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 토요일에 애프리푸들 여아를 분양 받았습니다.
오늘로 태어난지 33일 된 아이에요.
사실 어려서부터 집에서 강아지를 키웠었는데(그때도 푸들)
제가 너무 어렸기때문에 아이가 써야할 샴푸, 먹어선 안될 음식, 예방접종에 대한 기본상식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도 없었어요.
목욕은 엄마가
밥도 엄마가
똥 치우는것도 엄마가
아이는 이쁘지만 냄새나는건 싫어 저리가
뭐 이런식이였던 것 같네요.
손바닥만큼 작았던 예뻣던 아이가 점점 커가고
인형같던 미모가 변하는걸 보면서
키우던 강아지에 대한 애정도 식어갔던 것 같아요.
그렇게 아이를 다른 집으로 보내게 되었고
그 당시에도 별다른 죄책감이나 그런 건 없었어요
그냥 마냥 어렷고 귀찮았었거든요.
시간이 지나고 성인이 되고 20대중반이 되면서까지
그 아이에게 줬던 상처가 고스란히 제 상처가 됫어요.
그래서 반려견에 대한 생각을 정말 많이 해왔어요.
1년 정도를 고민하다
예쁜 아이를 분양 받아왔어요
1년동안 단지 외로움을 채워줄, 단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반겨주는 그런 반려견이 필요한건 아니고?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물었어요.
그리고 분양을 결정했어요.
한달 겨우 넘은 아이라 손이 많이 가요.
너무 어린 아이라 주인도 서열도 몰라요.
너무 어려서 소변도 자주보고 밤만 되면 낑낑대고 하네요.
근데 정말 너무 행복해요.
제가 지금 사는 곳이 복층이라 보일러를 틀어도 따듯한 온기는 다 위로 올라오고
아이는 추우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에 몇시간마다 알람 맞춰놓고
조용히 내려와서 몰래 상태 체크하고 올라가곤 해요.
계속 낑낑대면 조용히 옆에 이불을 깔고 누워요.
제가 자는 이불에 소변 좀 보면 어때요.
제가 사는 이 집이 아이에겐 얼마나 넓을지, 혹은 얼마나 좁을지
나에겐 너무 아늑한 이 집이 이 조그마한 어린 아이에겐, 엄마와 헤어진지 얼마 안된 이 아이에겐 얼마나 낯설고 무서울지..라고 생각하니
그게 이불위여도 건강하게 배변활동하고 우렁차도록 낑낑대는 이 아이가 고맙기만 하더라구요.
갖고 싶었던 옷이 어떻게 생긴 옷이였는지
갖고 싶었던 물건들이 뭐였는지 지금은 기억도 안나요.
너무 어려서 내가 주인이라는것도 모르는 것 같지만
너무 어려서 교감형성도 어려운것같지만
너무 어려서 여기저기 싸고
너무 어려서 낑낑대며
너무 어려서 자기 이름도 모르지만
그런 건 내가 다 노력할테니 그냥 건강하게만 자라줘! 라는 부탁을 하게 되네요.
태어난지 두달도 안된 아이고
우리집에 온지 일주일도 안된 아이인데
첫날엔 쳐다보지도 않고 구석에만 박혀서 잠만 자던 이 어린아이가
불과 며칠만에 제가 일어나서 화장실이라도 가면 지그시 쳐다보곤 해요.
반려동물은 그런 존재인것같아요.
그냥 이런 저런 계산 없이 마냥 사랑을 줘버리죠.
버림받을지도 모르는,
지금은 이쁘다고 쳐다보는 견주가 자기가 못생겨지고 병들게 되면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나 이런게 없죠.
분양을 계획중이신 분은 꼭 한번,두번 생각해보셨으면 해요.
그런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반려견에게 맞는 견주가 될 준비가 되어있는지.
그럼에도 키우기로 결심하셨다면 꼭 잊지않고 명심하셨으면 좋겠어요.
키우면서 아이가 아프게 돼서 생각치 않은 정말 큰 지출을 하게 될지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여기저기 볼일을 보고 이것저것 물어뜯으며 속상하게 만들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런 선택을 한건
강아지가 아닌 견주분이라는거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냥 늦은 밤인데
아직 적응도 못한 어린 아이가 제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우리의 아이 컨택이 잦아졌구나 라는걸 느끼는 순간 드는 생각이 많아져서 적어봤어요.
변덕심한,
단순히 외로움을 채워줄 반려견을 찾는 이기적인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는 동물들이 없었으면 좋겠어서요.
당신이 생각했던 반려견의 모습과 다를 수 있어요.
현관문을 열면 꼬리흔들며 반겨줄 반려견을 기대했지만
여기저기 사고치고 보자마자 손을 깨무는 아이일수도 있겠죠
얌전하고 외로움을 채워줄 반려견을 기대했지만
막상 키워보니 여기저기 돈 많이 드는 아이일수도 있겠죠
우리의 세상은 넓지만
반려동물의 세상은 오직 주인뿐이라는거.
정말 명심하시고
제 어린날의 실수,안하셨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지금 이쁜아이 키우고 계신 견주님들,
아이들의 온갖 말썽들은 같이 공유하면서 같이 공부하면서 고쳐나가요^^
알아듣고 못알아듣고가 중요한가요?
사랑한다고 자주 말해주세요.
글이 길어서 죄송해요. 이만 구비엄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