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그 후로 당분간은...정말 괴로웠죠 하핫, 환상의 세계에서 점점 끌어져 내려오자 저에게 남은것은 잿빛 현실 뿐이었으니까요.</p> <p>그 이후로,저는 더욱 더 글에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광고지,명함,싸구려 공포책 등등, 손에 잡히는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읽어댔지만</p> <p>그때마다 혀속에 맴도는것은 이미 맛본적이 있는 희미한 잔향들 뿐이었습니다. 정말 슬픈 사실이었습니다.</p> <p>네?? 그 동안 다른 음식은 먹지 않았냐구요?? 이보세요. 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이 신선의 음식을 맛본후 왜 속세의 야자술을 먹지 않았는지 생각해보셨습니까?? 일단, 한번 그 맛을 보게되면, 모든 음식들은 다 풀이나 흙 같은것으로 보이게 될겁니다,</p> <p>현실 속에서 음식을 먹는다는 일 자체가 저에게는 너무나도 고역이었습니다. 진짜 살기 위해 억지로 삼키는 "행동"중에 하나였죠. </p> <p>네? 농담하지 마세요.자신이 원하는 음식이 나오지 않는다고 목을 매고 죽어버리는건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죠. 살아있어야 언젠가는 찾아올 또 다른 기쁨을 누릴수 있으니까요. </p> <p>지금의 저 처럼,하핫.</p> <p>그렇게 괴롭게 괴롭게 살아가던 어느날이었습니다. 저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인터넷의 글들을 쭈욱 읽어내려가던 도중이었습니다. 맛이 없다고 해서 글을 읽는일을 완전히 그만두게 되면 도무지 정상적인 생활을 수가 없을것 같았거든요.</p> <p>그런데, 어느 한 게시물의 링크를 클릭한 순간, 간자기, 전에 느꼈던것과는 비교도 할수 없을만큼 훌룡한 향이 퍼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p> <p>마침내 찾아온겁니다. 제가 다시 날아오르는 순간이. 지금도 이 생각만 하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올것만 같군요. 유레카!!</p> <p>글은 여태껏 봐왔던 다른 글들과 똑같은 짧은 소설 형식이었습니다. 도무지 특별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수 없었죠. 하지만, 그 글은 제가 태어나서 먹어보았던 글들 중에 가장 최고의 것이었습니다.</p> <p>뜨겁게 달궈진 모니터의 위에서,싱그러운 글자들의 향연이 지글지글대며 소리내어 익어가는 그 느낌! 어찌 이것을 다른 요리들 따위에 견줄수가 있을까요!!</p> <p>몇년만에 겪어보는 최고의 맛에 저는 정신없이 글을 탐독했습니다. 글의 한글자 한글자에서 흘러나오는 맛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기 위해서 말이죠.</p> <p>즐거운 순간은 너무나도 잠시였습니다. 순식간에 읽어내려간 저는 다른 글들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으나, 다른 글들에서는 평소와는 다름 없는 그런 평범한 맛만이 느껴질뿐이었습니다.</p> <p>저는 약간 실망했지만, 그래도 또 다른 글의 영역을 밝혀낸것만 같아 기분좋게 모니터를 끄려고 했습니다.</p> <p>사이트의 창을 내리고 컴퓨터를 끄려는 찰나, 저의 눈에 짤막한 인터넷 뉴스가 들어왔습니다.</p> <p>평소라면 지나쳐 버릴, 이제는 한줌의 맛도 안될 잡다한 생활의 이야기들, 하지만 저는 도저히 그럴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아주 미세하지만,아까 그 훌룡한 소설에서 나오는 맛과 같은 기운이 뚜렷하게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p> <p>인터넷 뉴스 사이트에 들어간 저는, 머리를 ㅁㅇ치로 맞은듯이 잠시 멍해졌습니다.</p> <p>뭐, 그 기사가 어느 동네에 실제로 있었던 살인사건에 관한 기사였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저에게 느껴진 그 강렬한 맛의 정체를 알아낼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p> <p>마치 대대로 내려오는 비밀 요리의 레시피를 훔쳐낸 기분이었습니다. 손이 떨리고 심장이 뛰는것을 간신히 진정시킬수 있었습니다.</p> <p>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