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다."</P> <P> </P> <P>이 말은 조선 초 맹사성에게 한 고승이 준 가르침입니다. 열아홉에 장원급제하여 스무 살에 군수에 오른, 뛰어난 학시의 맹사성은 젋은 나이에 높은 자리에 올라 자만심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맹사성은 그 고을에서 유명하다는 선사를 찾아가 물었습니다.</P> <P> </P> <P>"스님이 생각하시기에, 이 고을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내가 최고로 삼아야 할 좌우명이 무엇이라 생각하오?"</P> <P> </P> <P>그러자 스님이 대답했습니다.</P> <P> </P> <P>"그건 어렵지 않습니다. 나쁜 일을 하지 않고 착한 일을 많이 베푸시면 됩니다."</P> <P> </P> <P>"그런 건 삼척 동자도 다 아는 이칭친데, 먼 길 온 내게 해줄 말이 고작 그것뿐이오?"</P> <P> </P> <P>맹사성은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차나 한 잔 하고 가라며 붙잡았습니다. 그런게 스님은 맹사성의 찻잔에 찻물이 넘치는데도 계속 차를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짓이냐고 소리치는 맹사성에게 스님은 말했습니다.</P> <P> </P> <P>"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P> <P> </P> <P>부끄러웠던 맹사성은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다 문틀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P> <P> </P> <P>"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