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글아이님이나 여러분들께서 공게에 글을 자주 올려주셔서
더운 여름 그나마 시원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뭐 이글아이님이나 다른 분들의 글에 댓글로 이상한 경험 몇 개 겪어봤다고 말은 썼는데
막상 오유에 올리려니 막막하기도 하고 해서 미루다가
오늘 하나쯤은 괜찮겠다 싶어 하나 올리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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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다른 분들처럼 "보는" 방향으로 특화된 것이 아니라 "듣는" 방향으로 특화된 놈입니다.
벌써 15년 전 일이군요...
군대 제대 후 학생 때, 저희 집은 서교동에 살았었습니다.
지금도 있는것으로 아는데, 산울림 소극장에서 기찻길로 내려가는 길...
그 4거리에서 고깃집 쪽으로 내려가는 곳에 다세대에서 살고 있었죠...
아파트 입주 전에 한 2년 살던 집인데,
그 전에도 환청(? 그 때는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을 듣는 일은 자주 있었지만
그 집에 살 때 만큼은 정말 최고조에 달해 있었습니다.
제가 살던 집은 5거리에서 기찻길 방면으로 내려가다 보면 다섯번째 집이었습니다.
(첫번째 사진 E 방향, 두번째 사진 일본식 등이 걸려있고 [소리]라는 간판이 있는 집)
저희는 반지하에 살고 있었는데, 나름 해병대 제대하고 깡도 세고 건강하다고 자부 했었습니다.
그 때, 제가 한창 음악(데스메탈)한다고 술 많이 마시고, 메탈에 심취해서 살고 그랬던 때라
보통 새벽 두 세시 까지는 안자고 놀고 그랬었죠.
그 동네가 지금은 술집도 많고 그랬지만, 제가 살던 때만 하더라도 정말 가정집들로만 구성되어서
동네가 밤 10시만 되면 정말 조용했습니다. 간혹 술먹고 지나가는 학생들만 아니라면
정말 조용해서 밤에 창문을 열어놓고 자도 시끄러운 소리 하나도 들리지 않던 곳이었습니다.
여름방학 때 친구들과 동해바다를 놀러갔다가 집에 들어와서 정말 피곤했던 날이었습니다.
그 날도 역시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피씨통신을 하고 있었는데
창 밖에서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야, 자냐? 야, 쟤 안자냐?"
그런 소리가 귓가에서 소곤대는 소리로 들립니다.
두번째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집들이 워낙 다닥다닥 붙어 있어 집들 간격이 정말 1m도 안되고,
집들 사이에 벽이 있습니다. 창밖으로 손을 뻗으면, 팔꿈치가 창 밖으로 닿기도 전에 벽을 짚을 수 있죠.
그런 공간에서 사람 소리가 들리기에,
전 처음에는 어떤 놈들이 술 취해서 남의 집 담벼락 사이로 기어 들어왔나 싶어 밖으로 나가 봤습니다.
그러나 예상대로 아무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들어와서 컴퓨터 앞에 앉으면 소곤소곤 소리가 들리고, 나가보면 아무도 없고...
세 번인가 네 번인가 그러고는 창 밖에다 대고 "어떤 미친 XX가 남의 집에서 지랄이야!"하고 말았죠.
그랬더니, 소곤거리는 소리가 뚝 그친겁니다.
여러 오유님들도 들어보셨을 겁니다.
"귀신이 부르는 소리에 문을 열거나 하면 귀신이 들어온다"는 말이요...
네... 그 날 이후로 미친듯이 가위에 눌리고(일주일에 하루는 정기적으로 눌렸고, 하루에 다섯번 눌리는 날도 있었습니다)
환청을 듣는 능력(?)은 더 강해졌습니다.(읭?)
그렇게 가위에 눌리는 날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몸도 허해지고 전철 안에서도 환청을 듣는 둥 그런 일이 많았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었죠...
가을쯤이었나요? 밤에 잠을 자는데 새벽 두 시에 저희 할머니 목소리로 누가 제 귀에 대고 속삭입니다.
"야, 귀신이 왔다."
진짜, 지금도 그 때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해 집니다. 그러면서 가위눌림이 시작됐습니다.
보이지는 않는 것이 소리만 계속 들리는 겁니다.
"소곤소곤..."
뭐라 하는지는 들리지 않지만, 귀 바로 옆에서 누가 속삭이는 소리는 들리는 겁니다.
속으로 주기도문도 외워보고, 가스펠송도 불러보고, 가위 눌리면 손가락 끝 부터 풀라 하여 손 끝에 힘을 집중하고 드디어 가위를 풀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40분 입니다.
할머니 방에 가보니, 할머니는 잘 주무시고 계십니다.
전 '아.. 가위눌렸었구나...' 하고 찬물 한 컵 마신 후 다시 누웠습니다.
세 시가 못 되었는데, 다시 가위가 시작됩니다.
"왱알왱알...ㅈ8ㅁ4ㅗㅅ9ㅂ3ㅗㅈ매ㅗㄷㅈㅎ98ㅗ3ㅁ..."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멀리서도 아니고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데, 사람 미치겠습니다.
눈동자를 돌려봐도 보이는 것은 없는데, 아니, 뭔가 보이는 것 같은데 확 보이지는 않고...
그 땐 정말 가위가 빨리 풀렸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뭐라고 하는건지 궁금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손은 손가락 끝에 살살 힘을 주면서 귀에 들리는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조금씩 들립니다.
욕 같습니다.
점점 더 자세히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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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놈아, 너 왜 그 때 욕했냐? 이 18 놈아"
이 소리를 계속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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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보니 왕 허접... ㅋㅋ
그래도 추천 10개 올라가면 군대에서 귀신 본 얘기랑, 운전하면서 식겁했던 일, 수련회 때의 일, 필리핀 여행가서의 일 등등도 올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