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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848636
    작성자 : 디시브
    추천 : 89
    조회수 : 11037
    IP : 121.172.***.31
    댓글 : 1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03/04 14:23:37
    원글작성시간 : 2014/03/03 22:37:14
    http://todayhumor.com/?humorbest_848636 모바일
    군대 종교행사 했을때 여단장 왔었는데<BGM>


    군대에 있을때 종교행사때마다 피아노 연주 했었음...

    피아노나 기타 다뤄본사람들은 겪어봤겠지만 날씨가 얼어서 손가락이 차가우면 악기 다루기가 굉장히 힘듬

    아름다운 감정이입과 정교한 손가락 컨트롤을 통해 아름다운 음색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악기 연주자의 필수적인 자질인데

    겨울만되면 손가락이 꽁꽁 얼어붙어서 건반 다루는게 힘들곤 했었음



    그러다보니 날씨가 추워지면 연주는 엉망이 될 수 밖에 없었는데 

    하도 삑사리내고 음정박자 이탈해대니깐 종교행사때만 되면 선후임들이 멀리서 오늘은 내가 어떤 삑사리를 낼지 기대하는 표정으로

    날 민망하게 만들곤 했었음 그래도 나중에는 다른 중대 아저씨들마저 저아저씨 개그맨인가보다 하고 쌩까고 그냥 자기들이 알아서 맞춰서

    노래 부르게 되니깐 그냥 편하게 치게 됨 


    그런데 문제는 성찬식이었음

    성찬식은 뭐 언제언제 한다고 예고도 없이 그냥 당일날 목사님이 오늘 성찬식이니깐 몇장 쳐달라고 하고 하는데 그때마다 최악이었음

    성찬식마다 치는곡이 매번 바뀜;; 나중에 여단장 방문하신 이후로 정해진 한곡만 치는걸로 변경됬지만 


    계절을 떠나서 수전증에 약간의 무대공포증까지 갖고 있던 나로써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날이 바로 성찬식이었는데

    단 한번의 성찬식도 제대로 넘어간적이 없음


    성찬식때는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기타고 드럼이고 없이 예배당에 피아노의 독주가 펼쳐짐

    곡도 매번 바뀌는데 어떻게 처음보는곡을 한번에 침;

    치다가 삑사리 날때마다 너무 떨려서 손바들바들 떨다가 나중엔 그냥 정신줄 놓고 막 치는데

    옆에 드럼치던 선임도 기타치는 애들도 웃음을 참지못하는데 본인은 개 죽을맛....


    그 성찬식만 빼면 별 무리 없이 무난하게 연주를 할 수 있었는데 ...



    한 상병때쯤이었을꺼임 

    한창 눈치볼거 없이 그냥 편하게 연주 할 수 있는 짬이었는데 시련이 찾아왔음


    갑자기 금욜날 여단장이 교회에 방문한다면서 거였는데 알아서 준비 하라고 지시가 내려왔음
     
    그래도 지난번에도  여단장이 한번 교회에 방문했었고 그땐 큰 무리 없이 연주하고 행사 마무리했던 터라

    군종병이랑 연주들병이랑 그냥 전에 하던대로 곡 몇개만 바꿔서 하자 하고 간단하게 리허설 끝낸 후 자고 일어나서 교회를 갔는데


    목사님이 부르더니  "이것좀 봐줘"  하면서 트렁크를 여시는데 가서 보니깐 성찬식 세트였음


    속으로 아나 X됫넹 하면서 상위에 하얀 천 덮고 성찬식 주전자랑 잔 꺼내고 포도주 따라놓고

    설마 뭐 별일 있겠어 하는데 예배 시작하고 나서 바로 맞은편에 여단장 앉고 뒤에 간부들 쫙 깔려있고 여단장이 손한번 흔들어주면서

    막 오프닝연설할때부터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오는거임 더군다나 그땐 늦가을이라 날씨가 꽤 추웠음 진짜 손도 겁나게 안녹는 날씨였음


    일단 처음 오프닝곡은 일렉하고 기타한테 맞기면서 쉬운 멜로디를 치면서 긴장풀고 다시 다음곡부터 사운드 키우고 

    자신감 붙어서 고급스킬 넣어서 치는데 한차례의 도박스킬을 무사하게 성공하면서 느낀 짜릿함 때문에 손발이 더 떨리기 시작하는거임...

     
    여단장 스케쥴 때문인지 목사님 설교도 다른 때보다 일찍 끝났고


    이제 성찬식만 끝내면 다들 피자먹고 콜라먹을 일만 남았으니 빨리 후딱 무난하게 넘어가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숨을 추스리는데



    목사님이 성경책을 이리저리 넘기다가 음-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성찬식하는동안 부를 찬송가는 XXX장이라면서 가리키는데

    무슨 어쩌자는건지 처음보는 곡에 악보가 플랩인지 샵으로 도배되있는 곡이었음

    내가 이등병때 이곡 쳤다가 반도 못치고 그냥 목사님 혼자 랩하게 만들었던 곡인데 나한테 지난번에 쳐봤으니 칠 수 있겠져? 라면서 소근소근

    말을 건네시는데 차라리 여단장 앞에서 섹스밤에 맞춰 춤추는게 더 정신건강에 지장이 덜갈거같은 상황이었음

    목사님 딴에는 이번에는 예전에 한번 쳤던곡 부를려고 배려해주신거 같았는데  문제는 난 그걸 그때 한번 쳐보고 말았던 곡임

    군종병이라고 해도 피아노 연습할시간이 얼마나 되겠음;;





    첫 도입부부터 막 도-다음옥타브 레? 치고 들어가는데 이거 어떻게 쳐야되지; 하면서 타이밍 맞춰서 못치고 있으니깐 목사님이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부를까 말까 부를까 말까 입 뻥긋뻥긋 하시는데 나도 지금 이거 칠까 말까 칠까 말까 고민하다가 서로 도입부부터 박자 틀림

    거기다가 음정박자도 틀림; 치자마자 응? 이음정이 아닌데? 생각이 들어서 다시 치려니까 목사님은 쌩까고 다음구절 부르기 시작함

    그래서 그 구절 맞추려고 그 부분 치는데 목사님이 당황하더니 갑자기 처음부터 다시불러버림;


    바로 맞은편에서 여단장은 쳐다보고 있고 목사님은 삐질삐질 땀 흘리면서 어버버하고 나는 손 바들바들 떨고 있는데

    보다못한 선임이 드럼으로 착 착착착 치면서 도입하는 분위기 만들어주길래 그거에 따라서 목사님이 부르던 말던 그냥 곡 치기 시작했음

    최대한 간단하게 쓸데없는 부분 나름 센스껏 없애서 치는데 마음속에서 진짜 내가 뭔 죄를 지었나 하고 망연자실하다가

    진짜 그냥 체념하고 막 치는데 진짜 처음부터 끝까지 박자고 음정이고 하나도 안맞고

    결국 목사님 힙합부르면서 연신 손수건으로 얼굴 닦으시고 나도 그냥 내갈길을 가련다 하고 손 바들바들 떨면서 뭔 곡인지도 모를 곡을 치는데


    대략 분위기가 개안습 ... 다들 똥물을 뒤집어 쓴 분위기로 얼어붙엇음 종교행사 처음 참여하는 간부들은 저새끼 뭐하냐라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고

    분대장은 웃음참느라 얼굴 개빨갛고  드럼치던 선임도 계속 연거푸 헛기침을 하면서 야상털어내는척하면서 막 웃는데




    난이제 X됬으니 그냥 맘대로할련다 하고 치는데 그 성찬식 돌아가는 10분이라는 시간이 여태까지 군생활 한 시간보다 길게 느껴졌음


    그렇게 지옥같은 시간이 끝나고 기도드리는데 목사님은 프로답게 열정적으로 기도를 하시고

    나는 부디 살려달라고 따로 열심히 기도드렸음...



    그리고 피자먹고 체함 

    그 때 그 처참한 광경때문이었는지 내가 전역할때까지 피아노 연주 지원자가 대대에 아무도 없어서 말년 전역 전날까지 교회가서 피아노치다와야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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