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text-align: left"><img style="border-bottom: medium none; border-left: medium none; border-top: medium none; border-right: medium none" id="image_045615310604827663" class="chimg_photo" alt="movie_image (1).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308/1375357687xHMz5xwEhY95LlADOLyu4tkcMabvawH.jpg" width="800" height="532"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봉준호 영화는 갈수록 쉬워집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살인의 추억이 대중들에게 단순한 싸이코패스 연쇄살인 영화로 인식되어 표창원 교수를 비롯한 경찰 관계자들에게는 불쾌한 현상이 되었고 그 내부의 급진 좌파적 메시지가 한참 후에나 몇몇 해석자의 손에 의해서 불완전하게 전해졌었던 것처럼,</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괴물이 뭔가 감이 오는데? 하는 정도에서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비판하고 전세대와 미래세대의 괴물을 비춰주며 그것으로 다시금 대체가족과 같이 치명적 상처를 메꿔가는 방안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의 희생에서 미래를 가늠한 것처럼</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조금씩 쉬워집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이 급진적 좌파주의 감독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 '마더'를 내놓기는 했지만, 이것은 어렵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 정치와 세계 현실 대국적인 것은 아니라고 여겨집니다. 좀 더 소사회적인 것이었죠.</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해서 꽤나 아쉬웠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이 사람이 영화로 지금 뭔가 더 말해줬으면 했는데, 그럴 시기였는데, 왜 잠자코 있을까.</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그러더니 외국으로 도망가서, 이제 전지구적인 이야기로 들어섰네요.</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그리고 역시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좀 더 쉬워졌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단순합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폐쇄공간이 있고,</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계급사회가 있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과거, 현재, 미래 모든 시간의 인간 사회를 상징합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인류는 과거에 그래왔고, 인류의 현재를 이렇게 비판할 수도 있는 것이며, 인류의 미래는 정말로 이렇게 될 수도 있다ㅡ는 SF적 수사인 거죠.</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봉준호는 인간의 사회를 영화적으로 축약하여 그리는데에 탁월하기 때문에 핍진성 따위는 주된 관심사의 밖에 있는 것 같지만(이를테면 빈민구와 식량과 물 보급지, 그리고 교육장과 귀족가, 무엇보다 연이어지는 환락가만이 배경인 것. 지나친 구획보다는 미장셴), 그렇다고 개연성을 벗어나게 할 만큼 무심하지도 않습니다. 영원히 달려야만 하는 폐쇄공간을 위해 바퀴벌레를 이용한 식량 생산이라던가 생선 섭취를 위해 생태계 유지가 필요하다던가 하는 언급 말이죠.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물론 이것은 봉준호의 큰 그림 그 의도 안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보여지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서로 아귀가 맞아 떨어지는 입체 퍼즐 같은, 그런 의도 하의 것이기도 합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갈등 구조를 서사적인 것과 오락적인 것 두개로 나눈다면,</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서사적 갈등의 주된 반동 인물은 총리에서, 후반에야 윌포드로 넘어갑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style="text-align: left"><img style="border-bottom: medium none; border-left: medium none; width: 505px; height: 327px; border-top: medium none; border-right: medium none" id="image_03008998727730865" class="chimg_photo" alt="movie_image (2).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308/1375359051PGoITdhImLNiu.jpg"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오락적 갈등에서의 주된 반동인물은 복부에 전화번호부라도 가진거 같은 요원 프랑코가 되겠죠.</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img style="border-bottom: medium none; border-left: medium none; width: 527px; height: 297px; border-top: medium none; border-right: medium none" id="image_07090451291940099" class="chimg_photo" alt="movie_image (3).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308/1375359051mV8DrElk7t1isAHk.jpg"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이 갈등 요소와 반동인물의 설정은 그 대립각에서의 관객 위치를 정해줍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반란을 진압하는 군인 입장에서 반란군 다 뒈져라 헤헷, 이라거나 고마운 줄도 모르는 무지렁이들, 하고 피라미드 가장 윗층 입장에서 영화를 감상할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겁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그렇듯이,</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처음에는 꼬릿칸 승객들의 입장에서 이 정치질서는 무너져야 해, 하는 단방향 의지를 등장인물들과 관객들이 공유하게 됩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이것이 횃불 씬에서 절정을 맞는거죠.</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올림픽 성화처럼, 평화와 혁명을 일으키러 조그만 불씨가 횃불이 되어 조그만 아이가 달려갑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이를 위해 호기심 많은 아이가 송강호의 성냥을 훔쳐가는 장치가 미리 준비되었던거죠.</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아무튼 그 횃불이, 아이를 빼앗기고 팔까지 잘린 앤드류의 전환과 반전을 꾀하는, 민초의 억압과 그 열망과 함께 레이스가 이어집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그리고 그 횃불은 늘어나 어둠 속에서 무력한 반란군을 학살하던 장소에 도달합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혁명이죠.</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혁명의 이미지와, 그것을 정당하게 하는 잘못된 질서, 착취, 불평등 등의 모티브는 사실 끝까지 발견됩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수족관이나 수목원이 '생태계 균형과 질서'라는 이름 하에서 제외되지만,</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기득권 질서를 위한 세뇌가 반복되는 학교와 꼬릿칸 승객들의 더러움과 대비되는 미용실, 수영장, 마약물질과 술이 널려있는 환락가를 꼽을 수 있겠죠.</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무엇보다, 용도에 따라 앞칸으로 이동한 뒤 성격이 변해버린 사람들이나, 잡혀간 아이들이 윌포드의 엔진에서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못하는 섬망 상태로 엔진의 '부품'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장면에서.</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길리엄과 윌포드가 내통하고 있다고 해도, 길리엄이 만나면 윌포드를 말 꺼내기 전에 바로 죽여야 한다, 고 말하는 것은 그 자신도 윌포드가 죽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시스템 파괴조차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그냥 자기가 내통한거 들키는게 창피해서, 라고 생각한다면 촌스러운 생각이죠.</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하지만 길리엄과 윌포드가 이어져 있다는 것도, 의미하는 바가 있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미국이 공화당과 민주당이 싸우고,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한국이 새누리당이 보수라고 자칭하고 민주당 외의 야당들을 종북 좌빨로 몰아대며 대립각을 세워 싸우고 있는 것,</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이러한 양측의 투쟁이 세계 각국 정치의 현황인 것 같지만,</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사실은 그 양측의 협의된 리그에 불과하다는 것, 그것이 가끔씩 협의된 선을 넘어 출렁거리는 때도 보이지만</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결국은 다시금 그 선을 회복하는 리그에 불과하다는 것.</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그런 것을 보여주는거죠.</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그리고 그것이 세계의 질서이며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 사실은 세계가 인류의 희생을 가장 적게 보는 길이기도 하다는 점.</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윌포드는 그렇게 속삭이며, 커티스를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설득합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이전까지의 커티스는 질서와 생태에서 자기 위치를 이탈한 사람에 불과하다고 말입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하지만,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커티스 역시 자기 역할을 다 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영화는 내내 말해왔죠.</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정치 체계가 정체하고, 시민들의 불만이 팽배하며 이들이 숭고한 피를 목도한 끝에 사람들의 열망이 한데 모이면</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그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 질서를 만들기 위한 파괴자가 나타납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그게 생태계에서의 자연스런 작용이고,</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우리 말로 혁명과 혁명가로 부릅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생태에서 혁명과 혁명가를 무시한 질서만을 유지하려 했던 것이 총리와 윌포드였던거죠.</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결국, 첫번째 단방향 열망은 윌포드에 의해 복잡한 것이 되었다가 이 시점에서 그것마저 때려 깨부술 준비를 하게 됩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윌포드는 인간의 광기를 떡밥으로 내세워 커티스를 유혹하고,</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마찬가지로 남궁민수 역시 약에 취해서, 적절한 방안 제시도 없이 기차 바깥으로의 탈출을 이야기한바 있어 커티스 역시 그것을 광기로 치부했었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잡혀간 아이들이 기계의 '부품'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서야 정신이 깬 커티스가 윌포드의 제안을 거부하고 불씨를 돌려줍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단순하게 '못살겠다 갈아보자'라는 메시지를 들고 일어선 민초가 정치 현실은 더 복잡하기에 칼과 쟁기만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바꾸는 것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깨닫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질서를 유지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이 시점에서, 자신은 자기 몸을 바쳐 아기를 살리고 굶주린 난민들을 먹인 길리엄이나 다른 용기있는 승객들에 비해 팔을 자르려다가 포기한 못한 얼간이라며 선을 그어놓고 있던 커티스가,</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타냐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 톱니바퀴에 자신의 팔을 끼워넣었다가 잘림으로써, 팔을 잃음=이타적인 희생을 일구어낸 자로서의 승화를 이루어내기도 합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자뭇 감동적인 배치였죠.</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하지만 어쨌거나...</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남궁민수의 제안은 정말 정신나간 것이기도 했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환락가의 군상들이 미쳐서 무기를 들고 떼로 덤벼오는 상황이었지만, '조또 문짝'을 열기 위한 폭약 때문에 기차는 선로에서 이탈하고, 대부분의 칸이 떨어져 나가 추락하거나 찌부러져 희생되었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바깥 생활을 시작하려고 한다 해도 아직 빙하기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탓에 기차 내부 설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던 데다가, 꼬릿칸이건 앞칸이건 사람들을 가능한 생존시켜야 할 필요가 있었으니까요.</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그렇기 때문에 '감독이 말하려는게 도대체 뭐야?'라거나 '고아성이 초능력으로...'라는 둥 좀 멀리 나가고 마는 해석도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만,</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역시 단순하게 보면 되겠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현대 사회의 질서가 다른 인간의 희생을 밑바탕하여 유지되는 것이라면 그것은 깨어질 필요가 있다. 눈 앞에 둔 상황이 질서를 파괴 하기 위한 광기이든 질서를 유지 하기 위한 광기이든 간, 그것은 이제 인류의 손에서 떠나보낼 필요가 있다. 물론 그것으로 어떠한 희생을 치룰지도 모르지만.'</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혁명을 거부하며 더욱 큰 희생을 막기 위한 작은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변명을 깨버린 겁니다. 그 더 큰 희생을 감수하며 혁명이 일어나버린거죠.</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그리고 열차를 모두 박살내버린 이 혁명이,</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기차 사고에서 살아남은 인류조차 멸망함으로써 실패로 돌아갈 수도, 혹은 요나와 그 손이 꼭 잡은 타냐의 아들을 비롯한 생존자들의 승리가 될 수도 있겠죠.</div> <div style="text-align: left"> </div> <div style="text-align: left">영화적 결말입니다, 이걸 실패일까 승리일까 굳이 정해놓는 것은 촌스럽겠죠.</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