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1984년, 한 나이든 과부가 이층집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그 노파는 스스로 거동할 수 없는 휠체어 신세였다. 남편의 불가사의한 죽음 이후, 그녀는 매일 방문하는 간병인의 도움에 의지해 살고 있었다.

매우 힘들었던 점은, 집의 일층과 이층을 잇는 통로가 노후한 계단뿐이었던 것이다. 그녀가 다른 층으로 가고 싶으면, 간병인이 그녀의 노쇠한 몸을 마치 아기 안듯 들고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다. 어느 날 경찰서에 그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살인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 당시엔 경찰 인력이 많이 부족했고, 살인자는 이미 현장에서 도주한 뒤였기 때문에, 초동 수사를 위해 출동한 형사는 한 명뿐이었다. 도착해서 보니 간병인의 시체가 성대가 뜯겨나간 채 바닥에 대(大)자로 누워있었고, 일층 바닥에 피가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노파는 휠체어에 앉은 채 계단 위에서 조용히 그리고 가만히 그를 보고 있었는데, 마치 충격 받은 듯했다. 형사는 즉시 그녀를 용의선상에서 제외할 수 있었는데, 그녀는 스스로 계단을 오르내릴 수 없고, 살인이 일어났을 때 이층에 갇혀있었기 때문이다. 수년 전 그녀의 남편이 살해당했을 때와 비슷했다. 그녀의 남편은 일층의 소파에서 자던 중 질식사 당했다.

형사는 장갑을 끼고, 사진을 찍고, 증거를 채취하고, 검시관이 도작할 때까지 시체를 덮어두는 등의 일반적 절차를 취했다. 일층을 전부 다 조사한 후, 노파에게 이층을 조사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그녀는 자신은 내내 이층에 있었으며 그 날 그녀 이외에 아무도 이층에 올라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래도 형사는 계단을 올라갔고 그녀는 주저하며 천천히 옆으로 물러났다.

계단을 올라가면 좁은 통로를 따라 세 개의 닫힌 문이 있었다. 형사는 각 방을 체크했다. 빈 침실 – 이상무, 화장실 – 이상무. 노파가 침실로 사용하는 마지막 방으로 천천히 걸어가면서 형사는 불안감을 느꼈다.

방문을 열었을 때 모든 건 평범해 보였다. 침대, 서랍장, 그리고 램프가 올려져 있는 침대 옆 탁자. 그는 겁에 질린 채 방의 모든 벽을 조사했다. 그가 발견한 것이 아니라, 그가 발견하지 못한 것에 그는 얼어붙었고, 천천히 허리춤의 총으로 손을 옮겼다. 이것은 워낙 사소한 디테일이라서 저번에 남편의 죽음을 수사할 때 완전히 놓쳤던 것이었다.

이층에는 전화기가 없었다.

갑자기 무슨 소리가 들렸고, 그는 총을 꺼내 방 밖으로 뛰쳐나갔지만, 그곳에는 계단 맨 위의 빈 휠체어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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