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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747415
    작성자 : 꽃수아
    추천 : 24
    조회수 : 3231
    IP : 211.105.***.55
    댓글 : 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9/12 20:54:54
    원글작성시간 : 2013/09/11 22:04:13
    http://todayhumor.com/?humorbest_747415 모바일
    [BGM주의/긴글] 불청객
    <embed width="422" height="180" src="http://player.bgmstore.net/sI6gA" allowscriptaccess="always" allowfullscreen="true"></embed><br /><a target="_blank" href="http://bgmstore.net/view/sI6gA" target="_blank">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sI6gA</a><br /><br /><br /><font size="5" face="바탕" color="red">※ 무서운 글을 잘 못보시는 분을 위해 브금이 지나치게 발랄합니다.</font><br /><br /><br /><b>출처 : 웃긴대학 공포게시판</b> <br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year=2011&month=1&page=0&number=57840<br /><br /><br />-------------------------------------------------------------------------------------------------------------------------<br /><br /><br /><br /><span id="ai_cm_content"><br />“댕, 댕, 댕, 댕, ….”<br /><br /><br /><br /><br /><br /><br /><br /><br />괘종시계의 종소리가 자정을 알리고 있었다. 어둠이 잔뜩 실려 있는<br /><br />공허한 거실 내부엔 간헐적으로 울려퍼지는 시계 종소리만이 유일한<br /><br />발자취를 남기고 있었다.<br /><br />덕구는 듣기 싫은 소음을 피해 이불을 뒤집어썼다.<br /><br />종소리는 느린 속도로 정확히 열두 번 그의 귀를 갈갈이 찢어<br /><br />놓더니 이윽고 요란한 소리를 멈추었다.<br /><br />열두번의 소리가 모두 울리자 그는 이불 속에서 빠끔히 얼굴을<br /><br />내밀었다. <br /><br />그러고는 신경질적으로 눈을 비비며 방문을 열었다.<br /><br />황량한 느낌마저 감도는 거실 모퉁이엔 그의 아내가 들여 놓은<br /><br />커다란 괘종시계가 요지부동의 자세로 우두커니 모습을 드리우고<br /><br />있었다. 그는 잠옷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그리고 버릇처럼<br /><br />베란다로 향하였다.<br /><br />베란다엔 화단에 심어 놓은 작은 아카시아 나무의 수수한 향이<br /><br />물씬 베어있었다. 감미로운 향을 음미하며 덕구는 베란다 너머<br /><br />로 휘황찬란하게 쏟아지는 달빛을 유유히 바라보며 잠시 사색<br /><br />에 잠겼다.<br /><br /><br />“딩동!”<br /><br /><br />베란다에서 나온 그가 주방으로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이었다. 별<br /><br />안간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에 그는 흠칫 놀라며 현관을 바라보았다.<br /><br /><br />‘이 시간에 누구지?’<br /><br /><br />인터폰 속에는 밝은 베이지색 야구 모자를 푹 눌러 쓴 한 사내가 서<br /><br />있었다. <br /><br /><br />“누구시죠?”<br /><br />“소포 왔습니다.”<br /><br /><br />‘소포?’ 덕구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 사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br /><br /><br />“이 시간에 소포라니요?”<br /><br /><br />“추석 연휴로 인하여 배달이 많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에, 일찍 주문<br /><br />하신 물품은 일정보다 미리 배송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br /><br /><br />사내는 주구장창 중얼거렸다.<br /><br /><br />“하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배달량이 많아서요. 그러다 보니 이렇게 늦은<br /><br />시간까지 배송이 지체되었습니다. 밤늦은 시간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br /><br /><br />“아닙니다. 그렇지 않아도 잠을 설치던 차였는데.”<br /><br /><br />덕구는 그렇게 말하고 얼른 현관으로 다가가 문을 열어 재꼈다. 사내는<br /><br />무거워 보이는 박스를 어깨에 이고 있었다.<br /><br /><br />“여기, 주문하신 물품입니다.”<br /><br /><br />그가 힘겹게 마룻바닥에 박스를 내려놓으며 말하였다. 덕구는 의아<br /><br />한 얼굴로 박스를 들여다보았다. 분명 요 근래에는 물품을 주문한<br /><br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아내가 또 쓸 데 없는 화장품<br /><br />이나 옷가지들을 주문한 것이라 생각했다.<br /><br /><br />“춥죠?”<br /><br /><br />덕구는 보은 통에 담긴 따듯한 커피 한잔을 사내에게 건내며 물<br /><br />었다.<br /><br /><br />“일이 일인 만큼 정말 추위를 타는군요. 이제 겨울은 다 지났는데<br /><br />도 추위는 가실 줄 모르니….”<br /><br /><br />그는 따듯한 커피 잔에 손을 녹이며 말하였다.<br /><br /><br />“밤늦게까지 고생하시네요. 저희 집이 마지막 배송인가요?”<br /><br />“그렇습니다.”<br /><br /><br />사내가 커피로 몸을 녹이며 대답했다. 순간 문득 덕구의 머릿속에 무<br /><br />언가가 번뜩이며 떠올랐다. 그것은 영국으로 어학연수 갔을 때 구입한<br /><br />고급 양주였다. 평소 그가 워낙 닳도록 애지중지 하던 것이라 그 자신<br /><br />도 몇 모금 맛을 보지 못한 술이었지만, 유독 찬장에 키핑해놓은 그<br /><br />애물단지가 그의 머릿속을 스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br /><br /><br />“밤도 깊었는데, 돌아가는 길이 성치 않겠습니다. 들어와 조금 쉬었다 가시죠.”<br /><br /><br />덕구는 조심히 입실을 권하였다.<br /><br /><br />“그래도 괜찮겠습니까?”<br /><br />“물론이죠. 술 좋아하십니까?”<br /><br />“좋아하다마다요. 정말 감사합니다.”<br /><br />“아닙니다. 어차피 잠도 안 오던 차에 이야기 친구라도 필요했는<br /><br />데 잘 됐습니다. 같이 술이나 마십시다.”<br /><br /><br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 고개를 꺾고 정중히 인사하며 사내가<br /><br />집 안에 발을 들여 놓았다. 덕구는 의자를 밟고 올라가 찬장 깊숙이<br /><br />들여놓았던 양주를 꺼내며 말을 이었다.<br /><br /><br />“근데 저 택배 박스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습니까?”<br /><br /><br />덕구는 식탁 위에 양주잔을 세팅하며 사내에게 물었다. 사내가 황<br /><br />당하게 웃으며 대답하였다.<br /><br /><br />“그걸 저한테 물으시다니요. 주문하신 선생이 더 잘 알 터인데.”<br /><br /><br /><br />사내의 말에 덕구가 가볍게 코웃음쳤다.<br /><br /><br /><br />“아뇨. 저는 물품을 주문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아니라면 제 아<br /><br />내가 주문했겠죠. 또 쓸 데 없는 것이 분명합니다.”<br /><br /><br />“그렇군요.”<br /><br /><br /><br />사내는 박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덕구는 말없이 사내의 잔 한가득 양주<br /><br />를 따르기 시작하였다.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으로 공손히 술을 받는 사<br /><br />내를 보고 덕구는 부드럽게 말하였다.<br /><br /><br />“너무 어려워하지 마시고 내 집이다 생각하고 편하게 계세요.”<br /><br /><br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덕구가 건 낸 술을 기울였다.<br /><br /><br />“근데 사모님은…?”<br /><br /><br />사내는 원샷한 양주가 독한 지 미간을 찌푸리며 덕구에게 물었다.<br /><br /><br />“아, 오늘 동창회가 있다고 늦을 것이라 하였습니다.”<br /><br />“아, 예”<br /><br /><br />“근데 그건 왜 물으시는지?”<br /><br />“아니, 선생께서는 아까 사모님이 저 박스를 주문했다고 하시지<br /><br />않으셨습니까? 제가 이곳에 있는게 사모님께 커다란 민폐가 되는게<br /><br />아닌가 해서요.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이렇게 밤늦은 시간<br /><br />에 저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불청객이잖습니까?”<br /><br /><br />“그런 걱정이라면 안 해도 됩니다. 아내는 내일 오후에나 들어<br /><br />올 것이니.”<br /><br /><br /><br />덕구는 가볍게 웃으며 술잔을 들이켰다. 박스를 바라보던 사내는<br /><br />한시름 걱정을 놓으며 덕구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br /><br /><br />“그렇군요. 헌데 선생께서는 어떠한 직종에 몸을 담고 계십니까?”<br /><br /><br />그렇게 묻고 그는 말없이 덕구의 빈 술잔을 채웠다. “하하!” 사내<br /><br />의 물음에 너털 웃음을 지으며 덕구는 쑥쓰러운 듯 먼 산을 바라보았다.<br /><br /><br /><br />“제 작년까지는 프리랜서 작가로 일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얼마<br /><br />전 출판사와의 계약이 해지되면서 손을 놓고 말았죠. 그 이후로는<br /><br />이렇게 만년 백수처럼 놀고 먹고 있습니다. 하하하!”<br /><br /><br /><br />그리고는 큰 소리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무표정한 사내의 얼굴<br /><br />이 그를 더욱 머쓱하게 만들었다. 한참을 혼자 웃던 덕구는 무안한<br /><br />지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br /><br /><br />“안주가 떨어졌네요. 땅콩 좋아하십니까?”<br /><br /><br />그는 주전부리를 찾기 위해 주방으로 향하였다.<br /><br /><br />“아, 전 괜찮습니다.”<br /><br /><br />손사래를 치며 덕구의 사려를 극구 거부하던 사내는 “집을 좀 둘러봐도<br /><br />괜찮겠습니까?” 라는 말을 남긴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조근<br /><br />조근 발걸음을 옮기며 어딘가로 향하였다. 다름 아닌 어둠이 자욱이 깔린<br /><br />거실이었다. 덕구는 불쾌한 심정을 애써 감추며 눈살을 찌푸렸다.<br /><br />이곳 저곳을 누비던 그가 발걸음을 멈춘 곳은 커다란 괘종시계 앞이었다.<br /><br />그가 시계를 어루만지며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br /><br /><br />“현대 주택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괘종시계네요.”<br /><br /><br />주방에서 안주거리를 찾던 덕구는 사내의 말에 짐짓 밝게 웃으며 대<br /><br />꾸하였다.<br /><br /><br />“아내가 구입한 건데 아주 애물단지랍니다. 저것 때문에 요새 잠을 <br /><br />제대로 못들죠. 아주 미치겠습니다.”<br /><br /><br />“하하! 그렇습니까?”<br /><br /><br />사내는 시계를 어루만지면서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문득 무언가가<br /><br />떠올랐는지 안경을 고쳐쓰기 시작했다.<br /><br /><br /><br />“괜찮으시다면, 선생이 쓰셨던 소설이 어떤 부류인지 말씀해주시<br /><br />겠습니까?”<br /><br /><br />덕구는 한 줌 가득히 들고 있던 땅콩을 그릇에 담으며 무성의하게<br /><br />되물었다.<br /><br /><br /><br />“갑자기 그건 왜요?”<br /><br />“그냥 궁금해서요.”<br /><br />“궁금하십니까? 그걸 들으신다면 저를 싸이코라 생각할 게 분명<br /><br />한데두요.”<br /><br />“천만에요. 말씀해보세요.”<br /><br /><br />“정 원하신다면….” 몇 번의 헛기침으로 목소리를 가다듬으며<br /><br />그는 입을 열었다.<br /><br /><br />“저는 공포소설을 즐겨 씁니다만은, 혼령이나 귀신 혹은 사후세계<br /><br />같은 미지의 세계를 다루지는 않습니다. 제가 쓰고 있는 게 소설이<br /><br />라는 것에는 부정할 수 없지만요. 저는 언제까지나 비현실적인 요소를<br /><br />최소한으로 배제하고 최대한 사실에 입각하여 글을 씁니다. 그런 유령<br /><br />이나 귀신 목격담등 다소 비현실적이고 식상할 수 있는 부분들은 현대<br /><br />공포와는 거리가 멀죠.”<br /><br />“그렇다면 선생께서 다루는 분야는 어떤 것들입니까?”<br /><br />“음, 그렇다고 과학적으로 논리정연하게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이나 특정<br /><br />대상에 대해서 쓴다고 하면 그건 설명문이나 논설문에 그치겠죠. 소설이<br /><br />이 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요소란 바로 허구입니다.”<br /><br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br /><br />“하하! 죄송합니다. 말이 너무 어려웠나요?”<br /><br /><br />덕구는 신이 난 듯 말을 덧붙였다.<br /><br /><br />“그러니까 소설의 기초 요소인 허구라는 개념을 배제하지 않은 채<br /><br />최대한 사실에 입각하여 쓰면 되는 것입니다. 저는 일상생활에서<br /><br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상적인 공포에 대해서 쓰곤 했습니다. 인간<br /><br />내면에 숨겨져 있는 공포라던지, 두려움, 잔인성과 같은 것들요.”<br /><br /><br />“그렇다면 그런 글들의 소재는 어디서 찾는지요?”<br /><br />“소재요?”<br /><br />“그렇습니다.”<br /><br />“음, 아무래도 소설의 컨셉이 일상적인 공포이니 만큼 일상생활<br /><br />에서 소재를 찾겠죠?”<br /><br /><br />“예를 들면요?”<br /><br />“흐음, 글쎄요. 저는 대게 생각을 많이 이용하는데 이런저런 생<br /><br />각을 하다보면 가끔씩 떠오르는 것이 있어요. 지금 생각하고 있는<br /><br />주제도 인간의 잔인성에 대한 플롯입니다.”<br /><br /><br /><br />사내는 눈에 힘을 주고 덕구의 말을 사뭇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br /><br />그는 답답해 보이는 모자를 벗어 재꼈다. 그리고는 주방으로 돌<br /><br />아와 식탁에 앉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br /><br /><br /><br />“선생?”<br /><br />“네?”<br /><br />“그럼 지금 상황을 놓고 당장 그 소재를 찾으라면 찾을 수<br /><br />있겠습니까?”<br /><br />“지금요?”<br /><br />“네.”<br /><br /><br />“글쎄요. 그게 그렇게 쉽게 찾고, 쉽게 글을 쓴다면 누구나<br /><br />할 수 있는 일이겠지요.”<br /><br /><br /><br />사내는 모자에 눌린 머리를 위로 쓸어 넘기며 말하였다.<br /><br /><br /><br />“저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br /><br />“그게 무슨……?”<br /><br /><br />“들었던 그대로입니다. 저는 지금 이 상황에서 공포 소설에<br /><br />필요한 소재를 찾을 수 있습니다.”<br /><br /><br /><br />“하하!”<br /><br /><br /><br />덕구가 박장대소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내는 의미심장한 미소를<br /><br />띠우며 덧붙였다.<br /><br /><br /><br />“그럼 저랑 내기 하나 하시겠습니까?”<br /><br />“무슨 내기 말입니까?”<br /><br />“한 사람씩 차례대로 지금 이 상황에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br /><br />상상하여 소재를 만드는 것입니다. 주제는 ‘공포’입니다.<br /><br />소재가 먼저 떨어지는 사람이 지는 룰로 말입니다. 만약 제가<br /><br />진다면 선생이 원하는 것을 드리지요.”<br /><br /><br />“원하는 것?”<br /><br /><br /><br />덕구가 의아한 얼굴로 들었던 술잔을 놓았다.<br /><br /><br />“재밌군요.”<br /><br /><br />그러고는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남아 있는 술을 목으로 털어넣었다.<br /><br /><br />“좋아요. 헌데 그럴 리 없겠지만, 만약 내가 진다면?”<br /><br /><br />“만약 선생이 진다면 저는 선생에게서 소중한 것 하나를 앗아갈<br /><br />것입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선생은 절대적으로 저에게 그것<br /><br />을 주셔야 합니다.”<br /><br /><br />“뭐요? 그럼 내가 주기를 거부한다면요?”<br /><br /><br />“선생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아마 내기가 끝나는 순간 저<br /><br />는 자연스럽게 선생에게서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고 난 뒤일테니<br /><br />까요.”<br /><br /><br />사내가 씨익 웃어보였다.<br /><br /><br /><br />“왜, 글이라는 것은 생전 써 본적도 없는 저에게 지기라도 할 것<br /><br />같습니까?”<br /><br /><br /><br />“하하! 정말 진심으로 하는 소리입니까? 좋습니다. 하지만 나중<br /><br />에 다른 말 하기 없기입니다.”<br /><br /><br /><br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알겠죠. 그럼 순서를 정하도록 하죠.”<br /><br />“먼저하시죠.”<br /><br />“후훗”<br /><br /><br />사내의 얼굴에서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그는 안경을 고쳐 쓰며<br /><br />천천히 말을 이었다.<br /><br /><br /><br />“잘 들으십쇼”<br /><br />“말해보세요”<br /><br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은 사실일 수도 있고, 사실이 아닐 수<br /><br />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 얘기가 저 혼자만의 줏대라고 믿든<br /><br />그렇지 않다고 믿든 어느 것이든 당신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당<br /><br />신은 그것이 사실인지 확인해 볼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규칙입니다.”<br /><br /><br /><br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거죠?”<br /><br />“저기를 보십시오. 저 괘종시계 보이십니까?”<br /><br /><br /><br />사내는 거실 한 가운데 놓인 괘종시계를 가리키며 낮은 톤으로<br /><br />계속 중얼거렸다.<br /><br /><br /><br />“아까 집안을 둘러보다 저 괘종시계 안에서 무언가를 느꼈습니다.<br /><br />아주 작고 나즈막한 소리. 저는 분명히 두 귀로 들었습니다.”<br /><br /><br /><br />사내는 잠시 말을 멈추고 탁 앞에 놓인 술잔을 들이키며 마른 성대<br /><br />를 축였다. 덕구는 남자의 이어지는 말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br /><br /><br /><br />“그 순간 저는 확신 하였습니다.”<br /><br /><br />“………?”<br /><br /><br />“저 안에 사람이 들어 있다고.”<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지금 농담하십니까?”<br /><br /><br />그는 가볍게 웃으며 대답하였다.<br /><br /><br />“글쎄요. 제가 하는 얘기는 작은 농담이 될 수도 있지요.<br /><br />하지만 끔찍한 사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선생이 생각하기<br /><br />나름이라는 말입니다.”<br /><br /><br />사내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덕구는 괘종시계에<br /><br />서 시선을 떼지 못하였다.<br /><br /><br />“무슨 근거로 하시는 말씀입니까?”<br /><br />“그럼 아무런 근거 없이 제가 지어낸 말이라고 믿으십시요.<br /><br />그것은 당신의 자유라고 말씀드렸습니다.”<br /><br />“……”<br /><br />“아마도…”<br /><br /><br />사내가 망설이듯 입을열었다.<br /><br /><br />“종소리는 시계 안에 들어 있는 사람의 머리와 종이 서로 부딪<br /><br />히며 나는 소리일 것입니다.”<br /><br /><br />덕구는 떫은 감이라도 베어 문 듯 눈살을 찌푸렸다. <br /><br /><br />“그럼 지금 확인해 보도록 하죠!”<br /><br /><br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덕구가 소리쳤다. 그러자 사내가<br /><br />두손으로 그를 제지했다.<br /><br /><br />“그건 안 됩니다.” <br /><br />“왜요?” <br /><br />“규칙을 잊으셨습니까? 그렇게 된다면 선생은 내기에서<br /><br />패한 것입니다.”<br /><br /><br />사내가 내세운 규칙이 그의 머릿속을 휘젓고 있었다.‘선생은<br /><br />그것이 사실인지 확인해 볼 수 없습니다. 그것은 규칙입니다.’<br /><br />사내의 불쾌한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br /><br /><br />“규칙을 어기고 내기에서 패하신다면 약속대로 선생은 저에게<br /><br />‘소중한 것’을 주셔야 됩니다.”<br /><br /><br />이어지는 사내의 말에 덕구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었다.<br /><br /><br />“이제 선생이 얘기 할 차례입니다.”<br /><br /><br />이제 바톤은 덕구에게로 넘어갔다. 자신의 차례라는 것을<br /><br />듣고 나서야, 그는 조용히 콧잔등을 어루만졌다.<br /><br />맞은 편에는 사내가 팔짱을 낀 채 득의연한 얼굴로 덕구의<br /><br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팔목에 걸친 손목시계를 예의<br /><br />가리키며 시간을 재촉하고 있었다. 덕구는 다급해졌다.<br /><br /><br />“좋습니다.”<br /><br /><br />잠자코 머리를 굴려보던 덕구는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조용히<br /><br />입을 열었다.<br /><br /><br />“지금부터 제가 하는 얘기 잘 들으셔야 합니다.”<br /><br />“그럴려고 노력중입니다.”<br /><br />“실은 말입니다.”<br /><br /><br />그는 마치 사내가 모르고 있던 치명적인 비밀 하나라도 고백<br /><br />하려는 듯 망설이며 말을 꺼내었다. 그리고는 “제법 눈치가<br /><br />빠르신 분인 줄 알았는데 유감이군요.” 라고 연이어 전하며<br /><br />안타까운 속내를 드러내었다.<br /><br />사내는 그가 무슨 얘기를 하려하는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br /><br />가 없었다.<br /><br /><br />“실은 당신이 마신 술잔에 독이 묻어 있었습니다.”<br /><br />“많이 취하셨군요.”<br /><br />“제가 농담하는 것 같습니까?”<br /><br />“재미있네요.”<br /><br />“지금 저는 당신의 술잔에 독을 묻힘으로써 살인을 저지른 것<br /><br />입니다. 살인도 엄연히 공포소설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br /><br />모르시나 보군요.”<br /><br /><br />덕구는 거드름을 피우며 계속 너스레를 떨었다.<br /><br /><br />“나는 수상한 자에게 함부로 자비를 베풀지 않습니다.”<br /><br /><br />“보십쇼.” 덕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내는 자신의 앞에 <br /><br />놓인 술잔을 입에 가져다댔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br /><br />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을 이었다.<br /><br /><br />“재밌는 소재였습니다. 이제 다시 제 차례군요.”<br /><br /><br />다시 사내의 이야기가 시작되자, 까닭모를 불안감이 다시금<br /><br />덕구의 전신을 휘감기 시작하였다.<br /><br /><br />“이것은 제 경험담입니다.”<br /><br /><br />그렇게 운을 뗀 사내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br /><br /><br />“역시 믿던 안 믿던 선생의 자유이고요.”<br /><br /><br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한참을 뜸 들이던 사내가 드디어<br /><br />어눌한 어조로 말을 늘어 놓기 시작하였다.<br /><br /><br />“아까 자정을 넘길 무렵이었습니다. 바야흐로 저는 마지막<br /><br />남은 택배의 수취인이 선생의 집 주소로 적혀 있는 것을 보게<br /><br />되었죠.<br /><br />그 때까지 제 머릿속에는 오직 단 한가지 생각뿐이 없었습니다.<br /><br />빨리 이 귀찮은 물품박스를 집주인에게 전해주고, 집으로 돌아<br /><br />가서 휴식을 취해야 겠다고. 그리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이곳<br /><br />선생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였습니다. 시간은 12시 정각을 가리<br /><br />키고 있었죠.”<br /><br /><br />사내는 목이 타는 지 다시금 술을 들이켰다.<br /><br />“그래서요?” 덕구가 어린아이 보채 듯 그렇게 물었다.<br /><br /><br />“차 시동을 끄고 선생의 집 주소로 되어 있는 택배 상자를<br /><br />꺼내기 위해 트렁크를 여는 순간이었습니다.”<br /><br /><br />사내의 얼굴이 사뭇 진지했다. 마치 자신이 하고 있는<br /><br />이야기가 사실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는 심각한 얼굴로 말을<br /><br />이었다. 덕구는 그런 그의 이야기가 마치 눈앞에서 벌어지고<br /><br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br /><br /><br />“그리고 저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br /><br /><br />한 참을 주저하다가 그가 꺼낸 말은 무언가를 목격했다는 것<br /><br />이었다. 덕구는 점점 조바심이 들었다. <br /><br /><br />“도대체 무엇을 봤기에 그러십니까?”<br /><br />“그 전에 약속 하나 합시다.”<br /><br />“약속이라니요?”<br /><br />“제 이야기를 듣고 흥분하지 않기로요.”<br /><br />“하하. 점점 궁금하게 만드는군요. 알겠습니다.”<br /><br /><br />덕구는 사내의 다음 얘기가 빨리 듣고 싶어 대충 지껄였다.<br /><br /><br />“제가 본 건 분명 살인이었습니다.”<br /><br />“살인이요?”<br /><br /><br />고양이 눈을 치켜 뜬 채, 놀라 되묻는 덕구에게 그는 말없이<br /><br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여전히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이며<br /><br />천천히 말을 이었다.<br /><br /><br />“한 괴한이 중년쯤 되 보이는 여성을 날카로운 흉기로 무자비<br /><br />하게 찌르고 있었습니다.”<br /><br />“그게 정말 사실입니까?”<br /><br /><br />덕구는 심각한 얼굴로 사내의 말에 반응하였다.<br /><br /><br />“아직 놀라시긴 이릅니다. 그는 그녀를 잔인하게 토막 내기<br /><br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그 토막낸 사체를 어디론가 가져<br /><br />가기 시작하더라는 겁니다.”<br /><br />“그걸 보고만 있었단 말입니까?”<br /><br />“어쩔 수 없었습니다.”<br /><br />“어쩔 수 없었다뇨?”<br /><br />“너무 무서웠습니다.”<br /><br /><br /><br />사내의 말에 덕구는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br /><br />그러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어느덧 손가락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br /><br />었다. 그는 그것을 감추기 위해 식탁 밑으로 손을 내렸다.<br /><br /><br />“선생의 집 앞에서 살인을 목격한 뒤, 저는 여인을 무참하게 살해<br /><br />하고 토막내서 어디론가 급하게 가져가는 괴한의 마지막 뒷 모습을<br /><br />본 후에야 차 안에서 나올 수 있었죠. 그리고 선생의 집 초인종을<br /><br />눌렀던 것입니다.”<br /><br /><br />사내의 말은 주구장창 계속 이어졌다.<br /><br /><br />“그리고 그 다음은 말 안해도 선생께서 잘 아실겁니다. 선생이<br /><br />베푸는 뜻밖의 호의에 저는 선생의 집 안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br /><br />그리고 선생과 술을 마시며 지금까지 얘기를 나눴던 것입니다.”<br /><br /><br />“그게 다입니까?”<br /><br />“아뇨. 설마 이게 다라면 애초부터 이 얘길 선생에게 하지<br /><br />않았을 겁니다. 이 얘기는 선생과 관련이 있습니다.”<br /><br /><br />“나와 관련이 있다구요?”<br /><br /><br />그는 차가운 눈으로 덕구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때까지 덕구는<br /><br />사내가 무슨 얘길 하려하는지 도저히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br /><br />한참이 지나서야 사내는 무언가를 손짓으로 가리키기 시작했다.<br /><br />그곳은 바로 TV가 위치한 테이블이었다.<br /><br /><br /><br />“선생, 혹시 기억하십니까? 아까 제가 집안을 둘러보았을 때<br /><br />말입니다. 그 때 저 사진을 보았습니다.”<br /><br /><br />사내는 TV가 위치한 테이블 언저리에 놓인 가족사진을 가리키며<br /><br />말을 이었다.<br /><br /><br />“그것은 가족사진이었습니다. 선생과 사모님이 함께 찍은 가족<br /><br />사진 말입니다.”<br /><br />“서, 설마. 당신 지금 무슨 소릴!!”<br /><br />“제 얘기 안 끝났습니다. 설마 저와 한 약속을 벌써 잊으신겁니까?”<br /><br /><br />불안감이 덕구의 머릿속에서 점차 확산되어가고 있었다. <br /><br /><br />“그렇습니다. 그 괴한에게 살해되던 중년의 여인은 바로 저 사진 <br /><br />속 사모님이셨습니다. 저도 집안을 둘러보다 저 사진을 보고 알았<br /><br />습니다. 가족사진의 행복한 미소를 머금은 부인의 얼굴은 괴한에<br /><br />의해 살해될 때 그 고통스러워하는 얼굴과 사뭇 달랐습니다.”<br /><br /><br />사내의 말에 덕구는 들고 있던 담배를 떨어트렸다. 두려움으로<br /><br />떨리는 손이 식탁보 밑에서 요동 치고 있었다. 빠르게 회전하는<br /><br />두뇌가 계속해서 아드레날린을 분비하여 동공이 작아지고 있었다.<br /><br />사내의 말은 설마 하던 그의 예상에 정확하게 적중하고 있었다.<br /><br />그는 흥분을 감추려 하였지만 그러기엔 이미 걷잡을 수 없이<br /><br />빠른 속도로 뛰고 있는 심장이 말을 듣지 않았다.<br /><br /><br />“지, 지금 무슨 소릴 하시는 겁니까?!”<br /><br /><br />덕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고함쳤다.<br /><br /><br />“아무리 부인해 보아도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선생의<br /><br />아내는 죽었습니다.”<br /><br /><br />“……”<br /><br /><br />“여기까지 제 얘기입니다. 역시 사실로 믿든, 믿지 않든<br /><br />선생의 자유입니다.”<br /><br /><br />덕구는 사내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믿지 않는<br /><br />것은 선생의 자유입니다.’라는 그의 얘기에 꼬리처럼<br /><br />따라 붙는 말은 수수께끼같은 사내의 말에 보다 큰 의문<br /><br />을 남길 뿐이었으니.<br /><br /><br />“선생이 얘기 할 차례입니다.”<br /><br /><br />귓전에 울려퍼지는 사내의 능청스러운 목소리가 연신<br /><br />그의 머릿속을 헤짚고 다녔다. 덕구는 주머니 속에서<br /><br />담배를 꺼냈다.<br /><br /><br />“…… 담배 한대만 피고 하죠”<br /><br /><br />잠시 마음을 진정시키려는지 그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br /><br />담배에 불을 붙였다. 어차피 사내가 하는 말 따위야 그냥<br /><br />잊어버리면 그만이었다. 그의 말처럼 그것은 사실이 아<br /><br />니니까. 재미삼아 시작한 내기가 아닌가? 녀석의 말에 동<br /><br />요될 필요가 전혀 없다.<br /><br /><br />하지만, 빠르게 타들어가는 담배 한 개비에 점차 조바심이<br /><br />들었다. 다시 바톤은 덕구에게 돌아왔다. 은근한 눈짓을<br /><br />보내던 사내가 남아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듯<br /><br />연거푸 손가락으로 식탁 유리를 두드렸다. 조급한 마음에<br /><br />덕구는 빠르게 눈을 굴렸다.<br /><br /><br />“후……”<br /><br />“왜, 벌써 소잿거리가 바닥나신 겁니까?”<br /><br />“그게 아니고……”<br /><br />“……?”<br /><br /><br />들고 있던 담배를 재털이에 비벼 끄며 덕구가 천천히<br /><br />입을 열었다. 사내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br /><br /><br />“무슨 말씀을 하려고 하시는지……?”<br /><br /><br />덕구는 침이 마르는지 마지막 남아 있는 한방울의 술까지<br /><br />목으로 훌쩍 털어넘겼다.<br /><br /><br />“…… 한번 생각해 보시죠.”<br /><br />“뭘 말입니까?”<br /><br />“당신의 말대로라면, 당신은 살인을 목격했고, 아무렇지도<br /><br />않게 내 집 초인종을 눌렀어요. 보통의 사람이라면 인근의<br /><br />경찰서나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큰 길가로 나가서 이<br /><br />사실을 빠르게 알렸을 것이 분명한데 말이죠.”<br /><br />“그렇지 않아도, 저 성가신 택배물만 선생에게 전해주고 이곳<br /><br />에서 나가면 즉시 경찰서로 향할 계획이었습니다.”<br /><br />“아니, 단언컨데 당신은 그 사실을 경찰에 알리지 못했을<br /><br />거요.”<br /><br />“무슨 소리를 하시는건지 모르겠군요.”<br /><br />“당신은 필연적으로 이곳에 들어와야 했겠죠”<br /><br />“결론부터 얘기해 주시죠.”<br /><br />“좋아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내겐 당신의 죽음이 보인다는<br /><br />말입니다!”<br /><br /><br />이어지는 덕구의 말에 사내가 피식 웃어보였다.<br /><br /><br />“선생, 소재거리가 벌써 바닥나신 겁니까?”<br /><br /><br />‘큭큭!’ 연신 실소를 터트리던 사내가 간신히 웃음을<br /><br />참고 얘기했다.<br /><br /><br />“아니면 선생은 예지력이라도 기르고 있다는 것입니까?”<br /><br />“예지력이라면 나보다 당신이 더 뛰어난 것 같습니다만?”<br /><br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br /><br />“어떻게 괘종시계안에 사람이 들어있을거란 생각을 했지?”<br /><br /><br />사내가 탁 앞에 술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br /><br /><br />“그건 모르죠.”<br /><br /><br />덕구는 눈살을 찌푸렸다. 연이어 사내의 기분나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br /><br />이 쯤 되면 그것은 보통 (재미 삼아 시작한) 내기가 아니었다.<br /><br /><br />“이제 다시 제 차례군요.” 라는 말과 함께 사내가 차분하게<br /><br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는 주머니를 뒤적거렸다.<br /><br /><br />“저도 담배 한대 핍시다.”<br /><br /><br />사내가 담배를 꺼내 물며 말했다. 그가 담배에 불을 지피자 덕구는<br /><br />언짢은 얼굴을 하기 시작했다. 그가 내뱉는 담배 연기가 바로 눈앞<br /><br />에서 넘실거리고 있었다.<br /><br /><br />“혹시 뭐 잊은 것 없습니까?”<br /><br />“……?”<br /><br />“저는 선생에게 거짓말을 하였습니다.”<br /><br />“하하, 알고 있어요. 당신이 했던 말은 모두 거짓이었죠.”<br /><br />“그것 말고, 저 박스 말입니다.”<br /><br /><br />사내는 박스를 손짓으로 가리켰다. <br /><br /><br />“진정 저 박스가 단순히 택배 상자라고 생각하십니까?”<br /><br />“또 무슨 소릴?”<br /><br />“그전에 잊지 말아야 할 규칙 하나를 상기해 주셨으면<br /><br />합니다.”<br /><br />“규칙이요?”<br /><br />“그렇습니다. 제가 어떠한 이야기를 하던 선생은 그것의<br /><br />진위여부를 확인해 볼 수 없습니다. 꼭 지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br /><br /><br />“좋아요. 말해보시죠.”<br /><br /><br />그 순간 1시를 알리는 괘종시계가 음울하게 울려 퍼졌다.<br /><br />사내는 자신의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잠시 말을 멈추었다.<br /><br /><br /><br />“정말 저 박스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짐작이 안가십니까?”<br /><br /><br /><br />사내의 말소리가 무겁게 들려왔다.<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저 박스 말입니다……” <br /><br /><br />까닭모를 낯선 곳에서부터 전해져오는 불안감이 그의 머릿속을<br /><br />지배하고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덕구는 궁금증만큼은 떨쳐버릴<br /><br />수 없었다. 어쩌면 사내가 꺼낸 말의 이면에 머릿속을 간질이는<br /><br />호기심과 그로 인한 알 수 없는 공포가 함께 도사리고 있는 것<br /><br />인지도 몰랐다.<br /><br /><br />“역시 사실로 믿든 믿지 않든 선생의 자유의지이고, 거듭 말씀<br /><br />드리지만 굳이 제 얘기를 믿으라고 강요는 안 하겠습니다.”<br /><br />“어서 얘기해보시죠.”<br /><br />“이 쯤 되면 눈치 빠른 이라면 대강 눈치 챘을 터인데……<br /><br />그러고 보면 선생은 어딘가 둔한 구석이 있군요.”<br /><br /><br />한동안 사내는 싱글벙글한 얼굴로 능청스럽게 먼 산만 바라보<br /><br />았다. 가만히 앉아 이죽거리는 그의 방관에 덕구는 울화통이<br /><br />터질 지경이었다. 그가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재끼며 비장하<br /><br />게 입을 열기까지는 10초도 채 안됬지만 덕구에겐 이 모든<br /><br />순간들이 10년처럼 느껴졌다.<br /><br /><br />“선생과 얘기를 나누던 도중에도 연신 저의 머릿속을 헤짚고<br /><br />다니던 궁금증이 있었습니다.”<br /><br />“뭐 말입니까?”<br /><br />“그건 바로‘과연 저 비좁은 공간에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까<br /><br />에 대한 고찰이었습니다.”<br /><br /><br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br /><br />“아까 말씀드렸었죠.”<br /><br />“………?”<br /><br />“사모님을 살해 한 그 괴한 이야기 말입니다. 괴한은 사모님<br /><br />의 시신을 잘게 토막 냈습니다. 그리고 저 박스 안에 차곡차곡<br /><br />담아냈습니다.”<br /><br /><br />“무…… 무슨!?”<br /><br />“자, 이제 짐작 되십니까?”<br /><br />“………”<br /><br />“유감스럽지만 사모님의 사체는 저 박스안에 들어있습니다.”<br /><br /><br />“………개수작 하지마!”<br /><br /><br />“여기 까지입니다. 이제 선생이 얘기할 차례입니다.”<br /><br /><br />“당신! 입에서 나온다고 다 말인 줄 알아!?”<br /><br /><br />“선생의 차례라고 말씀드렸습니다.”<br /><br /><br />“그래. 내 얘기 시작하지! 너는 그딴 재수 없는 이야기를<br /><br />내게 한 것을 후회하게 될 거야!”<br /><br /><br />사내는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br /><br /><br />“저도 하나 말씀드리죠. 선생은 저를 집 안에 들인 것을 후회<br /><br />하게 될 것입니다.”<br /><br /><br />주구장창 입을 놀리던 사내의 턱에 묵직한 무언가가 강타했다.<br /><br />별안간‘퍼억!’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내가 의자밑으로<br /><br />넘어졌다. 덕구의 주먹이 사내의 턱을 강타하면서 살얼음판<br /><br />같던 정적을 깼다. 사내가 의자 밑에서 다시 지껄였다.<br /><br /><br />“이게 무슨 짓이죠?”<br /><br />“이 새끼가……!”<br /><br /><br />덕구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씩씩대고 있었다. 바닥에 널 부<br /><br />러진 사내는 삐뚤어진 안경을 고쳐 쓰며 실성한 듯 히죽거렸다.<br /><br /><br />“큭큭!”<br /><br />“웃음이 나오지? 이 개새끼야!”<br /><br /><br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도 불길한 생각이 수면 위로 피어올랐다.<br /><br />덕구는 부리나케 거실로 향했다. 단순한 미치광이가 나불대는<br /><br />말인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믿고 싶었지만) 그래도‘혹<br /><br />시나’라는 생각이 그를 붙들고 있었다. 그는 허겁지겁 괘종시계<br /><br />문을 열어 재꼈다. ‘혹시라도…… 만약 녀석의 말이 사실이라면……’ <br /><br /><br />“씨발, 존나 안 열리네!”<br /><br /><br />쉽게 열리지 않는 시계 문을 억지로 잡아당기며 투덜댔다. 여전히<br /><br />불길한 생각은 그의 머릿속을 떠날 줄 모르고 있었다.<br /><br /><br />‘퍽! 챙그랑!’ 그가 있는 힘껏 주먹으로 그것을 내려치자, 괘종<br /><br />을 덮고 있는 유리가 파편을 튀기며 이리 저리 불규칙적인 모습으<br /><br />로 깨지기 시작했다. 덕구는 황급히 시계 문을 뜯어보았다.<br /><br /><br /><br />그의 예상이 맞았다……<br /><br /><br /><br />“뭐야! 이 개새끼가 나를 가지고 놀아? 이 싸이코 새끼!”<br /><br /><br />다행인지, 불행인지 시계 안에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사<br /><br />내는 실성한 듯이 연거푸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br /><br /><br />“하하…… 선생?”<br /><br /><br />사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며 덧붙였다.<br /><br /><br />“애시당초 장난삼아 시작한 내기 아니었습니까? 왜 그리 심각<br /><br />하십니까? 크흣…… 제 말 따위는 믿지 않는다고 해놓고서는 <br /><br />지금 선생의 꼴을 보니 우습군요.”<br /><br /><br />“개소리 집어치워!”<br /><br /><br />“선생은 규칙을 어겼습니다. 이로써 선생은 저와의 내기에서<br /><br />패하신 겁니다.”<br /><br /><br />“이런 개……!”<br /><br /><br />덕구는 과자 부스러기처럼 널 부러진 깨진 유리 조각 중 하나를<br /><br />집어 들었다. 부드득 이를 갈며 그것을 사내에게 집어던지며 외<br /><br />쳤다. “개새끼가!” 소매를 걷어부치고 사내에게 다가갔다. 아<br /><br />무래도 녀석을 흠씬 두들겨 패 줘야 직성이 풀릴 듯한 눈이었다.<br /><br />바로 그 때, 불현듯 박스가 놓인 현관에서 왠지 모를 비릿한 냄<br /><br />새가 풍겨오는 것을 알아차렸다.<br /><br />‘!?’<br /><br /><br />어렴풋이 보이는 박스 틈새로 누군가의 ‘얼굴’이 들어왔다.<br /><br />가만히 서서 실눈으로 박스를 유심히 들쳐보던 덕구가 그 상황을<br /><br />이해하는데까진 꽤 오랜시간이 흘렀다. 얼굴은 박스 안에서 지그<br /><br />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비명이 나오려 했지만 쉽사리 입이 떨<br /><br />어지지 않았다. 가슴 속에 파묻힌 공포가 비명마저 삼켜버린 것<br /><br />이다.<br /><br /><br />덕구는 박스안에 담겨있는 그 얼굴과 눈을 마주한 채, 멀뚱히 서<br /><br />있기를 일관하고 있었다. 그것은 무언가에 놀랐는지 공포에 질린<br /><br />눈동자였다.<br /><br /><br />“이럴수가……”<br /><br /><br />떨리는 손으로 박스를 뜯어 내용물을 살펴 본 그의 시야에 들어<br /><br />온 건 아니나 다를까 아내의 머리였다. 목 부위에 날카롭고 뾰족<br /><br />한 도구로 사정없이 뜯겨져 나간 흔적이 선명했다. 덕구는 기겁<br /><br />을 하며 뒷걸음질 쳤다.<br /><br /><br />“허어억! 우웨에에엑!”<br /><br /><br />‘마…… 말도 안돼!’바닥에 토악질을 하며 사내를 흘겨보려던<br /><br />찰라 그제 서야 덕구는 바닥에 널부러져 있던 사내가 그 자리에<br /><br />없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 이렇다할 틈도 없이 묵직한 물건<br /><br />이 정수리에 강하게 닿는 기분이 들었다.‘퍼억!’ 둔탁한 마찰<br /><br />음과 함께 반복적으로 들려오는 건 사내의 불쾌한 웃음소리였다.<br /><br /><br />“약속대로 소중한 것을 가져가겠습니다.”<br /><br /><br />‘젠장,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뜨듯한 액체가 머리<br /><br />위에서 흘러내린다.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졌다.<br /><br /><br /><br /><br />* * * * *<br /><br /><br /><br /><br />“정신 차리시지요?”<br /><br />능글맞은 목소리에 덕구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흐릿해져오는<br /><br />시야 너머로 사내의 얼굴이 들어온다. <br /><br /><br />“무…… 무슨 짓이지?”<br /><br />“상황 파악이 그렇게 안 되십니까?”<br /><br />“이…… 정신 나간 새끼!”<br /><br />“제가 말씀 드렸죠. 이 내기에선 제가 이길 것이고, 내기에서<br /><br />승리하는 순간 저는 선생에게서 이미 소중한 것을 빼앗고 난 뒤<br /><br />일 거라구요. 어때요? 제가 틀렸습니까?”<br /><br /><br />“헛소리 집어치워!”<br /><br />“어떻습니까? 선생께서 가장 소중히 여기던 선생의 아내를 ‘담보’<br /><br />로 한 내기가…… 즐거우셨습니까?”<br /><br />“개새끼”<br /><br /><br />온 몸이 결박되어 꼼짝할 수 없었다. 아마 로프에 의해 단단히<br /><br />묶인 모양이다. 사내가 주머니 속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라<br /><br />이터에 불을 붙이며 뒷 주머니에서 꺼낸 건 피가 흥건히 묻은<br /><br />흉기였다. 덕구는 있는 힘껏 몸을 비틀었다. 어떻게든 저항하려<br /><br />고 몸서리쳤지만 그럴 여력조차 남아있지 않다는 것 정도는 그도<br /><br />잘 알고 있었다. 그의 몸은 점점 힘없이 나른해지고 있었다.<br /><br /><br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공포소재가 아닌가. 공포소설에서나 등장할<br /><br />법한 일이 그에게 벌어지고 있었다. 꿈만 같은 상황이다.<br /><br />어쩌면 전세는 애시당초 역전되어 있었고, 애초부터 주객은<br /><br />전도되어 있었다. 사내가 처음 이 집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br /><br />사내의 말이 맞았다. 자신을 집 안에 들인 것을 분명히 후회할 것이라고……<br /><br /><br />그래. 처음부터 손해보는 내기를 시작한 것이다. 만약 내기<br /><br />에서 이겼다고 해도 사내가 말한‘원하는 것’은 분명 아내의<br /><br />머리였을 것이 분명하다. 부질 없다. 다 틀렸어. 이젠 끝이다.<br /><br />사내가 덕구의 얼굴로 흉기를 가져다대며 속삭였다.<br /><br /><br />“꽤 아플 거야.”<br /><br />“끄아악!!”<br /><br /><br />덕구의 비명이 속사포처럼 전해진다.<br /><br /><br /><br /><br />* * * * * <br /><br /><br /><br /><br />얼마나 지났을까. 망가진 괘종시계가 새벽 1시 반에 정지해<br /><br />있었다.<br /><br />거실 바닥엔 누군가가 힘없이 쓰러져있었고, 또 다른 누군가<br /><br />가 주방에서 홀연히 걸어나오고 있었다. 드리워진 어둠 새로<br /><br />어렴풋이 드러난 얼굴은 다름아닌 ‘덕구’ 의 것이었다.<br /><br />그의 손에는 커다란 톱날이 들려 있었다. 조금 전 기억을 떠올리며<br /><br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칫 크게 당할 수도 있는 상황<br /><br />이었다. 사내가 그의 얼굴로 흉기를 가져다대는 순간‘약효’가<br /><br />나타난 것이다.<br /><br />덕구는 바닥에 쓰러진 사내를 가엾게 바라보았다. <br /><br /><br />“하마터면 당할 뻔 했지 뭐야.”<br /><br /><br />시퍼렇게 날이 선 톱 날을 어루만지며 그는 잠시 사색에 잠<br /><br />겼다. 그러고는 쓰러진 사내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br /><br /><br />“놀라운 사실 하나 알려줄까?”<br /><br /><br />‘놀라운 사실……?’ 분명 사내의 숨이 조금이라도 붙어있<br /><br />다면 그는 어안이 벙벙해져 그렇게 되물었을 것이다. 덕구는<br /><br />목소리를 가다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br /><br /><br />“내가 왜 네 녀석을 집으로 들였을까? 누군지도 모르는 네<br /><br />녀석을, 그것도 이 야심한 밤에 말이야.”<br /><br /><br />덕구는 쓰러진 사내의 귓가에 계속해서 속삭였다.<br /><br /><br />“내가 말했지. 난 수상한 자에게 함부로 자비를 베풀지 않는<br /><br />다고. 네 녀석이 처음 초인종을 누를 때 말이지. 나는 그 때 주<br /><br />방으로 향했지. 그리고 네 녀석과 함께 마실 술과 네 녀석의<br /><br />술잔을 준비했어. 내가 왜 그랬을까?”<br /><br /><br />덕구는 식탁 위에 놓인 사내의 술잔을 들며 연신 말을 이었다.<br /><br /><br />“아까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내가 네 녀석 잔에 독을 묻혔다<br /><br />고 한 적이 있었을거야. 네 녀석은 독이 묻어 있는 이 잔으로<br /><br />신나게 술을 퍼 마셨고, 그러니까 네 녀석이 머리가 나쁜거야……”<br /><br /><br />‘슥삭. 슥삭.’ 덕구는 톱을 좌우로 흔들며 사내의 목을<br /><br />톱질하기 시작하였다. 연약한 피부는 단단하고 날카로운 톱<br /><br />날에 의해 순식간에 초토화되기 시작하였다. 부드러운 고기<br /><br />처럼 싹둑 싹둑 잘리는 살점들 사이로 봇물처럼 터지는 붉은<br /><br />선혈이 덕구의 얼굴에 빨갛게 물을 들였다.<br /><br /><br />“물론 하마터면 내가 당할 뻔 했었지. 흉기를 든 네 녀석<br /><br />에게 이기기 위해선 독의‘약효’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을<br /><br />벌어야만 했지. 뜻 밖에도 네 녀석이 수상한 내기를 제의하<br /><br />더군. 나야 고마웠지.”<br /><br /><br />덕구는 사내의 머리를 완전히 잘라내었다. 잘려나간 사내의<br /><br />눈동자가 뭔가를 말하려는 듯 보였다. 덕구는 두꺼운 노끈을<br /><br />사내의 머리에 연결했다. 그리고선 괘종시계의 문을 열었다.<br /><br /><br />“괘종시계 안에 사람이 들어 있을 거라고? 미래를 보는 예지력<br /><br />하나 만큼은 탁월하군 그래.”<br /><br /><br />‘딩, 철퍽!, 딩, 철퍽, 철퍽……!’<br /><br /><br />잠시 후 괘종시계의 종이 대롱대롱 매달린 사내의 머리와<br /><br />부딪히며 기괴한 소리를 냈다.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에필로그.<br /><br /><br />‘댕, 댕, 댕, 댕…’<br /><br /><br />젠장, 저 소리 때문에 집중이 안 되는 군.’<br /><br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깬 덕구는 조용히 방문을 열었다.<br /><br />요지부동의 자세로 요란하게 자정을 알리는 괘종시계가<br /><br />어둠이 자욱이 깔린 거실 중앙을 차지하고 있었다. 냉장<br /><br />고에는 동창회가 있을 것이라며 기다리지 말고 자라는<br /><br />아내의 쪽지가 붙어있었다. 그는 주머니속에서 담배를 꺼<br /><br />낸 뒤 버릇처럼 베란다로 향하였다.<br /><br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며 잠시 사색에 잠겨있던 그의 눈에<br /><br />불현듯 무언가가 스치듯 들어왔다. ‘또각 또각’ 구둣소리를<br /><br />내며 요염하게 걷고 있는 여인이었다. 조그마한 핸드백에<br /><br />도트무늬 원피스를 입고 있는 여인은 다름아닌 그의 아내였다.<br /><br />그가 반갑게 손을 흔들고 아내를 부르려던 찰라였다.<br /><br />그 순간 그녀의 뒤를 곤색 점퍼에 밝은 베이지색 야구모자를<br /><br />걸쳐 쓴 한 사내가 바짝 따라붙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br /><br />사내의 오른 손에는 커다란 ‘박스’가 들려 있었다. 덕구는<br /><br />숨을 죽이고 그 광경을 지켜봤다.<br /><br /><br />그는 처음으로 ‘살인’이라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눈 앞에<br /><br />서 아내가 살해 되는 광경을 우두커니 지켜보며 그는 꼼짝달<br /><br />싹도 하지 못했다. 몸이 얼어붙는다는 느낌을 처음 실감하게<br /><br />되는 순간이었다. 여인을 무참하게 살해한 사내는 들고 있던<br /><br />박스에 여인을 담기 시작했다. 팔…… 다리…… 몸통……<br /><br />차곡차곡. 그리고 마지막 케이크의 꽃 장식을 올리듯 여인의<br /><br />머리를 그 위로 담아냈다. 끔찍한 광경이었다.<br /><br /><br /><br />‘딩동…… 딩동! 소포 왔습니다.’<br /><br />덕구는 부리나케 주방으로 향하였다.</span><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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