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인사들을 겨냥한 검찰과 경찰의 사정수사가 법원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앞다퉈 벌이고 있는 사정수사가 무리하다는 판정을 받음에 따라, 과잉·표적수사 논란이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수사기관의 신뢰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인 정상문(62)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3개월여의 수사 끝에 ㅅ해운한테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했지만, 최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정 전 비서관이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진술의 신빙성이 없고 입증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지난 8일에는 건설 공사 외압 의혹을 받는 홍경태(53)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법원은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는 통상적 기각 사유 말고도 “범죄 사실 공모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수사의 부실함을 지적했다.
참여정부 인사 가운데 처음으로 기소된 정 전 비서관의 무죄 판결은, 최근 수사의 표적으로 거론되는 이광재 민주당 의원 사건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 의원 쪽도 ㅅ해운으로부터 1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사고 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옛 사돈을 시켜 2004년 4월 1천만원을 이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혐의도 적용했지만, 법원은 이에 대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6월 이 의원을 소환조사한 뒤 사실상 수사를 끝내고도 사건 처리를 미루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보강조사를 거쳐 기소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해, 쉽게 사건을 종결처리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최근 대검 중수부가 강원랜드 본사뿐 아니라 지역 시민단체까지 압수수색한 것도 이 의원 등을 겨눈 수사라는 관측이 많다.
검찰은 또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 원장의 방북 대화록 유출 사건과 관련해 지난 7월 그를 소환조사하고도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이런 점들은 공기업 수사와, 최근 참여정부 인사들과 관련한 민간기업 수사에서 대대적 압수수색을 했는데도 눈에 띄는 비리를 들추지 못하는 것과 맞물려 편파수사 시비를 키우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일한 한 인사는 “지난 정권의 인사를 겨냥해 동시다발적으로 수사하는 게 참여정부 내내 검찰이 주장했던 ‘검찰 독립’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먼지털이 수사’, ‘표적 수사’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직접 ‘진화’에 나섰다. 임 총장은 9일 수원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최근 사회 일각에서 검찰 수사의 배경과 의도의 순수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늘 강조해 왔듯 절제되고 품격 높은 수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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