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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976296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1
    조회수 : 2280
    IP : 221.155.***.186
    댓글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11/17 10:00:22
    원글작성시간 : 2014/11/11 19:06:50
    http://todayhumor.com/?humorbest_976296 모바일
    [BGM] 새벽녘 밤을 밝히는 시 - 일흔 세 번째 이야기




    1.gif

    박홍준, 함께 가고 싶은 곳




    만약 어딘가에

    갈매기 발자국도 찍히지 않은

    작은 섬이 있다면

    너와 함께 가고 싶다

     

    짙푸른 나무와

    한 번 피면 절대 지지않는

    선명한 색의 꽃들

    그리고 일년 열두달

    맑고 하얀 구름을 볼 수 있는 곳

    그런 섬이라면 더욱 좋겠지

    만약 이 세상 한 귀통이에

    신도 알지 못하는

    부드러운 언덕이 있다면

    너와 같이 집 짓고 살고 싶다

     

    세월이 흘러도 나이를 먹지 않아

    젊고 아름다운 너를

    억만 년이고 볼 수 있는 곳

     

    한번 사랑은

    그 한번 사랑으로

    절대 바뀌지 않는 곳

     

    너의 맑은 눈을 보며

    언제까지나 함께 살고 싶다







    2.jpg

    김민소, 이별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삶에서

    사랑보다 더

    깊은 깨달음을 준 것

     

    빈 집과

    빈 마음과

    빈 자리의 고독과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

     

    더 당당히

    더 뜨겁게

    더 옹골지게 뿌리를 내려야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것

     

    그리하여

    기다리는 행복이

    슬프도록

    황홀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







    3.jpg

    조병화, 인생은 혼자라는 말밖에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외롭다는 편지를 보내는 것은

    사치스러운 심사라고 생각하시겠지요

     

    나보다 더 쓸쓸한 사람에게

    쓸쓸하다는 시를 보내는 것은

    가당치 않는 일이라고 생각하시겠지요

     

    그리고 나보다 더

    그리운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그립다는 사연을 엮어서 보낸다는 것은

    인생을 아직 모르는

    철없는 짓이라고 생각하겠지요

     

    아 나는 이렇게 아직 당신에게는

    나의 말을 전할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그저 인생은 혼자라는 말밖에







    4.jpg

    이정하, 아무도 알지 못하지




    내 가슴

    깊숙이 자리한 나뭇잎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지

     

    기다림으로 제 한 몸

    붉게 물들이고

    끝내는 싸늘한 땅으로 떨어지고야 마는

    한 잎 나뭇잎

    그 나뭇잎을 알지 못하지

     

    내 마음을 흔들고 지나간

    한 줄기 바람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지

     

    다시 온다는

    한마디 말만 남기고

    훌쩍 떠나가 버린 그대

     

    내 뼈 속 깊이

    아픔으로 박혀 있는 그대를

    아무도 알지 못하지

     

    한 줄기 바람으로

    스쳐 지나간 그대를

    아무도 알지 못하지







    5.jpg

    정채봉,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쫓기듯 살고 있는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늘 바쁜 걸음을

    천천히 천천히 걷게 하시며

    추녀 끝의 풍경소리를

    알아듣게 하시고

     

    꾹 다문 입술 위에

    어린 날에 불렀던

    동요를 얹어주시고

    굳어있는 얼굴에는

    풀밭 같은 부드러움을 허락하소서

     

    책 한 구절이 좋아

    한참 하늘을 우러르게 하시고

    차 한잔에도

    혀의 오랜 사색을 허락하소서

     

    돌틈에서 피어난

    민들레꽃 한 송이에도

    마음이 가시게 하시고

    기왓장의 이끼 한낱에서도

    배움을 얻게 하소서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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