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에 디워에 관한 글이 많이 올라오고 저도 관심있게 읽어보고 했었기에 영화를 보고 오면 꼭 감상평을 써보리라 다짐했기에(재미가 있든 없든) 짧은 감상평 들어갑니다.
우선 전 30살 '동안'의 여자입니다만-_- 제 평생 아빠랑 둘이 영화관에 가본건 이번이 처음인거 같네요.
원래 아빠 엄마 두분이 오붓하게 같이 보시기로 했었는데 엄마가 며칠전 동네 아줌마 부대 친구분들이랑 단체관람하는 바람에;; 아빠가 살짝 삐지셔서.. 마침 저도 오늘 보기로 한 약속이 깨졌길래 제 평생 첨 아빠와 함께 영화관에 갔습니다.
원래 영화는 큰데서 봐야 제맛 이라는 신념하에 서울로 나가 큰 스크린에서 보고싶었지만 아빠가 귀찮아 하셔서 그냥 동네 작은 CGV에서 보았습니다. 역곡 CGV 아시는분이 계실라나;; CGV이긴 하지만 동네에 있는거라 다른 CGV에 비해 상영관 수도 적고 좌석도 대략 200석이 조금 넘는 규모입니다.
아침 10시 50분타임이라 좌석이 대략 3/4 정도 찼고 그 중 70%는 귀여운 꼬꼬마 어린이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동네에 가까운 극장이라 엄마 아빠 손잡고 온 어린이들이 많더군요. 첨엔 에휴. 하고 한숨이 나더군요. 어린이들이 많으면 영화에 집중하기가 어렵잖아요. 상영중에도 큰소리로 말하고 엄마 아빠한테 질문하고 ㅎㅎ 게다가 더빙은 아예 상영을 안하고 자막만 상영해서 애들도 자막보랴 영상보랴 정신이 없으니 더 시끌벅적하죠. 지난간 내용 물어보고+_+;
근데 영화를 보다보니 옆에서 간간히 들리는 어린이들의 목소리가 이상하게도 참 반가웠습니다. 다른 영화같았으면 버럭 짜증이 날 상황인데.. 생각해보니 이렇게 수많은 꼬꼬마 어린이들과 함께 섞여서 본 영화는 슈렉정도뿐이었던거 같습니다. 정말 이 영화는 가족영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전 어떤 영화든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봅니다. 이거 무지 재미있겠지? 하고 보면 대부분 저의 상상력과 기대치에 만족하지 못하는 영화로 전락해 버리기 때문에 언제나 가벼운 맘으로 영화를 보는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수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디워도 역시 가벼운 맘으로 들어가 앉았습니다. 문득 인터넷에서 본 스포들이 마구 생각이 나더라구요. 초반엔 좀 허접하다던데.. 도사가 장풍쏘는건 우뢰매급이라매? 후반 20분이 볼만하다고 하던데... 쇼박스 로고가 나오고서부터는 스포는 다 잊고 영화에만 빠져들어보자 라는 생각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입모아 말하듯 편집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눈에 띄었지만 뭐 이따위야! 라고 소리칠 정도는 아니었던것 같습니다. 주인공들 연기가 어색하다 모 그런 얘기도 많은데 저게모야! 내가 해도 저거보다 낫겠다!! 라고 외칠정도도 아니었습니다. 젤 어색한걸 굳이 꼽자면 의사의 연기랄까? ㅎㅎ
그래픽은 초반 중반 후반.. 차이가 좀 나더라구요. 그렇다고 해서 초반의 그래픽이 엄청 후지다. 이런느낌은 아니었고 후반의 그래픽이 죽이는구나! 이런 느낌..
용이 승천하며 아리랑이 울려퍼질때 웃기게도 제 눈에 살짝 눈물이 맺혀있었습니다. 단순하게 "이무기끼리 싸우다 착한 이무기가 용된다." 이런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이상하게 짠하면서 눈물이 맺히더군요. 아빠를 보니 아빠도 눈물이 맺히셨더라구요. 제가 "아빠 나 웃긴다. SF영화보고 눈물이 왜 나지?" 그러니 아빠도 그러게나 말이다 하고 슬쩍 훔치시더라구요.
자막이 다 올라가고 사람들도 하나둘 일어나 나가는데 어린이들의 반응이 궁금했습니다. 누구말처럼 아동용 영화였다면 아동들은 어떻게 봤을까?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봤으면 그걸로 된거 아닐까? 하는 생각에요.
반응을 보니 다들 재미있다고 용 멋지다고 말하고 "누가 재미없다 그랬어?"라고 외치는 인터넷에 도가 튼 대략 4학년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 무리도 있었습니다. 또 보니까 더 재밌다 라고 말하는 애들도 봤는데 엄마는 이제 그만보자-_- 라고 하시고 ㅎㅎ
보고 집으로 오면서 아빠의 감상평을 물었더니 반지의 제왕이나 스파이더맨시리즈보다 재밌었다고 하시고 심형래 감독 대단하다고 하셨습니다. 구형 소나타 너무 폭파 시킨다고 하셨고 ㅎㅎ 초반엔 약간 지루했다고 하시면서 근데 어느 영화나 2시간 내내 무지하게 즐겁다가 끝난 영화는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저도 7000원이 아깝지 않은 영화였다고 사실 한 만원쯤 했어도 봤을꺼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추천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한번은 꼭 봐라 라고 말하고 싶어요. 왜냐면 클라이막스 부분을 보면서 뭐랄까 한국영화의 가능성을 느꼈다고 할까.. 희망을 봤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런 느낌 아무영화나 봐서 드는게 아니기 때문에.. 전 이영화에서 그런 감정을 느꼈기 때문에.. 너도 한번 봐바라. 라고 말하고 싶네요.
그리고 영화도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우와~ 오~ 이 정도면 괜찮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어린이나 보고 재미있는 영화보고 재밌다고 떠들긴~ 이라고 말하신다면 나에게도 아직 어린이 같은 맘이 남아있으니 정말 다행이다. 라고 말하고 싶네요^^
다음번을 더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 한국영화중에 그런 영화가 과연 몇개나 있었나 하고 생각해 보면 이 영화는 그 누구도 폄하할수 없는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짤방은 제가 좋아하는 루니의 어린시절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