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놈 때문입니다. 돌이 입니다.
사랑만 받고 살아 온 감사한 제 서른 인생에
반대로 책임지고 모두 주어도 아깝지 않을 하나 입니다.
참 운이 없죠. 하나 밖에 없다니..
고양이에 '고'자도 모르던 제가
길에서 업어 온 아이를 입양 보내고 나서 공허함을 이기지 못해
덜컥 대리고 온 아이..
2003년 후로
저의 이야기는 이 아이가 빠지고는 이해 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이 아이도 마찬가지 이겠죠.
아 아이로 인하여 얻은 인연 끊어진 인연
경제 생활 가족 관계 친구 관계 개인 건강 모두 이 아이를 빼놓고는 말 할 수 없죠.
아버지 누나보다 중요 하냐 라는 유치한 질문을 재껴 놓고
그냥 모두 저의 소중한 사람들이고 소중한 고양이 입니다.
왠지 피해 보는 인생 인 거 같아 억울할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선택한 것 감내 해야 되고...
사실 아이 얼굴 한번 보면 감내이고 무엇이고 싹 사라지는 피곤입니다.
이 아이도 참 많은 일이 있었어요.
회사 내 기숙사에서 살다가 쫒겨 나서 일년 동안 고마운 분께 보살핌을 받았던 일
가출하여 나 없는 길거리에서 유랑하며 육 개월이나 고생을 했던 일
이 아이를 중심으로 거쳐 갔던 많은 고양이들
내가 힘들 때 지켜 보고 위로 해준 시간
소중하죠.
같이 해온 시간이 소중하고 앞으로 마무리 해야 할 시간이 짧다는게 가슴이 아파요.
늙었어요.
우리나라 사람 나이로 계산하면 열두살인가 열세살인가..
예전 같지 않는 걸
푸석해진 털과 매일 잔뜩 끼는 눈꼽으로 느껴요.
저를 제일 믿는 동료로 느끼는지
형이라고 느끼는지
어디선가 하루종일 저만 주시하고
눈이라도 마주치면 눈을 까암박 거리고 귀염 몸짓으로 아껴 달라 합니다.
다 늙은 놈이 참 대충 감정 좀 삭히지 하는 맘이 들면서 짠합니다.
신경 좀 덜 쓰면 어디서 못된 건 배웠는지 종아리를 꽉 깨물고 가고
상대 안 해 준다고 창문에 대고 구슬프게 울며
여기 못된 사람 있다고 소리냅니다.
에봉이를 업어 오고 나서
제 옆자리는 젊고 힘쌘 에봉이가 독차지 하다 싶이 합니다.
현재 이 세상에서 절 제일 많이 사랑하는 존재가 돌이가 아닌가 싶어요.
그런 아이가 에봉이 젊음에 치여 제 옆을 잘 오지 않아요.
챙겨 줄라 돌이한테 가면 어느새 강아지 마냥 졸졸 따라 다니는 에봉이
또 자리를 바꾸는 돌이..
돌이가 우리집을 거쳐 간 모든 고양이들 중에 대장이었는데...
이젠 늙엇네요.
에봉이 이쁩니다.
돌이 어렸을 때도 생각 나고 오히려 돌이 보다 더하네 할 때도 많아요.
매정하게 못 쳐냅니다.
그렇게 에봉이가 옆자리를 차지하면 돌이가 눈에 밟히고..
우리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이 너무 답답해요.
에이씨 걍 한 육십년 정도 더 같이 살 거 같으면 이런 걱정 안하는데...
저희 집에는 돌이와 에봉이 사이에 두 아이가 더 있어요.
보묘를 맡았다가 원 반려인이 자격이 없다 판단하여 내가 뺏어 온 아이
보묘를 맡았는데 원주인이 대려 가지 않아 만 사 년 가까이 지내고 있는 아이.
그렇게 미어터지고 힘든데
왜 업어와 가지고 이 맘고생을 하냐 하면
까만 밤하늘에 보슬비 내리는 어느 날
동네 골목에서
저와 눈 인사를 한 후 잠깐의 시간을 같이 보내고
그것이 즐거웠는지
집에 가는 저를 졸 졸 따라 오던...
때어 놓으려 빨리 걷다가 뒤를 보니
비 내리는 길 한가운데 멍하니 앉아 멀어지는 저를 쳐다보는 것이 아련해 외면 할 수 없었어요.
돌이가 이렇게 늙었는지 몰랐던 제 탓이죠.
전에는 쑥쑥 업어와서 입양 보내는 걸 자주 했었는데..
돌이 걱정 없이 털컥 털컥 보묘하고 그랬는데..
돌이가 늙었어요.
그래서 에봉이 분양 보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