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무더운 날씨에 헉헉대던중에 나름 사이다 썰이 있어서 한번 풀어보렵니다.</div> <div> </div> <div>때는 제가 지하철에서 공익으로 근무하던 십여년전 이었어요.</div> <div>지하철 영업소(역 몇개를 관리하는 일을 하는 곳) 소속 공익이었던 저는</div> <div>단속 실적에 민감하신 영업소장님의 지시에 따라 주 업무가 끝나면 혼잡한 역사에 가서 부정승차 단속을 하곤 했습니다.</div> <div> </div> <div>부정승차 단속이란 성인의 청소년 카드사용, 무임승차, 직원용 프리패스, 만65세이상 어르신이나 복지카드 소유자(일정 등급이상의 장애인을 상대로 발행하는 카드)가 아닌 사람들의 무임승차권 사용등을 단속하는 일입니다.</div> <div> </div> <div>제 소속과는 전혀 상관없는 업무여서 시키니까 하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주업무 끝났다고 직원들 잔심부름 하고 직원들 업무 대신 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것보단 일같은 일이라서 나름 열심히 했습니다. </div> <div>저와 제 후임 두명이서 영업소 단속실적에서 꽤 많은 지분을 차지할 정도였고, 명절때는 소장님이 금일봉도 가끔 주실 정도 였거든요.</div> <div> </div> <div>요런 상황이었고</div> <div>딱 요맘때 쯤이었습니다. 무더운날 노후역사라 에어콘도 안나오는 곳에서 땀에 쩔어가며 단속을 하던중에 </div> <div>어떤 40대정도 아줌마가 딱 걸렸습니다. </div> <div> </div> <div> </div> <div>"실례합니다, 부정승차 단속반인데요. 철도사업법 어쩌고저쩌고 .... 인데 방금 무임승차권을 사용하셨는데 어떠한 사유로 사용하셨는지 말씀부탁드려요"</div> <div>"아..아니 그.. 그게 " 라며 우물쭈물 댑니다. </div> <div>"철도사업법 어쩌고 저쩌고에 따라서 부정승차는 해당운임의 31배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역무실로 안내해드릴게요"</div> <div>"아니, 내 남편이 xx역에서 근무중인데 좀 봐줘요"</div> <div>"죄송합니다, 제가 말단 공익이고 씨씨티비로 저기서 다 촬영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어찌어찌할 위치가 안되요. 역무실로 안내해드릴테니 과태료 바로 납부하시고 가세요"</div> <div> </div> <div> </div> <div>아줌마가 저에게 몇 번 얘기하다가 안되겠으니 갑자기 매표실에 있는 직원한테 가서 하소연을 합니다. 자기 남편이랑 통화도 시키더라구요.</div> <div>그러더니 직원분이 오셔서</div> <div> </div> <div>"더운 날씨에 와서 고생하는 것도 알고 한데 같은 식구끼리 이 정도는 그냥 넘어가야 되는거 아니겠어"라고 운을 떼고</div> <div> 그 아줌마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네깟 공익놈이 어쩌겠어' 라고 말하는듯한 눈빛을 보내네요?</div> <div> </div> <div>솔직히 그 동안 몇 번 이런거 겪어봤는데 직원한테까지 가서 자기 남편이랑 통화시키는 사람은 처음이었거든요, </div> <div>대부분 자기 남편 앞으로 나온 직원표나 어떻게 구했는지 모를 무임승차권 쓰다가 걸린 직원관계자면 해당 직원한테 누가 될까봐 오히려 바로 과태료 납부하고 갔었기에 좀 빡치더라구요.</div> <div>일단 그자리에선 그 직원분하고 걸린 아줌마 남편이 진짜 아는 사이( 지하철은 수십년간 근무하고 순환근무를 해서 서로 많이들 압니다) 같고해서 네, 알겠습니다하고 웃으면서 그냥 보냈어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소심한 공익이었던 저는</div> <div>하.지.만 2달후면 소집해제되는 말년이었기에 '이건 조져보자'하고 맘을 먹었습니다. </div> <div>그래서 영업소로 복귀하자마자 쪼르르 소장님께 달려가서 일렀어요^^ </div> <div> </div> <div>' 소장님, 원래 제 업무도 아닌 직원들 하는 일을 영업소 소재역사도 아닌 타 역사에 가서 이 날씨에 3시간동안 뻗치고 단속하는데 어쩌고 저쩌고 </div> <div>근데 직원이 오늘 이렇게 하더라'하고 내 안의 징징이를 소환했지요. </div> <div> </div> <div>매일 눈치만 보는 공익주제에 말년이라 용기를 내어 </div> <div>대쪽같은 성품의 소장님과 그래도 2년동안의 제 딸랑이를 믿고 질러봤는데... 이게 통하네요? </div> <div>노발대발해서 해당역사로 바로 전화해서 진위 확인 하시고 그 남편이란 사람 근무지도 알아내서 통화하시고 처리하시더라구요.</div> <div>후에 그 직원은 저한테 정식으로 사과까지 했구요.</div> <div> </div> <div> </div> <div>다 써놓고 보니 별로 사이다도 아니네;;;;</div> <div> </div> <div>공익출신인 분이 혹이라도 있으시면 공익이 상급직원으로부터 정식으로 고개 숙인 사과를 받는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아실거라고 기대해봅니다 ㅠㅠ</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