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어렸을 때 외할머니 집에서 잠시 살았던 적이 있었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그곳은 도심과는 거리가 먼 아주 외진 동네였고 할머니의 집은 아주 오래되고 낡았었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그 동네는 터가 세다고 유명하기도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지금은 할머니의 집이 있던 그 자리와 주변엔 사찰이 들어서 있었다. </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나는 가끔 그곳에서 일어났던 몇몇 가지 일화들을 떠올려 보곤 한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어쩌면 영혼이라는 것이 있다면 가장 실제와 근접할 것 같은 그 느낌...그 공기... 그 스산함...</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그 일들은 한 번씩 내게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음산한 공포를 불러 오게도 하고 한편 아련한 향수를 떠올리게도 한다. </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그리고 오늘처럼 비가 내리고 하늘이 어두운 봄날에는 그 날들 중 유난히 그 일이 생각난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덜컹- 덜컹 덜컹- </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그날은 누운 지 한참이 지났지만 나는 쉽게 잠이 들 수 없었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해 질 무렵 옅게 흩날리던 비가 밤이 되어서는 거칠게 쏟아지기 시작했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앞마당에 무성하게 자란 잡초 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어두운 적막 속에서 더 또렷하게 귀를 괴롭혔다. </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맞은편 벽면 커다랗게 난 낡은 창문은 쉴 새 없이 덜컹거렸고 가끔 섬광 같은 빛이 번뜩이기도 했다.</font></div><font size="2"></font>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번개가 칠 때마다 나는 언니의 두 손은 힘주어 움켜잡았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언니야... 나보다 먼저 잠들면 안 된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나는 언니에게 며칠째 못한 말이 있었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입 밖으로 꺼내면 더 무서워질 것 같은 두려움에 목구멍 속으로 여러 번 삼켰던 말이었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하지만 그날은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쏟아졌고 더 이상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찬 공포라는 것을 깨달았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저 소리 들리나?”</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무슨 소리?”</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누가 듣기라도 할까 언니는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내게 되물었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저 소리 말이야.... 또각... 또각... 또각...”</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무...무슨 소리 말하노?”</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언니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고 그 속에는 작은 신음이 섞여 있었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난 저 소리가 너무 무섭다 언니야... 자꾸 왔다 갔다 한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언니는 내 곁에 바짝 붙어 누웠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저 소리가 왔다 갔다 한다. 왔다...갔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하지마라”</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뚝.”</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저 봐봐...멈췄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야!...하지말라고...” </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언니의 목소리는 조금 전 보다 더 떨렸고 약간의 짜증이 섞여 있었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저렇게 구두소리가 멈추면... 꼭 저 창문에서... 누가 우리를 보고 있을 거 같다...” </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언니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고 나도 그 속으로 함께 들어가 숨을 죽였던 밤이었다. </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다음날 언제 그랬냐는 듯 볕이 쨍쨍한 하루가 시작되었고 밤샌 두려움은 하룻밤 꿈처럼 </font><font size="2">아련하게 느껴졌다. </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언니와 나는 밤새 우리를 괴롭혔던 낡은 창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그리고 비에 젖어 청초한 빛을 띤 잡초와 그 뒤로 보이는 대나무 숲을 한참동안이나 바라보았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어쩌면 저거 때문인지도 모른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뭐가?”</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그 소리 말이야...”</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나는 손가락으로 그것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저거 보이나? 우리가 버린 거”</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그곳에는 빗물에 쓸려내려 온 흙탕물과 빨간색 구두 한 짝이 대나무 사이에 걸려 있었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누가 저 구두를 신고 여기에서 노는갑다. 우리처럼"</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누가?“</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모르지...누군지 나도”</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무섭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더 멀리 던졌어야 했다. 아무도 못 가지고 놀게”</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해가 좋은 툇마루에 앉아 엄마와 할머니는 잘 마른빨래를 개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참말로 이상하제... 꿈자리가 뒤숭숭 한기... 예삿일이 아니다 싶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와? 무슨 꿈인데?”</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엄마는 자칫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저 우물 있제... 저기서 자꾸 어떤 여자가 보이는기라...”</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우물에서?”</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그래. 우물에서”</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별일이구만은...”</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머리는 산발을 해서는 팥죽색 치마저고리를 차려 입고... 저 우물에서 자꾸 여자가 올라오는기라...”</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아이고 섬뜩다 야야”</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딱 보니 산 사람은 아니데.... 피부는 꼭 썩은 시체 마냥 시퍼렇고 얼굴은 피범벅이고... 눈알도 허옇게 뒤집혀가... </font><font size="2">내사 마 소름이 끼치가...”</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와 그런기 보이노. 생전 안보이든기... 희안하다이...”</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그러다 오늘 새벽꿈에는 딸아 둘이서 우물 앞에서 놀고 있는데 </font><font size="2">그 섬뜩한 여자가 우물에서 슬금 슬금 올라와가 </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현선이 머리채를 확 잡아 끄는기라... </font><font size="2">아 데리고 우물 속에 들어갈라고...“</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아이고 야...” </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내가 현선이 손 잡을기라고 얼마나 악을 썼는지...  지금도 온몸이 다 뻐근하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뭐가 들러 붙었는갑다... 굿이라도 해야 안 되나?”</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그 대화를 엿듣던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 한동안 움직일 수도 없이 얼어 있었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그리고 나는 문득 그날 일을 상기해냈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어? 이게 뭐고?“</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어? 이거 구두 아이가... 진짜 예쁘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쓰레기통 옆에 작은 상자에 든 빨간 구두 한 켤래... </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하굣길  집 근처 우리의 눈에 든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어린 여자아이들은 한때 엄마를 흉내 내는 것에 무척 흥미를 쏟곤 한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저것만 있으면 엄마구두 훔쳐 신고 놀다가 혼 안 나도 되고”</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맞다. 한 번씩 신고 아가씨놀이 하다가 몰래 숨겨놓으면 아무도 모를 거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우리는 기대에 가득 찬 얼굴로 그 구두를 집으로 가지고 와 다락방에 몰래 숨겨 놓았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그리고 이따금씩 엄마가 장을 보러 간 날에는 엄마 화장품을 몰래 찍어 바르고는 구두를 꺼내 앞마당을 신나게 누볐다. </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하지만 우리의 재미는 그다지 오래가지 않았다. </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어린 마음에 곧 엄마를 속이고 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혔고 결국 우리는 </font><font size="2">엄마에게 들키기 전에 구두를 갖다 버리자는 합의를 보았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그리고 증거 인멸을 위해서 고심하다 구두를 뒷산 대나무 숲 너머로 힘껏 던져버리기로 했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그것으로 모든 것은 없던 일이 되었다고 생각했고 마음은 다시 평화로워졌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그날의 기억을 더듬던 나는 조심스럽게 엄마에게 다가갔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엄마... 할 말이 있는데...”</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무슨 말?”</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막 갠 빨래를 한쪽으로 치우고 엄마는 다리를 비비 꼬며 할 말이 있어 보이는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또 무슨 잘못을 했는데 이리 풀이 죽었노? 말해봐라 얼른“</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엄마는 나를 무릎 위에 앉히며 간밤에 꿈 때문이었는지 평소보다는 더 따뜻한 눈으로 재촉하듯 물었다. </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할머니도 그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계셨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밤마다... 구두 소리가 난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뭐? 구두 소리?”</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응... 밤마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어데서?” </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창 밖에서 ....똑...또....똑.... 구두 소리가 난다 엄마....”</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 ...”</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참으려고 했지만, 엄마의 이어지는 침묵이 불안해서 난 결국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어쩌면 나는 알고 있었는지도 몰른다. </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구두소리를 말해버리면 나와 언니의 잘못이 들통 날 거라는 것을, </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그리고 나와 언니가 함께 주워 와서 함께 버렸던 그 빨간색 구두는 </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밤마다 나를 괴롭히는 구두 소리와, 엄마의 꿈에서 내 머리채를 낚아챘던 그 여자와 무관하지 않을 거란 것을.</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야가 와이라노...? 구두소리? 무슨 구두소리? 이게 다 무슨 소리고? ”</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엄마... 사실은 내가... 내가...흐흑...얼마전에 학교 마치고 오다가... 흑...흐흐 </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어떤 집 쓰레기통 옆에 있는 구두를 주웠는데.......”</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엄마는 대나무 사이에 걸려있던 구두 한 짝과 조금 더 떨어진 곳에 실려 내려온 다른 한 짝을 찾아 짝을 맞춰 주었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빨간색 구두는 앞마당에 나란히 놓여졌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그리고 엄마는 곧 그 구두에 불을 붙이고 빨간 비닐 가죽이 다 녹아 없어질 때까지 그것을 태웠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언니와 나는 담벼락 뒤에 숨어 타들어 가는 불과 녹아가는 구두를 지켜보았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엄마는 다 탄 구두의 재를 쓸어 모으며 나지막이 우리를 향해 말했다.</font></div><font size="2"></font>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남의 물건은 함부로 주워오는 게 아니다. 산사람 것이든지 죽은 사람 것이든지... 물건에는 그 사람의 혼이 깃들어 있는기라."</font>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개미 소리로 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호...혼이?” </font>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그래. 앞으로는 이런 거 절대 주워오지 마라... 알았나?“</font>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div></div></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노려보는 엄마를 향해 나와 언니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font></div><font size="2"></font>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뒷짐을 지고 지켜보시던 할머니는 안쓰럽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씀하셨다.</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그 집 여자 얼마 전에 병 앓다 죽었다 하더니만...  </font><font size="2">저승길 가는데 신발이 없어서 못 갔는갑다. 쯧쯧쯧...” </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그날 나는 두 손을 모아 마음을 다해 기도했다</font>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미안합니다. 다시는 안 그럴게요. 그러니까 화 풀고 이제 하늘나라로 편히 가세요 제발.’</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font> </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기분 탓일까... 그날 이후부터 나는 또각 또각 나는 구두 소리를 더 이상 듣지 않게 되었고</font></div> <div class="바탕글"><font size="2">엄마도 더 이상 꿈속에서 내 머리카락을 낚아채던 우물 속 여자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작가의 한마디 : </font></div> <div><font size="2">보이는 것 보다 가끔은... 어떤 공기 어떤 소리 어떤 냄새 분위기... 그런게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요.</font></div> <div><font size="2">보이지는 않지만  무언가가 내 가까이에... 아주 가까이에 있다는 확신이 들때 다가오는 공포...</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font> </div> <div> </div> <div><font size="2">[우리는 아직 세월호를 잊지 않았습니다.]<br>[꿈과 공포가 넘치는 공포게시판으로 오세요.]<br>  </font></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