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대에 한 이등병이 있었다. 그 이등병은 추운 겨울날 밖에서 언 손을 녹여 가며 찬 물로 빨래를 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 곳을 지나던 소대장이 그것을 보고 안쓰러워 한마디를 건넸다.<br /><br />“김이병, 저기 취사장에 가서 뜨거운 물 좀 얻어다가 하지.”<br /><br />그 이등병은 소대장의 말을 듣고 취사장에 뜨거운 물을 얻으러 갔지만, 군기가 빠졌다는 야단만 듣고 정작 뜨거운 물은 얻지를 못했다.<br /><br />다시 빨래를 하고 있는 김이병 옆을 이번에는 중대장이 지나갔다.<br /><br />“김이병, 동상 걸리겠다. 저기 취사장에 가서 뜨거운 물 좀 얻어다가 하지.”<br /><br />김이병은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지만, 취사장에 가지 않았다. 가 봤자 뜨거운 물은 고사하고, 혼만 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br /><br />그렇게 계속 빨래를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행정보급관이 그의 곁을 지나게 되었다.<br /><br />“김이병, 취사장에 가서 더운 물 좀 받아 와라. 나 세수 좀 하게.”<br /><br />그 이등병은 취사장에 뛰어가서 보고를 하고, 즉시 더운 물을 받아 왔다. 그러자 그 행정보급관이 말했다.<br /><br />“그 물로 빨래해라. 양은 많지 않겠지만 손이라도 녹일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