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라 방구석에서 삐대다가 그래도 한끼는 먹어야지 하고 나선 토요일 저녁.<br><br>쪼들린다며 편의점 한 번 안 들리던 놈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 지 탕짬면에 기분 좋게 소주 한 잔까지 사치를 부리며 집에 들어가려다 아껴 피던 담배마저 떨어짐을 깨닫고는 다시 편의점으로 향한다.<br><br> "4500원이요."<br><br>서둘러 담배 한 갑만 챙기고 나오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거리에 앳된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만 가득하지 않은가?<br><br>아홉살, 열살은 됐을까<br> 뭐가 그리 좋은 지 깔깔거리며 제 누나를 쫓는 모습에, 싱긋싱긋 웃으며 아슬아슬 동생의 손길을 피하는 모습에.<br><br>문득 어린 날이 기억나 나도 모르게 웃었다.<br><br>내 웃음소리에 두 녀석이 나를 발견했는 지<br>"아저씨! 안녕하세요!" 라며 밝게 인사한다.<br><br>자연히 지어지는 훈훈한 미소를 짓고 있던 그 때.<br>다시 문득 어린 날의 내 모습이 생각나며 이런 생각이 들지않는가.<br>언제 모르는 아이들의 인사를 받아봤을까<br> 어른이라는 나이가 되서 언제 동네 아기들한테 이런 인사를 받았을까.<br>예비군 훈련받으러 간다며 군복입고 나갔을 때?<br>아니면 군복 입고 다시 돌아올 때?<br>생각해보니 흉흉한 이 세상에 군복 입은 군인아저씨가 아닌 얼굴도 잘 모르는 동네아저씨로 인사를 받은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br><br>씁쓸함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견하고 고마운 지라 걱정스런 마음에<br><br>"요 놈들 모르는 아저씨한테 친한 척 하면 안 돼."<br><br>했더니,<br><br> "아저씨 아니고 오빤데요!"<br><br>대한민국의 미래는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