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오유 바로가기
http://m.todayhumor.co.kr
분류 게시판
베스트
  • 베스트오브베스트
  • 베스트
  • 오늘의베스트
  • 유머
  • 유머자료
  • 유머글
  • 이야기
  • 자유
  • 고민
  • 연애
  • 결혼생활
  • 좋은글
  • 자랑
  • 공포
  • 멘붕
  • 사이다
  • 군대
  • 밀리터리
  • 미스터리
  • 술한잔
  • 오늘있잖아요
  • 투표인증
  • 새해
  • 이슈
  • 시사
  • 시사아카이브
  • 사회면
  • 사건사고
  • 생활
  • 패션
  • 패션착샷
  • 아동패션착샷
  • 뷰티
  • 인테리어
  • DIY
  • 요리
  • 커피&차
  • 육아
  • 법률
  • 동물
  • 지식
  • 취업정보
  • 식물
  • 다이어트
  • 의료
  • 영어
  • 맛집
  • 추천사이트
  • 해외직구
  • 취미
  • 사진
  • 사진강좌
  • 카메라
  • 만화
  • 애니메이션
  • 포니
  • 자전거
  • 자동차
  • 여행
  • 바이크
  • 민물낚시
  • 바다낚시
  • 장난감
  • 그림판
  • 학술
  • 경제
  • 역사
  • 예술
  • 과학
  • 철학
  • 심리학
  • 방송연예
  • 연예
  • 음악
  • 음악찾기
  • 악기
  • 음향기기
  • 영화
  • 다큐멘터리
  • 국내드라마
  • 해외드라마
  • 예능
  • 팟케스트
  • 방송프로그램
  • 무한도전
  • 더지니어스
  • 개그콘서트
  • 런닝맨
  • 나가수
  • 디지털
  • 컴퓨터
  • 프로그래머
  • IT
  • 안티바이러스
  • 애플
  • 안드로이드
  • 스마트폰
  • 윈도우폰
  • 심비안
  • 스포츠
  • 스포츠
  • 축구
  • 야구
  • 농구
  • 바둑
  • 야구팀
  • 삼성
  • 두산
  • NC
  • 넥센
  • 한화
  • SK
  • 기아
  • 롯데
  • LG
  • KT
  • 메이저리그
  • 일본프로야구리그
  • 게임1
  • 플래시게임
  • 게임토론방
  • 엑스박스
  • 플레이스테이션
  • 닌텐도
  • 모바일게임
  • 게임2
  • 던전앤파이터
  • 마비노기
  • 마비노기영웅전
  • 하스스톤
  • 히어로즈오브더스톰
  • gta5
  • 디아블로
  • 디아블로2
  • 피파온라인2
  • 피파온라인3
  • 워크래프트
  • 월드오브워크래프트
  • 밀리언아서
  • 월드오브탱크
  • 블레이드앤소울
  • 검은사막
  • 스타크래프트
  • 스타크래프트2
  • 베틀필드3
  • 마인크래프트
  • 데이즈
  • 문명
  • 서든어택
  • 테라
  • 아이온
  • 심시티5
  • 프리스타일풋볼
  • 스페셜포스
  • 사이퍼즈
  • 도타2
  • 메이플스토리1
  • 메이플스토리2
  • 오버워치
  • 오버워치그룹모집
  • 포켓몬고
  • 파이널판타지14
  • 배틀그라운드
  • 기타
  • 종교
  • 단어장
  • 자료창고
  • 운영
  • 공지사항
  • 오유운영
  • 게시판신청
  • 보류
  • 임시게시판
  • 메르스
  • 세월호
  • 원전사고
  • 2016리오올림픽
  • 2018평창올림픽
  • 코로나19
  • 2020도쿄올림픽
  • 게시판찾기
  • 오유인페이지
    개인차단 상태
    호오올리이쓑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0-09-27
    방문 : 2639회
    닉네임변경 이력
    회원차단
    회원차단해제
    게시물ID : humorbest_340454
    작성자 : 계피가좋아
    추천 : 27
    조회수 : 6007
    IP : 121.140.***.123
    댓글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03/20 04:53:33
    원글작성시간 : 2011/03/18 20:21:11
    http://todayhumor.com/?humorbest_340454 모바일
    브금주의]희망고문










    『나아질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하루하루 지옥같은 삶을 살아가세요.』










    희망고문












    태양은 지구의 모든 수분을 날려버리기라도 할 듯이 내리쬐고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찌는 듯한 더위에

    불쾌지수가 올라갈 법한 날씨였지만, 6년 만에 처음으로 바깥공기를 마시는 상준의 입장에서는 여간 따사로

    운 것이 아니었다. 상준은 주위를 한번 휘익 둘러본 후에 눈을 감고 하늘을 향해 팔을 벌렸다.

    "오랜만이네..."

    교도소에 수감된지 어언 6년. 그는 모범수로 수감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어엿한

    사회인이 된다는 생각에 상준은 들뜨기도 했지만, 한 편으론 끝맺지 못한 매듭이 자꾸만 맘에 걸렸다. 그는

    퇴소하면서 받은 자신의 물품들 중에서 양복 속에 고이 넣어두었던 무언가를 손끝으로 쓰다듬었다.

    "어이~ 이보슈~!"

    상준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 곳에는 칠십남짓 해보이는 노인이 불편한 다리를 바삐 놀리며 자신을 향해 걸어

    오고 있었다. 노인이 손에 이고있는 보따리들과 수척한 얼굴, 깊게 파인 주름들이 그 역시 수감생활을 막

    끝마치고 나온 사람이라는 것을 여지없지 보여주고 있었다.

    "무슨 일이세요, 어르신?"

    상준은 최대한 공손하게 노인에게 물었다.

    "혹시 자네도 찾아오는 가족이 없어서 셔틀버스로 서울까지 이동해야 하는 젊은인가?"

    노인의 말에 상준의 눈썹이 약간 흔들렸다. 잊고 있었던 사회에서의 기억이 떠오르는 듯 했다. 상준은 잠시

    멍하니 노인을 쳐다본 후에 한숨을 살짝 내쉰 후에 할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예."

    "거 참 잘되었구만 그래. 내가 보다시피 눈이 잘 안보여서 말이야. 셔틀버스까지 같이 가주면 안되겠나?"

    처음보는 노인과의 동행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 상준이었지만, 찌는 더위와 막막한 현실 앞에서 잠시나마

    말동무를 얻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겠다고 생각했는지 이내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했다.

    "뭐, 나쁠건 없지요."

    "고맙네,젊은이."

    상준은 이내 노인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는 노인에게로 걸어가면서 자신의 왼 팔뚝을 쓰다듬었다.

    노인은 그런 상준을 고맙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고마움의 눈빛이 싫지않은 상준이었다.




    셔틀버스는 상당히 작은 크기였다. 교도소라고하면 으레 창살이 박힌 커다란 버스나 이리저리 상처난 을씨년

    스러운 버스를 생각하기 쉬웠지만, 왠일인지 시내에 자주 굴러다니는 소형 셔틀버스 한대가 우두커니 서있을

    뿐이었다.

    "생각보다 작네요."

    "껄껄, 죄다 가족들과 함께 집으로 가다보니 그렇겠지. 우리같은 쓰레기를 모시는데 세금을 쓸수야 없지 않은가?"

    "뭐..것도 그렇네요."

    못마땅하다는 듯이 버스를 째려보는 상준의 앞을 노인이 지나갔다. 노인은 자신의 두 발을 셔틀버스에 올린 후에

    어서 따라들어오라는 듯이 상준을 바라보았다. 그러한 노인을 보며 상준은 고개를 휘휘 내젓고는 셔틀버스에

    올라 탔다.

    셔틀버스의 내부는 생각보다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었다. 그래서인지 아까의 불쾌함이 조금은 누그러지는 상준

    이었다. 상준은 으레 그렇듯이 셔틀버스의 맨뒤에서 한두칸 정도 앞에 자리를 잡았다. 도로가 훤히 보이는

    앞쪽 자리는 너무나도 뻥 뚫린 듯 했고, 맨 뒤는 사람들의 시선을 어쩔수 없이 받는 곳이기 때문에 상준은

    항상 뒤에서 한두칸 정도 앞자리를 선호했다. 그러한 상준의 옆자리에 노인이 털썩 주저 앉았다.

    "아..같이 앉으시게요?"

    "아, 내키지 않는가? 나한테 늙은이 냄새라도 나는가보이. 껄껄"

    썩 내키지는 않았으나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 법이라고, 상준은 자신을 향해 웃어보이는 노인을 향해

    잇몸을 씨익 드러내보이고는 반대쪽 창가에 시선을 맞추었다. 창문을 향해 보이는 자신의 얼굴이 왠지모르게

    슬퍼보이는 듯 하여, 상준은 창문을 소매로 두어번 스윽 닦아내었다. 그러나 닦이는 것은 먼지 뿐이었다.

    상준의 얼굴은 여전히 슬퍼 보였다.

    "다 탔으면 출발할테니 움직이지 마슈!"

    버스기사의 우렁찬 목울대 소리를 들으며 셔틀버스가 요란하게 흔들렸다. 상준은 아직도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소매로 닦아내고 있었으며, 노인은 그러한 상준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셔틀버스가 출발한 지 삼십분이 지나도록 상준과 노인 사이에는 말이 오가지 않았다. 상준이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던 탓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노인이 멀미를 하는 듯 했기 때문이다.

    "저기..참 말하기 미안하네만...내가 멀미가 좀 심해서 말이야..앞 쪽으로 자리를 옮기면 안되겠나?"

    "네..?"

    상준은 기가 찰 노릇이었다. 이 노인은 마치 상준을 자신의 보호자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상준은 거절하려고

    입을 떼었지만, 자신의 소매를 붙잡고 있는 노인을 보니 돌아가신 자신의 어머니가 생각나서 선뜻 거절하지

    못하고 있었다. 상대가 거절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알아챘는지 노인은 자신의 보따리를 한 쪽 손에 걸친 채로

    상준을 잡아 끌었다.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옮기는 상준이었다.

    "거기들! 차 운전하는데 돌아다니지 마쇼! 거 뒈지면 괜히 나만 복잡하니까."

    "거 기사양..."

    버스기사에 말에 욱하려던 상준을 말리는 노인. 그러한 노인을 바라보며 상준은 피식 웃고는 자리에 앉았다.

    자리를 옮기자 멀미가 조금은 가라앉았는지 노인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거 청년은 이름이 뭔가?"

    "예. 심 상준이라고 합니다."

    "좋은 이름이로구만.껄껄."

    "실례가 안된다면 존함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존함이라니, 껄껄. 교도소 나온게 무슨 자랑이라고. 내 이름은 장 준하일세."

    "친근한 이름이네요."

    "그렇게 생각해주면 이 늙은이야 고맙지.껄껄"

    잠시간의 정적.

    정적을 깬건 노인의 난데없는 질문이었다. 자칫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는 질문이었지만, 노인의

    인자한 웃음은 그런 기분마저 달아나게 만들기에 충분해 보였다.

    "자네는..무슨 일로 교도소에 오게 되었는가?"

    "아...."

    "아, 뭐 말하기 곤란하면 안해도 되네."

    "..."

    "껄껄. 말하기 부끄러운가 보이. 뭐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지. 그렇다면 내 이야기라도 들어볼텐가?"

    "어르신의 이야기라뇨..?"

    "껄껄..난 살인죄로 교도소에 들어오게 되었지. 무기징역을 선고받아서 죽을 때까지 감옥에 있어야 할 운명

    이었네만..부끄럽게도 윗 사람들이 모범수로 석방해주었지."

    살인이라는 말에 상준의 눈썹이 실룩거렸다. 그러한 상준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인은 말을 이어나갔다.

    "아마...20년 전쯤 이었을거야. 그 때 당시에는 정말 살기가 어려웠지..나 역시 사업에 여러번 실패하고

    막노동을 전전하며 겨우 입에 풀칠을 하고 있었어. 그때야 모두 살기 어려울 때였으니 특별히 나만 유난 떨

    것은 없었지만, 그 때는 세상이 나만 버린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네. 하루 벌이를 술값으로 날리다

    보니, 집에는 가져갈 돈이 없었고, 그러한 나를 사랑해줄 여자는 어디도 없었지. 이혼을 하게 되었다네.

    벼락을 맞는 것 같았지..."

    노인의 말을 듣고 있던 상준은 흠칫 놀랐다. 칠십 남짓 되어보이는 외모와 달리 노인은 이제 겨우 50이 넘은

    자신의 아버지 뻘 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상준은 그러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고 노인을 바라보았고,

    그러한 상준을 바라보며 씨익 웃던 노인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지. 길을 걸어가는데, 왠 술 취한 청년 하나가 자신의 자취방으로 들어가는게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겠나?

    그런데 술에 많이 취한 탓인지 문을 못열고 있는거야. 처음에는 순수하게 도와줄 요량으로 가서 문을 열어 주었지.

    그런데 슬쩍 보이는 거실의 풍경이...그래. 부자였지. 아니 솔직히 부자인지는 모르겠네만, 나보다 부유했던

    것은 확실해 보였네. 거실엔 커다란 고흐의 그림도 한 점 걸려있었고, 그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커다란 대형

    테레비까지 있었으니 말일세.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참 간사하더군. 도와줄 생각에 접근 한 것이 도리어

    악랄한 마음으로 변해버린 거지. 나는 술취한 청년의 머리를 옆에 있던 도자기로 사정없이 내리치고는

    문을 닫고 거실로 들어왔다네. 그리고는 여기저기 마구 뒤졌지. 솔직히 지금은 생각도 나지 않는 다네.

    귀신에 홀린 느낌이었어. 뭘 어떻게 뒤지고 털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지만, 다음 날 나는 조그마한 월셋방을

    마련할 수 있었지. 대단하지 않은가? 몇 년동안 막노동을 전전해도 얻지 못한 내집을...그런 추악한 짓

    한번에 마련한 거야..물리칠 수 없었다네..그 더러운 유혹을.."

    노인을 말을 끊고 보따리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그 곳에는 직 사각형의 무언가가 툭 튀어나와 있었는데,

    노인은 연신 그것을 쓰다듬으며 마음을 진정시키는 듯 했다. 상준은 그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려고 했지만

    노인이 다시 말을 잇는 바람에 그만두고 말았다.

    "그렇게 나는 빈집, 만취자들을 골라가며 강도짓을 했어. 물론 걸리지는 않았지. 벌이도 시원찮았어.

    처음의 그 한탕을 다시 맛볼 수 없었지. 사람의 욕심이란 것은 정말 무서우이.. 처음에는 두려워서 만취자,

    빈집 만을 털었지만, 다시 한번 그 때의 그 희열을 느껴보고 싶다는 욕심이 화를 불러일으킨거야.

    그래. 강도짓을 제대로 한건 했지. 며칠 간 수색 끝에 집을 물색하고 행동 패턴을 조사했네. 그 곳에는

    과부 하나와 꼬마아이가 살고 있었지. 더할나위 없었네. 여자와 꼬마..제압하기엔 가장 손쉬운 조합 아니겠는가?

    그리고 문제의 그날 밤. 나는 조용히 그 집의 담을 타고넘어서 현관을 땄지. 조용히 들어갔어. 예상대로

    가족들은 자고 있더군. 왠만하면 소동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난 조용히 집을 뒤지고 돈 될만한 것을

    챙기기 시작했지. 그런데 문제가 생긴거야. 그 집에 살던 꼬마아이가 화장실을 가던 도중에 나를 발견한거지.

    꼬마는 무서워서 오줌을 질질 싸고 있더군. 나는 냅다 달려가 가지고있던 칼의 손잡이로 꼬마의 얼굴을

    후려쳤네. 꼬마는 나가떨어지면서 소리를 질렀고, 그 기세에 어미가 깨어나고 말았지. 내가 생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말았던거야.."

    노인의 표정은 점점 굳어가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상준의 눈동자도 흔들리고 있었다. 상준은 연신 자신의

    왼팔을 쓰다듬으며 노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꼬마는 어미의 등 뒤로 숨어버렸지. 나는 말했다네. '조용히 안하면 다 죽을 줄 알아!'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죽일 용기가 나지 않았다네..난 그렇게 모진 사람이 못되거든..아마 어미도 그것을 눈치 챈 모양이었는지

    꽤나 세게 나왔지. 내가 초범이라는 것을 눈치 챈 모양이었어. 용감한 여자였다네. 한 손으로는 자신의 자식을

    감싸면서 다른 한손으로는 연신 바닥을 쓰다듬으며 무언가를 찾는 듯 했지. 아, 물론 그 당시에는 몰랐다네.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랬던 것 같아. 어쨋든 나와 그 어미는 몇 분간 대치상태로 서있었다네. 그러다 별안간

    그 어미가 나를 향해 무언가를 던지더군. 나는 그것을 한 쪽눈에 정통으로 맞아버렸지.

    조그마한 은장도였네. 내 눈꺼풀에서는 피가 철철 흘러내렸고, 그러한 피가 내 눈에 들어가자 세상이 온통

    붉은 빛깔로 물들더군..흥분하기에 딱 좋은 분위기..어두운 집안에 붉은 색 피였네..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땐, 어미의 몸은 수백 군데에 구멍이 뚫려 붉은 액체를 콸콸 쏟고 있었지..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린 거야...어쩔수 없었지..나는 어서 그 자리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창문으로 도망가던 그때,

    시체의 뒤에서 뭔가가 바스락거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 때 불현 듯 뭔가가 떠올랐지. '애새끼가 있었구나!'

    나는 냅다 달려가서 어미의 시체를 발로 걷어찼다네. 그 뒤에는 아까 그 꼬마가 바들바들 떨고 있더군.

    나는 들고있던 칼을 꼬마에게 휘둘렀다네. 그 기세에 꼬마의 왼팔에는 길다란 상처가 났고 피가 철철 흐르더군.

    꼬마는 엉금엉금 기어서 도망갔고, 나는 그런 꼬마를 바라보며 칼을 들었지. 그 때였어. 꼬마와 내 눈이 마주쳐

    버렸다네. 그 꼬마는 두려움과 공포에 가득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 눈에는 눈물이 어려있었다네..

    나는 어미의 시체를 바라보았지. 그리고는 꼬마를 바라보았다네..한 순간 죄책감이 밀려오더군..

    나는 꼬마에게 말했다네. '꼬마야. 미안하게 되었다. 사과의 의미로 죽이진 않을거다. 조용히 살아라. 정말

    더러워서 못살겠거든 나한테 복수하기 위해서라도 살아라.' 그리고는 도망치듯 그 곳을 나왔지..."

    노인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노인은 직사각형의 무언가를 쓰다듬고 있었다. 상준 역시

    노인을 바라보며 양복 안주머니에 들어있는 무언가를 계속 쓰다듬고 있었다.

    "휴게소에 도착했으니 볼일 보고 좀 쉬다 오슈들. 한시간 정도 뒤에 출발할 테니."

    기사양반의 노곤한 목소리에 버스 승객들은 제각기 갈 길을 가려고 버스에서 하차했다. 노인처럼 보이던

    준하와 상준 역시 버스에서 내렸다. 그들은 각자 화장실을 갔다 온 후에, 식품코너로 향했다. 둘은 서로

    말을 나누지 않은 채 식품 코너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준하는 자신의 고해성사가 계속 마음에 걸렸는지

    연신 바닥만을 보고 있었고, 상준은 그러한 준하를 보며 가슴을 어루만지기에 급급했다.


    식품코너에 도착한 후, 그들은 각자 먹을 것을 시키고는 야외 벤치에 걸터 앉았다. 그리고는 몇분간 말없이

    자신들이 시킨 음식을 꾸역꾸역 입에 넣기 시작했다.

    폭풍전야와도 같은 고요.

    그러한 고요를 깬 것은 다름아닌 상준이었다.

    "저는 강도 상해로 잡혀왔습니다."

    상준의 말에 노인이 흠칫 하는 듯 했다. 아마 자신과 비슷한 죄질에 놀랐음이 분명하리라..

    상준은 그러한 노인을 바라보지 않은 채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제 인생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하고 나신 뒤부터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집은 점점

    작아졌고, 옷은 점점 허름해져갔죠. 하지만 어머니는 그 빌어먹을 허세심때문에 집은 항상 삐까뻔쩍하게

    꾸며두셨어요. 저는 그러한 어머니가 못마땅했지만 마땅히 의지할 곳도 없었기에 그러려니 했죠.

    그러던 어머니가 돌아가시니, 저는 살 길이 막막해졌습니다. 고아원에 보내졌죠. 그 곳에서 적응하지 못했습

    니다. 결국 13살이 되던 해, 고아원을 도망쳐 나왔죠. 그렇게 지하철 역을 전전하며 생활하다가 앵벌이 단체에

    잡혀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 곳에서 정말 개처럼 부려지며 돈을 상납했죠. 저에게 떨어지는 몫은 하루치의

    양식과 모포가 다였습니다. 그래도 죽이지는 않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영감님말대로, 아..죄송합니다.

    아저씨 말대로 사람이란 참 간사하더군요. 매일매일 돈은 수 십만원씩 버는데 나한테 떨어지는게 한푼도 없다는

    사실이 저를 조금씩 자극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저는 앵벌이한 돈을 다 들도 튀어버렸죠. 그리고 그 돈으로

    먼 타향까지 이동해왔습니다. 그리고는 한가지 목표를 이루기위해 개같이 벌어먹고 살았습니다. 강도짓도

    서슴지 않았고, 절도, 강간, 사기 안한게 없었죠. 그러면서도 제 목표를 잊지 않기 위해, 단 한가지 물건을

    품에 소중히 지니고 다녔습니다."

    상준은 품 속에 들어있던 무언가를 꺼내 준하를 향해 보여주었다. 그 작은 무언가는 비단에 돌돌 말려있어서

    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비단의 고풍스러움과 맞물려 귀해보이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준하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 물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고, 그러한 준하를 바라보는 상준의 얼굴을 차갑기만 했다.

    "뭐..저도 그렇게 살다가 결국 잡혀왔고, 모범수로 이번에 풀려나게 되었죠. 사실..이 막막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하는 지에 대한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제가 가지고있는 단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만 한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아니 그냥 죽어버릴까 생각 중입니다. 전과자라는 오명에

    갈 곳없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어떻게 입에 풀칠하고 살겠습니까."

    상준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한 상준을 바라보는 준하의 표정 역시 좋지는 않았다. 내심 같은 처지를

    공감하는 느낌이었다.

    "자..이제 시간도 다 된 것 같으니, 어서 돌아가야겠네요."

    상준이 몸을 일으켰다. 그는 자신의 왼 팔뚝을 쓰다듬으며 앞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고, 준하는 그 뒤를

    따랐다.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나?"

    "뭐든지요."

    "그 팔..왜자꾸 쓰다듬는 겐가? 아까부터 자꾸 긁던데.."

    "아 이거요? 별거 아니에요. 상처가 하나있는데..오늘 따라 자꾸 따갑네요."

    상준은 준하를 향해 씩 웃어보이고는 버스를 향해 걸어갔다. 그러한 상준을 쳐다보는 준하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 출발합니다! 거!! 빨리 자리에 앉으슈!"

    걸걸한 기사양반의 목소리가 버스를 가득 채운 후, 버스는 서울을 향해 또다시 긴 여정을 시작했다.

    버스가 출발하는 동안, 그리고 서울로 향햐는 내내, 둘은 아무말도 않은 채 차창 밖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준하와 상준은 내심 거부감이 들기는 했지만 서로 말하기를 꺼려하는 탓이었다.

    그렇게 둘은 몇개의 휴게소를 지나치는 동안에도 화장실을 왕복하고 몇개의 음료거리만을 주고받은 채

    아무말도 나누지 않았다. 이따금 팔을 쓰다듬는 상준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는 준하의 모습이 그 둘의

    의사소통의 전부였다.



    "자 얼른 내리슈. 거 아저씨! 쳐먹은 건 가져가야 될거 아니유?!"

    기차화통을 삶아 먹은 듯한 기사양반의 호통을 뒤로한 채, 둘은 동서울 터미널에 발을 디뎠다.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화장실로 향했다. 휴게실 마다 화장실을 들르는 게 서로 여간 긴장한게 아닌듯 보였다. 그 날 따라

    화장실에는 사람들이 얼마 없었다. 왠만하면 변기 한 두칸 정도는 차있을 법도 한데, 화장실에는 개미새끼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한 화장실의 풍경을 바라보는 준하의 얼굴은 굳어졌고, 반대로 상준의 표정은

    한결 가벼운 듯이 풀어졌다. 둘은 아무말 없이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았다. 준하가 먼저 세면대로 향했다.

    그러한 준하의 뒤를 바라보며 상준은 자신의 가슴에 고이 모셔두었던 무언가를 비단에서 풀어헤쳤다.

    그 곳에는 반짝 반짝 빛나는 조그마한 무언가가 들려있었다. 상준은 그 것을 꺼내 왼손에 쥔 후, 준하의

    뒤로 다가섰다. 그러한 상준의 행동을 모르는지, 모르는 척 하는건지 준하는 연신 세면대에서 차가운 물을

    얼굴에 치댈 뿐이었다. 그렇게 상준이 준하의 뒤에서 왼손을 치켜올리던 그때, 준하가 말했다.

    "나에겐 딸이 한명 있다네. 내 보따리에는 딸아이의 사진이 들어있지."

    순간 상준의 손이 멈칫했다. 상준의 뇌리에 준하의 보따리와 그 안에 쌓여있던 네모난 무언가, 그리고

    말을 하는 내내 그 것을 쓰다듬던 준하의 모습이 떠올랐다.

    "날 기다리고 있을걸세..20년 동안 혼자서 힘들었겠지..날 받아들여줄지는 의문이네만..그래도.."

    준하는 어깨를 들썩였다. 상준은 그러한 준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상준의 눈에서 준하의 어깨가

    마지막까지 자신을 보호하려던 어미의 어깨로 겹쳐보이는 듯 했다. 상준은 왼손을 몇번 들락 날락 하더니 이내 아래로 떨구었다.

    상준은 휙 뒤돌아서 화장실을 나섰다. 준하는 그런 상준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신 세면대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사십시오. 딸과 함께 죽은 듯 사세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설사 사는 것이 지옥같고 똥통에 빠지는 치욕을

    겪더라도 사십시오. 하루하루 죽을 것 같은 지옥 속에서 천사들이 노니는 천국을 떠올리며, 그렇게 사십시오.

    오르지 못할, 설령 죽어서라도 도달하지 못할 그 곳을 상상하며, 하루라도 나아 질 거라는 희망을 품고

    죽은 듯이 악착같이 사십시오. 그 모든 고통을 견뎌내십시오."

    상준은 화장실 문을 나서며 준하에게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준하의 어깨가 멈추었다. 그러한 준하를 보며

    상준을 한숨을 내쉬고는 밖을 나섰다.

    상준은 화장실 앞에 있던 휴지통을 향해 자신이 왼손에 쥐고있던 무언가를 집어던졌다. 상준의 손에서

    떠나간 무언가는 휴지통 외벽을 맞추고는 땅에 떨어져 금속성 마찰음을 내었다. 상준은 그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피가 굳었는지, 물감이 묻었는지 검붉은 얼룩이 덕지덕지 새겨져있는 조그마한

    은장도가 떨어져있었다.


    상준은 화장실에서 멀어져갔다.

    "죽은 듯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하루하루 나아질 거란 희망을 가지고 견뎌내십시오."

    상준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현실에 발을 디디며 중얼거렸다. 그 것은 준하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지만

    나약했던 자신을 향한 외침이기도 했다.

    "그것이..그것이 당신을 향한 나의 마지막 복수입니다."

    멀어지는 상준의 뒤를 준하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에는 아스라히 땅거미가 가라앉고 있었다.

    별안간 불어오는 바람에 상준의 셔츠가 펄럭였다. 상준은 바람을 가리려는 듯이 왼 손을 자신의 이마에

    가져다대었다. 그 겨를에 상준의 왼 소매가 펄럭였다. 그 곳에는 칼로 길게 베인 듯한 상처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더이상 그 상처는 쓰라리지 않았다.
























    출처


    웃대 - hero창정作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1/03/18 20:32:26  210.220.***.189  栽手業逝
    [2] 2011/03/18 22:12:06  124.63.***.69  Alexai
    [3] 2011/03/18 22:22:07  110.15.***.114  
    [4] 2011/03/19 01:37:20  121.141.***.10  
    [5] 2011/03/19 01:58:24  61.43.***.99  
    [6] 2011/03/19 12:20:36  58.125.***.120  카페리얼
    [7] 2011/03/19 21:30:07  222.119.***.17  
    [8] 2011/03/20 00:03:07  113.59.***.44  
    [9] 2011/03/20 03:29:17  211.202.***.143  
    [10] 2011/03/20 04:53:33  211.117.***.165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단,비공감수가 추천수의 1/3 초과시 해당없음)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

    번호 제 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브금주의]매춘부 [14] 계피가좋아 11/04/12 09:33 8472 39
    브금주의]가위 [5] 계피가좋아 11/04/10 01:13 4843 17
    브금주의]상상 [3] 계피가좋아 11/04/06 20:47 4576 14
    브금주의]4011 BC 206 [3] 계피가좋아 11/04/04 19:06 5117 14
    브금주의]지구 멸망 [2] 계피가좋아 11/04/04 01:55 7217 25
    브금주의]어느 별에서 왔니? [7] 계피가좋아 11/04/02 14:24 4939 21
    브금주의]당신의 휴대폰은 괜찮습니까? [1] 계피가좋아 11/04/02 14:21 7710 19
    브금주의]그녀의 파괴력 [10] 계피가좋아 11/03/31 17:26 8672 16
    안녕하세요 계피가 좋아입니다 [28] 계피가좋아 11/03/31 16:06 3463 50
    브금주의]비오는 날 [2] 계피가좋아 11/03/31 08:05 3742 17
    브금주의]건망증 [3] 계피가좋아 11/03/31 08:04 3251 14
    브금주의]vaccine [12] 계피가좋아 11/03/31 01:04 3704 21
    브금주의]죄수 [4] 계피가좋아 11/03/30 15:36 4256 16
    브금주의]살면서 마지막으로 본 그림 [9] 계피가좋아 11/03/30 02:52 5955 29
    브금주의]그들은 모르고 있다. [11] 계피가좋아 11/03/30 01:25 6053 48
    브금주의]실연 후엔 머리를 자르세요. 계피가좋아 11/03/28 11:03 8020 13
    브금주의]도축장 실종사건 [2] 계피가좋아 11/03/28 11:02 5056 16
    브금주의]맛있는 식사 [1] 계피가좋아 11/03/28 06:18 6208 13
    브금주의]러시안 룰렛. 한 명만 산다 [4] 계피가좋아 11/03/27 22:35 7455 19
    브금주의]최고의 화장품 [3] 계피가좋아 11/03/27 20:06 7280 27
    브금주의]타임머신의 위치 [5] 계피가좋아 11/03/26 14:42 5111 101
    브금주의]곰팡이 [4] 계피가좋아 11/03/25 10:23 5035 26
    브금주의]돌고도는것 [1] 계피가좋아 11/03/25 03:33 3430 12
    브금주의]인연 [2] 계피가좋아 11/03/25 03:33 3389 13
    브금주의]Swan Song [1] 계피가좋아 11/03/21 23:59 4568 27
    브금주의]어린이날 [1] 계피가좋아 11/03/21 12:57 4672 23
    브금주의]눈다래끼 [6] 계피가좋아 11/03/20 21:11 5016 19
    브금주의]지구 온난화 [7] 계피가좋아 11/03/20 19:45 4764 17
    브금주의]희망고문 [2] 계피가좋아 11/03/20 04:53 6007 27
    브금주의]술 한 잔 [3] 계피가좋아 11/03/17 19:41 5053 18
    [1] [2] [3] [4] [5] [6] [7] [8] [9]
    단축키 운영진에게 바란다(삭제요청/제안) 운영게 게시판신청 자료창고 보류 개인정보취급방침 청소년보호정책 모바일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