히. 크크큭.”



    “...... 다시 나를...... 민지애를 괴롭힌다고? 영원히......? 너...... 정말 죽여 버리겠어!”



    하동민은 손을 더듬어 침대램프(bed lamp)를 키면서, 몸을 일으켜 앉았다.



    “에이...... 너무 살벌하게 말하지 마. 이렇게 왔으니까, 우리 와인이나 마시면서......



    으, 으악!”



    민지애는 자기를 보고 귀신을 본 듯이 비명을 지르는 하동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그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민지애는 하동민의 집 발코니 문을 열고 나갔다. 밤이 깊었는지, 도시의 야경은 그림자가 대부분이었다. 민지애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든 후 밤바람을 얼굴로 느끼기 시작했다.



    ‘난...... 이렇게 죽는 건가? 그래...... 이게 내가 할 일...... 난 머리카락 이었을 뿐인데......’



    민지애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아냐...... 난 민지애야. 누가 뭐라고 해도...... 난 또 다른 나를 위해...... 헌신 하는 거야. 또 다른 민지애에게는 이런 슬픔이나 아픔 따위가 없어야만 하니까......’



    민지애의 몸이 투명해 지기 시작했다. 그런 손을 바라보며 민지애는 눈물을 왈칵 쏟아내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의 기억, 엄마, 아빠의 얼굴, 친구들, 모든 것이 눈앞에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 시간이 다 되었음을 알리고 있는 듯 했다.



    ‘아......! 이게 죽어가는 느낌이구나...... 이렇게...... 너무 슬퍼하지 말자...... 그래! 웃자! 행복해 하는 민지애를 생각하자. 나는 죽는 게 아냐, 아픈 기억만 이 죽는 거야. 웃자......’



    민지애는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떨리는 입술로 웃음을 지었다.



    “또 다른 나야. 앞으로는 행복해야 해! 꼭! 내 몫까지 알았지? 민지애! 사랑해...... 안녕......”



    바람이 불자, 민지애의 투명해진 형상은 달빛에 반짝이면서, 머리카락처럼 흩어져 날아갔다.











    10월의 마지막 주의 일요일.



    감식반원들이 하동민의 집 안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최형사는 양 미간을 찌푸리면서 집 밖으로 나오다가 박형사와 마주치자,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이제 오세요? 박형사님?”



    “어...... 미안. 대충 보고는 들었는데...... 뭐 있어?”



    “아뇨...... 일단, 현장 감식은 끝났어요. 피해자는 목이 졸려 질식사 했고요. 피해자외의 지문이나 단서는 나오지 않았어요.”



    “흠...... 누가 신고했지?”



    “약혼녀가요. 하도 전화를 안 받아서, 오후 1시에 와보니......”



    “사망 추정 시간은?”



    “토요일 밤. 즉, 일요일 새벽 1시에서 3시 사이랍니다.”



    “외부 침입 흔적은?”



    “없어요. 문도 깨끗하고...... 베란다(발코니) 문이 열려 있는 게 이상 하지만, 그렇다고 아파트 15층을 누가 기어 올 리도 없고요.”



    “그거 이상하군...... 집 열쇠는 약혼녀도 가지고 있나보지?”



    “네. 번호 키 인데, 피해자하고 약혼녀, 단 두 명만 알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며칠 전에 바꾼 거라고.......”



    “흠...... 약혼녀의 알리바이는? 아니면 누가 찾아온 자라던가?”



    “추정 시간에 친구들하고 찜질방에서 잤다고 하는데요. 뭐, 확실한 거 같습니다. 그리고 CCTV를 확인 했는데, 아무도 찾아온 사람은 없었습니다.”



    “거참...... 설마 이번 사건도?”



    “네...... 요즘 일어난 사건들하고 일치해요......”



    “도대체 뭐지? 왜 목을 졸라 죽이는 사건이 여기저기서 발생 하고 있냐고...... 그것도 단서도 없이...... 아무튼 일단 철수 하고, 가서 연관성 여부를 조사 하자고.”



    “네. 그래요. 근데...... 박형사님? 이상한 것이 있긴 한데요......”



    “뭐? 그게 뭔데?”



    “그게 쫌...... 피해자 현관 앞이 CCTV가 바로 위에 달려있는 위치더라고요. 그래서 좀 자세히 볼 수 가 있었는데요, 거기에 이상한 게 찍혀 있어서......”



    “뭔데? 한 번 보자.”



    “네. 그럼 일단 경비실로......”



    두 형사는 경비실로 내려갔다.



    박형사는 화면을 보더니, 머리가 곤두서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겁먹은 최형사에게 더듬거리며 말했다.



    “다, 다시 틀어봐.”



    화면에는 아파트의 긴 복도가 잡혀 있었다. 화면을 다시 재생 시키자, 복도의 끝 바닥에서 검은 물체가 서서히 기어 오는 것이었다. 그것은 사람 머리통 같기도 했고, 머리카락다발 같기도 했다.





    그렇게 스물 스물 기어온 검은 물체는 하동민의 집 현관문 앞에 멈추더니, 곧 문 밑으로 들어가 버렸다.



    박형사는 다시 한 번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면서 말했다.



    “이, 이게 뭐야?”



    “글쎄요...... 저도 이게 이상해서 한 번 보시라고...... 이거 머리카락 같지 않아요?”



    “뭐? 머리카락? 그럼 범인이 머리카락이라고?”



    “하...... 아니겠죠?”



    “그, 그래...... 바람에 비닐 같은 게 날린 거야. 그런 게 카메라에 찍혔나 보지.”



    “하하...... 그런 거군요.”



    “하하...... 그래. 야, 빨리 철수 하자.”



    두 형사는 애써 겁먹은 표정을 감추고는 부리나케 경비실 밖으로 나갔다.







    다음날 C홈쇼핑.



    “수고하셨습니다.”



    방송을 끝낸 민지애는 무대 밑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감독은 안경은 벗고 다가와 까칠하게 수염이 난 턱을 실룩 거리면서 말했다.



    “역시 최고야! 잘했어! 하하. 오늘 대박이야! 민지애씨, 이제 특 에이급이야. 하하. 아니 요즘 얼굴도 점점 예뻐지는 것 같아? 하하”



    “호호. 감독님도 참. 이제 제가 프로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 드린 건가요?”



    “그럼! 내가 잘 키운 보람이 있어. 나중에 이 은공 잊으면 안 돼?”



    “네, 네. 한 더 말하면 백 번째 인거 아시죠? 호호.”



    “한 백번은 더 해야지 하하. 아! 그건 그렇고, 저기 보이지? 본부장님. 처음부터 쭉 지켜보고 있었어. 너보고 오라고 하니까, 가서 인사 드려. 아마도 다음 프로젝트 건 때문에 같이 얘기 하자고 할 거야. 오늘 아주 민지애, 눈도장 찍으라고 알았지?”



    “네? 본부장님이라면?”



    “맞아, 회장님 셋째 아들. 내가 아까 한말 농담 아니다. 내 은공 잊으면 안 돼? 자, 빨리 가봐!”



    민지애는 옷매무새를 매만진 후 거울을 꺼내 얼굴을 살폈다.



    ‘휴...... 떨려...... 본부장님이 왜 나를?’



    거울을 넣고 표정을 가다듬은 후, 민지애는 30대 초반의 말끔한 인상의 남자에게로 또박또박 걸어갔다. 그 남자는 민지애를 보자,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왔다.



    “아, 민지애씨. 오늘 너무나 잘하셨습니다. 익히 들어 알아왔지만, 정말 대단 하시더군요. 다음 기획전을 맡겨 보고 싶은데요, 저녁을 먹으면서 의논 하려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민지애는 가슴이 쿵쾅 거리며 뛰었다.







    갑자기 예전에 루씨가 한 말이 떠올랐다. 민지애는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글쎄요...... 언제쯤 본부장님이 저에게 찾아오시나 기다리다가 삐졌었거든요? 그래서 거절...... 하면 안 되겠죠? 거절 하면 짜를 테니까요.”



    “하하하. 와! 이거 응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그리고 사과드립니다. 이제야 찾아 와서요. 자, 그럼 밖에서 대기 하고 있겠습니다.”



    본부장은 시원스런 걸음으로 앞장서 나갔다. 민지애는 흥분된 가슴을 진정 시키면서 뒤따라 나갔다.



    ‘이건 기회야. 그래, 민지애. 잘 할 수 있어. 앞으로는 행복만이 있는 거야.’



    민지애는 자신에게 더 이상 불행은 생기게 하지 않으리라, 늘 다짐했었다. 그래서 남자라면 더 이상 생각이 없었지만, 왠지 본부장 하고는 꼭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더군다나 회장님의 셋째 아들! 민지애는 사랑과 기회 놓치지 않겠다고 가슴 속으로 파이팅 했다.









    그로부터 두 달 후.



    루씨는 흐느끼며 울고 있는 여자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머리를 길게 늘어트린 여자는 고개를 숙이고 계속 울먹이면서 말했다.



    “...... 그렇게 대학 생활 내내 우리는 커플이었고, 저는 그와 같은 회사에 들어갔어요. 사내 커플로 알려지면 서로에게 좋을 것 같지 않아서...... 우린 남들 몰래 만나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서로 일 때문에 바빠서 만나는 것이 뜸해 지고...... 그러다가...... 그러다가...... 어느날......”



    “저런...... 남자가 변심을 한 것이군요. 실연의 아픔이 저에게도 느껴지네요. 그 남자가 죽도록 밉죠? 그래요?”



    “...... 아뇨...... 전...... 오빠를 미워 할 수가 없어요. 우린 너무나 사랑했었고...... 오빠도 절 끔찍이 사랑했었어요. 전 알아요. 오빠를 변하게 만든 것은......



    그 여자가 우리 오빠를 홀리게 만든 거예요......



    회장의 아들인 걸 알고 접근한 그 여자......



    내가 정말 아낌없이 잘해주고 믿었던 친구인 그 여자......



    바로 그 여자...... 민지애! 바로 민지애 때문이에요!”



    고개를 든 여자의 얼굴이 거울에 나타났다. 그 녀는 김리나였다.



    김리나는 분노에 찬 얼굴로 의 커다란 타원형의 거울을 깨트릴 듯이 쏘아 보면서 독에 찬 말을 내뱉고 있었다.



    “죽도록 미운 건 민지애에요. 정말...... 날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다니......”



    루씨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후, 싸늘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하......! 그렇게 되는 스토리이군요. 훗...... 재미있게 되었네요. 정말 재미있어요. 자...... 머리를 과감하게 잘라 보시는 건 어때요? 실연 후엔 머리를 자르는 것 만큼 좋은 게 없답니다.”



    end.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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