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방 십자인대 파열로 의병전역을 한 오덕징어입니다. <div>군병원에서 한 3-4개월정도 디비져있다가 전역하고 재활하고 학원 강사 알바를 뛰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하루는 서울에 일이 있어 지하철을 탔습니다.</div> <div>'편도 2시간 출퇴근 길이라는 특성을 가진 나님도 불쌍한데 너라도 앉아서 가라' 라는 하루카님의 가호가 내리셨는지</div> <div>운이 좋게도 출입문 옆 자리가 비어있던 것이 아니겠습니까.</div> <div>신나게 앉았습니다.</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렇게 애니메이션과 함께 총총 서울로 가고 있는데,</span></div> <div>앉아서 한참 애니를 보고있다보니 앞에 웬 그림자가...</div> <div><br></div> <div>고개를 들어보니 웬 나이 좀 드신 아저씨가 서있었습니다.</div> <div>눈빛으로 '일어나! 젊은 놈이...'라고 심장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것 처럼 쳐다보시길래</div> <div><br></div> <div>당연히 무시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지하철 안에 자리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드문드문 자리가 있던 상황이었는데</div> <div>출입문 옆 기댈 수 있는 자리가 그렇게 탐나셨나봅니다.</div> <div><br></div> <div>내가 귀찮고 일어날 때 무릎이 빼애액거리는걸 감수하고 일어나서 다른 자리로 이동하기 <<<< 넘사벽 <<<< 나의 소중한 애니메이션 감상하기</div> <div><br></div> <div>라는 당연하고도 명명백백한 진리에 무시하고 다시 애니메이션에 집중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자기를 쳐다보는 것을 보고 승리의 미소를 짓던 아저씨는 마치 요즘 나오는 신작 애니메이션인 오버로드의 히도인들처럼 얼굴 개그를 구사하시더니</div> <div><br></div> <div>'요즘 젊은 것들은 말이야, 어른을 공경할 줄을 몰라!'</div> <div>라는 80년대 애니메이션같은 판에 박힌 대사를 시전하셨습니다.</div> <div><br></div> <div>천금같은 애니 감상을 방해받은 것에 짜증이나서,</div> <div>다시 한 번 아저씨를 쳐다보고는 '그래, 착한 내가 자리를 양보해야겠다.' 라는 결의를 하게 되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근데 그냥 양보하면 재미 없잖아요?</div> <div>이런 와중에도 친절하게 자리를 양보하는 깨어있는 청년임을 과시하기 위해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div> <div><br></div> <div>지하철 칸에 다 들리게 </div> <div>'아.이.고.죄.송.합.니.다.제.가.눈.치.가.없.었.네.요'</div> <div>라고 국어책 읽기를 시전했습니다.</div> <div><br></div> <div>아저씨는 뿌듯한 얼굴로 자리 양보를 기다리듯 옆으로 살짝 비켜섰습니다.</div> <div>그리고 일어서는데 준비가 필요하다며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습니다.</div> <div><br></div> <div>이게 무슨 마코토 웨딩드레스입는 소리냐는 표정으로 아저씨가 쳐다보길래 아까보다 조금 더 큰소리로 얘기했습니다.</div> <div>'아유, 제가 다리가 좀 불편해서요.'</div> <div><br></div> <div>아저씨가 움찔합니다.</div> <div>'죄송합니다. 제가 일어서서 움직이는데 불편해서요.'</div> <div>다시 한 번 불편하다는 말을 사용하여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음을 아저씨에게 알려드립니다.</div> <div>아, 나 레알 친절함.</div> <div>아저씨가 제 친절함에 반했는지 표정이 일그러집니다.</div> <div>남자에는 관심이 없는데...</div> <div><br></div> <div>오해가 없으시도록 다시 한 번 설명해드렸습니다.</div> <div>'저도 불편하고 아저씨도 불편하시겠지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div> <div>불편하다는 말은 중요한 말이니까 세 번으로도 모자릅니다.</div> <div>네 번쯤은 말해줍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가장 중요한 보조기를 꺼냅니다.</div> <div>가끔 보신 분들도 있겠지만, 무릎 수술 후에는 보조기를 착용합니다.</div> <div>무릎이 뒤틀리거나 하는걸 방지하는 용도인 것 같습니다.</div> <div>자세한건 겜돌이라서 잘 모르겠습니다.</div> <div>아무튼 꺼내서 착용했습니다.</div> <div><br></div> <div>'죄송해요. 이거 차는데 시간이 좀 걸려서요.'</div> <div><br></div> <div>아저씨 얼굴이 신기방기하게 변합니다.</div> <div>실시간 슬라임 뭉개기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div> <div><br></div> <div>'거의 다 찼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div> <div>라고 말하는 중간에 아저씨가 옆 칸으로 가버립니다.</div> <div><br></div> <div>아마도 제 친절이 부담스러우셨던 것 같습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착용하던 보조기는 다시 고이 접어 가방에 넣었습니다.</span></div> <div><br></div> <div>근처에 있던 학생인 것 처럼 보이는 사람이 키득거리며 웃었습니다.</div> <div>제 친절이 좋아보였나봅니다.</div> <div><br></div> <div>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죠.</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