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align="center"><font size="2"></font> </div> <div align="center"><font size="2">평소와 다를바 없는 퇴근, </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font> </div> <div align="center"><font size="2">디스크 수술후 찾아오는 통증은 오후에도 계속되었고</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퇴근무렵에는 그냥 내일 못나온다고 말할까하는 생각만이 가득했다.</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차에 시동을 걸며 냉장고에 맥주가 남아있던가, 담배도 얼마 안남았으니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하고 슈퍼에 들러야겠다.</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몇일 전 사다 준 옥수수 아이스크림은 별로라 했으니, 대신 설레는 아이스크림이나 3개 사다줘야지</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font> </div> <div align="center"><font size="2">늘 같은 슈퍼에 들렀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슈퍼주인</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TV는 보지않을거면 차라리 끄지, 소리는 또 왜 저리 크게 해놓은건지...</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font> </div> <div align="center"><font size="2">아파트 계단을 한칸 오를때마다 조심스럽다.</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혹시나 다리를 헛디며 몸이 휘청거리기라도하면 허리에 바로 무리가 올테니</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난간을 꼭 잡고 올라가는 습관 아닌 습관...</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font> </div> <div align="center"><font size="2">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꾼지, 몇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적응이 안된다.</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맨처음 아내를 만나고 우연히 정했던 6자리의 비밀번호를 십 몇년동안 썼는데</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도대체 왜 바꿔버린건지, 하여간에 여러모로 귀찮게 한다니깐...</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font> </div> <div align="center"><font size="2">삐리링-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아들은 학교를 마치고 와서 컴퓨터 방에 앉아 평소와 다름없이 게임을 하고,</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딸은 안방에 엎드려 TV를 보느라 아빠가 온 것도 모르고 있다.</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 야~ 못생긴 놈.. 아빠왔는데 인사도 안하냐...</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그제서야 장난끼 가득한 인사를 하는 딸..</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 짜슥...</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근데 뭔가 허전하다. 뭘까하며 잠깐 생각을 해보지만 딱히 떠오르는게 없다.</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font> </div> <div align="center"><font size="2">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끝내고 그제서야 떠오르는 것, 하나 -</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 엄마는...?</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 엄마 아파요...</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딸이 엄마가 누워있는 안방 구석으로 시선을 보낸다.</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font> </div> <div align="center"><font size="2">푹신함이 다 사라져버린 낡은 매트, 연한 갈색의 극세사 요를 덮고 누워있는 그 사람...</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 자...?</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습관적인 말을 건네며 다가간다.</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font> </div> <div align="center"><font size="2"></font> </div> <div align="center"><font size="2">얼굴이 붉다. 어.....?</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 엄마 열나요... 아빠...</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font> </div> <div align="center"><font size="2">딸이 엄마의 상태를 전하며 다가온다.</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살며시 얼굴을 덮고 있는 요를 젖히자, 이마며 얼굴이며 열로 벌겋게 달아오른 아내가 보인다.</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딸이 가까이 다가온다. 어? 안되는데.... 뭐지... 설마... 아니겠지??</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font> </div> <div align="center"><font size="2">" 아빠, 물 한 잔 떠다줄래...?</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font> </div> <div align="center"><font size="2">딸은 엄마쪽으로 오다가 부엌으로 발길을 옮긴다.</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 나.. 열 나지? 병원 갈까...?</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쉰 목소리로 겨우 말을 꺼내는 아내.. </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 병원 가봐야 자택격리나 시킬거야. 병원에 감염된 사람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혹시 기침했어? 목 안아파...?</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 으.. 목은 안아픈데... 그러면, 그냥 저기 창고방으로 갈까?</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그러면 애들 그 방에 오지말라고 하면 될 것 같은데...</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font> </div> <div align="center"><font size="2">딸은 정수기에서 차가운 물을 컵에 받고 있고, 아들은 여전히 게임에 빠져있다.</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font> </div> <div align="center"><font size="2">생각해야만 했다. 분명 아닐 것이다. 아니라고 믿고 싶었고 믿어야할 것만 같다.</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설마... 설마....</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만약에 진짜면... 그러다가 이 사람 죽으면... 하...</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딸은 이제 겨우 11살인데... 이 사람 없으면 내가 잘 키울 수 있을까...</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딸은 아빠한테 초경이 시작되어도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엄청 앓이 할텐데... 어떡하지...</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그나저나 이 사람 혼자 만약에 떠나면.. 난 잘 살수 있나...</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십몇년을 나만 보고 산 사람인데... 난 뭘 어떻게 하며 살아가야하는거지...</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font> </div> <div align="center"><font size="2">" 아빠 물 많이 떠갈게요... 엄마도 목마르다고 했어요.</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font> </div> <div align="center"><font size="2">딸이 다가온다. 멈추라할까.. 오지말라고 할까...</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그런데, 벌써 딸이 물컵을 건넨다.</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font> </div> <div align="center"><font size="2">" 아냐.. 그냥 여기 누워있어.. 오늘 밤 자고 나서도 열나면 그때 병원에 가든지 하자...</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 응... 미안....</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font> </div> <div align="center"><font size="2"></font> </div> <div align="center"><font size="2"></font> </div> <div align="center"><font size="2"></font> </div> <div align="center"><font size="2">*</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점심때 먹은 음식에 상한 조개가 있었고, 그게 원인이 되어 식중독이란 걸 알았네요.</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손을 따고, 매실원액을 먹이고....</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불과 5분도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그 짧은 시간은 제게 지옥이었습니다.</font></div> <div align="center"><font size="2"></font> </div> <div align="center">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