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맞는 것 같았다.
"어서 오세요."
나는 가게 입구에서 망설였다. 그녀가 소개시켜준 곳이 여기가 확실한 것 같지만, 그래도 정말 그런 게 가능할까?
"처음 오셨죠?"
머뭇거리는 나를 보고 가게 주인이 씩 웃으며 말했다. 얼굴은 젊어 보이는데도, 그의 짧은 곱슬머리에는 서리가 내려 있었다.
"네. 아는 사람 소개로..."
"들어오세요."
주인은 나를 데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는 창가에 있는 자리를 권했다. 내가 앉아서 가게를 둘러보는 동안, 가게 주인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실내는 어두웠다.
"여기 있습니다."
주인이 메뉴판을 들고 돌아왔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메뉴를 열어보았다. 그녀의 말이 맞다면 이 가게에서는...
- MENU -
근력이 강화되는 오무라이스 4,500
체중이 줄어드는 돈가스 4,500
체중이 늘어나는 돈가스 5,000
기억력이 촉진되는 새우볶음밥 5,500
키가 커지는 알밥 6,500
스페셜 함박 스테이크 14,000
그녀는 분명히 '체중이 줄어드는 돈가스'를 먹었다고 했다. 나는 메뉴판을 앞에 두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분명 그녀는 몰라보게 날씬해지지 않았던가.
"알밥 주세요."
흔하디 흔한 말로, 밑져야 본전이다. 어쩌면 그녀의 경우처럼 나도, 정말로 어쩌면 나도, 키가 클 수 있을 지 모르는 일이었다.
음식은 미리 만들어 놓기라도 한 것마냥 순식간에 나왔다. 주인도 키가 작은 나를 처음 봤을 때, 이미 내가 고를 메뉴가 뭔지 알 수 있었으리라.
나는 조심스럽게 밥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다.
맛이 좋았다.
"7000원 받았습니다."
그가 거스름돈 500원을 주려고 할때, 내가 말했다.
"그냥 가지세요."
"고맙습니다."
나는 기분좋게 웃었다. 입가심 용으로 비치해 둔 사탕을 하나 들고 가게를 나섰다. 말할 것도 없다. 정말로 키가 커진 것이다! 오 센티미터 정도 커졌으니, 앞으로 두 번 정도만 더 오면 나의 컴플렉스는 사라질 것이다. 아니, 이왕 하는 김에 한 여섯 번 정도만 더 올까?
사탕을 입에 넣었다. 처음 먹어 보는 신기한 맛이었지만, 어쨌든 맛은 좋았다. 사탕껍질을 주머니에 넣고 만지작거리며 콧노래를 불렀다. 아직도 꿈만 같았다. 정말로 키가 커질 수 있다니.
그런데. 메뉴판 마지막에 있던 그 스페셜 함박 스테이크는 어떤 효과가 생기는 걸까. 나는 다음에 또 가면 주인 아저씨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걸어갔다. 마침 쓰레기통이 앞에 보였다. 나는 주머니에 있던 사탕껍질을 꺼내 쓰레기통 속으로 던졌다. 그리고 다시 콧노래를 부르며 걸어갔다.
너무 기분이 좋은 나머지, 나는 사탕 껍질을 읽어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혀가 살살 녹는 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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