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뚜...... 뚜...... 뚜... 뚜... 뚜.. 뚜.. 뚜 뚜 뚜~~~~<br> <br>THE FOLLOWING TAKES PLACE BETWEEN 2:00 P.M. AND 6:00 P.M., ON THE DAY OF BIRTH OF MY SON.<br>이 이야기는 아들내미 출생날 오후 2시부터 오후 6시까지의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기술했습니다.<br><br><strong><진통의 3단계><br>1단계 진통</strong><br> - 약 5~7분 사이로 계속 진통이 옴.<br> - 비명 데시벨 약 100db 수준. 즉 부부싸움 최고조 때 남편에게 쏘아붙이는 수준.<br> - 중고등학교 때 홍콩펀치(주로 체육선생)가 싸대기로 배를 계속 때리는 강도.<br> - 아직은 약간의 이성이 남아있음. 아기를 낳을 때 어느 외모일까 신경쓸 정신은 있음.<br> <br><strong>2단계 진통</strong><br> - 약 3~4분 사이로 진통이 옴.<br> - 비명 데시벨 약 120db 수준. 창문이 흔들리고, 병원 복도가 쩌렁쩌렁 울림.<br> - 아까 홍콩펀치와 더불어 독사(주로 교련선생)가 발로 배를 계속 짓밟는 강도.<br> - 내가 왜 이 짓을 또 하고 있나 후회 막심임. 다시는, 절대, 네버, 이 짓을 또 하지 않는다고 소리치며 남편을 갈구기 시작함. <br> <br><strong>3단계 진통</strong><br> - 진통 간격을 잴 수가 없음. 오히려 진통 없는 잠깐의 시간이 더 두려움. 그 다음에 올 진통이 더 두려워서... <br> - 비명 데시벨 고주파 영역으로 들어섬. 하도 소리를 질러서 입을 벌리고 계속 소리를 지른다는 포즈를 하고 있지만, 이제 소리가 더 나오지 않음. <br> - 아까 홍콩펀치, 독사와 더불어 미친개(주로 학주)가 방망이로 배를 두드리는 강도.<br> - 아무 생각 없음. 이 진통만 없어주게 한다면 무슨 일이라도 할 것 같음. 의사가 하느님이고, 남편은 웬수임.<br> <br>이상의 3단계는 10여권의 의학서적을 독파한 후 그걸 기본으로 충분한 고증을 거쳐서 작성한 단계... 는 택도 없고, 아내의 상태와 나중의 경험담을 토대로 작성한 주관적인 단계임.<br> <br><strong>2:00 P.M. 분만실</strong><br> <br>아침에 분명히 더 기다려야 한다고 빠꾸를 맞았던 아내는 몇 시간 후에 다시 검사를 받고 출산이 임박했다는 검사결과와 함께 Triage Room에서 분만실로 이동했습니다.<br>아직도 한국에서는 남편이 밖에서 기다리고, 아내만 분만실 들어가고... 그러는 분위기인 지 모르겠지만, 캐나다는 얄짤 없습니다.<br>남편도 바로 분만실로 같이 들어갑니다.<br>분만실에 들어갔더니 꽤 널찍한 방에 가운데 덩그라니 침대... 음... 이걸 뭐라고 해야할 지... 분만 침대라고 해야하나요? 여하간 분만시 쓰는 침대 하나 놓여있고, 한쪽으로는 화장실, 또 한쪽으로는 세면대까지 있는 그런 방이었습니다.<br>수술실이라기보다는 그냥 개인병실같은 그런 분위기의 방...<br> <br>아내는 곧 분만침대에 눕혀졌고, 약간의 기다림 속에 나이 지긋한 간호사 1명이 따라 들어옵니다.</div> <div>"하와유?"<br>"파인 땡큐, 앤듀?... 아... 여보... 아... 내 배..."</div> <div> </div> <div>나이 지긋한 간호사가 잠시 어리둥절하더니, 아이 심장박동수 재는 기계 설치하고, 아내 링거 놔주고, 이것저것 검사하고... 그러고 있습니다. <br>엄청난 진통을 호소하던 아내는 분만실로 들어오니 그래도 어느정도 안심이 되는 지 약간 진통이 좀 줄어드는 것 같았습니다. <br>병실 들어오기 전에는 1.5단계였는데, 들어와서는 1단계 정도의 진통수준이었습니다.<br> <br>"아... 아... 아.. 자기야.. 아... 나... 아..."<br>"어? 나 여기서 손 잡아주고 있잖아. 왜? 머 할말 있어?"<br> <br>아내가 진통 중에도 무언가 중요한 이야기가 있는 듯이 저를 찾습니다.<br> <br>"나... 아... 아... 머리.. 머리.. 아..."<br>"왜? 머리 뭐? 머리 뭐 불편해?"<br>"아... 머리 앞에... 아.. 삔... 아... 아... 그것 좀 빼서... 아... 가방에 넣어놔... 아... 이따 애기낳고... 아... 사진 찍을... 아... 아... 때... 써야 돼... 아..."<br> <br>이 와중에 나중을 위한 머리삔을 챙기다니.. 참.. 대단한 내 마누라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br>사진... 사진... 으악...<br> <br>차에 사진기를 놓고 내린 걸 깨닫습니다.<br> <br><strong>2:30 P.M. 분만실</strong><br> <br>아내는 진통 2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br> <br>"으...악... 으악... 나 죽어..."<br> <br>그런 아내를 보면서 저는 그저 손을 꽉 잡아주는 것 밖에 해 줄 수 없습니다. 물론 머리는 최대한 뒤로 빼고 손을 잡아주었습니다.<br> <br>"너... 으... 너... 으... 이제 안 해.."<br>"알았어. 이제 그만하자. 이번에 애기 낳고 이제 그만하자."<br>"너... 아악... 너... 묶어 이제... 아니... 으... 잘라... 악... 잘라버려..."<br>"응? 응??"<br> <br>진통이 세짐에 따라 아내의 저에 대한 원망은 높아만 갑니다. 저는 그저 죄인처럼 옆에서 묵묵히 서 있을 수 밖에...<br>그나저나 사진기는 어떡하지...?<br> <br><strong>3:00 P.M. 분만실</strong><br> <br>3단계 진통에 다다른 아내는 이제 신음소리도 못 냅니다. 그저 이를 꽉 깨물고 제 손을 잡고 부들부들 떨기만 합니다.<br>진통 사이사이 잠시, 정말 잠시 소강상태일 때 간호사에게 애원을 합니다.<br> <br>"플~리~즈... 플~리~즈... 에피듀럴(무통주사)... 어흐흑... 플~리~즈"<br> <br>분만실에 들어오면서부터 무통주사를 놓아달라고 신청을 해 놨는데, 이 놈의 간호사는 자꾸 변명만 해 댑니다.<br> <br>"허니.. 나도 너 힘든 거 알아.. 지금 신청해 놨으니, 이제 좀 있으면 올 거야..."<br> <br>간호사가 이렇게 위로를 해 주는데도 아내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습니다. 그저 지금 이 고통을 없앨 수만 있는 의느님만 찾고 있습니다.<br> <br>"플리즈... 콜 더 닥터... 에피드랄... 플리~즈"<br> <br>아내가 죽겠다고 이렇게 애원하는데도 냉정하게 이야기하는 간호사를 보면, 사정을 뻔히 알고는 있지만, 좀 얄밉기도 합니다.<br> <br><strong>3:30 P.M. 분만실</strong><br> <br>드디어 마취전문의사가 들어와서 무통주사를 놔 주기로 합니다.<br>의사 1명과 간호사 1명이 같이 들어오도니 무통주사를 놔야 한다고 저 보고 잠시 밖에 나가 있으라고 합니다.<br>응? 분만은 남편과 같이 해도 무통주사 놓는 건 같이 하면 안 되나? 라는 의구심과 함께 잠시 밖에 나가 있습니다.<br>이 시간에 빨리 뛰어가서 사진기를 가져올까? 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주사이니, 팔이나 다리에 한방 놓으면 끝인데, 금방 끝나겠지... 하고 그냥 기다립니다.<br>그런데 무려 10분이 지나서야 저를 부릅니다. 우씨..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으면 갔다올 걸...<br> <br>무통주사를 맞고 좀 나아질 줄 알았던 아내는 별로 큰 변화가 없어 보입니다.<br>간호사가 옆에서 자꾸 다리에 느낌이 있냐고 물어보는데, 아내는 여전히 너무 아프다고 하소연합니다.<br>계속 물어보던 간호사가 도저히 안 되겠던지, 얼음수건을 만들어와서 아내 이곳 저곳에 갖다대면서 아직도 차갑냐고 물어봅니다.<br> <br>"이즈 잇 콜드?"<br>"으흐흐... 예... 잇츠 콜드..."<br>"하우 어바웃 히어?"<br>"아... 잇츠 콜드..."<br> <br>갸우뚱하던 간호사가 다시한번 다리에 얼음수건을 갖다댑니다.<br> <br>"아유 슈어 잇츠 콜드?"<br> <br>아내가 폭발합니다.<br> <br>"아.. 씨..X.. 차갑다고.. 차가와.. 콜드라고...!!!"<br> <br>무통주사가 별 효과가 없다고, 다시한번 주사를 맞기로 합니다. <br>마취의사가 들어오고, 저보고 다시 밖에 나가 있으라고 합니다. 기회입니다. 바람같이 주차장으로 뛰어가서 사진기를 갖고 옵니다. <br>그런데, 다시 돌아온 분만실은 갑자기 사람들로 넘쳐나고 긴장감이 감돕니다.<br> <br><strong>4:15 P.M. 분만실</strong><br> <br>대충 봐도 대여섯 사람이 아내를 둘러싸고 있고, 그 중에 머리에 두건을 쓴 젊은 여의사가 저에게 말을 합니다.<br> <br>"드디어 왔구나... 그동안 좀 심각한 상황이 있었다."<br>"엥? 뭐라고? 그 잠깐 사이에?"<br>"응... 니 아내가 심한 진통 때문에 숨을 제대로 못 쉬어서, 아기에게 산소 공급이 원활치 않았었다. 그래서 아기 심박수가 70까지 떨어졌었다. 지금은 산소를 공급해 주어서 아기 심박수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다시 한번 이런 경우가 생기면 그 때는 수술을 해야할 것 같다."<br> <br>허억... 이게 뭔 소리야? 머리가 띵~~ 해 지면서 눈물이 핑 돕니다.<br> <br>"그... 그러면... 지금 아기와 산모는 다 건강한 거야?"<br>"다행히 지금은 둘 다 괜찮다. 주사 약효도 지금 산모에게 가는 것 같고, 아기도 정상으로 돌아왔고... 여하간 좀만 더 상황을 지켜보자."<br> <br>아.. 정말.. 그 놈의 사진기 때문에... 제가 아내 옆을 못 지켜줘서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아서 죄책감도 들고, 괜찮다니 안도감도 들고... <br>왜 드라마나 영화 같은 거 보면, 그 라네즈인가 라마즈인가 하는 호흡법이 중요한가 하는 것도 깨달았습니다.<br> <br>스텝들이 우루루 나가고, 다시 아내 옆을 지킵니다. 아내에게 상황 설명을 해 주면서 수술도 각오해야 할 것 같다고 했더니만...<br> <br>"자... 자기야... 수... 수술은 절대 안 돼..."<br>"아니 왜?"<br>"지... 지금까지 아픈 거 참... 참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거 억... 억울해서라도 그냥 낳아야 돼..."<br> <br><strong>5:30 P.M. 분만실</strong><br> <br>무통주사 약효가 들기 시작했는 지 아내의 진통은 훨씬 덜해졌습니다.<br>그런데 문제는 지금까지의 진통으로 아내가 더 힘을 낼 건덕지가 안 남았다는 점... 그리고 출혈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br>계속 왔다갔다하면서 모니터를 체크하고, 아내 상태를 체크하던 의사가 저와 아내에게 이야기를 합니다.<br> <br>"더 이상 안 되겠다. 출혈이 심해서 더 기다리다가는 위험할 것 같다. 지금부터 분만에 들어가겠다."<br> <br>아... 시작이구나...<br> <br>"아직 확실하게 준비가 안 되었으니, 기구 도움을 빌려야 할 것 같다. 찝게로 아기 머리를 집어서 밖으로 내는 그런 방식이 될 것 같다... 동의하느냐?"<br> <br>헉... 이건 또 무슨 소리여? 첫째도 뚫어뻥 같은 걸로 나오더니만, 둘째도 찝게여? 도대체 산부인과에서는 무슨 연장으로 수업을 받는 거여?<br>이런 생각도 들면서, 한편 과연 그게 말이 되는 것인가? 찝게로 애를 끄집어내다니?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br>머.. 동의고 머고, 아무 생각이 없었던 저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고, 드디어 분만에 들어갑니다.<br></div> <div>혹시라도 아기 출산 광경 때문에 트라우마에 빠진다는 그런 남편도 있다는데... 여기는 그런 남편에 대한 배려고 뭐고 그런 거 없습니다. </div> <div>바로 분만 시작입니다.</div> <div> </div> <div>어디선가 가져온듯한 큰 찝게 같은 걸로 아기머리를 잡고, 조금씩 조금씩 끄집어내는데... 아기 머리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조금씩 아기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br>저는 아내 위로하랴, 아기 보랴, 의사가 뭔 짓을 하는 지 보랴... 정신이 없습니다. <br>머리까지는 찝게의 힘으로 쉽게 나오는 것 같더니만, 어깨가 걸리는 지 그 부분에서 시간이 엄청 걸립니다.<br>의사도 이렇게 저렇게 해 보고, 아내에게 좀 더 힘을 내라고 소리치고, 아내는 무통주사 때문에 감각이 없는데도 나름대로 힘 주려고 그야말로 젖먹던 힘까지 내고 있고...<br>정말 이 자리에 저만 이대로 멀쩡히 서 있다는 게 미안할 정도입니다.<br> <br>그렇게 5분여를 실랑이를 하다가 드디어 어깨 부분이 쑥 나오고, 그리고 나머지 부분은 수월하게 쑤~욱 나옵니다. <br> <br>제 아들내미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br> <br>아.. 정말.. 아무리 눈물에 인색한 저이지만, 그 모습을 보고 눈물이 핑 돌려고 하는 찰나... 의사가 저에게 가위를 주더니 탯줄을 자르라고 합니다.<br>그냥 알아서 하지... 왜 나에게 이런 걸 시키는 거야? <br>솔직히 그렇게 내키지는 않지만, 곱창같은 탯줄을 잡고, 미끌거려서 몇번이나 가위질을 한 끝에 엄마와 아기를 갈라놓았습니다.<br>눈도 못 뜨고 어리둥절해 하던 아들내미는 간호사의 능숙한 손짓에 곧 울음으로 세상에 출생신고를 했습니다. </div> <div><br><strong>15년 후 아들내미에게...</strong> </div> <div>너 지금 오유질 하고 있지?<br>너도 나처럼 니가 다 잘 나서 그렇게 큰 줄 알겠지만, 니네 엄마의 이런 지극정성이 없었으면 넌 국물도 없었으... 알으?</div> <div> </div> <div>이상 캐나다 출산기... 끄~읏</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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